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
 
지은이 : 타일러 코웬(역:문직섭)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12월




  • 6퍼센트. 2016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을 ‘매우’ 신뢰한다고 대답한 미국인의 비율이다. ‘꽤’ 신뢰하는 비율은 12퍼센트였다. 한국의 상황 역시 미국 못지않다. 2017년 여론조사업체 원스리서치가 전국 성인 1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5.1%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나쁨, 매우 나쁨)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 학계, 정치권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연일 기업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하고, 기업에 대한 비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기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다 못한 나는 이를 반박하면서도 결코 비주류 의견으로 취급받지 않을 만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는 ‘기업과 자본주의의 파수꾼’을 자처한다. 이 책에서 경제학적 통찰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독점, CEO에 대한 보상, 기술 기업의 도덕성, 정경유착 등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사안을 바로잡는다.



    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


    새로운 친親기업 선언

    우리는 기업의 명성이 집중 공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민주당원들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일부 기업의 이상을 두고 입에 발린 찬사를 보내기도 하는 미국 공화당원들조차 속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공화당원 다수는 자유무역과 이민 제도, 기업의 역외생산을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지지한다. 또한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힌 언론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반기업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다 못한 나는 이를 반박하면서도 결코 비주류 의견으로 취급받지 않을 만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을 향한 비난은 일부 타당한 내용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제공하는 분명하고 실질적인 주요 혜택 두 가지에 비하면 그것의 의미는 무색해진다. 첫째, 기업은 우리가 소비하며 즐기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 둘째, 기업은 우리 대부분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존재다. 기업을 생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두 단어는 바로 번영과 기회다.


    무엇이 불만일까?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젊은 세대

    미국의 젊은 세대 대부분은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원들이 실시한 한 대표적인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18세에서 29세에 이르는 젊은 성인들의 42퍼센트만 자본주의를 지지한 반면 51퍼센트는 자본주의에 부정적이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자본주의 대신 무엇을 선호하는지 확신이 없었지만 놀랍게도 33퍼센트는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꼽았다. 비록 이전 세대가 이해하는 그런 사회주의를 뜻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에서 탄생한 거대 법인 기업의 형태를 좋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1960년대 급진주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반기업 정서가 더 많이 팽배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부분 젊은 세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

    오늘날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중도 매체까지 포함한 주요 언론 매체가 IT 대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유명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는 ‘거대 기술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에 관한 글을 쓸 때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은 놀랄 만큼 뛰어난 제품을 미국인들에게 때로는 무료로, 아니면 아주 낮은 가격에 제공해왔다. 정보 접근성을 놓고 보면 세계는 20년 전 거의 모든 사람이 상상할 수 있었던 수준보다 훨씬 더 촘촘히 연결돼 있으며, 이는 분명 우리 세대에서 이룬 인류의 가장 훌륭한 업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업들이 분해 또는 해체되거나 최소한 훨씬 더 엄중하고 철저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요란한 선전처럼 듣고 있다. 혹시 이런 기사들 중에 좋은 평가가 있다면 그건 신문이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분명히 부정적인 편견을 지닌 일부 부류들을 자극해 클릭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그저 그런 분석 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부상과 성장

    사람들은 좋든 싫든 기업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음식과 주거지, 의약품 거의 대부분은 기업에서 생산한다. 배우자나 연인을 온라인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 과정 또한 매치닷컴과 틴더 같은 기업들이 운영한다. 우리는 가정에서 삶이 원만하지 않을 때면 직장을 한숨 돌리는 쉼터나 힘을 북돋우는 원천으로 활용한다. 최근 극심한 비판과 세밀한 조사, 검증에 직면해 있기는 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 스마트폰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서 매일 주고받는 정보들 대다수의 연결 수단으로 남아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미국 정부가 정말 진심으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때 기업에 의지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미국 군대의 무기 시스템과 국가 도로망, 사회 기반 시설 대부분을 구축한 주체도 대기업이고 초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오바마케어(2010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옮긴이) 웹사이트를 정부가 제대로 고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도 기술 기업들이었다.


    좋든 나쁘든 기업들은 보다 많은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여기에는 심지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목표까지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오바마케어에서 비롯된 의료보험 보장 범위 확대는 대기업이 정규직 직원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하는 강제 조항 덕분에 가능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경우로 최저임금 인상을 법으로 결정하면 정부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며 일종의 사회 복지 기능을 수행하라고 명령하는 셈이다. 미국인들은 기업이 환경 보호에 더 많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종종 기업을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을 개발해야 할 당사자로 기대하기도 한다. 미국 내 빈곤 완화를 위한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근로장려세제는 비록 정부 기금으로 임금을 보충하고 그에 따라 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지만 사실상 민간 고용주, 즉 기업들을 통해 운영된다.


    미국의 경우 대기업은 19세기에 탄생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인간의 창조물이다. 우리의 감정과 체험은 이들을 매우 정확하게 평가할 정도로 진화하지 못했따. 나는 특히 여러분이 단순히 기업에 반대할 이유를 찾기 위해 일종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계속 논쟁거리를 제기하는 행위를 조심하기 바란다. 사람들은 이런 이유를 항상 찾을 수 있고, 그중에는 물론 부분적으로 타당한 이유도 일부 있다. 하지만 내가 모든 반기업적 논쟁을 다룰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업의 역외생산이 미국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지, 주요 음반 기업들이 로큰롤 장르를 황폐화시키는지, 또는 GMO(유전자 변형 생물)의 잠재적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주제는 다루지 않는다. 대신 오늘날 뉴스의 중심에 있으며 흔히 논의되는 주제를 선택하려 노력했다.


    독자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은 이런 주제들에 관한 증거가 지금껏 믿어왔던 여러분의 반기업적 정서와 다른 사실을 제시할 경우, 그저 자신의 반기업적 정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 옮겨가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미국 기업이 정말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려해보기 바란다.



    CEO는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받는 걸까?

    기업에 관한 신뢰의 문제들 중 하나는 최고경영자의 보상일 수밖에 없다. 많은 지식인과 언론인은 CE0들이 너무 많은(또는 직원들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을 받고 있고, 보상 체계를 조작하며, CEO에 대한 보상이 긍정적인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단언한다. 얼마 전 엘리너 블록샴은 <포천>지에 기고한 글에서 CEO에 지급하는 높은 보상을 "우리 경제를 크게 파괴시키는 침묵의 살인자"로 묘사했다. 찰스 M. 엘슨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올린 글에서 CEO들이 자신의 기업을 현금자동지급기처럼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실은 CEO가 받는 보상이 대체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최고경영진에 거액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러워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기업이 창조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사회와 주주에게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길이다. CEO의 고액 연봉은 이를 위한 여러 조치들 중 하나다. 우리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사실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기업이 최고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이 말은 CEO에 대한 고액의 연봉과 보상도 기업의 이익과 성과에 관련돼 있다는 뜻이다.


    CEO 연봉 증가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정상급 기업의 사업 기회가 급속히 늘어나는 데 반해 재능 있는 CEO의 수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최고 수준의 후보자가 부족한 현상은 때때로 기업 이사회가 잘못된 고용을 하거나 연이어 고용에 실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CEO 고용 과정은 전반적으로 재능 있는 후보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그들에게 계속 동기를 부여하며 꽤 제대로 작동했다. 달리 설명하면 CEO 연봉에 관한 한 우리는 기업을 (대체로)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 CEO의 다양한 능력

    오늘날의 CEO는 최소한 미국 거대 기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기업의 핵심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지칭하며 과거에 사용했던 단순한 용어인 기업 운영을 넘어서는 많은 기술과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전 세계가 점점 더 금융 중심적으로 변함에 따라 CEO는 금융 시장과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보유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 시장에서 기업이 거래를 이뤄나갈 방법까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거대 정유 기업이 원자재 선물 시장과 파생 상품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오늘날 흔히 있는 일이므로 텍사스 원유 시추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외부자들에게는 CEO가 금융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기업이 선물 거래와 투기로 모든 것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런 주장들과 일관되게 CEO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 기업 경영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능력으로 확대됐다는 증거들은 더 많으며, 이는 뛰어난 CEO 발굴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CEO가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기업 내 2인자로서 차기 CEO를 노리는 내부 후보자보다는 기업 외부에 있는 자들을 CEO로 고용하는 경향이 보다 강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CEO들은 다양한 기업이나 심지어 다른 산업 분야에 걸쳐 이동하기 때문에 임기는 더욱 짧아지고 더 자주 자리를 옮길 것이다. 실제로 이런 특성은 CEO 고용에 관한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외부에서 CEO를 고용한 비율은 14.9퍼센트에 불과했지만 CEO 연봉이 집중적으로 상승한 시기인 1990년대 말에는 26.5퍼센트로 늘어났다.


    CEO의 연봉이 높은 또 다른 요인은 최상의 재능을 갖춘 CEO들이 대체로 작은 기업들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때 고액 연봉은 최상의 재능을 가장 중요한 사용처에 배치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만약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아니라 중간 규모의 금융 회사를 운영했더라면 그의 재능을 낭비하는 셈이며 페이스북도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연구 결과는 이처럼 재능과 기업의 규모가 연계되는 요인을 감안할 때 CEO들에게 부과하는 가장 높은 한계 세율(초과 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비율을 말한다. 누진세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과세 표준, 즉 소득이 높아지면서 한계 세율이 높아진다-옮긴이)이 27퍼센트에서 34퍼센트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적절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율이 이보다 더 높으면 CEO와 기업을 적절히 연계해서 얻는 이득이 훨씬 줄어들고 생산성은 낮아지며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일부 유명 CEO들이 결국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기업에서 일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를 보면 예상과 달리 고위직 근로자의 연봉이 하위직에 비해 많이 오르지 않았다. 이런 주장에 대한 가장 큰 예외는 적어도 지난 몇 십 년 동안 연봉이 높은 비율로 오른 CEO를 포함한 최고위층이다. 하지만 기업 내 연봉 체계의 변화가 소득 불균형의 주요 동인은 아니다.


    어떻게 주요 동인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인가? 소득 불균형에 관한 수많은 기사와 논문에 모순되는 말이 아닐까? 사실 소득 불균형의 주요 동인은 혁신 제품을 판매하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슈퍼스타급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이들 기업이 특히 더 많은 혜택을 입은 생산성 향상이었다. 5장에서 더 논의하겠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보잉, 버라이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고위 관리자부터 개인 비서, 심지어 일반 건물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이들 기업에 속한 모든 사람은 오래되고 보다 전통적인 상대 기업들의 근로자에 비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주요 언론 매체에서 좀처럼 접하지 못하는 미국 기업에 관한 진실 중 하나다. 즉 소득 불균형은 대부분 초거대 기업과 다른 기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실은 CEO가 근로자의 돈을 약탈한다는 스토리보다 더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를 CEO의 연봉과 다시 연계해보면 최상급 CEO가 그렇게 소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들이 만들어낸 슈퍼스타급 기업의 전체 가치다. 이런 거대 기업의 구축으로 그 기업에 속한 모든 이들의 임금이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생각하며 우리가 해야 할 진정한 질문은 슈퍼스타급 기업들을 더 많이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것이다.



    대기업은 과연 독점적일까?

    최근 미국 기업을 두고 가장 흔히 하는 비난 중 하나는 매우 독점적이며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비난이 비판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부풀려지기도 하고, 특히 그 피해는 심하게 과장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맞다고 생각한다. 집중 현상이 심화된 일부 시장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의료와 교육과 같은 부문의 독점은 기업 자체보다는 규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장에서 나는 미국에서의 독점과 시장 지배력에 관한 기본 사실을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기술 기업은 미국 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즉 시장 집중도는 높지만 소비자에게 미치는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오히려 아주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기술 기업에 관해서는 다른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은 어느 정도의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점점 더 관료적으로 바뀌며 새롭고 중요한 제품을 예측하는 데 실패하거나, 시장 상황이 그들에게 불리해지거나, 외국 경쟁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파괴적 기술이 등장하거나, 기업의 활력이 줄어들면서 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이야기 중 하나가 시장의 지각 변동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노키아가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휴대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노키아는 주요 공급 기업 축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소설 네트워킹 웹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안고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달리 설명하면 독점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기업의 자산을 탕진시킨다. 초기 경쟁은 항상 곧바로 눈에 띄지 않더라도 강력한 법이다.


    현재 미국 내 소비 환경은 예전보다 가격 차별화가 훨씬 더 심해졌으며, 이는 주로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에 보다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기업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류를 다양한 계층의 구매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으며 때로는 가격 격차가 매우 큰 경우도 있다. 이 말은 지역 내에 있는 니먼마커스 백화점 아웃렛 스토어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거나 많은 정보를 갖춘 웹사이트를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싼 가격에 구매하며, 대형 쇼핑몰에 가서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물건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구매하는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의미다(혹시 누가 그렇게 할까 의심스럽다면 나 같은 사람을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황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력한 독점으로 보기도 어렵다. 더 나아가 이런 불균형적 이익은 시간을 들여 검색할 성향이 높은 사람들과 아웃렛몰이나 저렴한 옷가게를 애용하려고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들,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을 방문해 매장에 진열된 기성복을 거리낌 없이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가격 차별화는 일반적으로 평등주의의 발전을 가져온다.



    기술 기업은 정말 악마 같은 존재일까?

    경쟁은 정말 사라졌을까?

    먼저 나는 다수의 비판가들이 제시했던, 기술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졌다는 전제를 반박하려 한다. 최근 알렉스 셰퍼드는 <뉴 리퍼블릭> 매거진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는 없다"라고 썼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기술 부문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가 세상을 망치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들의 영향에서 우리가 쉽게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억지스런 추측에서 나온 말이다. 모든 사례나 비난을 다룰 수는 없지만 때때로 가장 지독한 독점 기술 기업으로 지명받기도 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살펴보자.


    사람들은 어쩌면 구글이 검색 엔진 기업들 중 최고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한 데이터 덕분에 자연적 독점 상태를 유지한다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럴듯한 비난이지만 높은 서비스 품질에 바탕을 둔 자연적 독점은 수많은 시장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구글은 적어도 사용자 대부분의 마음속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하고 실제로 이메일과 채팅 서비스, 문서 작성 프로그램 구글 독스 같은 최상의 관련 제품 종합 세트를 마련함으로써 이와 같은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를 통한 자연적 독점이 영원히 지속될 개연성은 낮다. 애플을 비롯한 여러 경쟁자들이 노키아 휴대폰을 무너뜨린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검색 엔진은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에서 경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구글이 그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도 지배할 것으로 생각할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실제로 구글이 그동안 이룬 성공에 취한 탓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은 정말 혁신을 멈췄을까?

    나는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가짜 뉴스가 미친 영향력을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국인들 중 14퍼센트만 소셜 미디어를 선거 관련 뉴스의 주요 공급원으로 생각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선거에 관한 여론을 놓고 보면 페이스북은 가족이 미치는 영향과 사적인 대화, 케이블 뉴스, 라디오 대담 프로, 이메일, 책 등을 비롯한 수많은 여론의 근원과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결코 독점이라 할 수 없다. 아니면 선거 양상을 보다 폭넓게 살펴보라. 민주당은 주지사와 주의회 선거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는데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와 러시아에서 들여온 허위 정보가 이들 선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최근에 실행된 한 연구는 정치적으로 가장 편향된 미국인이 노년층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접할 가능성이 가장 낮고 케이블 TV 뉴스를 가장 많이 보는 계층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언론의 편파성과 양극성의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페이스북의 러시아산 콘텐츠에 관한 것들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만만한 희생양이 돼버렸다. 이는 아마도 페이스북이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눈에 잘 띄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다. 그런데 실상은 개방된 출판 환경이 그야말로 수많은 나쁜 사상의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언론의 자유의 한 부분이며 이와 같은 딜레마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를 놓고 페이스북이 독점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기사를 주문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번에는 정말 다른 기준이 페이스북에 적용되는 것 같다. 나의 순진하고 오랫동안 품어온 역사적 관점에 비춰볼 때 출판사(또는 라디오)가 파시즘과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사상 등을 전파하며 끼친 피해에 비하면 페이스북에 의한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 장을 쓰면서 생각하는 가장 큰 논란은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뉴스와 정보 공급원을 강력히 검열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전반적으로 좌익보다는 우익 성향의 사람들이 이에 대해 더 많이 염려한다. 거대 기술 기업에 좌파 성향의 직원들이 너무 많으며 이들이 어떻게 해서든 반대쪽의 의견을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만들 것이라고 염려하는 보수 우파, 즉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상가와 분석가들의 말을 나는 자주 듣는다.


    내가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이 이슈는 점점 계속 진전되고 있어서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때쯤이면 이런 논의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사항을 주장하려 한다. 첫째, 대부분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콘텐츠 검열을 원한 적이 없었다. 비용도 많이 들며 검열 분야에서 명확한 잣대를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검열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중과 일부 정치인이 대책을 요구하고 기술 기업 직원들도 어느 정도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불평은 어쩌면 기술 기업 자체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둘째,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전달하므로 그들의 삭제 결정 일부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우리는 전혀 놀랄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일부 사람들이 입증되지 않은 실수의 증거를 두고 아무리 심하게 아우성을 치더라도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전반적인 기록은 아주 좋아 보인다. 일부 소셜 네트워크에서 방문과 게시 금지 조치를 받은 소수의 파시스트와 인종차별주의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야 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우리를 부당하게 그들의 플랫폼에서 쫓아내고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는 정말 나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본적으로 3개의 주요 방송 네트워크나 거대 라디오 방송국에 참여하거나 주요 신문사에 글을 올릴 기회가 전혀 없었던 그 옛 시절이 우리에게 훨씬 더 좋았을까? 일부 반대 목소리가 거대 기술 기업에서 엄격하게 다뤄지기는 하지만 현재 이런 의견을 발산할 수 있는 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은 우리가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며 나는 실제로 대중의 압력 때문에 주요 기술 기업이 너무 많은 삭제를 요구하거나 서비스 불가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처참한 이미지와 아동 포르노그래피를 게재하지 않을 권리가 거대 기술 기업들에 있다고 우리가 이미 인정한 마당에 우리는 사실상 그들의 일부 재량권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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