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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저   자 : KBS <명견만리> 제작팀
출판사 : 인플루엔셜
출판일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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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인구(Population)]

청년 투자, 전 세계가 기댈 유일한 자원 _ 어떻게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가

경제적 자원을 어느 세대에 먼저 줄 것인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2015년 11.1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초고령 사회는 오지도 않았는데 취업시장에서는 이미 청년이 배제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고용 안정성 역시 심각해서 일하는 청년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자금 대출을 못 갚는 등 빚더미에 시달리는 청년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20~30대의 소득증가율은 0.7퍼센트였다. 오히려 50대의 소득증가율이 청년보다 열 배(7.2퍼센트)나 많고, 심지어 은퇴세대라고 할 수 있는 60대도 여섯 배(4.5퍼센트)보다 높다. 그렇다고 노년층의 소득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청년들이 얼마나 심각한 절망으로 내몰리는지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게다가 급속한 고령화로 부양 부담은 점점 늘어만 간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은 청장년층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036년이면 2명당 1명꼴이 된다. 현재의 20~30대는 평생 개인이 공공부문에서 받을 혜택보다 1억 원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청년들의 고통을 방치한 결과, 20~30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지속적인 하락 끝에 2015년 -0.6퍼센트로, 사상 최고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8퍼센트 늘었고, 60대 이상은 6.8퍼센트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 경제적 차이가 고착화되면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 어떻게 될까?


독일의 경우, 무상이던 대학 등록금을 70만 원 정도로 유료화하는 데에도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기성세대 역시 청년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고, 결국 대학교육 유료화는 무산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 등록금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실업급여조차 일단 취직을 하고 고용보험에 들어야만 받을 수 있다. 취업에 실패하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청년들은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게 급급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산성을 높여서 더 나은 직장에 취직할 기회 자체를 잡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청년이 일상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구조를 방치하면, 단지 청년들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는 물론 기성세대의 노후까지 위협받게 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성세대가 청년문제, 곧 청년고통을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청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미래세대를 키우기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만 한다.


흔히 청년문제를 주장하면 재원 부족을 핑계로 삼지만, 어느 나라나 재원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저성장 시대일수록 한정된 재원에서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결단해야 한다. 1970년 청년 지원 정책을 실시한 독일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안 됐다. 2015년 대한민국 국민소득의 10분의 1에 불과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청년복지를 시행했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미래세대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오늘만을 살 것인가.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청년 투자는 무엇인가

어느 나라든 그 사회의 성장 동력은 청년에게서 나온다. 이것을 깨달은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 청년 투자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청년에게 필요한 투자는 무엇일까? 여러 전문가, 행정가, 정치인들이 청년 투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어떤 것이 해답일까? 이에 대해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버려진 인쇄소 거리에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청년 장사꾼'이란 이름으로 좁은 골목에 6개의 음식점을 열었다. 그런데 여느 가게들이 사장이 한 명이고 종업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과는 다르다. 각 매장에서 일하는 30여 명의 직원이 모두 정직원이다.


창업 당시부터 이들은 여타 외식업체처럼 당장의 인건비를 줄여 단기적인 이익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키워 기업 규모를 늘리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즉 직원들이 장사를 제대로 배워서 '청년 장사꾼'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매장을 내고, 관리자로 성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에는 직원복지 혜택도 있다. 자기계발비를 지원하고, 1년에 일주일의 유급 휴가도 준다. 또 우수 사원에게는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의 숙소도 마련했다.


일과가 끝난 뒤 직원숙소에서는 밤늦게까지 그날 영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교육생부터 관리자까지 모두 의욕이 넘친다. 이곳 청년들 대부분은 나중에 자신의 가게를 차려 독립할 꿈을 갖고 있다. 정직원으로서의 고용보장과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가 있기에 가능한 장기 목표다. 그리고 이들의 자발적인 열의가 회사를 키운다. 회사와 직원 모두의 동반 성장인 셈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 스스로 알아나가고 있다.


청년 장사꾼의 모토는 '건강과 가족, 여자 친구를 포기하지 말자'다. 그야말로 '삼포'하지 않는 삶이다. 아프면 집에 가서 쉬고, 가족과 연인을 잘 챙기며, 모두가 노력하는 만큼 잘 먹고 잘 살아가는 것. 이것이 청년 장사꾼들의 지향점이다.


이들이 말하는 '직장의 조건'은 간단하다.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고,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것.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꿈꿀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다. 청년들은 국가와 기업이 해주지 못하는 일들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다행히도 자신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한다. '열정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악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청년 투자는 우선 그 꿈과 열정을 정당하게 대우해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들에게 열정과 의지, 희망이 살아 있을 때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사회·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적 관용이 있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사회와 경제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업에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누가 모험하고 도전하겠는가.


핀란드는 '실패의 날(Day for Failure)'이 있을 정도로 실패의 가치를 아는 사회다. 매년 10월 13일, 핀란드에서는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타인의 실패를 축하해준다. 모든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제정된 날이다.


핀란드의 이런 실패를 용납하고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세계적인 히트작 '앵그리버드'도 나왔다. 모바일 게임업체 로비오가 51번이나 되는 실패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앵그리버드'라는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은 실패한 팀이나 직원에게 실패 축하 파티를 열어주는 전통이 있다. '실패를 안 한다는 것은 결국 모험을 안 하는 것'이라는 기업정신에서 비롯된 전통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핀란드는 현재 세계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됐다.


우리 사회가 처한 이 거대한 문제는 청년세대만이 아닌 장수세대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인류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미래를 개척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며, 희망을 키워줄 수 있는 당사자는 결국 청년세대다.


지금껏 시대를 막론하고 청년들이 사회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이끌어왔다. 청년을 귀하게 여기고, 청년에 투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경제(Economy)]

로봇이 대체 못할 직업을 가져야 하나 _ 일자리의 소멸인가, 일자리의 이동인가

요리사가 없는 음식점

텔레마케터, 회계사, 세무사, 은행원, 약사, 요리사, 제빵사, 부동산 중개사, 버스기사, 택시기사, 이발사, 동물 사육사, 스포츠 심판, 모델, 웨이터, 도서관 사서, 보험판매원, 정육업자, 경비보안요원, 항해사, 인쇄업자, 우편배달부, 치위생가, 원자력기술자, 운송업자….


위에 언급된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이라는 것이다. 영국 욱스퍼드대 교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2013년 700여 개의 직업을 분석해 <고용의 미래:우리의 일자리는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교수는 미국의 702개 직업 가운데 47퍼센트의 일자리가 컴퓨터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직군에 속한다고 밝혔다. 20년 안에 700여 개 일자리 중 약 절반이 사라진다는 것. 또 고위험 직군에 속하는 일자리는 10년 또는 20년 안에 자동화되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거나 직업의 형태가 매우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에는 의사, 판사, 변호사, 약사 등 우리가 선망하는 일자리도 포함되며, 요리사가 사라질 확률은 무려 96퍼센트에 달한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많은 식당의 주방을 로봇 요리사가 점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2015년 영국의 로봇제조회사인 몰리 로보틱스가 공개한 '로봇 셰프'는 독일 하노버 산업기술박람회에서 게살 크림수프를 25분 만에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응시생만 매년 만 명이 넘는 최고의 인기 직업인 회계사도 사라질 확률이 94퍼센트다. 실제로 현재 회계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는 추세다. 미용사와 아나운서도 각각 80퍼센트, 72퍼센트로 컴퓨터화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직군에 속했다.


우리는 지금 태풍의 눈 속에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기술 발전의 속도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이 현상을 과연 해결할 수는 있는 걸까? 우리가 일부러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거나, 노동이 로봇화되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뱀의 입'처럼 기업 성장률은 계속 높아지는데 일자리도 임금도 늘지 않았다면 기업의 이익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기업이 낸 이익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배분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데, 이를 사내유보금이라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990년 26조 3000억 원에서 2012년 762조 4000억 원으로 약 29배 증가했다. 기업의 수익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고용이나 임금으로 흘러가지 않아 돈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파이부터 먼저 키우면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의 경우, 한 대 가격을 100만 원으로 치면 중국 노동자의 몫은 2만 원이 채 안 된다.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가는 최고 수혜그룹은 다름 아닌 애플의 주주들이다. 이들이 36만 5000원을 가져간다. 오랫동안 우리는 대기업의 성장을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과 동일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국가 전체의 경제를 고려하거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대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빠르게, 더 많은 것을,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려 사투를 벌인다. 이것이 바로 주주자본주의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을 인간사회의 풍요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주자본주의의 추종자들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인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라고 예견했었다.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이 말은 지금 현실로 다가왔다.


효율성과 기술의 진보 덕분에 분명 세상은 더욱 발전하겠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일자리는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이것이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풍요의 역설'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충격과 붕괴를 가져올 아주 절박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어떤 속도로 어떻게 진행될지 태풍의 눈 속에 있는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은 600만 년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인류는 역사의 99퍼센트에 달하는 기간 동안 수렵과 채집 활동을 하며 살았다.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했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우리에게 본능이다. 일이 있어야만 인간은 인간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통째로 뒤흔드는 이 엄청난 지각변동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계와 공존하면서도 인류가 일자리를 잃지 않고 함께 발전하는 길은 있을까?


언제나 질문에 답이 있다. 이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지 못한다면, 그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 대체 가능하고 표준화된 능력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다면, 그렇지 않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답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좋은 것,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익숙하지만 잘못된 일'을 그만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의료(Healthcare)]

유전자 혁명이 만들고 있는 미래 _ 보험, 의료, 노후, 먹거리 산업까지 바꾼다

게놈 연구가 연 세상 _ 보험, 제약, 의료, 실버 산업까지 바꾼다

무병장수는 동서고금, 누구나 바라는 꿈이다. 20만 년 전 인간 수명은 고작 20세였고, 가까운 100년 전만 해도 평균 수명이 40세였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에 살고 있다. 한때 늙지 않는 '안티 에이징'을 꿈꾸던 인류는 이제 잘 늙는 법, '웰 에이징'을 추구한다. 과학자들은 게놈 정보 기술이 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류는 수명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캐럴 그라이더는 노화와 수명을 좌우하는 '텔로미어' 연구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인간 수명도 짧아지고 길이가 길어지면 수명도 늘어난다. 즉 텔로미어의 길이가 인간 수명의 지표인 것.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 치료제까지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현대판 불로초를 손에 넣은 셈이다.


또한 유전자 분석은 암 치료에도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암 유전체 분석 업체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암 조직에서 300여 개의 유전자를 집중 분석해 맞춤 치료 정보를 제공한다. 우선 암세포에 있는 표적(암세포를 만드는 유전자 변이)을 찾아, 그에 맞는 특수 약품과 치료법으로 암세포를 죽인다. 분석 결과는 수많은 항암제 중 개인에게 맞는 표적치료제를 찾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신약개발에도 이용된다.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한 정밀의학 혹은 맞춤의학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롭고 획기적이니 발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암 환자가 사망하기 전 1년 동안 쓰는 병원비가 평균 2000만 원 정도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만약 게놈 지도를 분석해서 암을 미리 예방한다면? 아예 치료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지금처럼 아프고 난 뒤에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입하는 보험 시장의 판도도 바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보험 한두 개쯤은 가입되어 있다. 내가 걸릴지 안 걸릴지도 모르는 병 때문에 보험을 든다. 하지만 개인 게놈을 분석하면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해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험만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으니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정밀한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오진이나 약물 오남용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만드는 미래의 의료 시장에는 새로운 혁명이 닥칠 것이다.


유전자 기술이 열어갈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미래

우리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의 정보가 담긴 유전자 지도를 손에 넣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혔던 난치병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으며, 모든 질병을 정복하고 우리 몸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시점에까지 이르렀다. 우리 몸의 지도를 둘러싼 세계적인 흐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유전자 분석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그 시장은 엄청난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기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원하는 아이를 골라서 낳을 수도, 돈이 있는 사람만 불로장생할 수도, 유전자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위험한 미래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규젝가 미미한 나라는 기본적인 윤리도 고민하지 않은 채 달려나갈 것이고, 유전자 분석 기술이 무분별하게 활용될 위험이 충분하다.


2015년 4월 중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편집기술로 인간의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꿔치기하는 유전자 조작을 시도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유전자 편집기술 개발자마저 연구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모든 새로운 기술에는 예상치 못한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좋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책임과 대가를 치루는 것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게놈 지도가 만들 미래가 비극이 되지 않기 위해 이제 전 사회가 유전자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유전자 기술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등 전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란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회가 될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더 악화시키게 될지, 그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이미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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