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조직
 
지은이 : 에이미 에드먼슨(역:최윤영)
출판사 : 다산북스
출판일 : 2019년 10월




  • 오늘날 기업 대부분은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는다. 그러나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들의 뛰어난 역량은 낭비되고 만다.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보복당하지 않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며,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구성원은 활발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수나 문제를 빠르게 드러내 더 큰 손실을 예방한다. 

    실제로 구글은 실패한 팀에 보너스를 주는 특단의 조치로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X의 CEO 아스트로 텔러는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프로젝트에 몇 년씩 질질 끌며 돈을 퍼붓느니 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단시킨 직원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 편이 낫다”라고 말한다. 리더가 나서서 안전한 실패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구글의 성장 원동력인 셈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


    지금 당신의 조직은 안전한가?

    침묵의 굴레에서 조직을 구출하라

    무의식 계산기는 모든 결과값을 침묵으로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동료들에게 무능하고 무지하며 업무에 차질을 주는 골칫덩어리로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똑똑하고, 능력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비치길 원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대인관계위험(Interpersonal Risk – 역자조어)’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관리하는 방법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습득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초등학생 때쯤부터다. 우리는 이때부터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거절이나 멸시당할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워나간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 의식적으로 생각조차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위험관리에 능숙해진다.


    무지해 보이기 싫다면? … 질문하지 않으면 된다.

    무능력해 보이기 싫다면? …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

    업무에 차질을 빚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싫다면? … 회의 시간에 일절 입을 떼지 않으면 된다.


    특정 상황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업무와 팀워크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기업의 혁신을 방해하고,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며, 최악의 경우에는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 전자회사 재무팀에 새로 부임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검토하다가 심각한 허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못했다. 구성원 모두가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굴러 들어온 돌’인 그가 감히 딴지를 걸 수는 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인수합병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회사가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자 그는 금방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열정 넘치는 프로젝트에 행여 제가 찬물을 끼얹을까 봐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상황이라는 걸 알고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면 당장 개인의 안전은 보장될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제 역할은 온전히 해내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문제 제기만 제대로 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건ㆍ사고들이 생과 사의 문제로 이어져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기도 한다. 환자가 사망하고, 비행기가 추락하며, 금융 기관이 도산하는 이 모든 대형사고가 결국은 ‘조직에 만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조직이 두려움만 제거해도, 즉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사고를 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려움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는 이유

    과거 공장의 조립라인 노동자나 농장 노동자에게는 ‘두려움’이 성과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개개인의 속도나 정확성에 따라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이라는 이미지는 늘 직원들에게 두려움을 유발하는 악랄한 존재로 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수많은 관리자급 리더가 ‘두려움’이 구성원들의 동기를 유발한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즉, 구성원이 업무나 성과 관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 좋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할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업무 자체가 단순하거나 구성원의 의사 개입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에서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얼마나 학습하고 협력하느냐가 오늘날의 성패 요인이 된 환경에서는 두려움이 결코 효과적인 동력이 될 수 없다.


    뇌과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두려움이 구성원의 학습과 협동력을 저하시킨다고 증명해왔다. ‘파블로프의 개’로도 유명한 20세기 초 행동과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는 1924년 레닌그라드 홍수 이후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르던 개 수십 마리의 학습 능력이 현격하게 저하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발견 당시 개들은 물 위로 코만 겨우 내놓을 만큼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날의 두려움이 편도체, 즉 위협을 감지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 한다고 밝혔다.


    또 두려움이 체내 자원을 전혀 다른 곳에 써버리게 한다고도 했다.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억력을 관장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에 자원이 소비돼야 하는데, 이 자원이 두려움에 의해 전혀 엉뚱한 데 소비된다는 것이다. 즉, 구성원의 학습 참여도는 두려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직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뇌과학에서 이미 증명된 셈이다.


    당신의 조직은 구성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그것을 환영하고 지지하는가? 아니면 조롱하며 무시하는가? 다른 관점의 생각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며 비난하는 일은 없었는가? 우리 조직이 상호 간에 솔직한 모습을 기대하며 이를 장려하는지, 또는 누군가의 의견에 습관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심리적 안정감은 복지 혜택이 아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있으면 좋은 것’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것은 단순히 무료 점심이나 사내 게임방처럼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한 복지 혜택이 아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조직, 특히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을 통합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성공에 필수적이다.


    심리적 안정도와 직원 몰입도는 비례한다

    그간 ‘업무 만족도’는 직원들의 이직률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경영진의 관심은 ‘직원 몰입도’로 옮겨가고 있다. 업무 만족도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완전한 지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업무 만족도란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즐기며 흡족해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다. 하지만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잘해내려는 의지를 불태우진 않는다. 자발적인 노력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나 조직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직원 몰입도를 참고해야 한다. 다행히 오늘날 다수의 경영자가 회사의 실적이 직원 몰입도에 비례해 향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연구소 소속 과학자 1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영진의 직원 신뢰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다시 직원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형태로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독일에서 근무하는 터키 이민자들을 연구한 결과, 심리적 안정감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이직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더욱이 심리적 안정감의 긍정적이 효과는 같은 회사 안에서도 독일인 직원보다 이민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두려움 없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방법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줄리 모라스(Julie Morath)가 부임했을 때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입원 환자의 안전을 100퍼센트 보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실천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문제는 어느 때고 발생할 수 있고, 대개는 그렇게 생긴 문제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그래서 모라스는 의료 과실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이 해당 과실을 적극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과 같은 3차 의료기관의 업무는 매우 복잡하다. 우선 똑같은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증상과 질환이 제각각이라 치료 방법도 모두 다르다. 더욱이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는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모여 상호 보완하며 경과를 살핀다. 어떤 치료를 언제 제공할지 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연구자가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에는 ‘의료 과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애석하게도 의료진은 의료 과실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의료 과실의 원인을 병원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모라스는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려면 ‘의료진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대만들기 → 참여 유도하기 →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모라스는 이 세 가지 단계를 통해 의료진의 인식과 태도를 완전히 바꿔나갔다.


    토대 만들기

    COO 자리에 오른 모라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병원 관계자들에게 의료 서비스의 속성을 주지시키는 일이었다. 즉, ‘의료서비스는 그 성질이 매우 복잡하므로 문제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의료 과실의 발생과 조치에 관한 각종 용어를 바꾸어나갔다. 예를 들어 특정 부작용에 대해 ‘조사’ 대신 ‘연구’라는 표현을 썼고, ‘실수’ 대신 ‘사고’나 ‘실패’라는 단어를 쓰게 했다. 소소하지만 무척 중요한 방법으로 업무에 임하는 의료진의 인식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생각하도록 장려했다. 모라스가 병원 업무를 매우 복잡하고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일이라고 설파한 것도 ‘업무를 바라보는 틀’을 새로 짠 것이나 다름없다. 좀 더 정확하게는 틀을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모라스의 목표는 의료 과실이 ‘개인의 무능 탓’이라는 기존의 틀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러한 틀을 바꿔야 의료진은 비로소 ‘시스템’에 관해 논의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한층 안전한 상태에서 각종 문제나 사고, 위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터였다.


    즉, ‘생명을 구한다는 초심’이다. 이는 한마음 한뜻으로 구성원이 연합하는 촉매제가 되어, 의료진의 여러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분석하며 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솔직한 의사소통의 토대가 되어주었다.


    참여 유도하기

    예상대로 신생아실 간호사든 외과 의사든 처음부터 솔직하게 의료과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사고가 터지면 마치 다른 병동에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여기고 싶어 했다. 스스로 완벽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확신하고픈 눈치였다.


    모라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이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었다.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번 주에도 각자의 담당 환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까?” 모라스가 던진 이 질문은 예의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의료진에게 “실수나 문제가 있었나요?”라고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안전’처럼 듣는 이의 의지를 북돋우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표현을 썼다. 그러자 비로소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자신이 연루되거나 목격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후 모라스는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우선 ‘환자안전관리위원회(PSSC)’라는 팀을 만들었다. 이는 병원 내 여러 관계자가 복합적으로 참여하는 다기능 조직으로, 병원 곳곳의 목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렇게 구성된 환자안전관리위원회는 이른바 ‘비난 없는 보고’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의료진이 보고한 위험과 문제점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러한 체계가 세워지자 의료진들의 문제 제기는 더욱 활발해졌다. 모라스는 이후 18개 포커스 그룹을 형성해 병원 내 모든 의료진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도록 했다. 포커스 그룹에 참여하면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해야 한다. 여기서는 침묵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사실 문제 제기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근무 환경의 조성 여부는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성공하는 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존중을 표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까지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모라스가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에 도입한 ‘집중분석회의(FEA)’를 예로 들어보자. 이는 의료 과실이 발생할 때마다 각 분과의 담당자들이 모여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회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만큼 문제의 원인과 배경에 접근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이는 ‘생산적인 반응’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니애폴리스 아동병원에서는 크고 작은 과실을 보고할 때 비난 받지 않는다. 이 역시 ‘생산적으로 반응하기’의 일환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점차 비난하고 책망하는 감정보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 동료에게 감사와 인정의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하는가?

    심리적 안정감에 ‘완결편’은 없다

    역풍을 거스르는 항해사처럼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일은 항로에 따라 정보 편차가 큰, 다소 불안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조류와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뀔 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한 배에 탄 모든 선원과 선장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려는 조직에서도 이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이 의사라면 간호사에게 먼저 환자의 안전이 확보됐는지 물어라. 그리고 안전에 관한 문제 제기가 해고의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라.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실패를 고백하며, 또한 사과하라.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하지 마라. 끊임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역풍을 견디다 보면 얼마 후 항해는 순항을 거듭할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일은 크고 작은 방향 수정을 거쳐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역풍에 대처하듯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묵묵히 전진하는 여정이다. 바람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은 결단코 우리 손에 한 번에 쥐어지지 않는다.


    귀를 열고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누군가는 예상했던 컬럼비아호의 폭발

    2003년 2월 1일, 지구 대기권으로 귀환하던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Columbia)호가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 우주선은 공중에서 폭발했고, 그 안에 탄 일곱 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 발생 2주 전, 그러니까 컬럼비아호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간 지 이튿날 나사의 엔지니어 로디니 로차(Rodney Rocha)는 당시의 순간을 담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외부 연료탱크에서 단열재가 떨어져 나와 왼쪽 날개에 부딪힌 것 같았다. 영상의 화질은 좋지 않았고, 촬영 거리도 너무 멀었다. 그는 정찰 위성을 통해 기체의 날개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미국 국방성에 정식으로 지원 요청을 해야 했다.


    고심 끝에 로차는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국방성에 위성사진을 요청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상사는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일주일 후 컬럼비아호 매니지먼트 팀 공식 회의에서 단열재의 충돌 가능성이 짧게 언급되긴 했지만, 로차는 그 자리에서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한 번 상처를 입은 그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비극이 벌어졌다. 공식 조사에서 밝혀진 폭발의 원인은 ‘서류가방 크기의 단열재가 기체 날개의 가장자리를 치면서 커다란 구멍이 났기 때문’이었다. 사건을 보도한 ABC 뉴스 찰리 깁슨(Charlie Gibson)앵커는 공식 회의에서 침묵을 택한 로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말단 엔지니어이고 린다 햄(Linda Ham) 팀장님은 저보다 훨씬 높은 분이니까요.”


    로차의 대답은 직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한 심리를 아주 미묘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하면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많다. 정작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높은 분들’은 자신의 존재가 직원들을 침묵하게 한다는 걸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침묵은 저절로 깨지지 않는다

    컬럼비아호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0년이 지나, 나는 여러 가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리더십 강연을 했다. 그러던 2012년 어느 날,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놀랍게도 나사 관계자였다. “요즘 하고 계신 일은 잘 알고 있습니다.” 뒤이어 “정말 훌륭하십니다”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나사에 소속된 고더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의 CKO, 최고지식책임자) 에드윈 로저스(Edwin Rogers)였다. 그날의 전화는 내 연구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로저스는 로차와 함께 내 수업에 찾아와 강의도 해주었다. 그러고는 내게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라는 일일 워크숍을 계획 중이라며 강연을 부탁했다. 워크숍에는 세 명의 외부 인사와 여덟 명의 수석 엔지니어가 강연자로 섰고, 두려움 없는 조직의 필요성에서부터 침묵의 치명적인 위험, 재앙의 신호를 알아채는 힘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이 이어졌다. 대형 강당을 가득 채운 이날의 행사는 나사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후 나사에는 자기 목소리를 좀 더 수월하게 낼 수 있는 다양한 구조가 확립되었고, 각종 보고 체계와 옴부즈맨 프로그램도 새롭게 도입되었다. 더불어 ‘적극적 실패상(Lean Forward, Fail Smart)’을 수여하며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나사 관계자들이 컬럼비아호 폭발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나사가 성공적으로 변화한 요인에 대해 로저스는 ‘활발한 의사소통’과 ‘경청하는 문화’를 꼽았다. 구성원이 침묵하지 않기 위해선 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당시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장 크리스토퍼 스콜스(Christopher Scolese)를 ‘내 생애 최고의 리더’라며 칭송했다. “스콜스는 늘 직원들을 배려했습니다. 전략적으로도 균형감이 있어 고더드 센터와 나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전략도 펼쳐나갔죠. 스콜스는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늘 높이 평가했습니다.” 컬럼비아호 사건으로 거듭난 나사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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