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모든 자리가 리더의 자리이며,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은 거짓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이 네트워크화된 구조에서는 현장에서 조직의 최상위까지 각자의 역할이 ‘닳으면 교체할 수 있는’ 나사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등 기업일수록 인재를 아끼고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모두가 중요하긴 해도 특히 더 중요한 자리가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리는 비전을 만들고 전략을 연구하고 최상의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컴퓨터로 보면 CPU(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곳이다. 바로 임원의 자리가 그곳이다.
임원에게는 큰 책임과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그만큼 보상도 크다. 다만 현대 조직 체계상 모든 조직은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어, 극소수의 사람만이 임원의 자리에 오른다. 그래서 임원이 되기도 힘들고, 임원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임원으로의 진출과 임원간의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식은 무엇일까. 우선 기본 전제가 바뀌어야 한다. 임원 이전까지는 승진과 성공에 필요했던 덕목이 임원에게는 부덕이 될 수도 있다는 점과 단순히 임원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임원이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기존의 장점들(근면, 헌신, 결과 지향적 태도)이 더 이상 장점이 되지 못하고, 임원이 되기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음은 임원이 되기 위해, 그리고 임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업무 수행 방식이다.
첫째, 태도, 위험, 운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임원은 게임의 법칙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며, 자리에 적합한 자질을 갖췄다는 인상을 계속 남겨야 한다. 탁월한 프레젠테이션 능력,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 조직 경영의 이해는 기본이며, 신중하고 규율을 준수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또한 임원은 위험에 계획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운도 따라야 한다. 여기서 운이란 업무상 가장 필요로 할 때에 적절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열심히 노력해왔다면, 스스로 이러한 운과 조우할 기회가 높아질 것이다.
둘째, 상사와 더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라!
임원은 상사와 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수천 명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 외에 다른 업무를 추진하려면 일정 정도의 재량권이 필요하며, 그 재량권은 상사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동료가 가장 소중한 아군이 될 수도, 최악의 적군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라!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고독한 천재는 좋지 않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임원 전쟁의 관점으로 보면, 동료들은 친구(Allies), 적(Enemies), 조언자(Consiglieri)로 나눌 수 있다. 조언자는 내막을 잘 알고 있으며 준비 중인 사안에 대한 경고를 알리는데 탁월한 사람들이다. 친구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신뢰할만한 동료로 이들은 조기 경고 시스템의 역할을 해준다. 따라서 친구와 조언자의 신뢰와 존경을 얻을만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넷째, 라이벌은 일망타진하지 말고 끈질기게 패배시켜라!
임원을 감시하는 사람들은 같은 업무를 취급할 예비 임원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 가장 현명한 방식은 라이벌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상대방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철두철미한 방식으로 자신이 항상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섯째, 채용에 신중하라!
주변 사람들의 유능함이 임원의 유능함이기 때문이다. 최고위 경영진은 임원(혹은 예비 임원)이 수행하는 채용 및 해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최고의 팀을 구성하려면 우선 친분관계가 아닌 공정한 기준 하에 스스로 직접 선발해야 하고, 약한 면을 보강할 수 있는 인재 선발에 중심을 둬야 한다.
여섯째, 동기부여에 능숙해져라!
임원이 되면 자신에게 생소한 조직 내 부서를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업무는 꽤나 복잡하여 조직 관리에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직원들의 얘기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되, 핵심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
일곱째, 외부인을 무시하지 마라!
외부인은 고객, 기부자, 벤더 업체, 사외 이사, 심지어 CEO의 친구와 지인도 포함된다. 이들은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지만 그보다 더 큰 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해야 할 일은 어떤 외부인과 거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순위를 정하라. 가장 중요한 외부인에게 집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팀원들이 처리하게 하라. 또한 주요 외부인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외부인에게 시간을 내고 그들의 요청을 존중하고,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
여덟째, 사냥꾼이 되라!
어떤 조직이든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사냥꾼, 가죽을 벗기는 사람, 포식자가 그것이다. 사냥꾼은 밖에 나가 영업을 해서 조직의 금고에 돈을 채우는 사람들이다. 가죽을 벗기는 사람은 회계 담당자들이다. 포식자는 조직에 유용한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냥꾼들은 항상 어느 조직에서나 가장 많은 존중을 받는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그들의 능력은 수많은 결점을 커버할 수 있다. 조직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길 희망한다면, 사냥꾼이 되는 것이 좋다. 가죽을 벗기는 사람과 포식자는 무수익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사냥꾼은 순수익 발생자다. 승진 발표가 나면, 항상 수익 발생자가 제일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아홉째, 기업 숭배가 아닌 기업 문화를 약속하라!
어떤 바보라도 두려움이라는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어려운 점은 사람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임원 전쟁 승리의 마지막 업무 수행 방식,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라!
열 번째 업무 수행 방식은 오늘날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오늘날은 모두가 최고의 빠른 결과를 원한다. 21세기 비즈니스의 본질이기도 한 이러한 요구는 조직이 대응해야 할 적극적이고 까다로운 그룹들이 아주 많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널리스트, 정책 담당자, 시장 분석가들, 내부자, 이사회, 주주, 고객 등이 모두 이러한 그룹에 포함된다. 임원이 되고자 한다면 혹은 임원이라면 이러한 그룹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권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진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열 번째 방식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