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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저   자 :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역:김태훈)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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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센스메이킹,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다

센스메이킹이란 무엇인가

센스메이킹은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센스메이킹은 알고리즘 사고와 정반대다. 알고리즘식 사고는 특수성이 배제된 정보라는 불모지에 존재하지만, 센스메이킹은 전적으로 구체성 속에 자리 잡는다. 알고리즘식 사고는 1초당 수조 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하면서 폭넓게 나아간다. 오직 센스메이킹만이 깊게 파고들 수 있다.


센스메이킹의 기원은 실용적 지혜를 프로네시스(phronesis)로 칭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상적 원리와 규칙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프로네시스를 발휘할 수 없다. 프로네시스는 지식뿐 아니라 경험까지 능숙하게 통합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능한 트레이더가 시장의 여건에 맞춰서 실적을 올릴 때, 그리고 경험 많은 경영자가 수만 명의 사람이 일하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때, 프로네시스가 드러난다. 프로네시스를 발휘하는 정치인은 법제 개혁이 이뤄졌을 때 선거구에서 일어날 만한 일련의 사건들을 즉시 상상할 수 있다.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뛰어난 리더는 여러 체제와 단체 그리고 조직을 자기 몸의 일부처럼 설명한다. 실로 그것들은 그의 일부이며, 그는 그것들의 일부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그토록 탁월한 성과를 이룩할까? 이런 일에는 저절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5단계 계획이나 '생활 요령' 또는 기가 막힌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같은 지름길이 없다. 다만 우리 모두가 가장 중요한 통찰들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데 유용한 기본적인 원칙들은 존재한다. 이 원칙들은 인문학을 구성하는 풍부한 이론과 방법에 토대를 둔다.



완벽한 데이터가 놓치고 있는 것

실리콘 밸리의 위험한 낙관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전 세계의 연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지식경제를 강조하는 일과 더불어 "세상에 대한 이해"라는 새로운 이상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해'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매일 수십억 개의 콘텐츠와 인맥 관계를 그래프(페이스북의 알고리즘식 검색 메커니즘)에 올리고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한 가장 명확한 모형을 구축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나오는 여러 거창한 주장 중 하나일 뿐이다. 구글의 사명은 잘 알려진 대로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 보편적으로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조본(Jawbone)의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인 제레미아 로비슨은 2013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피트니스 트래킹 기기인 조본 업의 목표가 "행동 변화의 과학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와 스퀘어를 창립한 잭 도시는 창업자 대상 강연에서 신생기업들은 간디와 창시자의 발자국을 뒤따른다고 말했다. 우버의 대표이자 공동창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2014년에 낸 보도자료에서 우버가 "성장과 확장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허접한 기술을 가진 신생기업에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좋은 일을 위한 싸움"을 벌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정체에 대한 오랜 이야기와 달리 실리콘 밸리의 이상은 희망과 낙관을 제공한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를 지배하는 기풍은 미국의 문화적 삶에서 인기를 얻어갔다. 또한 기기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인터넷을 통한 일상생활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더욱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실리콘 밸리는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문화와 전망을 공유하며, 이 문화와 전망을 성공의 근거로 여긴다. '공유경제', '비약', '실패를 통한 전진', '린 스타트업' 등 실리콘 밸리에서 익히 들리는 구호들은 이제 주류 담화로 스며들었다. 그 내용은 다르지만 거기에 담긴 이념은 같다. 바로 무엇이든 기술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 해결책은 분명 혁신적이다. "X 부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축적된 작은 변화들을 바탕으로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며 회사를 창립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과거와 깔끔하게 결별하고 미래로 멀리 도약하는 단절로부터 출발한다.


이 문화는 우리가 자녀들을 가르치는 방식,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 우리 자신을 시민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뒤집었다. 그 과정에서 실리콘 밸리는 인문학에 기초한 교육을 폄하하거나 21세기의 과업과는 상관없는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다. 유력한 창업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2014년에 블로그에 올린 <문화충돌>이라는 글에서 교양학문이 문화적 조류에 뒤처진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사고방식을 드러냈다. 그는 "수학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세상을 이해하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페이팔의 창립자이자 투자자인 피터 틸은 심지어 젊은 창업자들이 대학을 포기하고 창업 프로젝트에 매달릴 수 있게 지원해주는 틸 펠로우십을 설립했다.


'실리콘 밸리식' 태도에서는 센스메이킹이 더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시급히 필요하다.



현실을 관찰하는 최적의 장소 :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사람들은 나이 드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까

2015년에 우리 회사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 및 연금보험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 고객사는 해마다 가입자가 10퍼센트씩 줄어들어 걱정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해약하는 가입자 중 대다수가 55세 정도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연금보험의 사업모델은 가입자가 장시간 납입한 돈의 일정한 수수료를 취하는 대신 은퇴 후 연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입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납입액도 크기 때문에 가장 돈이 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에 착수했을 때 고객사는 연금보험이 '저접촉' 상품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가 매일 회사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고객사가 보기에 가입자가 연금보험을 떠올릴 때는 딱 두 번뿐이다. 바로 가입할 때와 연금을 받을 때다. 고객사는 연금보험이 현대 생활에 필요하지만, 흥미롭지는 않다는 사실을 수긍한 듯했다. 그래서 수치를 반전시킬 수 있게 브랜딩 변화 같은 직접적인 '틀 안의' 해결책을 원했다.


센스메이킹 과정은 고객사의 내부 문화를 대상으로 삼은 담화 분석으로 시작되었다.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사회학 이론에 토대를 둔 담화 분석은 인간과 사회 공동체가 단어와 개념에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하는 양상을 살핀다. 고객사의 문화는 연금 보험과 퇴직연금 그리고 다른 금융상품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조사해보니 현실을 구성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구조가 드러났다.


첫째, 고객사의 문화는 은행과 금융업계에 속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논리와 근거가 대단히 중시되었으며, 경영진은 의사소통할 때 주로 줄임말을 썼다. 가입자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보안번호(PSN)로 지칭되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경영진이 실제 생활에서 자사 상품이 갖는 맥락이 아니라, PSN으로 대변되는 수치에 더 민감한 것도 이해할 만했다. 그들은 실제 사람을 그들이 속한 세계와 맺은 관계 속에서 살피기보다, PSN이나 CMR같은 줄임말과 함께 영업 목표나 퍼센트 포인트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둘째, 센스메이킹이 드러낸 또 다른 현실은 고객사가 홍보물을 통해 가입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모든 퇴직연금 및 연금보험 상품은 같은 방식으로 노화를 표현했다. 바로 자전거를 타거나 함께 해변을 걷는 백발노인들의 사진이었다. 마케팅의 분위기와 이면의 메시지는 언제나 자유에 관한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멋있는 백발노인들이 여생을 즐기는 것이 스칸디나비아 버전의 '천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표상은 줄임말과 회계적 수치만큼 가입자들을 소외시켰다. 모든 홍보물이 가정한 상황은 가입자에게 진정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 노화의 현실에 대한 진정한 교감도 없었다. 권태나 피로도 언급되지 않았고, 의존과 고독도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천국 같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노화는 감당하기 힘든 경험이다. 그런데 노인을 위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왜 그들의 실제 현실은 그토록 등한시할까?


우리는 고객사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CEO에게 노화를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는 모두 노화를 연속적이거나 선형적인 방식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경험한다는 데 동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더 젊었을 때, '더 이상 애가 아니야. 이제 나이가 들었어'라고 생각하던 결정적 순간들을 회상했다. 이 순간에 입는 옷, 먹는 음식,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 읽는 책을 바꿨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꾼 것이다.


이로서 민족지적 조사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그에 따라 센스메이킹을 통한 심층적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우리는 스칸디나비아 전역에 걸쳐 다양한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3일을 함께 보냈다. 조사방법에는 인터뷰,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그들의 세계에 속한 모든 것에 대한 관찰, 일기 쓰기, 모바일 앱을 통한 모든 금융활동 기록이 포함되었다.


각 대상자에 대한 센스메이킹은 언제나 같은 목표를 추구했다. 바로 "그들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는지" 이해하는 것이었다.


연금보험 같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감정이 충만한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는 '저접촉'이라는 주제와 달리 질환, 위험, 부모나 자녀를 잃는 일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모든 민족지적 데이터, 센스메이킹을 통함 심층적 데이터를 정리한 결과 인상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많은 대상자는 약 55세 무렵부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개 자녀가 있는 중산층이었는데, 그런 경험은 모든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일부는 자녀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존재론적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한 대상자는 보험사로부터 이제 55세가 되었으므로 급여를 어떻게 받을지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30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아 그는 어떤 보험사에 가입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 연령대에 속한 거의 모든 대상자는 재정 상황을 크게 재조정하는 일을 막 끝낸 참이었다. 그들은 집을 팔거나, 월세로 옮기거나, 배를 사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을 정리했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라는 계산을 염두에 둔 채 이뤄졌다.


고객사는 노화라는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대상자들을 상대로 영업할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융서비스 회사가 전화를 걸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화를 구성하면 그들은 조언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지 연금보험만이 아니라 인생을 재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고객사는 이런 고객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사는 그냥 놔둬도 쭉 보험금을 내왔으니 계속 그러리라 생각해 이 가입자들을 무시했지만, 은행 같은 다른 금융회사들이 끼어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 가입자들이 전반적인 재무관리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금보험과 함께 다른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묶은 패키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사는 영업 자원의 95퍼센트는 고객 유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경영학의 렌즈를 통해 보면 인상적인 비중이다. 그러나 맥락을 살핀 결과 영업활동이 주로 22세 무렵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고객들에게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사에서 일하는 3,000여 명의 영업사원은 거의 모든 시간과 자원을 이 젊은 고객들에게 들였다. 노화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이 22세가량의 젊은이들은 죽음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22세의 젊은이들에게는 철저하게 무의미했다. 그래서 연금보험은 그들의 삶에서 거의 의미가 없다. 우리는 영업사원의 일정을 확인한 후 20대 잠재고객과 만나기로 한 약속의 70퍼센트가 전날 취소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의미한 상품을 소개받고 싶지 않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은 분명 엄청난 낭비였다. 정작 조언을 듣고 상품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 나이 든 고객은 순전히 관성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시당했다.


이런 패턴들이 명백하게 밝혀지면서 고객사에 조언할 내용이 유기적으로 갖춰졌다. 바로 젊은 잠재고객의 경우는 대면할 필요가 없는 만큼 접촉 창구를 디지털화하고, 모든 시간과 돈을 재무설계에 관심이 많은 나이 든 고객에게 쏟아부으라는 것이었다.


센스메이킹을 사업적 통찰에 적용한 결과 연금 및 보험 납입액뿐 아니라 고객과의 교류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감소율, 즉 해약하는 나이 든 가입자 수가 2년 후 80퍼센트가 줄어들었다. 이 모든 성과는 고객서비스 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이루어졌다.


이처럼 고객과 노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업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에도 중요하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 의미를 만들고 해석하다

82세의 웬델 베리는 미국의 국보 같은 인물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켄터키 주 헨리 카운티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모교인 켄터키대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쳤고, 40편이 넘는 소설, 논픽션, 시집을 펴냈다. 그리고 1985년 우리의 센스메이킹 여정에 완벽한 종지부가 되어줄 예지력 넘치는 수필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썼다.


이 수필에서 베리는 도시화에 따라 공동화되어가는 농촌의 삶과 공동체를 그렸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제학자들이 붙인 '영구적 취업 불능자'라는 명칭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가진 지식과 그들이 하던 일은 이제 다양한 기계와 농약에 밀려났다. 하지만 베리는 오히려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쓸모없다고 여긴 모든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한다.


1980년대 베리의 문제 제기는 주로 농업인구의 일과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종류의 노동에 대해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오늘날 회계, 영상의학, 법, 저널리즘, 주식 거래를 비롯한 화이트칼라 직종들은 농사, 운전, 제조 같은 블루칼라 직종보다 더 혹은 그만큼 위험에 처해 있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은 향후 20년 안에 기계가 미국에 존재하는 직업의 거의 절반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수치가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보편화된 IT시스템과 로봇 공학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하고 의미 있게 하는 발전은 언제나 축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기술 때문에 밀려난 모든 일에 담겨 있는 지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매일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뤄지는 작고도 중요한 행위에는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의 안녕, 생산성, 안전성, 인간의 정신의 육성을 큰 위험에 빠뜨리면서 이 지식을 무시한다. 내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웬델 베리의 질문을 되풀이한 것은 알고리즘과 기계학습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연과학에 얽매인 경직된 문화가 모든 문화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싶을 뿐이다. 기술과 그 해결책을 다른 무엇보다 높이 떠받들 때 우리는 최소 수준의 인간 지성이 지닌 기민성과 뉘앙스를 보지 못하게 된다. 또한 기술을 우리보다 앞세울 때 다른 자료와 데이터를 통합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최적화는커녕 총체적 사고에서 나오는 지속 가능한 효율성을 놓치고 만다.


센스메이킹과 관련해 웬델 베리의 질문을 되풀이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서구 세계, 특히 미국에서 문화적 탐구가 쓸모없는 호사로 취급받는 이유를 따지는 것이다. 왜 미술, 시, 음악은 주말에 잠시 취미로나 즐길 수 있는 일인가? 왜 연극이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일이 잘난 척하는 사람들의 특혜이며, 소설을 읽는 일이 시간 낭비인가? 우리는 미술이 운 좋은 소수의 사람에게나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림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라고 따진다. 이야기나 노래에 들인 시간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진지한 시와 엄격한 이론은 부유한 여성들의 점심 식탁에서나 논의된다. 편한 자세로 소설을 읽는 시간은 생산적 시간이 아니라 개인적 시간이다.


그런데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사람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은 의미를 만들어내고 해석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인문학 영역은 이런 일에 적합한 훈련장이다. 그래서 2,000여 년에 걸쳐 축적된 자료를 놀이터로 제공한다. 물론, 인문학 자료는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문화나 조직이 직면한 핵심적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전략적 도구이기도 하다. 바로 다른 세계, 관습, 의미, 경쟁 시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센스메이킹의 정수인 이런 능력은 결코 아웃소싱으로 확보할 수 없다. 기계학습으로는 결코 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없다. 이런 능력은 관점을 요구하지만, 알고리즘에는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의 딸이 유교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고 비웃거나 중세 프랑스 시를 전공하려는 사람을 무시하기 전에 당신이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라. 앞으로는 기업의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가 역사를 전공했거나, 슬라브족 연구에 푹 빠졌거나, 고대 그리스 전문가라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아들이 수학에 진정으로 열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스템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북돋아라. 그러나 오로지 실용적 목적으로 당신 자신이나 자녀를 인문학으로부터 자연과학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들이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는 유능한 화공학자, 수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필요하지만 뛰어난 시인, 가수, 철학자, 인류학자도 필요하다. 우리는 개인 또는 문화로서 우리 자신을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관점에서 나온 최고의 아이디어들을 통합해야 한다.


최적화는 규모를 키울 목적으로 자원을 계산하는 일이며, 규모를 지배하는 것은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이 우리까지 지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문화의 유일한 해석자로서 자리매김할 때 우리 자신을 해방하고, 기술을 또 다른 도구로써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기술은 우리가 특별한 곳에 이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거기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 이 딜레마는 맥락에 따라 영감을 얻어서 발휘하는 숙달된 행동을 통해 풀 수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보내는 동안 주문을 깨기를 권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문화의 보편적 분위기가 디지털 족적을 기록하는 새로운 앱이나 실시간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의료기업의 마법에 경탄하라고 말하는 순간들에 귀 기울여라. 이런 것들은 멋지고도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제품이 전부를 바꿀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대신 "이 제품이 일부를 바꿀 겁니다"라는 구호로 주문을 깨보자. 결국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교육은 그 무엇도 전부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권력의 역학이든, 가족의 불화이든, 거대한 제국의 부상과 몰락이든, 우리가 신과 맺은 관계이든, 사랑에 빠지는 경험이든, 인문학이 제공하는 사상과 이야기와 예술작품은 언제나 의미를 갖는다. 사랑, 지식, 목적, 탁월성에 대한 우리의 인간적 갈망은 결코 새롭지 않다. 그것이 인문학이 결코 쇠약해지지 않는 이유다.


주문을 깬 후에는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라. 당신이 사는 거리, 집, 학교에서 매일 일어나는 특별한 일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 또한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구글이 설계한 바둑 알고리즘만큼이나 경이롭고 가치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알고리즘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결코 관심을 기울일 줄 모른다. 사람은 관심을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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