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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코드
저   자 : 강정우
출판사 : 시크릿하우스
출판일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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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코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무한경쟁 시대의 필수조건

왜 ‘DX 코드’이고, 왜 ‘스트리밍’일까? 이 책은 스트리밍 세상의 사업자들로부터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코드를 읽어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책의 제목에 쓰인 DX는 디즈니(Disney)와 넷플릭스(Netflix)에서 알파벳 하나씩 따온 것이기도 하다). DX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약자로 통용된다. 당시에는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해 컨설팅 회사들의 제안이 양극단을 달렸다. 한쪽에서는 저장용 서버 등 IT 인프라 구축이라는 주제에 집중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추상적 관점의 생태계 전략 또는 혁신을 이끌 리더십과 조직의 미래 모습에 너무 앞서 천착했다. 이런 가운데 일반인들에게 디지털 혁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대형ㆍ초박형 TV, 음원 유통 서비스 정도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2016년 딥마인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의 힘 뒤에는 구글의 훌륭한 인공지능 과학자뿐 아니라, 방대한 저장 용량과 컴퓨팅을 허용하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었다. 또 데이터의 저장이라는 관점을 뛰어넘은 실용적 분석, 즉 데이터 과학(data science)도 있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소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기술까지 더해져 디지털 혁신은 점점 많은 기업에 ‘먹을 수 있는 떡’의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가장 번성한 사업 중 하나가 스트리밍 사업이다. 영화라는 디지털 콘텐츠와 소비자 행동 및 선호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무장한 넷플릭스는 웹과 앱상의 데이터로 고객을 읽고, 데이터로 행동하며, 오프라인과 물리적 자산이 없는 순수한 디지털 기업으로 혁신했다. 다른 한편으로, 디즈니는 지난 90여 년 동안 오프라인상의 고객 행동과 바람을 항상 최신의 기술로 소화해온 기업이다. 이제 그 토대 위에 스트리밍 사업을 구축해 온ㆍ오프라인에 걸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넷플릭스의 이야기다. 담대한 포부로 만들어낸 고객 취향 읽기의 소우주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넷플릭스라는 서비스 사업자가 소프트웨어와 IT 인프라 세상에 가하고 있는 충격적 변화를 통해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한 스트리밍 창궐의 시대에 넷플릭스가 직면해 있는 도전, 그리고 이를 명확한 사업 철학과 기술적 도구를 활용해 헤쳐 나가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모습을 통해 무한경쟁의 디지털 시대에 1등의 조건은 무엇인지를 파고들 것이다.


두 번째는 디즈니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술에 대한 독자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디즈니는 항상 예술을 과학과 기술에 접목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증폭시켜왔다. 로봇과 스토리텔링 머신, 컴퓨터 영상과 증강현실 기술이 차례차례 가져올 콘텐츠 사업 혁신의 청사진을 디즈니를 통해 살펴본다.


또한 단순히 기술의 이야기가 아닌, 월드 디즈니(Walt Disney)라는 전설적인 창업자와 밥 아이거(Bob Iger)라는 전문경영자가 기술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도 담았다. 그들의 집념과 혜안을 소개함으로써 ‘돈 되는 기술’을 알아보는 사람은 기술자가 아니라 어쩌면 사업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마치 맥도날드의 창업자가 맥도널드 형제가 아니라 믹서 외판원인 레인 크록(Ray Kroc)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도 이야기하겠지만, 스트리밍의 세계로 뛰어든 디즈니가 손에 쥔 다양한 책략을 뒤져가며 콘텐츠와 채널을 모두 가진 사업자가 누리는 사업적 자유도를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스트리밍 세상의 매력과 앞으로 그 안에서 펼쳐질 디지털 혁신 경쟁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투자자가 열광하고 많은 신생 사업자가 둑 무너지듯 뛰어드는 스트리밍 사업은 기술을 이용해 사업적 이득을 근대화할 수 있는 전형적인 디지털 혁신 사업의 성격을 띤다.


이어서 디즈니와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낸 후발주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의 대부분 기업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다. 구글 그리고 삼성전자가 그러했고, 최근에 주목받는 많은 바이오 기업도 그러하다. 이들 중 누군가는 재빨리 2등이 되어 살아남기도 하고, 1등이 되지 못한 시장을 개척해 경쟁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 책은 기술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 같지만 결국에는 경쟁과 전략, 기업 문화 더 깊숙하게는 기업의 변치 않는 사명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디지털 혁신이 유행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사업자에게 ‘기술’은 자신에게 맞게 써야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데이터로 만든 소우주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아는’ 3,300만 개의 넷플릭스

1:1 시장을 노리는 디지털 사업의 이코노믹스

개인화 또는 맞춤형 서비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모든 기업의 로망이자 성배다. 소비자의 니즈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아니, 사실은 소비자도 자신이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자신의 취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개인화와 맞춤형 서비스는 움직이는 타깃을 맞히려는 것과도 같다는 표현에 공감이 갈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열의와 실력을 다해 고객의 니즈를 읽으려 노력할 때 소비자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바일과 웹은 물론 오프라인상에서 수집되는 소비자 선호 정보의 폭증, 디지털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의 확대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 거래와 탐색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디지털 재화를 하나 더 늘리는 데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거의 ‘영(0)’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공급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기존의 전통 산업보다 디지털 기반 산업이 일견 수월해 보인다. 더욱이 일단 궤도에 오르고 나면, 새로운 고객을 한 명 더 끌어들여 플랫폼에 얹을 때도 추가되는 비용이 크지 않다.


넷플릭스와 소비자들이 창조한 소우주

넷플릭스에게 강력한 수학적ㆍ정량적 데이터 분석 역량은 항상 자부심의 근원이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은 기존 세상에 없던 경험을 맛보고 있다. 그들의 빅데이터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매우 인상적이다. 2019년 9월 현재 1억 2,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매일 총 1억 4,000만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보내고, 4억 5,000만 개의 디바이스를 점유하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홍보 담당인 조리스 에버스(Joris Evers)는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하나의 넷플릭스가 아닙니다. 3,300만 개 버전의 넷플릭스입니다.”


단 하나의 표전적인 구독자를 타깃으로 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데이터 과학은 세분화를 통한 개인화의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보유한 콘텐츠를 1,000개 이상의 분류법으로 구분한다. 그 근간은 장르(공포, 멜로 등), 길이(단편, 중편, 장편 등), 완결도(매끄러운 결말, 여운을 많이 주는 결말 등), 분위기(기괴함, 명랑함 등) 등이다.


이처럼 세분화된 특징의 조합은 총 7만 7,000개에 가까운 마이크로 장르(micro-genres)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고객의 행동 성향 분석 결과까지 더한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므로 75~80%의 소비자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철학은 대량 생산을 통해 평균적인 대규모의 고객 집단을 상대로 돈을 버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격한다. 그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를 통해 규모와 수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려고 한다.



디즈니, 비과학을 과학으로

스토리텔링 머신을 꿈꾸다

전통적으로 창작ㆍ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작의 출시 여부에 따라 부침이 심한 전형적인 비(非) 예측적 사업이었다. 대작이 탄생하는 데에는 영감 있는 작가의 역량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중세와 근세는 왕을 위시한 권력가의 후원과 유통 채널을 확보했느냐, 교향악단과의 협연이 가능한 공연 자본과 손을 잡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더 근래로 와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제작 역량 등 재능, 유통 그리고 자본이 결합이 흥행의 경정 함수였다.


이런 산업 형태가 케이블TV로 옮겨와 미디어 광고 자본의 힘을 빌림으로써 가치 평가 가능성(예: 광고 단가)과 흥행에 관한 예측성(예: 시청률 추이)이 조금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창작과 유통의 세계 한복판에서 디즈니가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빠르게 과학화하고 있다. 예측성, 확장성을 대변하는 ‘과학’과 창의성을 대변하는 ‘예술(시)’이 결합했을 때 갖는 신선함과 파괴력의 단면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계가 스토리텔링을 해낸다면?

디즈니 사업의 요체는 한마디로 말하면, 스토리텔링이다. 넷플릭스가 고객 자신도 잘 모르는 고객의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좇는다면, 디즈니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연구한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는 훌륭한 극작가의 영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상식인데, 훌륭한 작가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비즈니스라는 것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콘텐츠 비즈니스로 큰돈을 버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판가름 난다.


만약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기계가 자동으로 해낼 수 있다면, 그래서 훌륭한 극작가의 제한적인 역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보완은 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 시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NTU)과 알리바바가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이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디즈니 리서치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한 보양 리(Boyang Li)가 그런 노력을 이끄는 주역이다. 보양의 연구 분야는 이른바 ‘컴퓨터에 의한 이야기 지능(Computational Narrative Intelligence, CNI)’ 개발이다. 즉, 기계가 스토리를 만들고, 이야기하고, 이해하며, 이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스토리는 정말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창의력의 징표이고,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디즈니에서 내가 하는 일은 바로 지능화된 기계가 스토리를 이해하고, 창작하며, 양방향의 대화를 적절히 관리하고, 스토리에 적절히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토리’라고 부르는 복잡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혼합 활용해 ‘의미(meaning)’라는 것을 바닥에서부터 다져 만들어내야 한다.”


보양이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단면을 살펴보자. 그는 심층신경망과 다매체 추론 방법(multimodal reasoning)기술을 활용한다. 첫째, 심층신경망은 인간의 인지 능력에 기반해 직관적으로 풀던 문제(예컨대 사물을 인식하고, 소리에 반응하며, 나아가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으면 눈물로 공감을 표할 줄 아는, 말하자면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를 컴퓨터가 풀도록 하겠다는 인공지능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기술이다. 인간의 대화를 알아듣고, 이미지를 인식하며, 병뚜껑을 따는 등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딱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람은 쉽게 해내는, 그런 일들이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컴퓨터 스스로 학습을 해야 한다. 학습이란 약간의 가설을 가지고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다. 여기서 가설은 이 문제를 왜 풀려고 하는지에 관한 목적성을 뜻하고, 경험은 사실 시행착오를 뜻한다. 이런 문제는 개념의 복잡성(complexity of concepts)을 특징으로 한다. 일종의 개념 나무(trees of concepts)를 세워가는 것인데, 이를 계속 전개해나가다 보면 그 층(layer)이 두터워(deep)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딥러닝(deep learning) 접근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둘째, 다매체 추론 방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사람: 이봐 기계! 저 하늘에 떠 있는 초록색 연은 꼭 독수리를 닮은 것 같지 않아?

기계: ….


훈련되지 않은 기계가 이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뻔하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려면 사람처럼 다중의 매체(듣고, 보고, 읽고)에 관한 복합적인 인지(cognitive)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텍스트 질문을 이해하고 시각적으로 처리한 정보를 활용해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하는 기술적 방법이 다매체 추론이다.


스토리텔링을 기계가 맡기기 위한 디즈니의 혁신적 노력을 더 살펴보자. 고품질의 스토리를 자동 생성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려면 우선 기계가 스토리를 접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자동으로 그 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스토리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인공지능 모델을 본격적으로 만들고자 할 때 우선 넘어야 할 산은 당연히 이야기 데이터 문제다. 자율주행차의 예를 보자. 우선 수많은 사진을 수집해야 한다. 그런 다음 머신러닝을 위해 가로수, 신호등, 사람, 자동차, 차선 등 각각의 물체를 박스로 표시하고 기계에서 각 물체의 명칭(class)을 일일이 알려주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데이터가 준비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웹상의 많은 이야기 데이터는 객체 지칭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보양은 대안을 생각해냈다. 바로 사람들이 SNS상에서 즐겨 쓰는 ‘좋아요’, ‘싫어요’ 표시를 객체 지칭의 대용품으로 활용한 것이다. ‘좋아요’ 표시가 많이 된 본문 글들을 인공지능에게 꾸준히 학습시켜서 우선 어떤 글이 훌륭한지 아닌지, 다시 말해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 아닌지를 예측하게 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보양이 만든 디즈니의 ‘이야기 들려주는 기계’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기 전에,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동으로 평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밀레니얼 그리고 플랫폼의 도전

밀레니얼 챌린지

오늘의 밀레니얼(millenials)들은 대부분 디즈니에 익숙하다. 그들이 더는 전통적인 가족 구성의 모습을 띠지 않더라도 디즈니 만화와 영화를 시청하며 자란 유년 시절의 잔상은 매우 깊다. 미국은 보면 4~5인 가족이 테마파크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는 엄마와 아빠가 다른 채널(일테면 넷플릭스와 ESPN)을 부여잡고 있는 거실에서 벗어나 지하실 소파 앞에서 아이들끼리 모여앉아 디즈니 채널을 시청하는 것이 평균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인구 구성은 문명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가족 중심의 사회ㆍ경제활동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온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바로 테마파크다. 디즈니가 1955년 첫 번째 디즈니랜드를 개장하자 나머지 테마파크들은 일종의 템플릿을 하나 얻은 셈이 됐다. 한때는 라스베이거스마저 이런 추세에 발맞춰 가족 중심의 여행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설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성인이지만 자녀는 없는 고객군으로 주 소비층이 넘어가면서 디즈니의 고민도 깊어졌다. 분명 디즈니 브랜드 자체는 인구 구성의 변화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밀레니얼이 콘텐츠를 바라보는 독특한 특징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그래 왔기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데 익숙하다. 특정 브랜드의 이미 짜인 콘텐츠 대비 자연스러운UGC(User Generated Contents,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 각인 효과에 점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더욱 본질적으로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와 공연, 방영의 긴 리드타임(상품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속적으로 디즈니의 발목을 잡았다. 밥 아이거의 재직 시절을 돌이켜볼 때 디즈니가 모든 면에서 혁신의 속도가 빨랐던 기업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디즈니 테마파크에는 아바타랜드 외에 거의 새로운 볼거리가 없어, 플로리다 지역 컴캐스트-NBC유니버설스튜디오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졌다는 평이 많다.


스트리밍 세상, 어쩌면 좀 다른 기술이 필요해

몰입력을 극대화하는 테마파크 분야의 신기술, 애니메이션,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은 본질적으로 넷플릭스가 움직이는 플랫폼 기술과는 이종(異種)의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 플랫폼 또는 IT 인프라 기술의 채택에 관한 디즈니의 과거 성과는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큰 화면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뛰어난 기술 활용력이 과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사업에도 통할 것인가?’ 이것이 주요한 질문이다.


고객의 편의를 증진하는 검색과 개인화 기술, 나아가 오랜 기간 AWS와의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 기반으로 마이크로서비스를 최적으로 조합해온 넷플릭스의 운영 노하우를 단번에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등 스트리밍에 뛰어든 디즈니의 기술적 도전은 의외로 만만치 않다.


사실 요즘 시대에는 플랫폼이 대세이면서 최대의 격전지다. 제4차 산업혁명 분석가인 마이클 쿠수마노(Michael Cusumano)는 저서 <플랫폼 비즈니스(The Business of Platforms)>에서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전 세계 유니콘 중 60~70%가 플랫폼 사업자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또는 눈덩이 효과(상품이나 서비스를 매개로 가입자들 간 연결이 증폭되며 혁신이 가속화되는 현상)를 제대로 이해하고,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소수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현재 넷플릭스는 아마존과 함께 스트리밍 사업에서 플랫폼 사업의 효익을 증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자다.


실제로 지난 4년여 동안 디즈니의 매출 성장세는 연평균 약 7%대인 데 반해, 일찍이 플랫폼에 올라타 확장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넷플릭스는 연평균 32%의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온ㆍ오프라인에 걸쳐 훌륭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이지만,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플랫폼 사업 역량과 관련 운영 인프라 기술의 검증 및 고도화가 남겨진 숙제라고 하겠다.



스트리밍 격변 시대의 해답

스트리밍, 격변의 시기가 열리다

스트리밍이라는 성장 시장에 신구 미디어 플레이어들이 뛰어들면서 산업 재편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산업의 경쟁 구조를 내다볼 때 점검할 사항은 항상 두 가지로 모인다.


첫째, 많은 플레이어가 다 같이 먹고살 만큼 시장이 성장할 것인가?

둘째, 지배력 있는 사업자를 통해 산업이 재편될 것인가?


우선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의 엔터테인먼트 수요처라는 측면에서 ‘필수재(누구나 영화, 쇼는 가끔이라도 봐주어야 살아갈 수 있다)’가 소비되던 레거시 채널(케이블TV, 극장)이 새로운 채널(스트리밍)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경제와 소비가 크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레거시를 대체하는 트렌드(케이블TV에서 스트리밍으로)가 수요를 계속 창출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편입하길 기다리는 장르가 많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영화나 쇼뿐만 아니라 뉴스, 다큐멘터리, 스포츠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물론 퀴비와 같이 길이기 짧은 콘텐츠(10분 미만의 ‘짤방’) 등 스트리밍 세상으로 들어올 콘텐츠 카테고리가 아직 풍부하다.


아울러 스트리밍 시장에는 이커머스 산업에서는 아직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성장 동력이 추가된다.(지마켓을 위시한 한국의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광고 수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상품 매출 수입이 압도적이다). 바로 코드 커팅으로 인해 광고 루트를 잃고 헤매는 대기업들의 광고 예산이다. 일종의 풍선 효과라 할 수 있는 이 현상은 광고형 OTT 플랫폼이 성장 동인이 될 것이다. 장래에는 광고를 은연중 결합한 콘텐츠 스트리밍 장르로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차례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전통 케이블TVㆍTVㆍ통신사업자들의 반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편입ㆍ생성되는 새로운 장르들로 인해 경쟁 구도에 원심력이 작용하고 파편화가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가 통용되는 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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