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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키운다는 것
저   자 : 스기하라 유이치로(역:나지윤)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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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키운다는 것


작은 기업이 이뤄 낸 규모의 경제: 하루 최대 7만 개 생산의 비밀

단 하나의 상품으로 매출 1,000억을 이루다

도쿄 도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샛노란 병아리가 그려진 하얀색 배송차를 심심찮게 목격했으리라. 그 차량을 운행하는 회사는 450엔짜리 도시락을 하루 6만~7만 개 배달하는 다마고야다.


현재는 최대 7만 개의 도시락을 판매하는데, 이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 도쿄 돔의 수용 인원은 약 4만 6,000명, 콘서트를 열면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도쿄 돔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 도시 락을 하나씩 나눠 준다고 해도 2만 개가 남는 셈이다. 대형 편의점 도시락이나 전국 단위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도시락 업체의 판매량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미리 만들어 놓은 도시락이 아닌 주문 을 받고서 그날 만들어 배달하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하루 7만 개는 독보적인 판매량이다.


놀라운 속도의 비밀, 1일 1메뉴와 기계화

다마고야는 1일 1메뉴가 원칙이다. 이를 고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단일 메뉴이므로 대량 제조가 수월하고 갑작스러운 수요 변동에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아울러 대량으로 식자재를 납품받으면 그만큼 단가가 낮아진다. 같은 가격이라도 보다 양질의 식자재를 사용하게 되므로 비슷한 가격대 상품보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도시락은 도쿄 오타구에 있는 공장(제1공장, 제2공장, 라이스 센터)에서 만든다. 전날 사전 작업을 해 두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락 공장은 당일 오전 4시부터 가동하는 게 원칙이다. 오전 2시에 직원 10명 이 출근해 식자재를 확인하며 품질 검사를 한 뒤 도시락 사전 준비에 착수한다. 4시가 되면 조리 및 취반 담당 직원 약 50명이 출근해서 본격적으로 도시락 생산을 시작한다.


정오까지 6만~7만 개의 도시락을 완벽하게 배달하는 또 다른 비결은 기계화다. 다마고야는 적극적으로 기계를 도입해 자동화와 효율화를 도모해 왔다. 특히 반찬 조리는 일찌감치 기계화를 추진해 채소 자르기, 튀기기, 굽기 등 갖가지 조리 과정에 기계를 사용한다. 덕분에 제1공장에서 5만 개, 제2공장에서 2만 개로 합계 최대 7만 개 반찬을 세 시간 내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한 사전 작업

조리 및 취반 담당 직원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하지만 아직 그날의 주문은 제로다. 오전 9시가 되어야 비로소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주문량을 모른 채 밥과 반찬을 만들기 시작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시락을 만드는 건 아니다. 전 날 직원들이 회의를 통해 다음 날 수요를 예측하고 산출한 수요량을 기반으로 먼저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한다.


수요량은 날짜나 요일 등에 따라 수천 개 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요량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하루에 5만 5,000개를 밑도는 일은 거의 없다.


도시락 용기에 반찬을 담는 작업은 기계가 소화하기 어려워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가장 빨리 완성된 반찬을 담기 시작하는 건 대략 오전 6시 30분이다. 6시에 출근한 반찬 담당 직원들이 일사천리로 반찬을 용기에 담는다.

담기 작업은 전체적인 리듬이 생명이다. 그래서 숙련도에 따라 직원들을 세 레인에 나눠 배치한다. 가장 숙련도 높은 레인은 메이저리그, 그다음 단계는 마이너리그, 가장 낮은 단계는 유소년리그 격인데 숙련도가 올라가면 메이저리거가 되고 시급도 당연히 오른다. 메이저리거급 프로 중에 젊은 직원은 찾기 힘들다. 20~30년 근속 근무를 해 온 직원이 대부분이다.


레인 하나에서 나오는 반찬을 1분간 도시락 용기에 담는 수는 평균 100개다. 레인은 총 세 개가 있으니 1분간 만들어지는 반찬 도시락은 300여 개다. 10분에 3,000개, 한 시간에는 1만 8,000개이므로 세 시간에 5만 개는 너끈히 맞출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전날 예측한 수요량만큼 밥과 반찬을 오전 9시 30분까지 준비해 둔다. 9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 날씨와 주문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부족분은 납품 업체에서 신속하게 재료를 공급받아 수요를 맞춰 나간다.


대량과 소량 생산이 모두 가능한 비밀

예측한 수량의 도시락이 완성될 9시 무렵부터 전화, 팩스, 인터넷으로 도시락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주문 접수를 담당하는 콜센터 직원은 90여 명이다.


상담원이 받은 주문은 배송 경로별로 분류되어 각 배송반에 전달된다. 더러는 주문한 내용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일도 생긴다. 이럴 때도 상담원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주문을 집계하는 직원은 시시각각 들어오는 주문량과 전날 회의를 통해 결정된 예측 수량을 비교해 가며 당일 주문량을 가늠한다. 고객의 주문량을 집계해 예정보다 많아질 것 같으면 대기하고 있는 조리·취반 직원에게 추가 주문을 넣는다. 때로는 날씨나 요일 등의 요소를 감안해 추가 주문이 들어오기 전부터 공장에서 여유분을 생산해 놓기도 한다.


다마고야는 재고율을 낮추기 위해 예측한 수량보다 약간 부족한 정도로 식자재를 새벽에 조달해 도시락을 생산한다. 오전 9시 이후에 주문을 받으면 부족한 분량의 식자재를 추가로 조달한다. 주문량이 예측 수량을 크게 웃돌지 않는 한, 추가 주문은 작은 단위로 여러 번 나눠서 들어간다. 보통은 수백 개 단위로 추가 주문을 내지만 100개 단위가 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시스템은 재고를 낮추는 데는 기여하지만 갑작스러운 주문 폭주 등으로 식자재가 부족해지면 주문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위험도 있다. 다마고야는 이를 대비해 추가분 반찬을 15~30분 이내에 납품업체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덕분에 아무리 주문이 폭주해도 최대 30분 안에는 반찬을 납품받아 도시락을 생산해 낸다. 덧붙이자면 반찬은 단시간에 추가 생산이 가능하지만, 밥은 쌀을 불리고 짓고 뜸을 들이는 데 최소한 40분은 걸리므로 처음부터 예상보다 많은 양을 해 둔다.



원 아이템 비즈니스의 경쟁력: 원가율 53퍼센트로 이익을 내는 법

거래처는 고정하지 않는다

다마고야는 거래처를 고정해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역시 양질의 식자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수많은 식자재 업체들이 날마다 다마고야 본사를 문턱이 닳도록 방문한다. 생선 업자가 소금구이한 생선 토막을 가져오면 구매 담당자가 시식해 본다. 맛이 있으면 생선에 적합한 조리법을 구상하고 도시락 반찬으로 어울린다는 판단이 서면 가격 협상에 돌입한다.

다마고야 도시락은 일본 전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식자재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독자적인 조달팀을 거느린 건 아니다. 대부분 중간 도매상에게 매입을 위탁한다. 다마고야가 채소 구매를 위탁한 업자는 아래로는 오키나와에서 위로는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국에 위치한 생산자들을 훤히 꿰고 있다. 덕분에 계절마다 싱싱한 제철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조달받는다. 업자에게 다마고야 메뉴 내용과 대략적인 주문량을 미리 전달하면 필요한 양 만큼 납품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양배추라도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시기마다 싱싱한 산지가 다르므로 홈페이지에 “금일 사용하는 양배추는 아이치현 도 요하시산입니다.”라고 자세히 소개해서 양질의 식자재를 사용하고 있음을 홍보한다. 산지에서 수확한 양배추는 도매시장을 경유한 뒤 슈퍼 등 소매시장 매대에 진열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과정이 일주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다마고야는 산지에서 구입한 양배추를 위탁 업자가 직접 보내주므로 수확한 지 3일 후에는 도시락에 들어간다.


채소 수입을 위탁한 업자들은 자체적으로 절임 공장을 가지고 있어 메뉴에 필요하면 배추나 나물을 하루 전에 절임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신선한 채소를 절여 다음 날 아침에 납품해 당일 도시락에 올라오는 것이다.


고기는 도시락의 메인 반찬이므로 각별히 공을 들인다. 본래 다마고야에 고기를 납품하던 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폐업하면서 대표가 다마고야 직원으로 입사했다. 누구보다 고기 산지 및 유통 경로에는 빠삭할 테니 그에게 고기 매입을 맡겼다. 고기만 자르는 공장도 세웠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양질의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들여오면 공장에서 메뉴에 맞게 고기를 잘라 조리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공장을 세워 식자재 유통 단계를 줄였더니 비용이 절감되는 동시에 신선도까지 유지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생선은 주거래 도매상 세 곳을 통해 매입한다. 생선은 고기와 달리 위생 관리가 까다로워 생선을 자르는 공장을 세워 직접 가공하면 오히려 비용이 커진다. 차라리 신뢰하는 업자를 통해 소분, 가공 단계까지 거친 뒤에 납품받는 게 합리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다

다마고야가 양질의 식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은 하루 최대 7만 개라는 판매량에 있다. 요컨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최대 7만 개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하면 가격이 대폭 할인된다. 2만 개, 3만 개, 5만 개… 도시락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좋은 식자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반찬 수가 늘어난 것도 각각의 식자재 단가가 낮아진 덕분이다.


경쟁업체는 식자재를 비싸게 구입하고 원가율은 40~42퍼센트인 반면 다마고야는 식자재를 값싸게 구입하고 원가율은 53퍼센트다. 애초에 식자재 구매 단가부터 차이가 나므로 원가율 차이 이상으로 다마고야의 도시락 품질이 월등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53퍼센트라는 다마고야 원가율은 단가 차이까지 감안하면 다른 업체의 60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인 셈이다.


최상의 품질을 위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다마고야 도시락 하면 많은 사람이 식감을 자극하는 알록달록하고 푸짐한 반찬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마고야가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밥이다.


별것 아닌 메뉴인데 자꾸만 손이 가서 자기도 모르게 과식했던 경험이 있는가? 그건 밥이 맛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찬이 맛있어도 밥이 맛없으면 좀처럼 그릇을 비우기가 힘들다. 반대로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별로라도 술술 들어간다. 밥맛은 이처럼 도시락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아는 도시락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반찬 구성은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밥맛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시락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마고야가 쌀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쌀을 구입하는 시기가 되면 심사숙고해서 좋은 쌀을 고른다. 최소한 전년도 쌀의 품질만큼은 유지하는 것이 철칙이다. 좋은 쌀이라면 예산이 허락하는 한 거래한다.



IT없이 만들어 낸 수요 예측 빅데이터

고객을 자주 만나는 구조를 만들어라

실제 수요에 가깝게 예상치를 산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다마고야는 이 작업을 IT 기술의 도움 없이 사람의 힘으로 해낸다.


우선 배송 기사가 오후에 빈 도시락을 수거하면서 잔반을 살피고 고객과 접촉해 얻은 정보를 종합해 수요 예측 보고서를 작성한다. 다마고야 배송 기사는 하루에 고객을 두 차례 대면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도시락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맛에 대한 반응, 희망하는 메뉴, 고객사의 행사나 휴일 정보 등을 수집한다.


“내일은 회의가 많아 직원 대부분이 사무실에 있을 겁니다.”

“큰 판촉 이벤트가 있어서 외근 나갈 직원이 많을 겁니다.”


빈 용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객이 전해 주는 정보는 다음 날 도시락 수요를 예측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배달 후 다시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다마고야가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고수하는 이유다.


하지만 배송 기사들이 발품을 팔아 수집해 온 정보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도시락 용기를 회수하면서 “오늘 도시락 어땠나요?”라고 담당자에게 한마디 건네면 “OO가 인기가 많았어요.”라든지 “오늘은 양념이 좀 진했어요.” “요즘 튀김 반찬이 많네요.” 같은 세세한 반응이 돌아온다. 가끔은 회수하면서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날의 도시락 평가부터 다마고야 도시락에 바라는 점 등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메뉴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메뉴도 주문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시락 식단에 낫토가 포함되면 관서 지방 계열의 회사에서는 주문량이 뚝 떨어진다. 낫토가 전통적으로 관동 지방 음식이라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낯설기 때문이다.


재고를 줄이는 구조

0.1퍼센트라는 폐기율이 가능한 것은 수요 예측의 정확성과 더불어 다마고야만의 배송 시스템과도 관련이 깊다. 앞에서 설명했듯 전날 예측한 수요보다 약간 모자란 양을 만들어 두고 부족분은 나중에 보충하는 형태로 배달하기 때문이다.


도시락이 완성되면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 순으로 순차적으로 배달을 시작한다. 주문이 마감되면 차량별로 부족분이 집계된다. 9시부터 주문 접수를 시작해 10시 30분 마감까지 최종 6만 1,000개 주 문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신속히 납품업체에 연락해 4,000개 추가분 식자재를 주문하면 15~30분 사이에 도착한다.


그동안 배송차들은 실시간으로 과부족 상황을 공유하면서 수요에 대처한다. 원거리 차량의 부족분을 중거리 차량이 메꿔 주고 중거리 차량의 부족분을 근거리 차량이 메꿔 준다. 마지막으로 추가 물량 4,000개를 실은 예비차가 출발해 근거리 차량의 부족분을 보충한다. 그러면 12시까지 모든 도시락이 전달된다.


외부 변수에 촉각을 세워라

태풍은 가뜩이나 어려운 수요 예측을 한층 어렵게 하는 요소다. 태풍이 와도 지하철이 운행하면 기본적으로 배달량은 증가한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출근은 하되 외근은 가급적 피하기 때문이다. 평소 보다 5퍼센트 정도는 늘어나므로 전날 6만 개를 예측했다면 3,000개는 추가로 만들어 둔다.


태풍만큼 난감한 상황은 또 있다. 출퇴근길 시간대에 지하철이 멈춰 버리는 일이다. 인명 사고나 차체 결함 등 최근에는 오전부터 멈추는 일이 더러 일어난다. 오전 9시가 지나면 상관없지만 오전 7~8시에 지하철이 멈추면 출근 시간인 9시를 넘기기 일쑤다. 다마고야 주문 마감은 10시 30분. 당연히 주문량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 멈춰서 30여만 명의 발이 묶였다 치자. 그 중 1퍼센트만 고객이라고 해도 3,000명, 하루 매출 3,0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다마고야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이처럼 도시락 주문은 날씨나 교통 정보에 대단히 민감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TV와 라디오를 켜 놓고 주문 마감까지 늘 기상과 교통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마고야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600여 명이라 재고가 600개 생기면 자체적으로 소화가 가능하다. 직원용 도시락은 미리 만들어 두지 않으니 남은 도시락을 직원에게 제공하면 된다.


달리 말하면 재고를 메꾸는 데는 600개가 최대치라는 뜻이다. 도시락이 600개 이상 남는 경우, 현장에서 구매할 고객을 찾거나 오후 1시 이후에 할인 판매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몇몇 사람들은 다마고야의 시스템이 특별한 기술을 사용해서가 아닌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시스템에 특정 기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수요 예측을 위해 고객을 하루에 두 번 만나 하나씩 직접 물어보고, 설문조사나 잔반을 보고 니즈를 연구한다. 주문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했듯 인터넷 주문은 10퍼센트에 불과해 대부분 전화나 팩스로 들어온 주문을 신속하게 집계해 추가 생산을 주문하고 배송반에 전달한다. 이를 전달받은 배송반은 어떤가. 배송 기사가 가지고 있는 기계라고는 차량과 휴대폰이 전부다.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믿기 힘들 만큼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지만 최단 거리 경로를 연구하고 납품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IT 시대에 과학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왠지 도태된 것 같은 인식 탓에 다마고야의 방식이 유독 튀어 보이는 건 아닐까.



1을 10으로 만드는 리더의 조건

사업을 일으키기 vs. 사업을 10배로 키우기

다마고야 경영을 맡았던 1997년 당시, 1일 도시락 판매량은 2만 개였다. 2018년 현재는 7만 개에 이른다. 매출 규모가 커진 만큼 직원도 늘었다. 매출 규모만 보고 누군가는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섰다고 추켜세우지만 이는 경영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창업주는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이다. 반면 사업을 물려받은 2대는 1에 1을 얹어 2를 만들고 2에 다시 1을 얹어 3을 만들어 간다. 0에서 1을 만드는 것과 1에서 차곡차곡 쌓아 10을 만드는 것, 어느 쪽이 더 힘들까? 논란은 있겠으나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0에서 1을 만드는 데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에서 10으로 늘리는 데 능한 사람이 있다.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은 1에서 10으로 늘리는 건 서툴지도 모른다. 이 런 타입은 10으로 늘려가는 데 금세 흥미를 잃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다시 0에서 1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날마다 창업을 꿈꾸며 머릿속에 아이템이 무궁무진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1에서 10으로 늘리는 건 잘해도 0에서 1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서툰 사람도 있다. 스타트업보다 완성된 조직을 크게 키우는 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이런 부류다.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성향이 다를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나보다 낫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경영 능력을 100퍼센트로 봤을 때 90퍼센트는 내가 우수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나머지 10퍼센트는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임을 나는 안다.


흑자 중소기업이 폐업에 내몰리는 이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실적 악화로 사업을 접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즈음 폐업하는 회사의 절반 이상은 흑자 경영이다. 실적이 탄탄한 회사가 왜 폐업을 할까?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가장 큰 이유는 후계자 부재다.


중소기업은 소유주가 경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성공적으로 승계하는지가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요소가 된다. 요즘은 인수합병이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친족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나 또한 다마고야 창업자이자 부친인 스가하라 이사츠구 회장에게 기업을 물려받았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자질과 소양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이런 자질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시키지 않으면 저절로 몸에 배기 힘들다. 나이가 들수록 후천적인 교육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어린 나이부터 충분히 리더의 자질을 양성해야 하는데, 아이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정에서 부모와 소통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부모와 전혀 다른 인간형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자식이 어릴 적부터 회사를 경영하는 인간형으로 자라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 아무리 좋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탁월한 스펙을 쌓아 사업을 물려받은들 순조롭게 기업을 이끌 확률은 높지 않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 겪는 후계자 문제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부모 자식 간의 복잡한 속내와 후계자 교육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사를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

냉정히 말하면 폐업도 회사를 위한 선택이다. 사업 승계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채 매출이 부진한 사업을 속절없이 안고 간다면 폐업조차 힘들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폐업’은 경영자가 자체적으로 회사를 접는 걸 뜻한다. 부채와 직원 급여 문제를 완전히 정산해서 회사로서 책임을 다하고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하면 법인등기가 말소된다. 반면 자금 사정이 어려워 거래처에 지불할 자금이나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회사 경영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도산’이다.


회사를 계속 운영해 나가야 할지 아니면 접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우선 회사에 장래성은 있는지, 사업 아이템은 유망한지, 후계자가 있는지, 있다면 리더로서 자질과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고 후계자가 없거나 있어도 기대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친다면 자금 여유가 있을 때 폐업을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최근 정부도 중소기업 사업 승계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자체에서 ‘사업인수 지원 센터’를 설치해 중소기업 인수 합병을 지원하거나 후계자 육성 사업에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혹은 동종 업계가 회사를 통째로 인수해 수익성 나쁜 사업은 정리하고 수익성 좋은 사업만 지속해 나가는 일도 있다. 직원은 고용이 보장되고 전 대표에게는 회사를 매각한 수익이 생긴다. 게다가 후계자가 없어도 회사가 유지되니 일석삼조다.


자력으로 후계자를 찾지 못한다면 위와 같은 대안들을 고려해 보라.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지 중요한 것은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실패를 줄인다.



성장 뒤 숨겨진 위기에 대비하라

과도한 가격 경쟁에 휘둘리지 마라

심각한 사건이 터졌다. 하루 100개 물량을 주문하는 대규모 거래처를 경쟁사에 빼앗긴 것이다. 그것도 두 곳, 도합 매출 200개가 날아갔다. 다마고야에 들어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다마고야가 눈에 띄게 판매량을 늘리면서 경쟁 업체의 표적이 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다마고야에 주문하는 기업체에 경쟁사가 영업을 오면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제안한다고 한다.


“다마고야 가격에서 50엔 더 싸게 드리겠습니다.”


주문량이 많을수록 도시락 가격을 할인해 주는데 그 가격을 묻는 건 상도덕에 어긋난다. 그래서 다짜고짜 이런 식으로 협상을 걸어 오는 것이다.

저가로 승부하는 경쟁업체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다마고야도 가격을 깎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양쪽 모두 손해다. 다마고야는 가격을 내리는 대신 품질에 투자하고 고객에게 이를 어필하는 데 주력한다. 다마고야 도시락은 450엔, 경쟁업체 도시락이 380엔이라면 70엔의 가격 차를 고객에게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것이다.


다마고야의 원가율은 타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는 다마고야가 타사보다 식자재에 많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게다가 하루 평균 6만~7만 개를 생산하는 규모가 되면 납품업체가 식자재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품질 좋은 자체 개발 브랜드를 만들어 준다. 그만큼 양질의 식자재를 타사보다 싸게 구입하게 되므로 다마고야의 원가율 50퍼센트는 타사의 원가율로 따지면 60퍼센트 정도에 해당한다. 조리 과정에서도 고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튀김옷은 최대한 얇게 만들고 늘 신선한 기름에 한 번만 튀긴다. 그래서 자신 있게 “다마고야 튀김은 맛있고 위에도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라고 어필할 수 있다. 도시락 용기를 회수할 때 배송 기사가 이런 설명을 해주면 고객도 다마고야를 신뢰하게 되고 타사의 저렴한 가격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업의 미래 방향성을 정한다는 것

중소기업의 나라, 이탈리아에게 배운 것

왜 다마고야 사업을 확장하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이 묻는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일본 전역에 사업을 확장한다면 도쿄뿐 아니라 일본의 모든 사람들이 다마고야 도시락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다마고야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주문량을 더 늘리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판매 지역이 넓어지면 기존의 배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상당한 부담이다.


‘최고의 도시락을 최고의 배달 서비스로 제공한다.’


다마고야의 경영 철학이자 고객에게 하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주문량이 늘어나도 의미가 없다.


다마고야도 지역성을 살려 도시락을 만들고 싶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열중하기보다 기존의 고객을 소중히 여기면서 다마고야 도시락만의 고유성을 지키고 싶다.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라 오직 다마고야 도시락만의 맛을 지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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