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베이비
 
지은이 : 전방욱
출판사 : 이상북스
출판일 : 2019년 07월




  •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을 유전자가위라 한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조작에 사용되는데, 그중에서도 2012년에 개발된 것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015년 12월에 발표한 ‘10대 획기적 과학 연구 성과’ 중 1위로 꼽혔다. 그리고 그 후 3년간 60건이 넘게 인간 유전자 편집에 관한 회의가 개최되고,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DNA에 대해 원하지 않는 변화까지 포함할 수 있는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배아 편집의 임상 사용을 진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허 젠쿠이의 실험은 이런 실험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유전학자들의 합의를 어기며 진행된 것이다.


    크리스퍼 베이비


    크리스퍼 베이비의 탄생

    2018년 11월 25일 오후 8시, 안토니오 레갈라도는 중국 과학자 허 젠쿠이가 11월 8일 배아 편집을 통한 출산 시험을 중국 임상시험등록부에 등록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소재한 남방과기대학 연구진은 첫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기 위해 부부를 모집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손에게 HIV에 저항성을 주기 위해 CCR5라는 유전자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임상시험문서에서는 배아가 여성의 자궁에 이식되기 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를 수정하는 연구를 설명했다.


    이 연구를 추진한 과학자 허 젠쿠이는 연구가 출산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유선상으로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시험 목록의 일부로 제출된 데이터를 보면 유전자 검사가 24주 또는 6개월 정도에 이르는 태아까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임신이 종료되었는지, 출산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진행 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사가 공개된 후, 허 젠쿠이는 서둘러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세계 최초로 루루와 나나라는 가명의 두 소녀가 유전자 변형 아기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만약 허 젠쿠이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유전학에서 획기적이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과학계의 동료들은 대부분 허 젠쿠이가 유전자 편집된 배아를 사용해 아이를 출생하게 한 결정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하고, 미친”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지난 3년간 60건이 넘게 인간 유전자 편집에 관한 회의가 개최되었고,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DNA에 대해 원하지 않는 변화까지 포함할 수 있는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배아 편집의 임상 사용을 진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허 젠쿠이의 실험은 이런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유전학자들 사이의 일치된 합의를 어기며 진행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 분교의 레오니드 크루글리악(Leonid Kruglyak)은 트위터에서 "이 실험은 생식세포 편집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 자체를 무시한다. 우리가 합의해 온 가능한 사용 방법에 대해 모든 규칙과 관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의 이완 버니(Ewan Birney) 소장도 "나는 이것을 그릇된 방향의, 부적절하고 비윤리적 인 연구라고 믿는다. …이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한 실험이며, 모든 유럽 국가에서 비합법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공동 개발자인 막스플랑크연구소의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는 "우리는 여전히 인간 세포에서 유전자 편집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인간 생식세포에 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인간 배아세포에서의 유전자 편집은 생명의 초기 발달을 이해함으로써 특정 질병이 발달하는 저변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허 젠쿠이는 “나는 단지 첫 번째로 이런 연구를 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 연구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 선례를 따를지 여부는 사회가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니면, 사회가 어떤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허 젠쿠이와 같은 무모한 과학자들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더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



    엉성한 과학

    허 젠쿠이는 20여 분의 발표 이후 약 40분 동안 질문에 답했다. 먼저 패널을 맡은 로빈 러벨배지와 스탠포드 대학교의 유전자 편집 전문가 매튜 포투스가 말문을 열었다.


    러벨배지는 먼저 여러 합병증을 나타낼 수도 있는 CCR5를 표적유전자로 선택하고 자연적인 돌연변이를 흉내 내려고 한 과학적인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허 젠쿠이는 엉뚱하게도 아이가 HIV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회적인 이유를 대답으로 꼽았다. 또한 합병증에 대해 고려했고 부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고 답변했다. 인지능력의 향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하며 즉답을 회피했지만 슬라이드 설명을 통해 행동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점으로 보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전의 유전체 변형 기술에 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상대적으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인간의 유전체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우리는 인간 유전체 지도를 밝혀냈으며, 약 2만 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전체 인간 유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우리는 비암호화 DNA라고 부르는 나머지 98.8%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 따라서 높은 기대감을 갖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가장 잘 작동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점차 학습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CCR5 유전자를 표적하여 파괴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메릴랜드 베데스다의 국립 알레르기감염질환연구소의 면역학자 필립 머피(Philip Murphy)는 “CCR5 변이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효과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소수의 사람들만이 변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CCR5 유전자 결핍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은 지금까지 조사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CCR5를 갖지 않은 사람은 인플루엔자와 다발성경화증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많은 조직에서 CCR5 유전자의 기능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이 유전자를 삭제하면 앞의 예에서 보듯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CCR5는 유전자 편집을 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표적이다.


    더구나 유전자 편집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문제가 없을까? 허 젠쿠이의 발표를 실시간 팟캐스트로 지켜보던 많은 시청자 가운데 매사추세츠 의대 생화학자인 숀 라이더(Sean Ryder) 등의 전문가도 있었다. 이들은 실험 결과에 대해 트위터(#CRISPRbabies)에서 토론하며 허 젠쿠이의 실험이 너무도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허 젠쿠이는 원래 CCR5⍙32 변이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CCR5를 절단한 다음 비상동말단접합이라는 세포 자체의 복구 메커니즘을 사용했는데, 이 방법은 몇 개의 염기가 임의로 삽입되거나 삭제될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발생하며 실험자가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전자를 정확하게 변형하려면 유전자의 특정한 부분을 잘라 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전자 가닥을 넣는 상동의존성수리라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상동의존성수리는 드물게 일어난다.


    허 젠쿠이 실험은 ‘미끄러운 비탈길’ 논리에 의해 더 심각한 함의를 갖는다. 일부 과학자들은 부자들이 신체적 매력, 높은 지능, 강한 힘을 갖는 유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춘 디자이너 베이비를 생산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유전자 치료를 이용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시작으로 이 사건을 해석한다. 유리한 특성으로 인해 유전자 편집 아기는 경쟁자보다 더 뛰어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소득 격차를 획기적으로 벌려 결국 유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억압을 받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 실험은 과학계에서 동료의 검토와 가치 합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인간 유전공학에 부과되어야 하는 한계, 즉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류의 이익을 위해 더 나아가도록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즉각적 논의의 필요성을 알려 준다.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지는 슈퍼 휴먼은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등장할지 모른다.



    투명성과 비밀주의

    제2차 인간 유전체 편집 국제 정상회담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데이비드 볼티모어는 투명성의 부족 때문에 자기 규제가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투명성의 부족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식세포를 편집하고, 그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야 그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은 실험의 전 과정이 비밀에 부쳐졌다는 것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허 젠쿠이는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그동안 넌지시 접촉해 온 윤리학자나 과학자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 그는 아마도 임상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 배아의 유전체 편집 계획을 밝히면 일을 아예 시작조차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비밀주의적 태도로 인해 연구의 윤리적‧과학적 토대는 부실해졌다.


    또한 허 젠쿠이의 연구윤리 심의 과정에도 몇 가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첫째, 그는 인간 배아 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 자료인 쥐와 원숭이에 대한 전임상 연구의 상세한 과학적 증거를 기관윤리심의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중국의 규정에 의하면 이런 정보는 윤리 심사를 신청할 때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사항이다. 둘째, 허 젠쿠이는 승인을 받기 전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는데, 이는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윤리적 승인이 있을 때에만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인간 대상을 포함하는 생물의학적 연구를 위한 윤리심의 방안” 제24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셋째, 허 젠쿠이는 자신의 연구를 임상시험등록부에 등록하지 않았다. 이는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가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주요 결정 내용을 등록해야 한다는 규제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허 젠쿠이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투명하지 않았고, 정부와 소속 기관이 모르게 자신의 연구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 젠쿠이의 연구에 참여해 직접 정자를 세척했고 몇 번의 임신을 시도할 때 유전자 편집 도구를 주사한 배아학자 친 진저우(Jinzhou Qin)에 따르면, 그들은 배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 지도를 만들기 위해 통상적인 시험관 수정 연구를 돕고 있다고 믿었다. 병원의 다른 직원들은 이 연구의 성격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허 젠쿠이와 마이클 딤은 일부 불임치료 의사들이 에이즈 양성 부부를 돕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 참여자가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료진에게 유전자 편집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의 생명윤리학자 니에 징바오(Jing-Bao Nie)는 중국에서도 연구 참여자를 속이거나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표준 관행이 아니며, 그것은 광범위한 고지동의 정신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허 젠쿠이는 아이들이 태어난 후인 2018년 11월 8일에야 임상시험등록부에 시험 내용을 기재했다. 실험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 및 실험에 사용한 방법도 제한적으로 선택되었고, 기존의 연구 결과도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 허 젠쿠이는 동료 심사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이 사실은 허 젠쿠이의 실험이 순수한 연구나 봉사 이외의 다른 동기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연구의 동기가 개인적인 공명심이나 경제적 이윤에 있을 때 비밀주의에 사로잡혀 연구 결과 공표를 마지막까지 유보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과학자들조차 특정 과학기술의 성취를 언론의 보도 후에야 알게 된다.



    동의 과정

    ‘동의’는 연구 참여자의 연구 참여에 대한 의사결정으로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 정보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하며 정보를 고찰한 후 외부의 압력, 강요, 유도 또는 협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인이 할 수 있다. 동의는 개인에게 연구 참여 여부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원칙에 기초한다. 따라서 동의 과정에서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 및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어린아이, 정신지체자, 행동장애자, 의학 개념이나 기술에 문외한인 자는 적절한 동의를 하는 능력에 한계를 보이므로 부모나 보호자 등이 이들을 대신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허 젠쿠이는 처음에는 10분 동안 동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1시간 10분으로 정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얼마동안 동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임상시험자는 연구 참여자가 관련 정보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임상시험자는 연구 참여자 개인별로 충분히 질문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 질문에 대해서는 정직하고 신속하며 완벽하게 답해야 한다. 때로 임상시험자는 정보가 적절하게 이해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잠시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사라진 임상시험 동의서에는 그가 구두 발표 후 답변한 것과 달리 표적이탈효과나 모자이크현상 등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며, 웨스트나일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취약성 증가 가능성을 포함해 CCR5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데 수반되는 위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참여자들에게 제공한 동의서 양식은 영어로만 씌어졌고, 전문적인 단어로 가득 찬 23쪽 분량의 문서였다고 한다. 허 젠쿠이는 그의 환자들이 교육 수준이 높고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보도에 의하면 실험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 중 한 명은 생물학 이해 수준이 고등학생 정도에 불과했고, 허 젠쿠이의 실험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서야 ‘유전자 편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 남자는 표적이탈효과의 위험이나 유전자 편집이 금지되고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기술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임상시험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지식을 얻는 연구 목적으로 수행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환자는 해당 임상시험이 확실한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명시해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치료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허 젠쿠이는 동의서에 임상시험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표현해, 피해야 할 혼동을 오히려 조장했다.


    이처럼 연구자 측에서 ‘치료와의 혼동’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동의서나 연구 참여자 광고에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가진 환자가 치료에 유익하리라는 환상을 가지게 하거나 객관적 증거보다 더 많이 치료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며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치료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기관윤리심의위원회 위원은 예상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는 광고 및 동의서의 모든 문건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허 젠쿠이의 실험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었다. 임상시험등록부에 기재된 연구 과제의 정식 명칭은 “유전자 편집 인간 배아 CCR5 유전자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였는데, 동의서에 기재된 과제 명칭은 “에이즈 시험 백신 시험”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허 젠쿠이의 지도교수였고 이 프로젝트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마이클 딤은 동의서 양식이 치료의 성격을 “비전문가의 용어”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표적 이탈

    사실 허 젠쿠이는 발표에서 임신을 위해 착상시킬 배아가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여러 가지 시퀀싱 실험을 설명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허 젠쿠이가 사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할 만큼 충분히 안전한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알려진 주요한 문제점은 그것이 DNA의 다른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표적이탈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편집을 담당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표적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부위를 절단해 표적 서열을 변형시킨다는 말이다. 최초의 표적을 절단한 이후 유전체를 계속 변형시키거나 또는 가이드 RNA가 비표적 서열에 결합하는 경우 발생한다.


    표적 이탈 오류를 막기 위해 연구팀은 부모의 유전체 전체를 시퀀싱했다. 모친에게 이식하기 전, 편집된 각각의 배아에서 3개 내지 5개의 세포를 떼어 내 원치 않는 돌연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체 전체를 시퀀싱했다.


    공개된 슬라이드에서 유전체를 비교하면 두 개의 편집된 배아에서 몇 개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다. 루루의 배아에서 발견된 이러한 돌연변이 중 유전자가 아닌 부분 오직 한 곳에서 크리스퍼 때문에 표적 이탈 오류가 발생했다고 허 젠쿠이는 결론을 내렸다. 각 개체가 우연히 100개의 새로운 돌연변이까지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탄 버지오는 트위터를 통해 표적 이탈 돌연변이에 대한 점검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래서 오히려 커다란 DNA의 결실을 놓칠 수 있을 것이라고 버지오는 말했다. 허 젠쿠이는 이 두 아기들의 표적 이탈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많은 크리스퍼 전문가들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 쌍둥이들이 건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를 들어 감지되지 않은 무작위 유전자 변화가 생애 후반부에 영향을 미쳐 쉽게 암에 걸릴 수도 있다.


    표적 이탈의 결과로 발생하는 삽입, 결실 또는 전좌는 유전체 내에서 중요한 서열들을 활성화하거나 불활성화해 종양 발달과 관련된 발암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노화 촉진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작은 삽입, 삭제 또는 번역도 아이의 유전자 발현과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배아 전체를 편집할 때 더 심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유전자 편집 치료처럼 몸의 일부 세포만 바꾸는 것과 달리,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면 몸의 모든 세포의 DNA를 바꿀 수 있다. 난자나 정자를 생산하는 세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생식세포 편집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인위적으로 유도된 돌연변이와 그 돌연변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세대로 전해져서 결국 인간 유전자 풀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해로운 돌연변이가 미래 세대에 축적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배아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후속 조치와 모라토리엄 논쟁

    허 젠쿠이가 유전자 편집 아기 출생을 발표한 직후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과학기술부, 중국과협생명과학학회연구회 등은 허 젠쿠이의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이 아주 혐오스럽다고 말했고, 관련 부서들은 허 젠쿠이 연구팀의 과학연구 활동을 중단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차관 수 난핑(Nanping Xu)은 재빨리 허 젠쿠이의 연구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하고 연구원들에게 모종의 처벌을 촉구했다. 연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발표한 남방과기대학의 총장 천 시이(Shiyi Chen)는 허 젠쿠이를 대학으로 초치했고 중국 공안 당국은 그를 기숙사에 연금하고 이후의 수사를 통해 그가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사실과 세 번째 유전자 편집 아기가 2019년 8월경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허 젠쿠이의 경우, 연구 기관과 관련 부처에 소속된 다수의 사람이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개시되었다. 허 젠쿠이 자신이 인간 대상 연구 규정과 형법의 일반 규정을 위반했을 수도 있다. 그가 연구를 수행한 기관들은 불임클리닉의 허가와 관련된 규정과 인간 대상 연구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 따라서 허 젠쿠이 개인과 관련 기관 모두를 처벌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2019년 1월, 허 젠쿠이는 광둥성 위생부로부터 검열을 받고 대학에서 해고되었다.


    폴 뇌플러가 자신의 블로그 ‘더 니치’(The Niche)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10년 내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인간 배아를 편집해 특정한 유전적 변화를 가진 아기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 ‘확실히 그렇다’라고 답한 사람이 42.77%,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이 37.11%로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거의 80%에 달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10.69%,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5.03%를 차지했다. 4.4%의 사람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허 젠쿠이가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기 전에 실시된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앞으로 다시 허 젠쿠이와 같은 무모한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과학계와 정부는 이 무모한 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의심할 여지없이, 이 강력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강력하게 어쩌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여 또 다른 사람들이 허 젠쿠이의 전철을 밟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앞으로 등장할 미래의 치료법에 대한 환자들의 과도한 기대를 진정시켜야 한다. 과학계는 동물모델을 사용해 배아 유전자를 편집하고 실험 방법을 적극 개선하고 있으며, 기초과학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허 젠쿠이는 생식세포 유전체 편집을 연구하는 방법과 절차를 무시했다.


    앞으로도 인간 생식세포 유전체 편집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투명성’이 강화된 모라토리엄일 것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공신력을 갖춘 과학 기구가 인간 유전체 편집이 윤리적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한다면, 윤리적인 학자들은 조심하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과학계 인사 모두가 이 모라토리엄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제니퍼 다우드나나 런던 대학교 생식과학 및 여성 건강 프로그램 책임자인 헬렌 오닐(Helen O‘Neil)은 이미 묵시적으로 금지하자는 합의가 있어 왔고, 이 모라토리엄은 중복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셔널 트러스트의 사라 노크로스(Sarah Norcross) 소장은 “허 젠쿠이와 같은 악당은 모라토리엄과 상관없이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하며 이 모라토리엄은 필요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유전자 편집 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윤리에 대해 숙고할 시간이 더 필요한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모라토리엄에서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위험과 이익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느린 과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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