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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데이터
저   자 : 마틴 린드스트롬(역:최원식)
출판사 : 로드북
출판일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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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데이터


레고는 어떻게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는가

레고 사의 문제가 해결된 결정적 요인, 즉 레고 사가 잠재적 파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낡은 운동화 한 켤레가 있었다.


2003년 초, 레고 사는 직전 한 해 동안 매출이 30퍼센트나 급락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2004년에는 매출이 10퍼센트가 더 감소했다. 당시 레고의 CEO 외르겐 비크 크누트슈토르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변화를 요하는 위기에 봉착해 잘못된 자금 운용으로 손해도 막심하며, 실제 채무 불이행으로 회사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어떻게 덴마크의 건실한 완구 제조사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무너졌을까? 2004년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축해달라는 레고 사의 의뢰를 받고 나는 자문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잘 유지해온 레고 사의 운영 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점차 디지털로 바뀌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90년 중반부터 레고 사는 블록 조립으로 대표되는 핵심 제품 사업에서 벗어나 테마파크, 아동 의류, 비디오 게임, 도서, 잡지, TV 프로그램과 소매점 등 문어발식 사업 구축에 나섰다. 이 시기의 경영진은 참을성 없고 충동적이며 산만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레고 블록을 더 크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레고 사가 수행한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미래 세대는 레고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동일한 결론이 도출됐다. 레고는 젠가나 스틱볼, 술래잡기 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나 정보화 시대에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레고를 갖고 놀기에는 시간과 인내심이 부족하며 블록을 쌓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나 구상력 수준이 매우 낮을 것이라 예상됐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환상과 독창성에 대한 능력이 부족할 것이며, 혹시 이미 그런 상황이라면 컴퓨터 게임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여겨졌다. 모든 레고 연구에 따르면 즉시적인 만족감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어떤 조립용 블록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도 강력했다.


이와 같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회생 불가능해 보이던 레고 사는 결국 반전에 성공했다. 테마파크를 매각했으며 <해리포터>, <스타워즈>, <밥 더 빌더> 프랜차이즈와 브랜드 제휴에 성공했다. 또한 서비스가 취약한 새로운 글로벌 마켓에 진출할 때에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였다.


하지만 레고 사가 가장 큰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는 독일의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열한 살 소년의 가정에서 진행한 문화기술 연구 때문이었다. 당시 연구 임무는 무엇이 정말로 레고를 돋보이게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날의 연구에서 레고 임원진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에 이르는 어린이 세대에서 예측되는 디지털 행동, 즉 그들이 시간을 단축해 즉시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 자신들의 이해와 식견이 모두 잘못된 오류였음을 깨달았다.


열한 살 독일 소년은 레고광일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스케이트보더였다. 가장 자랑스러운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년은 한쪽 면이 울퉁불퉁하게 닳은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를 가리켰다. 소년은 운동화가 자신에게 우승컵이자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만든 걸작이자,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입증하는 증표였다. 소년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운동화를 높이 들어올렸다. 한쪽 면은 닳아서 정확히 직각으로 깎여 있었으며 뒤꿈치에는 큰 흠이 있고 치밀하게 평평해져 있었다. 운동화의 전체적인 외관과 운동화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분명했다. 바로 소년이 이 도시에서 최고의 스케이트보더라는 메시지를 운동화는 소년 자신과 소년의 친구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그 느낌은 레고 팀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아이들이 시간 단축과 즉시적인 만족감을 추구한다는 이론? 완전히 틀린 것 같았다. 열한 살 독일 소년이 들려준 아디다스 한 켤레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레고 팀은 아이들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들이 선택한 기술을 통달해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되면 친구들 사이에서 사회적 명성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 기술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면 아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하지 않고 잘할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린다. 마침내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은 노력을 다하며 가시적인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의 어른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다 낡아 빠진 아디다스 운동화처럼 말이다.


그때까지 레고 사의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수많은 빅데이터에 근거를 두었다. 하지만 회사가 방향 전환을 하게 된 데에는 스케이트보더이자 레고광 소년의 운동화와 같은 작은 기회 통찰력에서 비롯됐다. 이후부터 레고는 자사의 핵심 제품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출자금도 늘렸다. 회사는 블록 크기를 원래대로 되돌렸을 뿐만 아니라, 크기를 더 줄인 블록을 제품 박스에 더 많이 넣었다. 블록은 더 정교해지고 사용설명서의 난이도는 더 높아졌으며,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조립에 성공하도록 제품의 방향이 바뀌었다. 레고는 사용자에게 부름이자 도발, 숙련, 장인정신에 대한 모든 것인 듯했다.


바야흐로 십 년 후 영화 <레고 무비>와 관련 상품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2014년 상반기, 레고 매출은 11퍼센트가 늘어나 20억 달러를 넘었다. 사상 최고로 레고는 당시 세계 최고의 완구 제조사인 마텔을 넘어섰다.



잃어버린 동심과 행복을 찾아서

-미국 지역 슈퍼마켓의 미래를 바꾸다

대부분의 미국 도시들처럼 윈스턴세일럼 시내의 길거리는 오후 5시가 되면 텅 빈다. 대부분의 소비는 고속도로와 교차로 전역에 위치한 쇼핑몰이나 쇼핑센터에서 이뤄진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슈퍼마켓 지점을 여럿 운영 중인 가족 경영 식료품 체인업체인 로즈 푸즈는 여전히 지역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 중 하나지만, 회사 수익은 2008년 불황 이후부터 계속 하락했다. 월마트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로즈 푸즈는 물량이나 가격 모두 인터넷 매장들과도 경쟁이 되지 않았다. 회사가 백여 곳의 슈퍼마켓 점포로 운영되지 않았다면, 매장 일부를 닫아야 했을 것이다. 나는 지역 거점 회사와 자주 일하는 편은 아니지만, 로즈 푸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전략과 사고방식으로 무장하면 '작은' 조직이라도 슈퍼마켓 업계에서 거액의 예산을 주무르는 유명한 회사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로즈 슈퍼마켓은 윈스턴세일럼 중심가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는 쇼핑 센터에 자리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슈퍼마켓은 휑하니 썰렁했지만, 미국의 여느 매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매장은 깔끔했지만 구식인 데다가 선반은 얼마간 정리를 안 한 것처럼 보였다. 황갈색 모자에 검정 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직원 몇 명은 십 대이거나 대학생이었다. 친절하지만 경험이 없어 보였고 그다지 바빠 보이지도 않았다.


로즈 푸즈 같은 가족 소유의 슈퍼마켓 매출을 회복시키려면 엄청나게 큰 위험 부담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회사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매장의 주요 방문객은 40대 후반의 사람들로, 이는 로즈의 미래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나는 로즈 관리 팀에게 로즈가 회생하려면 주차선을 다시 칠하거나 매장 로고를 교체하거나 소셜미디어 노출을 증가시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늘 그렇듯이, 결국 문제는 미국 문화에서 사라진 작은 단서를 발굴해내는 스몰 마이닝에 달렸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과 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했다. 애플 아이폰이든 할리우드 영화든, 욕망과 열망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런 작업은 쉽지 않았다. 최신 스마트폰 앱이 지배하는 시대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남부의 한 슈퍼마켓 체인이 여태 미국이 꿈꾸지 못했던 슈퍼마켓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루지 못한 욕망에 손을 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로즈는 대여섯 개에 달하는 지역 및 전국적인 식품 소매업체와 맞서고 있었고, 가격 면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월마트, 타깃과 경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로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미국 문화에 대해 기록해둔 많은 단서 가운데서도 여러 가정을 방문해 소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결정적인 스몰데이터를 찾아냈다. 단서는 바로 52세의 주부이자 어머니가 집에 장식해 놓은 개구리였다.


개구리 화분, 개구리 도어 가든, 개구리 잔디인형, 정원 덤불 뒤에 반쯤 가려진 개구리, 집 안에는 개구리 인형 홀더에다가 심지어는 개구리 투명 테이프 디스펜서도 있었으며 개구리뿐만 아니라 코알라부터 곰, 올빼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조각이나 박제가 있었다. 열두 가구 정도를 방문한 후에야, 인터뷰를 수락한 대다수의 여성이 어린 시절을 밖에서 뛰놀며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소파에 박제 강아지나 벽난로 위 선반에 곰 인형을 놓아두는 것을 전혀 어색해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전구와 장식을 일년 내내 설치해 두고 불을 켜 놓는 여성도 있었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여성들은 친절하고 너그러웠지만 러시아에서 만난 여성들처럼 고독해 보였다. 미국 여성들은 차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결혼과 가족으로 이뤄진 관계 외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 미국 엄마들은 자녀들의 사회성이나 학습이 뒤처질 것이 걱정되어, 내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아이들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 자기 시간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정작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일을 할 시간은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경향이 로즈 푸드와 어떤 관련이 있었을까? 내 서브텍스트 리서치를 근거로, 로즈에서의 쇼핑은 많은 소비자에게 양면적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로즈가 너무 '기업'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몇몇 여성은 로즈에서 별로 '지역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대다수는 트레이더 조스나 홀 푸즈가 더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품목만큼은 사람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듯했다.


내가 로즈에 가서 처음 맡은 냄새는 로티세리 치킨 냄새였어요. 나와 이야기를 나눈 고객은 모두 로즈 치킨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 로즈는 닭 굽는 시간을 일일이 게시해둠으로써 고객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규모가 더 큰 문화를 관찰해본 바로, 미국인들은 똑같은 삶으로부터 탈출하거나 유예를 얻을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로즈 푸즈는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이 주도해야 했다. 어쨌든 사각형은 날카롭고, 미국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제부터 로즈 슈퍼마켓은 정사각형 박스에 담긴 정사각형 케이크만 판매할 것이라고 나의 계획을 경영진에게 전했다. 우리는 사각 케이크 개념을 홍보하기 위해 가수를 고용해 선율이 유유히 반복되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정사각형 케이크, 반복적인 노래, 신체 지표. 내가 사각 케이크 개념을 도입한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규칙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케이크는 모두 원형이어야 했다. 이는 구매자들이 (식품에 대해) 정해진 규칙을 깨뜨리도록 '허가'해주는 것이었다. 로즈 케이크는 대부분 천연 재료를 쓰고 생버터와 휘핑크림으로 장식해서 만들었지만, 천연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다른 '화학적' 케이크들과 구분되어 눈에 띄게 만들어야 했다.


사각 케이크는 그저 첫 단계에 불과했다. 두 번째 단계는 매장 전체에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브텍스트 리서치에 따르면 로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품목으로 대부분 고객이 로티세리 치킨을 손꼽았다. 심지어 경쟁 슈퍼마켓 실무자들도 로즈 치킨에 대해 좋게 품평했다. 허나, 내가 기댈 곳이라고는 치킨에 대한 기대감과 열망, 맛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기대에 대한 개념이 빠르게 사라지는 디지털 시대이기에 나는 갈망이라는 개념을 다시 끌어오고 싶었다. 이는 브랜드나 브랜드 이벤트가 더 많은 갈망을 만들어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를 즐기게 된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었다.


1970년대에 성년이 된 대부분의 미국인은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기억한다. 마이클 제이 폭스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도움으로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하는 사춘기 소년을 연기했다. 그는 미래에 자신의 부모가 될 고등학생 커플을 이어주고 자신의 존재를 보장해둔다. 나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10대나 20대 초반에 봤을 것으로 추정될 법한 영화를 선택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들에게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허가'해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로즈 슈퍼마켓에서 말이다.


몇 달 후, 로즈 치킨 키친이 영업을 시작했다. 닭 모양으로 특별히 맞춘 모자를 쓴 직원이 운영하며 오직 치킨만 판매하는 단독 판매대를 상상해 보라. 이 치킨 판매직원은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처럼 차려 입은 소시지웍스 판매대 직원과 끊임없는 의견 충돌을 벌이느라 바쁘다. 나는 로즈 관리팀과 함께 두 캐릭터에 어울리는 각본을 만들고, 캐릭터에 맞게 하루 종일 서로 다투며 고함을 치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경우는 만화같이 만들어진 갈등이지만 이와 같은 불화가 목격되면 사람들은 살아 있음을 느낄 뿐만 아니라 매장의 모든 부서와 통로 곳곳에 파문을 일으키는 갈등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군중이 치킨 키친과 소시지워크 판매대 주위를 둘러쌌다. 처음에 구매자들은 걱정스러워 했지만 그것이 게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모두 하나가 되었다. 소시지 매대에서 치킨 키친 주인과 '싸운' 미치광이 박사의 노력으로, 오늘날 로즈는 닭과 소시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더 많이 팔게 되었다.


게다가 오븐에서 치킨이 구워져 나올 때마다, 로즈 치킨 키친 주인이 만든 '치킨 댄스' 노래를 매장 스피커로 크게 틀었다. 무대 매니저의 감독하에 로즈의 모든 직원은 군무와 합창에 참여했다. 이는 정확히 지역 공동체가 갈망한 '소속감'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고객들은 매장 안 어디에 있든 자신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테지만 그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방식이어서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구매자들은 거리낌 없이 다시 어린아이가 된 듯 행동했다. 오늘날 로즈에는 고위 관리자에서 시간제 임금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치킨 댄스에 언제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사규가 있다.


손을 대야 할 매장 부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농산물 코너였다. 현지에서 재배한 지역 농산물을 더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구를 받들어 로즈는 매장 내 과일과 야채에 대해 신선도와 현지 생산물 여부를 보증하는 새로운 계획을 추진했다. 또한, 로즈의 경영진을 도와 버들가지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와 현 시가를 분필로 휘갈겨 쓴 칠판을 비롯한, 고객이 '친환경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상징물을 이용해 매장의 과일 및 농산물 코너를 다시 디자인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코너의 이름을 '픽앤프렙(선택과 준비라는 뜻)'이라고 붙였다.


농장과 신선한 농산물이라는 이미지를 불러 일으킴으로써 이 새로운 '픽앤프렙' 코너는 잠재의식 속에서 '미국산', '몸에 좋은', '공동체', '엄마', '식탁', '부엌'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준다. 로즈는 구매자들이 현지 농업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 식탁'을 농부들과 협업하여 만들어냈다. 또한 로즈의 픽앤프렙 코너 직원들은 과일을 잘 자르는 방법부터 어린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과일 조각 만드는 방법까지 배우는 특별 교육도 받았다.('재미'있는 과일이라면, 아이들은 과일을 먹을 것이다.)


로즈는 매장 내 통로에서 거리가 동떨어진 곳에 픽앤프렙 코너를 배치함으로써, 과일과 야채는 건강한 삶에 필수적인 것이므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화학물질이 함유된 식품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결국 개별 공간에 진열된 과일과 야채라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웃돈을 지불하고라도 구매할 것이다.


환경이 바뀐 매장 내부는 캐주얼하고 안락하고 재미있으며 정돈된 혼란이 존재하는 장소로서, 길과 나무, 도로로 경계가 나뉜 즉흥적인 환상과 야생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로즈는 견고한 가치와 공동체, '지역'이라는 개념을 구축했다.


누군가가 내게 관리 팀과 협업해 로즈에 도입한 결과물을 한 문장으로 말해보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우리는 대부분 중년 혹은 그 이상 나잇대인 구매자에게 그들 자신을 찾고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갈 자유를 줬다. 미국인이 가장 이루고 싶어 하는 욕망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자유란 걱정과 책임감, 자의식이 거세된 자유, 다시 말해 다시 아이가 되는 것 같은 아주 편안한 해방감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매장 관리자를 모든 로즈 매장에 배치해 고객이 행복해 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임무만 부여했다. 고객은 역시 행복해 했다. 사람들은 로즈에서 쇼핑할 때 '집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내게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고객 만족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스몰데이터 전략

-숫자만으로 알 수 없는 가장 확실한 단서는 스몰데이터 안에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이해하려고 할 때 빅데이터는 유용하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가장 분명한 방법은 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단서를 찾아낸 스몰데이터를 빅데이터와 결합하는 것이다. 결국 레고 사가 처음으로 고용한 열네 살 나이의 어린 나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데 흠뻑 바진 아이이자 소비자였다. 나 자신의 행동과 내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한 후에, 나는 수많은 정량적 조사로도 알아낼 수 없는 제품과 회사에 대한 통찰을 레고 경영진에게 제공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통한 조사 결과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열한 살 독일 소년의 행동 관찰은 파산으로 치닫던 레고사를 극적으로 회생시켰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금융기관 고객들이 갑자기 자금을 이동시키거나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는 등 은행과 거래를 종료하려는 징후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해둔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활용하고도 은행은 고객 행동의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분석 모델 덕분에 은행은 이탈의 징후를 발견하기는 했고 고객들에게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서신을 신속하게 작성했다. 하지만 서신이 발송되기 전 은행 임원이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렇다. 확실히 '빅데이터'는 고객 이탈의 징후를 찾아내긴 했다. 문제는 고객이 은행이나 은행의 고객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혼 절차를 밟는 중이었고 그 이유로 자산을 옮긴 것이었다. 함께 병행한 스몰 데이터 연구를 통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고객 행동의 연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은 구글의 새 자율주행 자동차가 직면한 문제로 대부분 기술과 인간 사이의 불일치에 해당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횡단보도에 접근하면 완전히 정지하도록 프로그램이 된 구글의 새 자율주행차는 완벽하게 정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보행자는 안전하게 길을 건넜지만, 그 지점에서 구글 자율주행차는 구글 프로그램이 장착되지 않은 자동차에 뒤를 들이 받혔다. 자율주행차 센서는 대부분의 자동차처럼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하지 않고 완전히 정지한 상태로 다른 운전자를 기다리도록 설정되었기 때문에 사거리 정지 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새롭게 부상한 자율주행 차량 분야의 연구원들이 말하기를, 자율주행차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는 반드시 규정을 따르지만은 않는 인간 세상 속에 자율주행차를 합류시키는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상관 관계를 생성하기 위해 수백만의 데이터 포인트를 연결하는 동안에도 빅데이터는 정확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그야말로 '인간처럼' 행동하게 되면 빅데이터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빅데이터가 절차를 생략하고 삶을 자동화하도록 도와줄 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기술이 만드는 변화를 짚어내고 그에 따라 상황을 바꿔간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는 동업 관계로서 균형을 유지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내가 수행한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머릿속에 가끔 떠오르곤 한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그 인터뷰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까닭은 약속 시간을 잘못 알고 한 시간이나 일찍 찾아간 때문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인터뷰 대상자인 중년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막 잠에서 깨어나 머리는 부스스하고 헐렁한 푸른색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나를 보고서도 전혀 반갑지 않은 눈치였다. 나는 시간을 잘못 알았노라고 거듭 사과를 하며 한 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어쨌든 왔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그 인터뷰는 내가 행한 것 중 가장 정직한 인터뷰였다. 그 여성은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얼굴을 매만지고 집을 정돈할 시간도 없었다. 모든 면에서 나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아무런 숨김도 없었고 내가 듣고 싶어하리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내게 하지도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그녀의 집을 떠나며, 가면을 쓴 채 세상을 대해온 수많은 우리 삶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최근 스위스에서 수행한 정성적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0개에 이르는 상호 의존적인 사회적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정체성들은 종종 충돌을 일으킨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에 살고 있으며 은행 창구직원으로 일하는 중년 남성을 상상해보자. 그는 아버지이며 아들이며 남편이다. 플로리다 주의 주민이며 은행 직원이다. 또한, 자전거 타기를 즐기며 레크리에이션 주자이고 밤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또한 채식주의자이고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이며 주말에는 딸의 고등학교에서 축구 지도를 한다. 더불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그의 온라인 아이덴티티도 존재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남자의 도덕적 사고방식, 정직성, 사교성, 사회 참여도 수준이 각 인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의 직업적인 역할을 상상해보자. 아마도 가식적으로 꾸미거나 노골적으로 속이는 데 뛰어날 테지만, 한편 가장으로서 부정 행위는 혐오한다. 스몰데이터에서 의미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역할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한 가지 인격만이 아니고 전체 인격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기술적 연구 이면에 숨겨진 비밀은 그 어떤 방법론이나 심지어 내가 고안한 방법론으로도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분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여러분은 누구인지? 홀로 있을 때는 어떤 사람인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어떤 곡을 '좋아요'라고 표시할 때, 여러분은 세상에 대고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바지나 새 신발을 사거나 창문에 대나무 블라인드를 달거나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냉장고에 붙여두거나 욕실에 페이셜 크림 통을 놓아두는 것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언제나처럼 스몰데이터 안에 있다. 레고 사의 임직원이 이미 십여 년 전에 발견했듯 그것이 뒷축이 다 닳은 오래된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뿐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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