식탁 위의 미생물
 
지은이 : 캐서린 하먼 커리지(역:신유희)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0년 07월




  •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캐서린 하먼 커리지는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이 알쏭달쏭한 미생물의 세계를 소개한다. 과학계의 화두인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태계)을 소개하고, 미생물 연구의 최전선에 선 학자들과 미생물이 풍부한 세계 곳곳의 발효 음식을 소개한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 책은 체중 감량의 지름길이나 건강을 위한 기적의 치료법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미생물과 건강하게 공생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공생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 안내서다. 



    식탁 위의 미생물


    공격받는 장내 미생물

    인간의 장에 좀 더 영구적으로 머무르는 미생물은 요거트나 김치에서 오지 않는다. 이들은 처음부터 우리 몸 안에 있던 미생물이다. 태어날 때에 생겨서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를 거쳐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것들이다.


    장내 미생물은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이다. 면역 체계를 단련시키고 신경계와도 끊임없이 소통한다. 깨지기 쉬운 장내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미생물은 자신의 환경에 맞춰 진화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미생물학자이자 면역학자인 저스틴 소넨버그(Justin Sonnenburg)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 역시 미생물에 맞춰 진화해왔을 수도 있다. 소넨버그는 “인간은 무작위로 수집한 미생물 군집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끼리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수천 년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장내 미생물들이 인간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미생물 개체는 수명이 매우 짧다. 인간은 매일 아침 새로운 세대의 미생물과 함께 기상한다.


    락토바실러스속에 속하는 미생물 같은 경우는 생존 주기가 25분밖에 안 된다. 심지어 그보다 더 빨리 태어나고 죽는 미생물도 있다. 당신이 어젯밤 핫도그를 먹는 꿈을 꾸는 동안 장내 미생물 구성은 잠든 시점과 비교해서 이미 세대가 스무 번쯤 바뀌었을 수도 있다.


    사람으로 치면 1500년대와 현재 세대 정도의 차이인데, 참고로 1500년대는 음식의 보관 방법이 건조, 절임, 발효밖에 없었을 정도의 옛날이다. 미생물 간에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그 사이에 pH가 증가했거나(산성 감소), 새로운 음식물이 들어왔거나, 미생물이 좋아하는 섬유질이 부족해졌거나, 항생제 폭탄이 떨어졌거나 해서 그들이 지내는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면 더욱더 그러하다.



    장에는 무엇이 있나

    작은 미생물들이 맡은 커다란 역할

    어떤 사람들은 미생물 군집을 ‘잊혀진 생체 기관’이라고 부른다. 미생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처리하고 여분의 열량과 미네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생물은 면역 체계와 소통하고 조율하며 호르몬 조절을 돕는다. 신경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일부 담당함으로써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대체로 이들은 당신이 빼고 싶어 하는 1.4kg가 아니다. (그들을 잘 대해주면 그보다 더 무거운 문제들을 없애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체중 증가와 비만 문제에 있어서, 미생물은 단순히 에너지를 더 많이 추출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무균 쥐에게 비만 환자의 체내 미생물을 심어주자 체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포만감 또는 허기를 느끼도록 만드는 호르몬에 미생물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생물이 인간의 음식물 및 약물 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발견은 약물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 모를 현상을 설명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미생물들은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들과 전투를 벌인다. 장의 내벽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들은 해로운 물질이 장 밖으로 새어나가서 지방 조직에 약한 염증을 야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사한 미생물 구성을 가지고도 그 사람의 환경과 식단에 따라 건강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가령 프레보텔라(Prevotella) 박테리아는 채식 위주로 전통적인 식사를 하는 아프리카인들처럼, 서양식 식단과 거리가 멀고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불균형한 미생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서양인 에이즈 환자에게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기분을 조절하는 미생물

    면역 체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은 신경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억 개의 뉴런이 이 장을 담당한다. 이러한 파트너십 때문에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기분이나 뇌 기능 장애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연구해왔다.


    특히 체내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결핍 시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약 80%가 장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잡힐 듯 말 듯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심한 우울증 증상을 앓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패턴은 건강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이전에 진행된 연구에서도 장내 미생물 없이 자란 무균 쥐는 신경적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쥐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생물 군집에 나타난 패턴은 불안감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새끼일 때 엄마 쥐와 자주 분리되어 불안감과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쥐에서는 엄마와 함께 행복한 성장기를 보낸 대조군 쥐와는 다른 모습의 장내 미생물이 관찰됐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장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는 엄마 쥐와 자주 분리되어 자라더라도 부정적인 심리 상태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생물들이 기분과 태도의 발달에 있어서 큰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영유아기에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안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무균 쥐에게 심어주자 불안한 심리 상태까지도 옮겨졌다는 실험 결과는 이러한 의견을 더욱 뒷받침 해준다.


    인간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한 연구들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찍어서 관찰했다.


    그 후 참가자 중 일부에게 한 달간 매일 프로바이오틱 음료를 마시도록 지시했다. 한 달이 지나자 대조군의 뇌는 전과 동일했으나 프로바이오틱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감정과 감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활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기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특정 미생물을 처방하는 수준까지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발판이 되어줄 것임은 틀림없다. 이처럼 프로바이오틱스로 기분과 심리 상태를 다스리는 이 새로운 분야에 과학자들은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렇듯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군집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장 큰 증거는 조금은 원시적으로 느껴지는 방식에서 발견됐다. 바로 한 사람의 배설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어쨌든 대변 이식을 받은 사람들의 배설물 분석이 완료됐고 그 결과, 대변 이식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혐오감을 넘어설 만큼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실험 참가자들은 고약하고 때로는 매우 위험한 장 질환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 줄여서 디피실 감염이라고 불리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 해로운 박테리아가 장내에 지나치게 증식하여 나타나는 디피실 감염은 설사, 열, 심각한 복통, 그리고 심하면 죽음까지 가져온다.


    디피실 감염 환자 중 상당수는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를 여러 차례 투여하여 체내 박테리아 종이 심하게 파괴됐을 때에(나쁜 박테리아도 있겠지만 이롭거나 무해한 박테리아도 많았을 것이다) 증상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더 많은 항생제의 사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처치가 자주 반복되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진다. 여러 차례 항생제를 투여한 환자는 나중에 더 심하게 감염되거나 예후가 나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대변이식, 즉 FMT(fecal microbial transplants)를 떠올리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의 소화관에 있던 미생물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대변 이식은 개인별로 맞춤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현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광역적인 접근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뜻밖에도 대변 이식은 빠르게 디피실 감염을 치료하는 놀라운 효과를 선보였다.


    실험 참가자 중 항생제 치료를 받는 그룹에 배정됐던 사람들까지도 실험을 중단하고 대변 이식을 받을 정도였다. 완치율이 90%가 넘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최초의 대변 이식은 기부자의 배설물을 관장으로 또는 환자의 코에 튜브를 삽입하여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연구원들의 끊임없는 개선 끝에 현재는 검증된 배설물 기증자로부터 알약(쉽게 말하면 똥으로 만든 알약이다)을 만들어 환자에게 처방한다. 자가이식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한 비만 연구에서는 날씬한 기능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옮기자 인슐린 민감성이 증가하여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물론 자폐증 치료에 적용하고자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생물 발효의 정석: 유제품

    러시아인 과학자 그리고 장수를 향한 탐구

    일리야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는 수염을 기른, 매우 똑똑한 러시아 과학자였다. 그가 이룬 업적은 100년이 넘게 사람들의 식습관을 형성해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꿈을 불가리아인 농부에게서 발견했다. 그들 중에는 유난히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육받은 생물학자답게 예리한 시선으로 불가리아인 농부들의 생활 방식과 식습관에 집중한 결과 메치니코프는 마침내 그들이 발효한 우유를 자주 마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동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매우 소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100세 이상(당시 유럽 및 미국의 평균 기대수명 대비 약 2배) 생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중에서도 사워밀크라는 음료를 자주 마신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많은 연구 끝에 메치니코프는 대장(그는 대장을 ‘오물의 흔적기관’이라고 불렀다. 메치니코프조차도 대장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다)에 축적되는 나쁜 박테리아가 노화의 원동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식 유제품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유산균이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 반대 작용을 함으로써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우유를 발효할 때 사용하는 유산균이 젖산을 생성하고 젖산은 pH를 낮추어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능력이 뛰어난 유기체 중 하나로 그는 ‘불가리안 바실러스(Bulgarian Bacillus)’ 즉 지금의 락토바실러스 델브루에키이(Lactobacillus delbrueckii)의 아종인 불가리쿠스(제품 포장지에는 그냥 L.불가리쿠스라고 표기하기도 한다)를 꼽았다.


    그는 이 미생물이 장내에 서식하면서 산성 환경을 만들어 독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믿었다. 이 같은 생각을 완전히 신뢰한 그는 매일 불가리안 바실러스로 발효한 우유를 마셨다.


    메치니코프의 선구자적 아이디어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07년 그가 쓴 글을 보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장내 미생물의 의존성 덕분에, 체내 미생물 군집의 모습을 조정하고 해로운 미생물을 착한 미생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메치니코프 요거트의 미생물은 아쉽게도 장내에 영구히 거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정 미생물이 장에 작용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그의 이론은 프로바이오틱 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도록 이끌었다.



    죽지 않는 고기: 육류

    땅속에 묻기

    동물의 살코기를 보존하는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는 절이거나, 어장이나 양념장으로 만들거나, 으깨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이다. 한국의 악명 높은 홍어회처럼 통째로 묻기도 하고, 바다표범 시체에 새를 채워서 만드는 유명한 키비악처럼 다른 동물 안에 넣어서 발효시키는 방법도 있다.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발효 육류의 역작인 키비악은 바닷새 무더기를 바다표범의 몸속에 넣어 발효시킨 악명 높은 음식이다. 이름만 들어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덴마크의 북극 탐험가 크누드 라스무센(Knud Rasmussen)을 마침내 쓰러뜨린 것 또한 키비악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린란드의 원주민인 이누이트족은 겨울을 나기 위한 이 양식을 봄부터 준비한다. 봄에는 작은 바다쇠오리(몸집이 작고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바닷새)를 많이 볼 수 있다. 바다쇠오리는 지난 800년 동안, 특히 그린란드의 북서부 지방에서 중요한 음식 자원이 되어주었다.


    이렇게나 많은 새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린란드의 길고 긴 겨울을 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발효해야지, 물론. 그런데 발효용 용기로 쓸 통이 없는데? 그렇다면 바다표범을 잡자.


    이처럼 기지가 넘치는 발효 음식인 키비악은 바다쇠오리 수백 마리를 잡아서 텅 빈 바다표범의 가죽 속에 채워 넣는다. 바다쇠오리에 바다표범 기름을 바르고 공기를 최대한 빼내면, 절임용 항아리 속처럼 산소와 접촉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새를 넣은 바다표범을 아무데나 묻고 몇 달 내지 1년 반 동안 방치한다.


    그러면(깃털을 제외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먹을 수 있고 보존 기간도 긴 바다쇠오리 요리가 완성된다. 키비악은 특별한 경우에만, 그리고 주로 실외에서만(아마도 수르스트뢰밍과 같은 이유로) 꺼내먹었다. 키비악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블루치즈에 식초를 섞은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덴마크인 탐험가 라스무센을 쓰러뜨린 것은 키비악의 냄새나 맛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폐렴으로 사망했는데, 발효한 새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몸이 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폐렴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만든 키비악은 먹어도 안전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표범 가죽 속에 숨어있는 미생물 세계를 명확히 설명해줄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상에 적용하기

    발효,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처음으로 발효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이 들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냉장고에 넣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곰팡이가 약간이라도 보이면 상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떻게 음식을 상온에 두고 며칠씩, 몇 주씩, 심지어 몇 달씩 방치하는 것이 안전한데다가 영양가까지 높을 수 있단 말인가?


    산성은 병원균을 죽인다. 따라서 요거트든, 사우어크라우트든, 콤부차든, 산성이 강한 발효 음식에서는 병원균이 살 수 없다. 실제로 발효음식이 통조림보다 더 안전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통조림의 경우 제대로 밀폐되지 않으면 보툴리누스 중독증의 원인이 보툴리누스균이 생존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pH 4.6 이상의 통조림 음식은 압력솥으로 살균한 후 먹기를 권장한다. (오늘날에는 물을 끓여서 살균하는 방법도 거의 쓰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나 pH 4.6 이하로 발효한 채소절임은 안전하다. 무서운 보툴리누스균이 사라졌으니 식중독이나 사망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산도르 카츠가 말한 것처럼 “발효 음식은 완전히 안전해요. [제대로 발효한 채소 절임을 먹고] 식중독 등이 질병에 걸린 사례가 없어요.” 따라서 일정 pH 이하가 될 때까지 충분히 발효 과정을 거쳤다면 당신이 만든 발효 음식은 안전하다.


    “발효 음식이 지닌 또 다른 엄청난 장점은, 우리 입에 들어오기 전에 박테리아가 먼저 소화한 음식이라는 점이에요. 항아리에 담긴 절임, 치즈, 살라미 등 그 속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박테리아에 의해 더 단순한 형태로, 그래서 대개는 인체가 이용하기에 더 쉬운 형태로 분해됩니다.” 카츠가 말했다.


    발효 유제품 속 젖당을 소화하는 미생물처럼, 콜리플라워나 양배추 속 미생물도 영양소를 분해하여 사람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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