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지은이 : 이성현
출판사 : 책들의정원
출판일 : 2019년 04월




  •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미중 관계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국내 최고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는 베이징대 연구위원이자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인 이 책의 저자는 2년 여간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결국엔 패권전쟁일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미중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선택에 대해 중장기적인 담론을 제시한다.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트럼프 미국의 출범

    트럼프 취임사에 비친 미국 신(新)행정부의 외교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취임 연설의 특징은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었다기보다 우려했던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의 연설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정책 참모진들 사이에 상당한 경쟁과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과 이러한 정책 노선의 많은 디테일이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더불어 ‘트럼피즘 Trumpism, 도널드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 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본격적인 미국 발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보는 것에 방점을 찍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 연설과 백악관 홈페이지에 실린 국정 기조를 보면 한국이 당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안보 동맹문제 보다 통상 보호무역주의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과 안보 문제를 조율하는 한국 인사들이 동맹의 가치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이 어떻게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외교와 내치에 걸친 6대 국정 기조에 그 골격이 드러나 있는데 대부분은 그가 대선 후보 시절에 언급했던 예측 가능한 내용들이다.


    첫째,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ㆍ일본 등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벌써 트럼프 임기 동안 한국 내 일자리가 13만 개 줄어들고, 한미 FTA 폐기 시에는 5년간 32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치가 나오고 있다.

    둘째,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수십 년간 우리는 다른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군대를 고갈시켰다”라면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동맹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서 그는 “오래된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동맹 친구’ 는 물론 러시아를 말한다. 러시아는 트럼프의 유세기간 동안 언급된 국가들 중 그가 유일하게 비난하지 않은 나라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셋째, 북한과 관련해 백안관은 ‘이란,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 간 탄도 미사일 협박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상되는 바, 미국의 대응책 선택 과정에서 한미 간의 긴밀한 소통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에 정책 리뷰 기간 동안 한반도 당사자인 한국은 선제적으로 미국과 접촉점을 넓히면서 동시에 한국이 희망하는 정책 방향과 미국의 정책 방향이 최대한 많은 교집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성향 역시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대통령 트럼프가 보여준 모습은 후보 트럼프와 다름이 없고, 그것은 비즈니스맨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원래 트럼프의 온전한 모습일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한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보다 트럼프 같은 인물이 한국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미가 어떻게 ‘윈-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투입해야만 할 것이다.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의 새로운 구조

    초기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미중 관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미국이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미중 관계 재설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둘째,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의 핵심은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불확실한 것은 이러한 미중 대립이 단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중장기적인 것인지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분석은 트럼프의 ‘중국 흔들기’가 단순히 통상 분야의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한 전략 차원을 넘어서 보다 큰 차원의 중국 견제 움직임이며 이는 중국의 부상과 전횡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판단된다. 한국은 이러한 동아시아 지정학, 역학 관계 변화가 주는 함의를 인식하고 미중 관계 악화가 가져올 여파에 대한 다양한 사안별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중국은 애초에 정치 경험이 전무한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이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갈등을 둘러싸고 트럼프의 잇따른 대중 강경 발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가 성사되자 조금 당황했다. 그러다가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도 협상 대상이다’라고 선언하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핵심 이익의 마지노선까지 걷어차 버리자 중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중 수교 이후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건드리지 않은 금기를 트럼프가 건드려버린 것이다.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의 최순실인가?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더해, 트럼프 주위의 ‘마초’ 적인 각료들과 백악관 보좌진이 대부분 대중 강경주의자들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중 피터 나바로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우선 나바로는 ‘선과 악’의 프레임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악’은 중국이다. 특히 나바로의 책 제목이기도 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데스 바이 차이나 Death by china > 를 보면 이 같은 추론이 더욱 힘을 얻는다.


    나바로의 중국을 향한 분노는 거의 원초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을 이렇게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산 저질 제품과 중국의 환율 조작에 대한 비판은 기본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거짓말을 일삼고, 인터넷을 통제하며, 미국을 속인다고 말하면서 중국에서 수입한 사과에는 DDT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이자 농약 가 뿌려져 있어 먹으면 유해하다고 이야기한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강대강’구도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에 당황했던 중국도 이제는 사정을 파악하기 시작한 듯하다.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중국 자신에게 있어 장기적인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고 전념해야 할 때이다”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라는 ‘장애물’에 구애받지 말고 중국은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낮췄던 이전과 달리 미국과 마찰이 있더라도 중국의 핵심 이익은 양보하지 않고 관철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중 관계 변화의 조짐이 기존의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프레임에서 갈등이 격화되는 노선으로 미국 정책의 축이 바뀌는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점차 주류 담론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면밀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은 이러한 동아시아 지정학 역학 관계 변화가 주는 함의를 인식하고 미중 관계 악화가 가져올 여파에 대한 다양한 사안별 시나리오 준비를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

    무역전쟁이라 더 위험한 미중 갈등

    미국과 중국은 정치 체제 및 사회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사회이다. 지난 40여 년간 인권 문제, 대만 문제, 티베트, 언론의 자유, 소수 민족 핍박, 종교 억압, 이데올로기 대립 등 미중 간에는 만성적인 충돌의 뇌관들이 무수했다. 그러한 대립으로 양국 관계가 본질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 완충제가 바로 미중 양국의 긴밀한 경제적 상호 의존이었다. 미중 간의 깊은 ‘전략적 불신’을 극복하게 해준 것도 바로 경제적 ‘공동 이익’이었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그러한 미중 갈등의 완충 역할을 했던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산적했던 갈등이 표출되는 것이다. 즉 무역전쟁은 미중 관계를 지탱해 왔던 버팀목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무역 이외에 미국 사회의 ‘전방위’적인 중국 경계 분위기 확대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의 모습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18년 1월만 해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수장은 중국을 ‘러시아와 동급으로 미국에 큰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거의 1년이 지난 2018년 말 폼페이오는 12월 10일 러시아를 쏙 빼고 중국만 꼬집어 ‘중국은 미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계를 넘어 적대시하는 경향이 확산된 것은 무역 전쟁이나 정치인의 수사를 넘어 미국 정부의 공식적 전략 문서와 법안에 공개적으로 명시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공식화’, ‘문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군수권법 섹션 1261’은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주된 우선사항이라고 ‘선포한다’고 적혀있다. 여기에서 주어는 미국 ‘의회’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다. 이는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포지셔닝’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국가

    한국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양 강대국 사이에서 가장 ‘포지셔닝’의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이 한바탕 치룬 홍역은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간의 힘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미중 간 미래 패권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은 단기적인 과제가 아닐 것이다. 미국 의회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라고 명시한 사항을 본다면 이는 미중 갈등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중 반목이 심화되면서 ‘안보=미국’, ‘경제=중국’이란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 외교가에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 미중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데 미중은 한국이 자신의 편에 서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중 간 힘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한국은 계속 선택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한국은 선택을 하지 않고도 강대국의 ‘줄 세우기’ 강요를 거부할 수 있는 외교 맷집을 지녔는가의 여부 (2)한쪽을 선택했을 경우의 리스크 (3)선택을 미루다가 자발적으로 할 경우의 리스크 (4)선택을 미루다가 타의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의 리스크 등 각각의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냉정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중국의 강대국 야망 사이즈

    시진핑의 변증법적 사관으로 본 미중 무역전쟁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위급한 국제 환경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그 국제 환경을 시진핑은 변증법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변증법은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사상의 출발점이다. 변증법은 정반합의 체계로 이루어진 것으로, 시진핑이 이해하는 변증법은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볼 때 ‘정 중국이 추구하는 길’, ‘반 미국의 저지’, 그리고 ‘합 미국을 극복한 중국’인 듯하다. 이것이 바로 중국적 정치 현실에서 시진핑이 변증법을 이해하며 자주 인용하는 맥락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식으로 보자면, ‘도전’이 ‘응전’을 맞아 새로운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도전과 응전을 통해 살아남은 민족이 ‘번성 합’을 하는 것이다.


    2018년 6월 중국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시진핑은 ‘현재 중국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발전 시기를 맞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전략적 자신감을 견지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무역전쟁 중이지만 이것을 자신감 있게 대하라는 뜻이다. 시진핑은 또한 같은 날 중난하이에서 가진 당 외 인사들과의 좌담회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중국공산당이 결정한 경제 정책 방향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확고히 고난을 극복하고, 도전에 대응한다는 의지와 결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여기서 도전은 당연히 미국이다.


    이러한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는 미중 무역전쟁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이 더 강해지는 기회로 삼자고 독려하는 듯하다. 미국이라는 ‘도전’에 구애 받지 말고 오히려 극복으로 승화해 중국은 스스로 정한 목적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길을 향해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변증법에서 보면 위기는 결국 기회이다. 그리고 그것은 ‘합’으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역사 발전의 과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막으려면 중국은 어떤 태세를 갖추어야 할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시진핑이 ‘변증법적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그가 쉽게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또한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미래 패권 경쟁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이 ‘정 - 반 - 합’의 과정은 장기적인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중 관계의 앞날을 읽는 힘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중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도 두 가지 시각이 팽팽히 경쟁하고 있다. 첫째는 앞으로의 미중 관계는 충돌 가능성보다 협력과 상호 의존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미중 간에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경쟁보다 상호 의존하고 협조하는 체제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낙관하는 방점으로 기우는 시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오바마와 시진핑이 2013년 6월 미국 서니랜즈에서 가진 정상회담이다. 언론이 ‘세기의 만남’이라고 한 이 모임에서 두 정상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앉아 허심탄회하게 양국이 대결 아닌 대화와 협조로 풀어나가기로 한 소위 ‘신형대국관계’모델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마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디테일에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중국이 제시한 ‘신형대국관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에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도 미국의 현재 지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서도 안 되고, 중ㆍ일 영토 분쟁에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중국판 ‘먼로 독트린 Monroe Doctrine,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주창한 고립주의 외교 방침’이다. 미국이 중국의 ‘마당’인 아시아를 건드리지 않으면 중국도 미국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동 문제 등 다른 미국의 이익에 훼방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중국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오바마 앞에서 일부러 디테일을 언급하지 않았다.”이러한 내막을 아는 어느 미국 측 인사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세기의 만남’이라 불리는 신형대국관계의 본 모습이다. 양측 다 국내정치 수요 때문에 화려한 모습으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국은 어느 쪽에 ‘베팅’을 하고 준비해야 할까. 미중이 충돌로 갈 때 한국이 준비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진다. 귀찮고 힘이 더 들더라도 신중한 쪽으로 준비하는 것이 미래에 남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125년 전 이 땅을 휩쓸고 갔던 갑오개혁의 교훈이라 할 만하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현명한 선택

    G-제로 시대의 미중 관계와 한반도

    미중 빅딜론과 코리아 패싱

    한국에는 미중 관계에 대해서 여러 담론이 혼재하는 듯하다. 미중이 G2로서 협력한다는 담론, 그런데 그 협력이 너무 과해서 한국을 홀대할지 모른다는 코리아 패싱, 그리고 최근 미중이 경쟁과 충돌로 간다는 갈등론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미중이 ‘빅딜’하여 한국이 소위 ‘코리아 패싱’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는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우호적 대세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전제하고, ‘미중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빅딜할 가능성’과 결과적으로 ‘한국이 패싱 당할 수 있다’는 논리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중 관계는 구조적 경쟁 관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경쟁 구도로 가고 있는 미중 사이 빅딜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코리아 패싱 담론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간결하고 효과적인 정치 프레이밍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려는 국내 정치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국 패싱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독특한 경험은 아니며 강대국끼리 사이가 좋거나 나쁘거나 해서 발생하기보다는 약소국의 힘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의 선택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미국은 국제 사회의 전통적 리더십 역할을 방기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굴기’하는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한국은 이 경쟁에서 승자로 예상되는 쪽에 베팅하는 기회주의적 외교 정책을 취하기보다 국익에 의거한 기준을 세우고 행동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국민 공감대와 국가 역량을 결집하여 ‘리더가 부재한 세계’에서 전략 노선 혼란을 최소화하고 코리아 패싱이라는 자학적/패배적 진단에 빠지기보다 주동적으로 일관성이 있고 슬기로운 외교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사료된다.


    G - 제로 시대

    미중 관계를 분석할 때 중국학자들은 종종 세 가지 요소가 양국 관계를 지탱한다고 본다. 그것은 -상호 무역 의존도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친분 -양국 국민들 사이의 호감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서 중국 측 전문가들은 특히 양국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친분에 더 비중을 두고서 보고 있으며 트럼프와 시진핑이 개인적으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양국 관계는 무리 없이 원만히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의 ‘짧았던 브로맨스’는 양국 관계가 단지 지도자 사이의 호감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요소들, 즉 국가 간 ‘구조적’인 요소들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특히 협력보다 경쟁 쪽으로 미중 관계의 축이 기우는 이 시점에서 미중 협력 G2 시대가 아직 요원한 것이라면 그 상대점에 있으며 요즘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G-제로 시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G-제로라는 용어는 국제 사회에서 힘의 구심점이 사라져 결국 ‘리더 부재의 세계’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서구를 대표하는 미국의 쇠퇴로 생긴 ‘리더십 공백’을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중국이 채워주지 못하여 국제 질서가 표류하게 되는 것이다. G-제로 용어의 고안자는 스탠포드대 출신으로 정치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을 창립한 이언 브레머와 전 미국 CIA 및 국무부 공직자 출신인 데이비드 고든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

    * 트럼프는 미국 고립주의 , 지도력 상실의 ‘결과’로 등장한 인물

    트럼프가 미국 지도력의 상실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국 지도력 상실의 결과로 등장한 인물이라면, 현 미국 지도력 쇠퇴는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문제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이후 미국 대통령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향후 10년 또는 20년 사이에 아시아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철수는 아시아 지역 질서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하는 가운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전략ㆍ정치적으로 이 지역을 지배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이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

    선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 한국은 차선책만 존재!

    한국은 왜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미국을 선택해도 진다.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을 선택해도 진다.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파탄날 것이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을 선택해도 지고, 중국을 선택해도 진다. 미국과 중국을 다 선택해야 한다. 결국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루즈-루즈 lose-lose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최선책은 미중 모두를 선택해서 둘 다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윈-윈 win-win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옵션이 한국에 있냐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한테 자기를 선택하라고 하고, 미국은 한국한테 자기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리고 미중 양국의 관계는 갈수록 경쟁 대립 구도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 생존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 기준은 국익인데 여기서도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에서는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도 경중을 다시금 따져보고 다시금 선택을 해야 한다. 국제 사회도 차등적 관계이다. ‘동맹’이 있고, ‘전략적 파트너’도 있으며, ‘동반자’도 있다. 다른 국가들은 이러한 기준을 설정하고 한국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도 국제 사회의 이러한 ‘룰’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한국이 표방하는 ‘미들 파워’는 미국과 중국 사이 딱 ‘중간’에 위치한 국가란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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