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리더의 질문
 
지은이 : 권오현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0년 09월




  •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최고 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권오현 전 회장. 그의 33년 경영 전략을 담은 《초격차》는 2018년 출간 즉시 국내 기업과 리더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임기를 마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신간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을 들고 ‘위기 극복’이 화두가 된 현재의 기업과 리더들 앞에 다시 돌아왔다. 

    저자는 공개 석상에서 책에 대해 부연 설명하거나 즉흥적으로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스타트업 창업가, 가업 승계자, 전문 경영인 등과 같은 중소, 중견 기업의 리더들과 만나면서 《초격차》로부터 뻗어 나온 현실적 질문과 다양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은 오늘날 기업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서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풍부한 노하우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낸 책인 셈이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


    리더 _혁신과 문화의 선도자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요?_ 경영자의 길, 관리자의 길

    “우리 회사 사장은 사장급이 아니라 대리급”

    1950~1960년대 우리나라는 창업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은 거의 모드 그 당시에 설립되었고, 창업가들은 각 사업 분야의 전성이 되었습니다. 각 기업은 선진 회사를 카피하면서 시작했지만, 점점 규모도 키우고 연구 개발도 하면서 패스트 팔로어로 성장해나갔습니다.


    카피 시대, 패스트 팔로어 시대의 경영 전략은 선진국에서 해왔던 방법을 철저히 분석해야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실수와 실패 없이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속전속결(速戰速決),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의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잘 운영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가 된 셈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패스트 팔로어 시절에는 참고할 대상과 자료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스스로 구상하고 실현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화 시대에 경험했던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에 빠져 아직도 현재의 경영 방법과 방식으로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만심 혹은 무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 방식대로 열심히 하면 극복될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는데 아직도 많은 기업들의 경영 방식은 구태의연합니다. 향후 새로운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아직도 실수를 피하려고 모든 시간을 관리하는 데만 쏟는 사람이 유능한 인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재가 과거에는 유능한 경영자였을지 모르나 현시대 상황에서는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그런 유의 경영자를 ‘전문 경영자’ 라고 부르지 않고 ‘전문 관리자’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관리자 중 최고로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지요.


    사원들의 회식 자리에서 “우리 회사 사장은 사장이 아니라 대리급이야.” 라는 말이 아직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본다.” 보다 더한 “숲은 못 보고 나무는 안 보고 나뭇잎만 보는” 경영자도 많습니다.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_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

    기업은 항상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경영자들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위기란 정상적으로 경영을 못 하는 상황에 처해 회사의 존망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회사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는 외부에서 기인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피해를 주는 코로나19 사대와 같은 천재지변을 제외하면 기업에 영향을 주는 위기 요인들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리더의 자만, 오판, 무지 등으로 인해 위험의 징조를 간과하고 있다가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기업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위기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처하는 것은 모두 리더의 몫입니다.


    위기는 해결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리더들이 어떠한 어려움에도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유능한 인재를 꾸준히 키우고 확보한 조직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위기는 우리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건설은 오래 걸리지만 파괴는 순식간에 이루어지듯이 위기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위기의 진행보다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절대로 우유부단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미봉책에 그치고 완벽하게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핑계로 과거로 회귀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의 책임입니다.


    최고 경영자들은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_ 두려움의 감옥에 갇힌 리더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3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창업자, 후계자(창업자의 가족), 그리고 전문 경영인입니다. 물론 복합된 형태로 운영되지만, 한마디로 주요 사항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를 말합니다. 미국의 전통적 산업에는 창업자의 후손들이 직접 경영하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 경영인 체제가 많은 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영 혹은 공영 기업을 제외하면 거의 창업자 또는 그 후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거나 전문 경영인들과 함께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경영자

    창업자들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입니다. 작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등 창업자들이 이룩한 성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만든 인물입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중소ㆍ중견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갑자기 창업자들에게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사회적ㆍ법적 제약 탓도 있겠지만 창업자의 잘못된 운영 방식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의 크기에 비례해서 독단적 성향도 커지고 안타깝게도 자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지요.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종종 있지만 독단적 성향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동안의 성공에 자만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의 방식과 생각으로 무작정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모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라도 같은 작전으로 계속 우승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경영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혁신 _생존과 성장의 조건

    리더는 어떻게 혁신을 해야 할까요?_ 사활을 걸고 밀어붙여야 하는 일

    혁신의 결과는 조직의 사활

    혁신은 단기 생존이 아니라 장기 생존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을 넘지 않는다는 최근 보고서를 보면 그만큼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지속 성장을 하는 회사와 단기간에 사라지는 회사는 무슨 차이로 그렇게 되었을까요?


    서로 다른 사업군이라면 사업 특성이나 환경 등의 차이로 비교하기가 어려울지 모르나, 동종의 사업을 하는 회사들 간에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시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낮을지언정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섬유 산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여겼지만 아직도 섬유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미 사라진 기업들이 최고 경영자나 리더들의 혁신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는 기업의 최고위층 리더들이 가진 생각과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한 개선과 지속 성장하기 위한 혁신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런데 혁신과 개선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개선 활동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 나름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개선은 조직의 손익으로, 혁신은 조직의 사활 死活로’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죽지 않으려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면서 조금씩 개선에만 만족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도 당연합니다. 실무자는 개선의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반면에 리더는 원가 절감이나 생산 관리 같은 ‘개선’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리더들이 현재에 만족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전문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듯합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3가지 힘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곳은 실리콘밸리입니다. 무엇이 혁신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우리도 혁신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혁신 의지가 있는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혁신 의지와 더불어 리더는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이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혁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기에 통찰력이, 사활이 걸린 결정을 해야 하기에 결단력이, 어려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을 해야 하기에 실행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혁신을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리더가 혁신의 선도자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혁신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실제로 업무를 맡아줄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인재를 어떻게 선발하고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_ 기존의 인재 프레임은 폐기하라

    카피 시대,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는 자본도 리소스도 부족했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빨리 추격해야 하므로 실수를 하지 않고, 성실하고,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갑자기 변해버렸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카피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시대에는 카피 시대의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자신이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시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실수라면 용납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인재 선발을 위한 제안

    과거에는 대기업 대부분이 공채 시험과 면접을 통해서 인재를 선발했습니다.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계열사에서 자체로 수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신입 교육은 다 같이 가서 연수를 받았으므로 크게 바뀐 것은 없는 셈이었습니다. 각종 성적표와 자격증을 보고, 기업 나름대로 시험을 보고, 기술 면접과 인상 면접 등을 모두 통과한 사람을 뽑아서 부서별로 배치하는 식이지요.


    이런 인재 선발 시스템은 보편타당한 모범생만을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모범생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인재 선발에 있어서 기업들이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성실하고 공부 잘해서 명문대를 나온 인재를 선호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 인재를 바라볼 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입사 시험은 미래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은 특정 지식이 있다는 결과만을 보는 것이지 그것을 획득하는 과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등과 같은 과정도 중요한데 시험 결과 자체로는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지식을 쌓을 역량 유무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추천서’ 와 ‘면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활용되지 못하는 제도입니다. 먼저 추천서에 대해서는 그 신뢰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천서가 실제 모습과 다르거나 단순히 “품행이 단정하고 노력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라는 식의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잘못된 관행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만일 추천서의 내용이 과장됐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기업은 그런 추천서를 써준 사람이 추천한 인력은 뽑지 않으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 자정기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공채로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면접을 통해서 개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살펴보고, 또 입사 후에는 함께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하면서 서로 성장해나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여전히 모범생을 뽑아서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게 집어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특출한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언제 어디서 거대한 파도가 밀어닥칠지 예상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인재, 평가, 교육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결정하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_ 안전한 길에서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리더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타이밍에 대해서 많이 고민합니다. 어떤 리더들은 완벽하게 하려고 회의를 많이 하고 보고 자료를 계속 요구합니다. 당연히 검토하는 시간이 길어지겠지요. 검토를 오래 한다는 말은 결정을 빨리 못 내린다는 말과 같습니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퇴출’과 같은 의미입니다. “부족하지만 빠른 결정이 완벽한 느린 결정보다 낫다.” 라는 말은 그래서 정곡을 찌릅니다.


    무엇이든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리더는 지체하지 말고 실무자들에게 목표를 부여해서 ‘플랜 A’를 달성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단, 플랜 A가 결과적으로 잘 풀리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행할 것을 대비해 리더는 공개되지 않은 ‘플랜 B’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플랜 B는 리더 개인 또는 일부 스태프들과만 공유해야 하며, 절대 실무자들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플랜 B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플랜 A를 진행하다가 조금이라도 일이 잘 안 풀릴 때 플랜 B에 의존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목숨과 직위를 걸고 하는 것

    혁신은 단호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혁신을 시도할 때는 리더도 두려워하지만 그와 관련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더욱 두려워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지요. 계획할 때는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도 실제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주춤거립니다. 너무 위험 risky하니 시험 삼아 일부 부서에서 일정 기간 해보다가 잘되면 확대하자는 식입니다. 그럴듯하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한 혁신 사례는 없을 것입니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할 뿐입니다. 추진하기로 했으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이고 역할입니다.


    혁신은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진전이 있을 때도 있지만 실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잘 안 될 때는 ‘이것을 꼭 해야만 하나?’ 라는 의심으로 포기하려는 유혹에도 빠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리더가 그런 성향을 보이면 부하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않습니다. 혁신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임직원은 안 되는 이유만 찾든가 혹은 리더의 기분만 맞추려 합니다.


    추진하는 혁신의 목표를 임직원과 공유했다면 일관성 있게 꾸준히 밀어붙여야 합니다.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고 중도에 그치면 혁신에 대한 저항성만 커져서 다음에는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혁신이 사라진 조직은 서서히 쇠퇴할 뿐입니다.



    문화 _초격차 달성의 기반

    앞으로의 조직 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입니까?_ 초격차 조직의 3가지 키워드

    문화는 자연과 사회 환경에 적응해 조화롭게 살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창조물입니다. 환경이 변하면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만 관성이 있어 기존 문화를 현재 실정에 맞게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가장 편한 위치에 있고 가장 변하기 싫어하는 최고위층이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지요.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나 문화를 19세기 리더가 20세기 관점으로 만든다는 냉소적인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화에서 발견한 3가지 키워드

    경영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항목이 ‘조직 문화’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올바른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문화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척도입니다. 올바른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리더들이 솔선수범으로 원칙과 규칙을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리더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화를 정착시킬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문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시대 상황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겠지요. 올바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경영자들이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회사들을 벤치마킹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주어진 환경, 조직의 목표, 리더의 성향에 따라 변하는 속성 때문에 단순히 모방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성공을 달성한 조직도 모두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 때문에 벤치마킹이 과연 좋은 방법인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를 실현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저는 2010년에 “워크 스마트(Work Smart)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는 무엇일까?’를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저는 기업 또한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고 여기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여러 측면을 관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수십만 년 동안 지속 발전을 해온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회사나 조직은 생겼다가 사라졌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그런 위치까지 올려놓았을까요?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을 정복하겠다고 덤빈 종은 인간이 유일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위협하는 자연에 맞서기 위해 상호 협력을 통해서 삶을 개선시킬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다른 종은 도달할 수 없는 레벨, 즉 ‘초격차’를 이룬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발견한 세 가지 키워드는 도전(challenge), 창조(creativity), 협력(collaboration) 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워크 스마트 캠페인”의 행동신조로 정했습니다.


    초격차 조직의 조건: 도전, 창조, 협력

    ‘인간만이 도전합니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 인류가 수만 년이나 걸친 도전으로 남아메리카와 태평양의 섬까지 도달하는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남극이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고 도전하는 생명체는 인간 말고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이제 인간을 달과 화성까지 진출하겠다는 도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전을 끝이 없지요. 의도된 도전이 없는 조직은 발전 없이 사라져갈 뿐입니다. 도전 없는 조직은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인간만이 창조합니다.’ 초기 인류는 생존을 위해 먹고 잠자고 위험한 것을 보면 피하는 동물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는 화석만 남겼지만 인류는 창조물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발생한 변이로 인해 인간을 신체적으로는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되었습니다. 도구를 만들고 활용하면서 생각의 깊이도 월등해졌습니다. 도구와 생각이 상호 작용하면서 문명과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농업혁명, 산업혁명으로 자연을 극복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건을 만들면서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입니다. 조직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창조 없는 조직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을지 모릅니다. 창조 없는 조직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인간만이 협력합니다.’ 인간 외에도 협력이나 공생을 하는 생명체가 있지만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본능에 의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늑대들이 협력해 호랑이를 공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인간만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 계획을 세워 이해당사자와 협력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동물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적군이나 이종 異種과 협력하기도 합니다. 협력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했다면 인류는 아직도 석기시대에 머물렀을지도 모릅니다. 협력 없는 조직은 사라집니다.


    인간은 도전하고 창조하고 협력한 결과 만물의 영장이 되었고 어떤 생명체도 이루지 못한 초격차의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큰 차이가 없었던 네안데르탈인 같은 고생 인류가 멸종된 이유는 ‘도전’, ‘창조’, ‘협력’ 이란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취약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도전과 창조와 협력이라는 문화를 만들어놓으면 ‘초격차’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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