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지은이 : 이경미 외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19년 07월




  • 이 책의 두 저자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공간 기획자들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콘셉트 설정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의 소소한 디테일까지 정교하게 공간에 녹여 내 왔다. 입지부터 외관, 진열, 조명, 동선, 촉감, 냄새, 소리, 온도, 소품, 포장, 스태프의 애티튜드까지 모든 것에 콘셉트와 메시지를 불어넣는 일, ‘나도 모르게 그곳이 좋아지게’ 만드는 공간의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는 기획자, 마케터, 브랜딩 전문가에게는 ‘그립감 좋은 전 세계 취향 맛집들의 영업기밀’을 알려주고, 현재 작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거나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르면 큰일 나는’ 공간 브랜딩의 키포인트를 A부터 Z까지 소개한다.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끌리는 공간은 이렇게 시작된다

    ‘맥락’이 있어야 콘셉트가 읽힌다

    목적 없는 공간은 매력도 없다

    새로운 공간을 계획할 때, 혹은 리뉴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계를 거듭할수록 원래의 목적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세부적인 사항들에 치우쳐 본연의 목적을 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공간은 취향에 맞춰 그때그때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만 상업적인 공간은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비용적인 면에서 그 목적이 분명해야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업적인 공간의 목적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과 ‘단기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 ‘홍보를 위한 마케팅 목적의 공간’과 마지막으로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첫 번째로, 대부분 매장의 목적이자, 책에서도 주요하게 다룰 ‘장기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은 오랜 기간 동안의 판매를 위한 콘셉트와 인테리어, 공간 구성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메인 상품은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소비자의 동선은 판매할 상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메인 상품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고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비주얼 장치와 흥밋거리를 배치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판매에 최적화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질리지 않는 콘셉트’로 오랫동안 그 자리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보통 매장을 오픈하고 판매가 저조할 때, 사람들이 판매 상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매장 인테리어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인테리어 탓도 많이 합니다. 이는 공간을 디자인할 때 방문할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판매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 보이는 요소나 비주얼에만 치중했거나, 막상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이 불편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혹은 너무 기능적인 판매에만 집중해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무미건조한 공간이 되거나 콘셉트가 없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이 그 매장을 다시 찾아오고 싶을까요? 어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그곳에 찾아올 소비자의 취향을 가장 먼저 고려한 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짧은 기간 동안의 상품 판매와 이슈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팝업스토어입니다. 이러한 팝업스토어는 임대료가 비싼 곳이거나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판매할 리미티드 상품이 있는 경우에 열립니다. 또한 상품을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하여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진행되는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세 번째로, 마케팅 목적의 공간은 적용할 수 있는 콘셉트나 운영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브랜드 홍보가 목적인지, 바이럴 마케팅이 목적인지, 혹은 리미티드 상품 홍보가 목적인지에 따라 현재 트렌드와 위치의 특성, 타깃 소비자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연출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팝업스토어와의 차이점은 상품 판매를 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케팅 목적의 공간은 판매실적에 영향을 덜 받으며, 홍보를 중시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명확한 취향이 반영된 상품을 판매하며, 개인적인 취향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입니다. 물론 이런 목적의 공간도 나름의 이유에 따라 소비자의 동선과 공간이 구성되었겠지만, 다른 공간에 비해서는 운영자의 취향이 더 묻어나는 개성 있는 공간일 것입니다. 이런 공간은 작은 문구점이나 편집숍, 동네서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판매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운영자의 개성이 느껴지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장들입니다.


    이렇게 공간을 기획할 때는 옥간의 목적을 확실하게 정하고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공간을 만드는 기획자와 방문하는 소비자의 만남, 이것이 공간의 목적입니다. 소비자를 항상 첫 번째로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기획자가 원하는 만남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목적을 중심으로 콘셉트부터 디테일까지 고민해야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수많은 항목들을 고려하고 결정할 때 ‘목적’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흔들리지 않고 조화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콘셉트’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졌다면 이제 공간의 콘셉트를 정해야 합니다. 공간의 콘셉트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판매와 전시 등 기능만을 강조한 ‘기능적 콘셉트’, 두 번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디자인 콘셉트’, 마지막으로, 도시 재생 혹은 특별한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는 ‘업사이클링 콘셉트’입니다.


    첫 번째로 ‘기능적 콘셉트’는 말 그대로 기능에 충실한 콘셉트로 공간 디자인보다 판매 상품에 집중된 콘셉트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상품에 집중하기 위해 1가지 컬러로 공간을 연출하며 구성요소 또한 단출하게 배치해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합니다. 만약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흰색 벽면에, 오로지 원두와 커피에 집중된 가구와 요소들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공간의 콘셉트가 브랜드의 상징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푸른 병 모양의 심볼로 유명한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입니다. 블루보틀 매장의 디자인 콘셉트는 바리스타와 고객, 고객과 커피만을 무대 위에 올리고 다른 요소는 최대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내가 마시게 될 커피의 제조 과정을 다른 방해 요소 없이 오롯이 감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디자인 콘셉트’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며 신선한 비주얼을 만들고자 하는 ‘창조적 콘셉트’와 트렌드 혹은 디자인 흐름의 한 부분을 반영하여 표현하는 ‘반영적 콘셉트’입니다.


    완전히 다른 성격인 하이엔드 문화와 스트리트 문화의 획기적인 만남으로 일컬어지는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컬쳐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2016년 로난&에르완 부훌렉 형제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 ‘삼성 세리프 TV’는 기능만을 강조하던 가전제품의 작품화를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일 것입니다. 이후 많은 기업에서 공간의 작품 요 소가 될 수 있는 디자인 가전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저의 경험상 대부분의 상업 공간에는 반영적 콘셉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르데코, 모더니즘, 퓨처리즘 등 디자인사가 반영된 콘셉트가 있고, 빈티지, 레트로, 북유럽, 미니멀 등 시기 및 지역 트렌드가 반영된 콘셉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업사이클링 콘셉트’는 기존 공간의 스토리를 현대적인 요소와 조합해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을 말합니다. 트렌디하다고 불리는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콘셉트로, 기존 공간의 역사와 콘셉트를 유지하되, 일부를 좀 더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최근 핫한 동네가 된 익선동, 을지로에는 뉴트로 콘셉트로 대표되는 매장이 많은데, 대형 콘셉트스토어로는 50년 된 계동의 목욕탕을 업사이클링한 젠틀몬스터의 ‘배스 하우스’, 정미소와 부자재 창고였던 성수동의 카페 ‘대림창고’, 부산의 고려제강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F1963’ 등이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업사이클링으로 볼 수 있는 공간 콘셉트가 많지 않고, 대체로 규모가 큰 공간에서만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 생겨나는 작은 상업 공간들의 뉴트로 콘셉트가 환경 자체를 재해석한 업사이클링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전 내 취향!’인 공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을 설계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비주얼 디자인은 상업 공간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모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을 만들 때 콘셉트와 디자인에 대한 시장조사를 많이 하고 고민하여 적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 외에 보이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가치소비시대에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 더 머물고 싶은 공간,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해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소비를 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꼭 필요한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리테일러들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더 이상 소비의 공간이 아닌, 경험의 공간으로서 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급 호텔에 들어가면 왠지 모를 럭셔리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높은 천고에 고급스러운 마감재를 사용한 인테리어, 부드럽고 차분한 선율의 클래식 음악, 은은한 향기, 그리고 대리석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의 푹신한 촉감 때문입니다. 그것이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텔리어의 친절한 애티튜드는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로 하여금 공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배가시켜줍니다.


    이처럼 공간의 모든 디자인, 모든 행위는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나타내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렇게 전달된 다양한 경험들은 시각이나 후각의 잔상으로, 혹은 손 끝에 느껴졌던 촉감이나 귀에 익숙한 음악 등으로 남아 기억되고 또 다시 재생되어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로 형성됩니다.


    요즘 트렌드인 감성 마케팅은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감각기관을 자극해 소비자에게 콘셉트를 이미지화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그냥 좋고’, ‘왠지 끌리는’ 브랜드에 열광합니다. 정확한 이유를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공간에 있을 때 편안함이나 호감을 느낀다면, 공간이 소비자의 감성과 잠재의식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취향에 공감하고, 경험과 교감할 때 상품은 저절로 팔린다

    ‘살롱’의 부활

    모든 공간에서는 소비자의 재방문이 중요합니다. 기업에서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도 기존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신규 소비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충성도’라는 말이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한번 온 사람을 계속 오게 하고, 다른 공간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 번 방문했던 공간을 선택지 중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상권 안에 같은 업종이 수두룩한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간 마케팅’입니다.


    혹시 ‘독립서점’에 가본 적 있나요? ‘살롱 문화’의 부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중심에는 ‘독립서점’ 혹은 ‘동네서점’이라고 불리는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예전의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사라지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신 새로운 형태의 동네서점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부활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책을 읽는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판매의 공간에서 나아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장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동네서점은 대형서점에서 잘 보이지 않던 책들을 개성 있게 큐레이션하고, 매니아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을 위한 저자 강연이나 작은 공연, 원데이 클래스 등으로 꾸준히 소비자와 소통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소비자가 구매자를 넘어 공간에 참여하고, 공간의 ‘팬덤’을 형성하게끔 하는 일종의 마케팅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간 마케팅은 비단 서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꽃과 화분을 판매하는 화원에서는 평일 저녁 시간대 혹은 주말에 취미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열거나, 꽃과 어울리는 캔들이나 디퓨저, 왁스 타블렛 등을 만드는 클래스를 열어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브런치 카페나 식당 등에서는 평일 3~5시 브레이크 타임을 활용하여 쿠킹 클래스를 열고, 와인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 와인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공간의 성격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남으로써 공간을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이벤트성으로 운영하기보다 소비자의 반응에 맞춰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확대되어야 소비자의 흥미를 끌게 되고, 소비자에게 공간에 대한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경험하는 ‘멀티채널’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플랫폼이 형성되고 확대되면서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튜버나 BJ들이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연예인들이 1인 미디어의 세계로 뛰어드는 등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가 대중화됨에 따라 기업이나 브랜드가 그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간이라는 오프라인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만남은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SNS인플루언서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인 ‘네온NEON’을 오픈하여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유통을 통합하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H몰 역시 인플루언서 전용온라인 매장인 ‘ 훗Hootd’을 오픈했습니다. SNS인플루언서들의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당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민감했던 백화점 유통이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홍보 효과를 넘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SNS에 업로드 하는 사진은 그 어떤 매체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홍보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망원동 ‘자판기 카페’ 역시 독특한 입구 디자인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경우입니다. 물론 공간을 구성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SNS에 업로드 되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매장 안에 공간의 콘셉트와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포토 스팟’을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로고나 텍스트가 표현된 벽면, 컬러나 패턴이 그려진 벽면, 특이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 등을 활용해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어 SNS에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훌륭한 홍보가 될 것입니다.


    남성 패션 브랜드인 ‘커스텀멜로우’는 홍대 매장에서 인디 밴드들이 직접 진행하는 인터넷 방속 ‘민트라디오 H’ 공개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인디밴드의 매니아층을 그들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찾아오게 한 것입니다. 나아가 인스타그램에 인증했을 때 사은품을 주고 라디오에 신청곡과 사연을 신청하도록 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통한 직접 참여를 유도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홍대, 인디밴드, 라디오라는 공간의 이미지와 위치, 콘텐츠가 잘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만약 홍대 남성 의류 매장에 귀여운 이미지의 틴에이저 걸그룹이 왔다면 그들이 잘 어울렸을지는 의문입니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공간의 목적, 콘셉트와 결을 같이 해야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취향 저격의 공간을 만나다

    있는 그대로의 공간은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추억을 복원한 뉴트로 – 익선동과 을지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뉴트로 감성이 가미된 공간일 것입니다. 뉴트로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의 취향을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지금부터 오래된 공간 자체를 현대적 감성과 적절히 섞어 이슈가 되고 있는 장소들을 예시로, 기존의 공간에 콘텐츠를 결합하여 이슈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뉴트로 감성을 콘셉트로 한 공간은 익선동, 을지로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기성세대는 좋았던 시설에 대한 향수를 느끼거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고, 세련되고 모던한 환경에만 익숙한 젊은 세대는 신기하고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울 익선동은 과거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보존으로 유명세를 탔던 북촌, 서촌에 이어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로 1920년대 말~1930년대 초에 만들어진 서민 중심의 계획적인 주택단지입니다. 전통한옥이 모여 있는 북촌과 달리 중인들, 예술인들이 많이 살았던 이곳은 서촌과 비슷한 근대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재개발이 무산되어 방치돼 있던 한옥단지를 찾아온 젊은이들로 인해, 지금의 핫 프레이스가 구축되었고, 개성 있는 상점들은 1920~30년대에 지어진 외관을 유지한 채, 판매 품목에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내부는 그동안의 많은 개축과 변형으로 지어졌을 당시의 원형을 확인할 수 없지만, 마당을 낀 ‘ㄱ’형 혹은 ‘ㅁ’형 형태와 기와, 들보, 서까래 등 남아 있는 요소와 함께 현대적인 인테리어 가구와 공간 구성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을지로 거리는 익선동보다는 그 역사가 짧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기인 1970년대에 구성된 국내 제조업의 메카로 인쇄소, 철물 제조사 등이 밀집되어 있는 상업 공간이며 익선동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을지로에 최근 구성된 카페거리는 2000년대부터 첨단 산업의 발달로 인해 점점 노후화된 이 복잡한 공간에 간판도 없이, 기존 건물의 외관은 물론 내부 구성까지 활용한 채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을지로에서 유명한 카페들에 가면 1970~80년대 자재와 소품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 지금은 환경 오염으로 실내 시공이 불가한 1970~80년대의 시멘트 바닥과 지금은 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프레임의 철문, ‘축 발전’이라 써 있는 큰 거울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부 구조마저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여 그에 맞는 가구와 디스플레이 소품을 사용하고 있는 곳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50년은 족히 넘는 공간의 형태와 무드를 그대로 이용함으로써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억’과 ‘새로움’을 안겨준다는 점입니다. 찾아가는 과정이나 협소한 공간이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세련되고 친절한 도심과 상반되는 이곳은 분명히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이렇듯 기존의 공간을 활용한 디자인은 하나의 스토리와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신발공장이 카페가 되고, 카페가 미술관이 된다? - 앤트러사이트와 테라로사

    창고형 카페에는 2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하나는 원래 창고였던 공간을 리노베이션하여 최대한 기존의 구조와 골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카페로 용도변경을 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넓은 공간에 큰 규모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 건물의 뼈대는 유지하되 창고형태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경우입니다.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사용되던 공간을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의 성공 이후 유사한 형태의 창고형 카페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테리어에도 ‘인더스트리얼’ 무드가 유행하기 시작하여 정형화되지 않은 날 것의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이후 비슷한 분위기의 공간들이 많아져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앤트러사이트’는 1970년대에 지어진 신발공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활용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을 언급하는 이유는 합정점이 앤트러사이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신발공장이었을 때 사용했던 컨베이너 벨트를 그대로 사용하며, 벽면 한쪽에는 공장이었던 때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아예 새롭게 디자인하기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창구로 활용하면서 독특한 무드를 만들어낸 이곳은 앤트러사이트만의 분위기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강릉이 커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테라로사’ 커피공장으로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테라로사는 고급 커피원두를 로스팅해 유명 호텔이나 카페 등에 판매하면서 한국의 명품 커피 시장을 개척했고 테라로사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문하생들이 강릉에 카페를 창업하면서 강릉이라는 의외의 장소가 커피로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공장이 미술관 같았으면 좋겠다’, ‘맛도 멋진 공간에서 탄생한다’라는 대표의 공간 철학이 반영된 테라로사는 현재 전국에 1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장마다 콘셉트가 다릅니다. 특히 서종점은 와인숍, 레스토랑, 백미당 등과 함께 작은 빌리지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테라로사 수영점이 위치한 ‘F1963’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1963년에 만들어진 고려제강 부지를 2016년 부산비엔날레 개최 이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는 F1963은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는 유지하되 담겨지는 콘텐츠에 따라 재해석하여 리노베이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 안에 위치한 테라로사 수영점은 이전에 이 공간이 와이어 공장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 공간입니다.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기계 등을 인테리어 요소로 배치하여 옛 것을 유지하되 현재의 것과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그들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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