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지은이 : 최재붕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19년 03월




  • ‘포노 사피엔스’가 몰려오고 있다. 그들에 의해 세상의 모든 문화, 경제, 사회, 정치가 움직이고, 그들 스스로 문명의 표준이 되어 비즈니스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 문명을 받아들인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 세계 비즈니스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으며, 반대로 이 문명을 거부한 기업은 거듭된 쇠락으로 경쟁력을 상실했거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이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명운이 달렸다는 것! 


    포노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 신인류의 탄생

    혁명 전야 | 포노 사피엔스가 몰려온다

    2015년 3월, 영국의 대표 대중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을 개제했습니다. 기사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대’가 왔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점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등장한 용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


    인류사에 기록될 새 역사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의 거의 모든 부분이 그에게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21세기 최고의 혁명가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휴대가 가능하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전화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폰은 인류의 문명을 창조해 나가는 혁명의 도구가 되었죠. 탄생한 지 10년밖에 안 된 도구를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즉 인구의 40퍼센트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배우고 또 쓰고 있다는 것은 역사에 없던 놀라운 일입니다.


    쉽게 말해,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창조한 동시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도 함께 탄생시킨 셈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신인류는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소비 세력 교체 | 요즘 애들이 세상을 이끈다

    만약, 2007년 아이폰이 가져온 시장 혁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계속 그렇게 살았을 겁니다. 밀레니얼세대도 하라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앞선 세대가 구축한 좋은 기업들에 들어가 천천히 일을 배우며, 그렇게 꽃길만 걸으며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은 스마트폰 탄생 이후 꼬여버렸습니다. 적어도 베이비붐세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문명으로 간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밀레니얼세대는 새로운 문명의 창조자인 동시에 소비의 주력세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문명의 주력세대로 앉아 있던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는 그 자리를 내어놓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거래하고, 소비하고, 미디어를 보고, 금융 시스템까지 새롭게 정의하는 사회가 시작되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더 이상 문명을 주도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들이 기존의 핵심 산업을 구축하면서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는 그 중요성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자본과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대의 리더는 이제 밀레니얼세대입니다. 새로운 사회는 그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 이것은 혁명의 두 얼굴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위기가, 밀레니얼세대에게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에게는 참으로 억울하고 용납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명백합니다. 시장 혁명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입니다.


    이제 또다시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의 주인이 된 밀레니얼세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세계관을 머릿속에 담아야 합니다. 디지털 소비 시대의 부작용만 언급하며 막아내려 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앞장서서 리드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쇼핑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새로운 문명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체험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 ‘열광’으로 향한다

    문명의 교체 _ 소니는 사라지고 애플, 그리고...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한 일상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을 읽고 아침 식사를 한 후 모두 일터로, 학교로 나섭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집에 돌아오면 TV 앞으로 가족들이 모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30년 이상 관습처럼 살아오던 모습이죠.


    문명 교체의 대가

    그런데 스마트폰 등장 10년 만에, 즉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되어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신문을 보거나 라디오, TV를 보는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는 인간의 한계도 재설정되었습니다. 금융도, 쇼핑도, 결제도, 검색도, 모두 인간의 기본 능력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문명의 변화는 시장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문명의 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이자, 우리가 생각하는 인류 문명의 표준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호모에서 포노로 | “CD가 필요한 소비자는 떠나주십시오”

    시장경제의 혁명적 변화는 기업 시가총액의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년을 고비로 세계 자본시장은 본격적인 문명 교체를 이룹니다.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세계 10대 기업’에 대거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이 현상은 2018년 5월에 명백해집니다. 2018년 5월 22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중, 무려 8개가 포노 사피엔스를 기준으로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들이었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벤처에만 머물던 문명이 메이저시장까지 완전히 확산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자본이 선택한 표준

    우선 1위는 애플입니다. 스마트폰 창조 기업이자 이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킨 근원지죠. 2013년 이후 거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아이폰 판매를 통한 영업 이익률이 40퍼센트에 달하고, 현금 보유고만 300조가 넘습니다. 스마트폰 문명 생태계를 창조한 기업의 위엄이기도 합니다.


    2위는 유통기업 아마존입니다. 기존 문명의 상식대로라면 유통은 ‘오프라인 거래’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아예 매장이 없습니다. 서버에 올려놓은 이미지 몇 개를 보고 물건을 고르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게임 방식이죠. 상품들은 물류센터에서 로봇 키바를 타고 고객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이 게임하듯 선택을 하고 주문을 마치면, 그 데이터가 곧장 키바에게로 날아갑니다. 키바는 주문을 받자마자 포장을 담당한 직원에게로 움직입니다. 직원은 그 물건을 집어 포장을 완료하고 택배로 보냅니다. 앞으로 10년 내에 택배 물건 중 80퍼센트는 드론이나 무인차를 통해 보내겠다는 게 아마존의 전략입니다. 이런 기업이 투자 자본이 선택한 세계 2위 기업, 유통의 대표 기업입니다. 물건의 유통 경로도, 구매방식도 완전히 달라졌죠. 그렇다면 누구를 기준으로 바뀐 방식일까요? 바로, 포노 사피엔스입니다.


    3위와 5위는 더욱 황당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입니다. 사람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만, 결론은 아닙니다. 이들도 우버나 아마존처럼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기업입니다. 바로 신문과 방송의 광고 비즈니스를 파괴하는 기업이죠. 2018년 구글의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86퍼센트, 페이스북은 무려 99퍼센트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업은 전 세계 신문사와 방송사의 광고비를 모두 잠식하면서 세계 3위, 5위에 오른 기업들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이 거대 자본을 투자해서 기존의 신문사와 방송사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스러운 고객의 선택으로 성장했다는 것이죠. 10년 사이 변화한 인류는 아침에 읽던 신문은 끊어버렸고, TV보다는 유튜브를 더욱 많이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 흔한 TV광고 한번 크게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포노 사피엔스만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소비자의 표준이 누구인지가 명확한 기업이죠.


    4위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도 꽤 오랫동안 전성기를 구가한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기존 기업이 어떻게 해야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지 그 답을 알려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유는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자신들의 주 소비자군을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7년까지 완료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구조조정 방향은 명백합니다. 우선, 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조직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판매되는 노트북에는 CD리더기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CD를 판매하러 다니는 영업 조직을 해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그런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섭습니다. ‘나는 인터넷도 사용할 줄 모르지만 컴퓨터는 써야겠으니 윈도우와 MS오피스 CD를 달라’는 소비자에게 이제 그만 떠나달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니까요. 앞으로는 거대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테니 소프트웨어 설치부터 업그레이드, 요금 지불까지 인터넷 문명을 잘 아는 사람만 쓰라고 선언한 것과 같습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만 상대하겠다’고 발표하고 그걸 실천했고 성공한 겁니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기업들에게 전하는 생존 전략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12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16년 만에 애플을 꺾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소비자를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로 바꾸고 거기서 성공을 거두자, 자본은 지체 없이 이들에게 쏟아졌습니다. 어찌 보면 문명의 교체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살펴본 5개 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미국 대륙 문명의 상징입니다. 미국이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리더 국가라는 것을 자본이 입증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자본이 선택한 문명의 표준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입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갈아엎다

    캐리 TV의 성공 | ‘유튜브’라는 생태계의 법칙

    빅 데이터 분석을 비즈니스 전략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를 보고 고객의 변화를 읽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고객에 대한 경험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데이터와 경험을 연계하는 능력은 오직 훈련에 의해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끊임없이 데이터를 읽고 고객의 변화를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아마존 웹서비스, 애저, 구글 클라우드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빅 데이터 분석 기능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광고를 얹다

    우리나라 미디어 소비 변화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번 분석해보죠. 2016년 네이버는 광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종국엔 지상파 TV 3개사, 그리고 신문 3,700개사의 광고비를 추월합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신문과 지상파 TV보다 커졌다는 뜻입니다. 네이버가 광고의 대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이, 2016년부터 유튜브의 사용 시간도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2018년에는 유튜브앱의 하루 사용 시간이 네이버에 비해 무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명실공히 유튜브는 우리나라 미디어 소비의 대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 데이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만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기획한다면 TV와 신문 비중을 줄여 네이버로 이동한 후, 2018년부터는 유튜브 광고를 네이버보다 2배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이 방식을 잘 따르지 않습니다. 광고주와 언론의 특수적 관계까지 감안해서 여전히 TV와 신문에 광고를 게재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비율은 현저히 줄긴 했습니다. 이제는 TV와 신문의 위가가 기업들에게도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배려해줄 여유가 없어진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시장을 지배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TV광고를 중단했었습니다. TV광고와 매출의 연계성이 높지 않다는 테스트까지 거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TV광고를 하면서 매출 효과를 분석한 다음 ROI(Return on Investment)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비용을 축소한다. 동시에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광고는 확대한다.’ 그리고 이 결정은 거의 모든 플랫폼기업의 교과서가 됩니다.


    사실 플랫폼 광고는 이미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 지 오래입니다. 많은 대기업들의 광고가 기존 미디어 플랫폼에서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했고, 또 지속적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TV광고를 유튜브에 올려놨더니 보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광고 효과도 TV에 비해서는 미미했던 것입니다. 원인은 미디어 소비 문명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데 있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TV와 신문에 익숙한 세대와는 미디어 소비의 방식도, 콘텐츠 특성도 아주 다릅니다. 그러니 기존방식으로 제작된 광고를 자꾸 떠먹여봤자 효과가 나지 않는 겁니다. 이들은 무엇을 사야 한다고 강요하는 광고에 대해 그리 익숙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광고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캐리 TV가 성공한 이유

    그래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은 숫자만이 아니라 숫자를 통해 보여주는 소비 행동의 본질적 변화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건 수많은 유튜버(유튜브로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들이 인기를 모으면서부터입니다. 유튜버들이 성장하면서 많은 광고주들이 유튜브로 몰려가게 되었고, 유튜버들도 수익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기존 방송계를 위협하는 미디어 광고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죠. 유튜브 개인방송 산업이 성장한 배경을 보면 미디어 소비 패턴이 얼마나 빠르게 팬덤 중심으로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 유튜브 방송이 캐리TV입니다. 원래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시작했었죠. 캐리TV가 성취한 데이터를 보면 이 문명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4년 권원숙 대표가 자본금 천만 원으로 MCN(Multi Channel Network)사업에 도전합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요. 캐리TV는 창업 원년 17만 원의 매출로 출발해, 2016년 매출 30억 원을 돌파하며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19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프라인 연극산업에도 진출하고, 중국에도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도 부지런히 추진했습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키즈TV 분야인 만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캐리TV의 성장 스토리와 속도를 보면 미디어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캐리TV는 고작 3평짜리 스튜디오에서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 방송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시작한 것이죠. 자본이 없으니 마케팅도, 광고도 여력이 없었습니다. 오직 비디오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우선 190만의 정기 구독자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이 방송의 타깃 고객은 미취학 아동입니다. ‘뽀뽀뽀’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했다고 하죠. 4~7세 미취학 아동은 우리나라 인구로 보면 최대 140만 명입니다. 그렇다면 190만이란 숫자는 상당수의 해외 교포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캐리TV를 정기 구독 중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무엇이 아이들이 캐리TV를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이 방송은 부모님이 권장하는 프로가 아닙니다. 콘텐츠 자체가 완구로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니, 방송에 나온 장난감을 자꾸 아이들이 사달라고 합니다. 그러니 부모에겐 사실 달갑지 않은 방송입니다. 마케팅도 하지 않았고, 부모도 권유하지 않았다면 이걸 퍼뜨린 주인공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아이들이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서로 대화하며 캐리TV를 퍼뜨리며 입소문이 난 것입니다.


    따져보면 캐리TV앞엔 장애물도 엄청났습니다. 4~7세 아이들이 본인 소유 스마트폰을 갖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의 폰을 뺏어서 방송을 보았다는 말이 됩니다. 그것도 본인의 손으로 직접 캐리TV를 찾아본 것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재미없는 것은 절대 보지 않습니다. 아니, 더더욱 보지 않죠. 그런데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 것입니다. 팬덤의 힘입니다. ‘오직 킬러콘텐츠로 승부하고, 성공하면 팬덤이 형성되고, 팬덤이 확장되면 사업이 된다.’ 이것이 유튜브 생태계의 사업화 법칙입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결정권은 팬, 즉 소비자가 갖고 있습니다. 이래서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왕이자 절대권력자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없던 인류가 온다

    노 서비스 | 불편해도 재밌으면 산다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은 팬덤에 달려 있습니다. 그 팬덤을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킬러콘텐츠입니다.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다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가 훌륭하다고, 미디어가 잘 만들어졌다고, 고객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을 선택했다고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킬러콘텐츠는 대부분 ‘경험’이 결정합니다. 사용해본 고객의 추천만큼 팬덤을 일으키는 강력한 요소는 없습니다. 그래서 킬러콘텐츠는 고객 감동을 일으킬 만한 디테일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는 전문성이 승부를 좌우합니다. 업의 본질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포인트, 줌피자의 맛

    BTS의 팬덤은 ‘음악’과 멤버의 ‘매력’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형식은 동영상이었죠. 음악의 수준, 가사의 메시지, 가창력, 멋진 춤, 멤버들의 진정성, 방탄TV의 매력 등등이 잘 어우러져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낸 케이스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노래가 좋으니 ‘이건 꼭 들어봐야 해.’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킬러콘텐츠는 ‘이건 꼭 경험해봐야 해’라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권유할 수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어디서 구매하든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최상의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것은 모든 커피 프랜차이즈가 신경 쓰는 부분이니까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 대신 스타벅스는 지역별로 특성화된 메뉴들을 계속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또 다양해지고 개인화된 고객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메뉴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중 고객 반응이 좋은 메뉴는 전 매장으로 확대합니다. 이렇게 고객들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메뉴’를 하나씩을 갖게 만듭니다.


    스타벅스가 고객을 열광케 한 또 하나는 바로 앱입니다. 스타벅스앱은 사실 매우 오래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2015년까지는 그렇게 큰 반향이 없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킬러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스타벅스는 경쟁기업들이 ‘스탬프 12개에 공짜 커피 1잔’이라는 기본 서비스를 고수하는 사이, 스타벅스앱에 쌓인 포인트로 샌드위치도, 크루아상도 맘껏 사 먹을 수 있게 열어버립니다. 그리고 앱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고객의 편의성을 확대해갑니다. 포인트로 샌드위치를 공짜로 먹어본 사람들이 SNS로 자랑을 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사람들이 앱을 깔고 이걸로 결제를 하기 시작합니다. 포인트 쌓는 재미에 시간이 걸려도 스타벅스를 꼭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스타벅스앱은 신용카드 선결제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 2016년 1분기 미국 내 선결제 금액이 무려 12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결제할 때도 한 번 흔들면 더 이상 터치도 필요 없으니 간편합니다. 줄 서는 걸 사람들이 불편해하니까 멀리서도 미리 주문 가능한 사이렌오더(이 서비스는 한국에서 최초 개발해 확산된 킬러콘텐츠다)까지 생겼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2,200만 명이 이 앱을 사용하고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40퍼센트가 앱 결제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상품의 매력과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배려가 결합해 킬러콘텐츠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박을 낸 줌피자도 킬러콘텐츠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줌피자는 피자 생산에 4대의 로봇을 투입한 회사입니다. 로봇으로 피자를 굽는다는 건 흥미로운 스토리이긴 하지만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요소는 아닙니다. 물론 재미 요소는 될 수 있지만요. 역시 음식의 본질은 맛입니다. 이 회사는 피자 도우에 토마토소스를 발라 일단 초벌로 오븐에 굽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온 초벌피자 위에 치즈와 토핑이 잔뜩 올려가고 그 상태로 아직 굽지 않은 피자를 로봇이 다시 오븐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이 오븐은 책꽂이 형태의 이동식 오븐으로 배달용 트럭에 오븐째로 옮겨집니다. 이때부터 기술이 들어갑니다.


    아직 굽지 않은 수십 개의 피자는 배달 트럭 오븐 안에 실려 출발합니다. GPS를 이용해 첫 번째 배송지에 도착하기 4분 전이 되면 그곳에 배달될 피자가 든 오븐이 작동합니다. 그러면 피자는 도착과 동시에 완성되죠. 피자가 가장 맛있는 순간은 오븐에서 바로 나온 그때라는 점을 알고, 이를 기술로 실현한 겁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배달 피자가 이렇게 맛있었던 경험이 처음입니다. 그 놀라운 경험은 SNS를 타고 급속하게 퍼져나가 줌피자는 빅 히트를 치게 됩니다. 결국 ‘맛’이 킬러콘텐츠였습니다. 맛은 요식업의 본질입니다. 그걸 위해 기술은 거든 것일 뿐입니다. 줌피자는 이 성공을 바탕으로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3억 7천만 달러(약 4천 300억 원)를 투자받아 로봇 기반의 푸드 배달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줌피자가 기술을 더해 킬러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카카오뱅크는 기술을 덜어내서 킬러콘텐츠를 만든 경우입니다. 2017년 최초의 인터넷 은행 K뱅크가 출범합니다. 이 은행은 3개월 동안 4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늦게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3개월 동안 무려 500만 명의 고객이 가입합니다. 체크카드도 300만 명이 넘게 신청합니다. 그 이유가 놀랍게도 ‘귀여워서’였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프렌즈의 귀여움으로 문을 열고 기술로 완성해냅니다. 일단 귀여우려면 공인인증서는 없어져야 합니다. 이름부터 귀엽지가 않으니까요. 거기다 터치 수를 절반으로 줄여버립니다. 지문인증처럼 간편하지만 안전한 기술은 적극 도입합니다. 이렇게 안전은 확보하면서 귀여움을 완성합니다. 기술을 더한 게 아니라 덜어내서 귀여움을 완성한 것이죠. 500만을 열광시킨 기술은 ‘덜어냄’이었습니다. 이래서 킬러콘텐츠는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DAN교체 | 지금은 ‘부작용의 뒷면’을 읽어야 할 때다

    부작용의 뒷면

    앞서 언급했듯 기성세대에게 디지털 문명은 매우 낯선 경험입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때부터 그랬죠. 그래서 부작용 이야기부터 튀어나왔습니다. 스마트폰 문명이 증가하면서 생겨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성세대는 많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년간, 우리 상식 속에서도 ‘스마트폰 문명은 부작용이 참 크다’는 생각이 고착되었습니다. 이것을 뒤집어보아야 합니다.


    ‘36억의 인류가 자발적으로 스마트폰 문명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 방향으로 발전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부작용의 뒷면을 보아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부작용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의 혁신성은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상식의 기준이 디지털 문명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1인 크리에이터가 꿈이라는 아이,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겠다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난감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문명 기준으로 보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옛날 같으면 9시 뉴스 앵커가 되겠다, 프로 바둑기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부작용’을 ‘혁신성’으로 바꿔 봐야 합니다.


    1980년대 이후 세대인 밀레니얼세대는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문명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한 세대입니다. 그들은 메신저앱으로 대화할 때의 예의범절, 말투, 유행어를 모두 뇌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의 50대는 갖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같은 도구를 통해 대화를 나눠도 소통이 어렵습니다. 디지털 문명은 과거에는 없던 것이죠. 그래서 기성세대가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문명은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오랜 세월을 거쳐 축적한 경험과 지식은 이 문명에서도 여전히 훌륭한 자산입니다. 세상을 잘 사는 지혜는 어디서나 유효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막연히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관심을 갖고 함께 같은 방향을 봐주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시야도 당연히 넓어집니다. 성공하는 크리에이터의 조건은 무엇인지, 혹시 크리에이터로 살지는 않더라도 기획자, PD, 시나리오 작가 등 관련해서 꿈을 꿔볼 만한 직업들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찾다 보면 당연히 더 좋은 기회가 열립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북미에서는 e스포츠가 아이스하키보다 더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축구나 야구로 보시면 됩니다. 우리 아이가 프로축구 선수가 되거나, 그것에 실패하더라도 스포츠마케팅 전문가, 스포츠방송 전문가, 레저스포츠 교육 종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 생태계가 크게 형성되어 있으니까요. 게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건 어른들의 몫입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더욱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생태계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부작용덩어리로 인지하고 있다면 아무런 조언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서로 갈등만 가득할 뿐입니다. 미디어산업의 본질, 스포츠산업의 본질은 유튜브 생태계나 게임산업 생태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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