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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0
저   자 : 김난도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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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0


2019년 소비트렌드 회고

Play the Concept _ 컨셉을 연출하라

컨셉을 연출하는 사람들

2019년 소비자들은 일상의 작은 활동에조차 컨셉을 부여했다. 직장인의 저녁 회식 시간이 컨셉화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주로 고깃집이나 뷔페 등 ‘메뉴’를 중심으로 회식의 성격이 결정된 반면, 최근에는 20대 힙스터처럼 놀기나 70대처럼 놀기와 같이 특정 ‘테마’로 회식을 진행한다. 이처럼 살아 있는 컨셉을 더하면 매번 똑같아 보였던 회식자리도 새롭게 즐길 수 있어 직장인들의 새로운 문화로 번지고 있다.


2019년에 주목받은 의상 컨셉은 단연 ‘개화기’다. 익선동 한옥마을에서부터 시작된 개화기 의상 열풍은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인기에 힘입어 더욱 거세졌다. 2019년에는 인천, 경주 전주 등 전국 각지에 개화기 의상 대여점이 생길 정도였다. 유튜브에서는 ‘모던걸 메이크업’이란 이름으로 개화기 의상에 어울리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여행에도 ‘컨셉팅’은 유효했다. 2019년 여행산업에서 소비자가 주목한 키워드는 ‘현지 컨셉’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도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는 여행에 식상함을 느낀 사람들은 특정한 지역에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살기’를 연출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 해당 지역민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여행이라고 해서 ‘로컬리안’ 여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비를 통해 컨셉력을 연출하는 소비자들은 부지런히 인증샷을 찍어 본인만의 컨셉력을 자랑했다. SNS에 기반한 영상과 이미지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직접 연출한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컨셉을 인정받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2019년 다양한 문화생활 중에서도 전시회는 영화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대가 유독 전시회를 많이 찾았는데, 그 이유는 ‘인증 가능성’에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보다는 전시회를 보고 있는 내가 특별한 인증샷을 남기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다수의 전시회는 콘텐츠보다는 인증샷에 방점을 두고 기획되었다. 이 전시회들의 공통점은 전시되는 ‘작품’ 자체보다 전시를 관람하는‘나’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식당에서도 음식의 맛만큼 컨셉을 인증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2019년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다이닝 포차 ‘푸른밤살롱’은 제주도를 컨셉으로 인증 요소를 강조한 공간이다. 매장과 연결되어 있는 루프톱 가든에는 제주도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형상화한 조명과 3미터 높이의 초승달 모양 대형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 인증샷 명소로 부상했다.


인증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도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뷰티 편집숍 ‘시코르 CHICOR’는 인증샷 도구로 거울을 활용했다. 서울 강남역에 있는 시코르 플래그십스토어의 ‘미러 스페이스’에는 수십 개의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친구와 같이 방문한 고객은 물론이고, 혼자 방문한 고객도 거울 앞에 서서 마음껏 셀카를 촬영할 수 있다.


심지어 컨셉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품에도 소비자의 인증을 유도하는 전략이 적용됐다. 2019년 6월 CU가 출시한‘목살 큐브 스테이크 도시락’은 나들이 컨셉에 최적화된 신제품이다. 적당히 때우는 한 끼 식사 개념이 아닌 소풍이라는 컨셉을 제품에 반영한 것으로, 푸드트럭 인기 메뉴인 목살 큐브 스테이크를 간편식으로 기획했다. 라벨을 이용해 인증샷 도구인 종이 ‘토퍼topper’를 같이 제공한 것도 이색적이다. 라벨 테두리의 절취선을 따라 떼어내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감성소풍 느낌을 낼 수 있다.


향후 전망 _ 이제 컨셉도 ‘나만의 컨셉’으로 특화해야

현대 소비자들이 일상의 매 순간을 연출하는 ‘컨셉팅’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까?

첫째, 컨셉의 핵심은 차별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목표를 노리는 것보다 컨셉이 분명한 소수의 요구를 충족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훨씬 더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나투어가 2019년 6월 론칭한 ‘플로리스트 투어’는 세계적인 플로리스트에게 수업을 듣고, 전체 과정을 수강한 후에는 유럽의 유명 플라워 레슨 기관의 정식 수료증을 받는 이색 패키지 상품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상품이 아닌, 자사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특화 컨셉으로 승부하는 전략인 셈이다.


둘째,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고전 중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컨셉이 더욱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5월, 광주 광산구에 문을 연 ‘더한섬하우스’는 패션 기업 한섬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컨셉스토어다. 22개의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켜 운영하는데, 브랜드별로 매장을 꾸민 것이 아니라 층별로 컨셉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오픈한 지 8일 만에 목표 매출액의 2배를 달성하는 등 성과도 좋은 편이다.


셋째, 소비자가 컨셉에 반응하도록 유도하려면 컨셉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모두가 그 컨셉을 ‘나의 컨셉’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2019년 에버랜드는 “나는 지금 에버랜드에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하면서 친구ㆍ연인ㆍ가족ㆍ노부부를 각각 모델로 선정해 에버랜드를 즐기는 모습을 타깃별로 다양하게 연출한 바 있다. 젊은 사람들이 컨셉에 특히 열광한다고 해서 이들만을 타깃으로 컨셉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각자 자신의 상황에 해당 컨셉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Going New-tro _ 요즘옛날, 뉴트로

2019년 6월 20일, 서울 동교동에 기묘한 분위기의 낯선 주택이 등장했다. 집 안 곳곳에는 1980년대에 사용하던 컴퓨터, 비디오게임, 카세트테이프 등 추억의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오픈한 지 단 일주일 만에 방문객 수가 1만 명을 돌파했고, 평일 오후에도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며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이곳의 정체는 바로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배경을 실사판으로 옮긴 팝업존이다. 넷플릭스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기도 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온ㆍ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넷플릭스가 새롭게 시도한 마케팅 전략이다.


패션, 문화 마케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2019년을 뒤흔든 가장 영향력 있는 트렌드를 단 하나 고르라면, 단연 ‘뉴트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세상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뉴트로 열풍은 2019년 국내 문화산업 전반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협업을 연출해냈다. 뉴트로 트렌드는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즐기던 복고에 젊은 세대의 ‘힙’한 감성이 가세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확산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규 상표들의 출원 현황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허청이 최근 10년간의 상표 출원을 분석한 결과 복고풍 이름을 가진 음식점 등의 상표출원이 최근 4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품에서도 뉴트로 열풍이 몰아쳤다. 과거 서민들이 주스를 마시고 난 후 보리차나 물을 담아 마시는 용도로 재활용하며 ‘국민 물병’으로 불렸던 델몬트 유리병은 2019년 선물 세트로 재탄생했다. 단순한 옛것으로서의 추억팔이 그 이상의 매력으로 세대를 넘나들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뉴트로. 과거를 소환해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인 그 기발한 재해석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본다.


축적된 역사 속의 오리지널리티로 신뢰감을 높인 뉴트로

차별화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떤 기업의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된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즉 전통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믿음과 진정성까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1970년대 진로 소주를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은 2019년 4월, 출시 세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천만 병을 돌파했다. 주점은 물론 편의점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뉴트로 열풍은 주방으로도 이어졌다. 국내 식품포장용품 브랜드인 크린랲은 창립 36주년을 맞아 크린랩, 크린백, 크린장갑, 크린지퍼백등 크린랲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상품을 활용해 1983년 첫 출시 당시 디자인을 그대로 재연한 레트로 패키지 한정판을 선보였다. 크린랲 창립 당시 디자인에 사용했던 해바라기꽃 이미지의 노란색을 활용했다.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1982년 첫 선을 보인 후 1991년까지 판매된 농심의 ‘해피라면’도 2019년, 20년 만에 부활했다. 중장년층에게는 1980년대의 디자인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게도 조리 시간이 무척 짧다는 간편함으로 어필했다. 이 제품은 출시 22일 만에 8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주방 식기에도 과거의 유산을 낭만적으로 소환한 재해석의 꽃이 피었다. 그중 하나가 식탁 위 꽃무늬의 귀환이다. 글로벌 테이블웨어 브랜드 코렐은 레트로, 빈티지 트렌드의 열풍에 힘입어 1972년 첫 출시된 ‘올드타운 블루’를 40년 만에 재론칭했다. 한국도자기리빙은 예부터 사용하던 스테인리스 그릇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한 스텐웨어 ‘스텐실’을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이제 뉴트로는 과거의 오리지널리티를 발굴한다는 차원을 넘어 산업 간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을 만들고 있다. 국내 편의점 CU는 삼양식품과 손잡고 장수 제품인 별뽀빠이ㆍ사또밥ㆍ짱구 제품 3종을 ‘아재미(아저씨를 뜻하는 ‘아재’에 한자 미美를 조합한 신조어로 촌스럽지만 친근한 매력을 의미하는 말)’로 포장해 뉴트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오랜 역사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CU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한정성을 전략으로 차별화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만나 펀슈머의 놀이터가 된 뉴트로

2009년 제작된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유튜브의 힘을 빌려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총 조회 수 1억 뷰를 가뿐히 넘겼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제작된 이 오래된 시트콤은 어떻게 꼬마 디지털 원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유튜브 세대인 10대들에게 콘텐츠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은‘재미’다. 옛 시트콤에는 어린 세대가 요즘의 영상물에서 찾기 어려운 색다른 오락거리가 가득하다.


가요계에서의 뉴트로 붐도 만만치 않다. JTBC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의 경우 1세대 아이돌 가수인 핑클을 재소집해 과거 세대에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게는 ‘쿨’한 언니들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혔다가 성공적으로 재결합한 1990년대의 슈퍼스타 HOT와 젝스키스처럼 핑클도 다시 연예계로 소환된 아이돌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가요계의 트렌드에 발맞춰 2019년 8월 SBS는 ‘SBS 케이팝 클래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이 채널은 개설된 지 3주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만 2천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20년 소비트렌드 전망

2020년의 전반적 전망

Me and Myselves _ 멀티 페르소나

2020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조사하는 본서의 이번 10대 키워드들이 보이는 가장 큰 경향성 중의 하나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맥락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진짜 나’와 ‘다른 나’의 구분이 선명해지고, ‘그 상황의 정체성에 맞는 소비’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모드전환에 능하고, 상황에 따라 삶의 방식이 세분화되면서, ‘진짜 나’의 모습이 다면화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의 트렌드 변화를 좀 더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해답으로서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에서의 정체성과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의 정체성과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의 정체성과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트위터냐, 유튜브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모두 다른 정체성으로 메시지를 올린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정체성의 분리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변화다.


과거에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정체성이 분리되는 것을 해리성‘인격장애’라고 불렀다.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취급된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정체성의 분리는 아주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 됐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말이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페르소나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다. 페르소나는 오래된 용어지만, 현대사회처럼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많은 트렌드를 관통하는 동인은,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_ 스트리밍 라이프

벽장을 가득 메운 LPㆍCDㆍ카세트테이프가 취향의 척도이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MP3 플레이어에 가득 넣어두고 주기적으로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카세트테이프ㆍCDㆍ음원 파일은 추억이 됐다.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콘텐츠는 흘러갈 뿐 저장되지 않는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음악ㆍ드라마ㆍ영화ㆍ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 방식을 말한다.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순간에 필요한 서비스에 접속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가 마치 물 흐르는 것처럼 재생된다고 하여 스트리밍이라고 불린다. 음원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지만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며 넷플릭스ㆍ애플TVㆍ왓파플레이ㆍ웨이브 등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콘텐츠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콘텐츠에서 시작된 스트리밍이 이제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사면 10년은 사용했던 가전제품ㆍ소파ㆍ침대 등의 내구재를 수시로 바꿀 수 있고, 나의 취향을 담은 상품들이 정기적으로 배달된다. 더 나아가 업무공간이나 주거공간조차 스트리밍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핵심은 제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음악애호가들이 LP판으로 벽장을 가득 채웠듯이, 스트리밍 소비자들은 이제 물 흐르는 듯한 경험으로 자신의 인생을 채운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스트리밍 라이프의 등장은 소유에서 사용으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스트리밍 라이프의 배경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미국에서 스트리밍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2017년 기준으로 1,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전자상거래 중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난 5년간 매년 100%씩 성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늘어나는 욕망, 줄어드는 자원

스트리밍 라이프를 즐기는 신인류는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 세대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소유에 필요한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의 소유욕을 채워 줄 소득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소유하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눈길을 돌린다.


소유를 포기한다고 해서 욕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양적 욕구와 더 좋은 경험을 열망하는 질적 욕구가 모두 충족되길 원한다. 갖고 싶은 욕망은 크지만 모두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스트리밍이 현실적인 타협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스트리밍은 다양한 경험을 체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 삶을 유영하는 노마드 가치관

스트리밍 라이프의 배경에는 정주하지 않고 유동하는 노마드(nomad), 즉 유목민의 가치관이 자리한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는 1980년에 출간한『천 개의 고원』에서 홈 파인 공간과 매끈한 공간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홈 파인 공간이 정주의 공간이라면 매끈한 공간은 경계가 없는 유목의 공간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유목의 개념이 적용되는 공간을 노모스라고 칭했는데, 자유롭게 경계를 허무는 현대인의 삶은 노모스에 더 가깝다.


유목적 삶의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 공간에 모여 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노마드적 가치관이 일부의 특이한 취향이 아니라 현대인을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점

* 관계를 파는 시대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호하는 세대가 소비 시장에 편입될수록 스트리밍이 가능한 대상과 형태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집까지 스트리밍하는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사고의 문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판매 중심에서 고객 관리 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이 중요하다. 스트리밍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스트리밍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관계는 종료될 수 있다.


관계라는 측면에서 공간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단순히 공간을 대여해주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하는 공유주택 서비스 ‘라이프 온투게더’는 거주자가 그곳에 사는 동안 작은 것이라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체득하기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도록 거주자들끼리 도와주거나 하루에 한 장 이상 독서한 모습을 인증하는 식이다.


두 번째로 스트리밍이 가능한 대상이 고가의 내구소비재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의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리밍된 제품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훼손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적절한 매뉴얼과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소비자의 매너도 필요한 부분이다. 과거 까사미아는 롯데렌탈 플랫폼인 ‘묘미’를 통해 가구 렌탈을 시도했다가 중단한 바 있다. 돌아온 가구들이 다시 렌탈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된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아닌 개별 소비자를 위한 큐레이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소유 중심의 경제에서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최종 고객에 대해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스트리밍 라이프 시대에 서비스 사업자는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스트리밍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소비자 이동에 ‘쿨’하게 대처하기

마지막으로 이별에 품위 있게 대처해야 한다. 스트리밍을 중단하고 싶은 소비자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계약 취소를 번거롭게 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기억만 나빠질 뿐이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야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향후 스트리밍 라이프 시장은 더욱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구독경제를 처음 언급한 기업 주오라 (Zuora)에 따르면, 구독 기반 산업의 매출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 기업 매출보다 약 8배, 미국 소매업 매출보다 약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회원이나 멤버십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크고 긴 책장에 스트리밍으로 모인 경험의 장서를 채우는 현대인들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20년은 스트리밍 라이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바다를 유영하는 소비자에게 흥미로운 길을 안내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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