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인문학
 
지은이 : 권대영
출판사 : 헬스레터
출판일 : 2019년 10월




  • 이 책은 음식 다양성의 보고(寶庫)인 한식을 과학의 눈으로 재해석한 대중서다. 공동체 농경 문화로 성장해 온 오천 년 한식 역사의 원형과 기원, 미래까지 과학자의 통찰력과 사유로 서사적 문맥을 갖춰 쓴 음식인문학서다. 한식 인문학의 출발점은 우리 민족의 삶이지 고문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식은 그동안 재해석이 불가한 신화(神話)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역사의 길목 곳곳에 ’한식 오류‘가 있다. 과학자인 권대영 필자는 고착화된 ‘고추 일본(임진왜란) 전래설’ 등에 의문을 품고 검증(유전자 분석, 고문헌 해석 등)했다. 그 결과, 오류 지식은 바로 잡고, 증거는 낱낱이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했다. 한식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장수벨트 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의 소박한 식단(밥, 된장국, 생선, 김치 등)을 소개하고, 우수성에 대한 빅데이터 청사진도 배치하자고 말했다. 세계의 장수지역인 지중해와 프랑스, 북유럽과 북극해,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건강 음식과 비교 분석했다. 음식 다양성의 관점에서 세계 건강 음식군에 ‘맞춤형 한식’ 장으로 꽃 피울 것을 제안했다.



    한식 인문학


    한식의 오류 -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음식 이야기

    비 오는 날이면 부침개가 생각나는 진짜 이유

    빗소리의 주파수 때문이라고?

    어느 날 방송 뉴스를 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 오는 날 파전 같은 부침개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전을 기름에 튀기는 소리의 주파수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생활 뉴스 한 꼭지로 소개되고 있었다. 깜짝 놀랄 일이었다. 사실 과학적으로 주파수가 일치하지도 않는다.


    부침개는 튀김 음식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기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튀김 음식이 발달하지 않았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금 넣어 열전달을 극대화하여 맛있게 지져 먹는 음식이나 부쳐 먹는 음식이 발달하였고, 이것이 바로 부침개였다.


    음식의 역사는 삶의 역사

    농사철에 갑자기 비가 오고 밖에서 일을 못하게 되면 동네 정자나 어느 집으로 마실을 나가 삼삼오오 서로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러나가 출출해지면 당연히 먹을 것이 생각나고 별다른 준비 없이도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수제비나 칼국수, 또는 파전이나 부추전 같은 부침개였다.


    닭도리탕은 닭도리탕이다

    닭도리탕이 일본어라고?

    실제로 ‘닭도리탕’은 닭도리탕을 즐겨 먹던 우리 조상들이 붙인 이름이다. 1920년대 문헌에 보면 닭도리탕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 조상들은 꿩도리탕, 토끼도리탕도 즐겨 먹었다. 이는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음을 알려준다. 당시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이름에 굳이 일본어를 갖다 쓸 필요가 있었을까? 더구나 그때는 고스톱 화투도 없던 때였다.


    ‘도리치다’라는 우리말

    우리말에는 ‘도려내다’와 ‘도려치다’ 또는 ‘도리치다’라는 말이 있다. ‘도리다’에서 칼로 조심스럽게 도려내는 것을 ‘도려내다’라고 하고, 칼이나 막대기로 돌려가면서 거칠게 쳐내는 것을 ‘도려치다’ 또는 ‘도리치다’라고 한다. ‘도려치다’는 표준어 ‘도리치다’로 굳어진다. 국어사전에도 ‘도리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까 닭도리탕은 닭을 칼 등으로 도리치어서 탕으로 만든 것으로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우리말이다.


    어쩌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고 믿게 되었을까

    실제 옛 문헌을 살펴보면 고추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기록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훨씬 많다. 또한 임진왜란 이전 수많은 문헌에 이미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잘못된 ‘가설’이 어쩌다 ‘정설’로 둔갑했나

    ‘고추 일본 유래설’이 시작된 시기는 1980년대 들어서다. 한양대 이성우 교수가 1984년 『고추의 역사와 품질평가에 관한 연구』에서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고추가 서인도 제도에서 포르투칼로 들어갔다가 100년 동안 인도 등을 거쳐 일본을 통하여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위 ‘고추의 일본 도입설’을 주장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고추는 당연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있었고, 중국을 통하여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잘못된 설을 무리하게 합리화하고 꿰맞추려 하다 보니 임진왜란 이전 옛 문헌에 나오는 모든 한자 초(椒)를 일률적으로 후추, 산초 등으로 번역하고, 임진왜란 전의 문헌에 나오는 김치는 모두 백김치라고 주장하고, ‘순창 고추장’도 흑색의 후추고추장이었다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


    진실은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

    임진왜란 전에 고추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면 있는 것이다. 문헌에 고추, 김치가 기록되어 있으면 그것이 고추와 김치다. 왜 굳이 고추와 김치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설을 만들려는 것일까? 일본 다수의 문헌에 고추가 조선에서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되었으면 그렇다고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다.



    한식의 탄생 - 오천 년을 이어 온 우리 고유의 식문화

    한식, 문명의 뿌리부터 다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중국에 인접해 있지만 특이하게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문화적으로 흡수되지 않고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지키며 발전해 왔다.


    중국이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황하문화를 기본으로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면, 우리 민족은 만주 벌판을 기반으로 한 요하문화에 뿌리를 두고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는 우리가 중국과는 문명의 뿌리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과 뿌리가 다른 우리 음식 문화

    요하문화는 황하문화와는 생물학적, 고고학적, 언어학적, 문화학적으로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빗살무늬 토기와 온돌 문화는 요하문화권에만 나타나는 고유의 유물과 유적으로 꼽힌다.


    언어의 경우 우리말은 우랄-알타이어족(몽골계)으로 분류된다. 이는 중국의 언어 체계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우리말은 만주, 몽골, 일본, 헝가리, 핀란드의 언어와 같은 계통의 띠를 이룬다.


    한국인은 몽골족과 같은 몽골반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 분석기술이 발달하여 최근에는 요하문명을 대표하는 민족과 황하문명을 대표하는 민족의 DNA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음식 문화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 음식 문화전통은 중국의 음식 문화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이고 고유한 특징을 지닌다.


    한식의 뿌리, 김치 탄생의 비밀

    ‘풀’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발달한 나라

    산림이 우거졌고 농사지을 땅이 넓지 않다 보니 곡물이 풍부하지 않았고 고기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먹을 것이 늘 부족했다. 가까이 산과 들에 난 풀이라도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고, 이 요인으로 우리는 채소를 맛있게 먹는 문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


    풀을 배탈 없이 맛있게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없을까? 바로 살짝 데쳐서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 것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여기서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점차 발전시켜 왔다.


    우리만의 양념 문화에서 탄생한 김치

    음식을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색깔이 고와야 하고, 두 번째로 맛이 있어야 하며, 세 번째는 먹고 나서 탈이 나지 않고 속이 후련해야 한다.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군침이 나는 데 시각적 효과가 가장 큰 색이 빨간색이라는 것은 오늘날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무엇으로 빨간색의 시각적 효과를 냈을까? 색깔이 붉고 매콤달콤한 맛이 나는 고추를 빻아서 나물이나 풀을 무쳐서 색깔을 내어 맛있게 보이게 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검은색은 음식의 시각 자극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사실 고추의 의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여 알고 보니 고춧가루는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캡사이신이 들어 있어서 다른 균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뛰어나고 후각과 미각적으로도 음식을 맛있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식의 본질 - 한식의 원형을 찾아서

    한식, K-diet를 말하다

    한식의 특징 열 가지

    서울 선언에서는 한식(K-diet)의 정의와 함께 한식의 특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1. 쌀과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밥상 차림이다.

    2. 다양한 발효식품을 섭취한다.

    3. 다양한 채소와 해조류를 많이 섭취한다.

    4. 육류보다 콩과 생선을 많이 섭취한다.

    5. 양념으로 마늘, 파, 고추, 생강 등을 자주 사용한다.

    6. 참기름과 들기름을 자주 활용한다.

    7. 튀김 조리법을 적게 사용한다.

    8.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

    9. 다양한 향토음식이 있다.

    10. 정성으로 차린 집밥이다.


    계절과 삶이 깃든 한국인의 밥상

    제철에 난 신선한 재료로 차리는 계절 밥상

    일상적으로 매일 먹는 한국인의 밥상은 계절에 따라 텃밭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물거리를 중심으로 K-diet의 기본 구조와 특징을 갖춰 차려낸 밥상이었다. 그때그때 텃밭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즉흥적으로 준비하는 밥상이었지만, 오랜 경험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으로 영양적으로 균형이 맞는 상차림을 계절별로 차려냈다.



    한식의 맛 - 오미(五味)로 따질 수 없는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맛, 바로 그 맛

    혀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맛

    동양과 서양은 음식과 식품에 대해 맛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든가 기준이 많이 달랐다. 서양과 달리 동양은 우리 몸으로 느껴지는 맛도 개념에 포함시켰으며, 맛과 건강을 연관지어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는 단순히 서양의 맛 개념이나 동양의 맛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맛 표현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혀에서 느끼는 관능보다도 전체적으로 우리 몸에서 음식을 받아들이는 느낌을 더 중하게 보았고, 이에 따라 오미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맛에 대한 느낌이 음식 문화 안에 녹아 있다.


    ‘제3의 느낌’ 맛이 존재한다

    미각 세포를 통하지 않고 느끼는 ‘제3의 맛’은 미뢰를 통하여 느끼는 것이 아닌,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입속의 점막에 닿는 느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위에서 받아들이는 느낌, 목에서 코로 퍼지는 향이나 느낌, 눈에 보이는 색깔에 따른 느낌 등을 통해 형성된다.


    몸으로 느끼는 시원한 맛의 정체

    시원한 맛의 결정 요소

    한국인에게 중요한 제3의 맛인 시원한 맛은 어떻게 느껴질까?


    시원한 맛을 느끼는 데에는 복합기관이 작용한다. 미각과 인체 장관 내에 맛 센서와 결합한 맛, 즉 입속의 점막에 닿을 때부터 시원하고, 목을 거쳐 넘어갈 때 상쾌하고, 위가 활발히 운동하는 것을 느껴 소화가 잘 되는 것을 느끼는 맛이다. 한국인에게는 무엇보다 아주 기분 좋은 맛이다. 시원한 맛의 대척점에 있는 맛은 따뜻한 맛이 아니라 입에 넘어갈 것 같지 않고 위가 멈추어서 소화가 잘 안될 것 같은, 즉 토할 것 같은 느끼한 맛이다.


    이 시원한 맛을 내는 것에는 온도, 염도, 산도, 매운맛, 깔끔한 맛, 청량감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동치미의 경우 온도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김칫국의 경우 산도, 즉 젖산균 발표에 의해 생성된 젖산과 탄산, 온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원한 맛을 내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해장국, 콩나물국, 황태국, 김칫국 등이 있으며, 한국인들은 국을 먹었을 때 ‘속이 시원하다’라고 많이 하였다. 밥을 주식으로 하고 국을 부식으로 상에 놓는 습성도 있다.



    한식과 우리말 - 음식 이름 붙이는 원리와 우리말 조리 용어

    음식에 이름을 붙이는 원리

    자연스럽게 생긴 우리 음식 이름에도 일정한 규칙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음식 이름은 대체로 주재료(a)가 먼저 나오고, 조리과정을 의미하는 표현(b)이 다음에 들어가고, 일반적인 요리의 종류(범주)인 국, 밥, 죽, 찌개, 떡, 국수, 지, 면 등(c)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보인다.


    우리가 제대로 몰랐던 우리말 조리 용어

    불을 직접 가하면 맛과 향이 좋아진다

    굽다: 구울 때 생기는 특유의 맛은 우리의 입맛을 유혹한다. 그래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굽는 요리 법을 좋아한다. 고기 등을 굽는 것은 재료의 발화점 이하 온도 (600℃ 정도)를 유지하면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특유의 맛을 낸다. 삼겹살/(구이), 조기/구이 등이 있으며 군/고구마, 군/밤은 재료가 강조된 형태로 변형된 것이다.


    열전도 원리로 태우기 줄이고 굽는 효과를

    볶다: 고온의 솥(600℃ 정도)에 재료를 넣어 직접 열이 골고루 전도되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고체를 통한 열전달 방식이기 때문에 닿는 면적이 적어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약간의 기름을 두르면 골고루 높은 온도(300~400℃)를 유지하면서 볶을 수 있다. 멸치/볶음, 오징어/볶음; 볶음/밥(b+c); 김치/볶음/밥(a+b+c) 등이 그 예이다.


    물을 매개로 한 열대류 현상으로 조리하는 법

    짓다: 쌀을 물에 씻고 솥단지에 넣어 뚜껑을 닫고 불을 때서 밥을 만드는 과정을 통틀어 밥을 짓는다고 한다. 밥은 우리 밥상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 음식으로, 단순히 끓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물의 비율을 맞추고 단계별로 불 조절을 잘 하여야만 제대로 된 밥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에 ‘옷을 짓다’, ‘집을 짓다’와 같이 ‘밥을 짓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짓다’에는 작업 속에 정성과 진실이 담겨져 있어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은 손맛,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법

    주물럭거리다: 양념을 원재료에 묻힌 다음 원재료를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양념이 더 잘 배게 하고 물리적인 힘으로 조직을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다음 조리 공정에 들어가기 전 중간 조리 과정을 말한다. 주물럭구이, 주물럭등심, 오리주물럭 등이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담그다: 항아리에 배추, 메주, 어패류, 누룩 등을 넣고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젓갈, 술, 식초를 발효시키는 과정을 ‘담그다’라고 한다. 단순히 재료를 담는다는 뜻도 아니고, 배추를 물속에 집어넣는 것도 아니다. 김장, 장 담그기, 술 빚기와 식초 빚기는 단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젖산발효, 알코올발효, 초산발효 등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발효 과정이다.


    도구 사용에 관한 우리말 용어

    칼을 잘 써야 멋있는 요리가 된다

    도리다: 고기의 일정 부분을 작은 칼로 자르는 것을 ‘도린다’고 표현한다. 일반적인 ‘자르다’보다 ‘도리다’는 동작이 작고 조심스럽다. 닭을 도리쳐서 여러 조각을 만든 후 양념을 넣고 조리는 것을 닭도리탕(a+b+c)이라 한다.


    기타 도구를 쓸 때 하는 말

    치다: 우리 조상들은 특별한 날이면 특별한 음식인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인절미 떡을 만들 때처럼 찹쌀을 찧어 떡판이나 절구통에 올려놓고 떡메로 밥알이 으깨져 서로 붙게 될 때까지 치는 과정 중에서 떡메로 치는 것을 ‘친다(치다)’고 한다.


    까분다: 주로 고체로 된 재료를 분리할 때 쓰는 말로 키를 이용할 때 사용한다. 나락(벼) 껍질을 분리할 때나, 쌀과 돌을 분리할 때 키에 얹어놓고 체서(까불어서) 구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구곡순담의 한식 - 한식, 음식 다양성의 보고다

    세계 장수 지역에서 발견한 건강 음식의 조건

    코리안 패러독스와 ‘구곡순담’ 식단

    일찍이 한국의 장수 지역을 조사하고 그 지역의 장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박상철 교수는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 지역을 한국의 장수벨트 지역으로 설정하고, 이 지역 장수인들의 식단과 코호트 조사 연구를 한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밥과 된장국, 생선, 김치, 그밖에 다른 반찬 한두 개로 구성된 식사를 하였는데, 이러한 소박하고 규칙적인 식사가 장수와 건강 상태에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는데도 심혈관 질환 없이 건강하다는 것을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한 데 빗대어 한국인들이 염분 섭취가 높아 보임에도 한식 밥상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코리안 패러독스’라 한다. 몇몇 사람들이 한국 음식은 짜고 매워서 건강한 음식이 아니라고 떠들고 있는데도 오히려 한식을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오래 사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료, 온도, 발효가 생명이다

    한국인들은 다양한 육류를 먹을 기회가 적었고, 음식을 튀겨 먹을 정도로 기름이 많이 나지 않았기에 한식에는 고열 조리 과정이 생활로 자리 잡을 수 없었다. 고열 처리 과정이 적은 점이 바로 한식이 건강음식이 되는 원리로 작용하였다.


    한식의 조리 과정을 보면 밥을 짓는 과정은 100℃ 정도이고, 채소를 지지거나 데치고 버무려 나물을 만드는 과정 또한 조리 온도가 높지 않다. 또한 한식은 다양한 재료만큼 다양한 조리방법이 발달하였다.


    피토케미컬이 풍부한 나물과 김치

    영양이 넘쳐나는 오늘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한식과 같이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김치로 발효시켜 먹을 경우 채소를 넉넉하고 충분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물과 채소의 영양적 가치와 피토케미컬의 기능성 측면, 그리고 현대인에게 나물과 채소의 섭취는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특히 나물은 한국인 및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건강한 음식 재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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