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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dern Economic History of Japan: Sho Ga Nai ? It Is What It Is

쇼가나이에서 벗어나기: 일본 현대 경제사와 한국의 미래


A Modern Economic History of Japan: Sho Ga Nai ? It Is What It Is
    | Russell Jones
ǻ | London Publishing Partnership
    | $ 39.95
| 2025�� 07��


쇼가나이에서 벗어나기: 일본 현대 경제사와 한국의 미래

경제사를 읽는 이유: 시스템의 리듬을 이해하다
경제사는 단순히 숫자와 연도, 그리고 과거의 정책을 나열하는 학문이 아니다. 경제사는 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떤 위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회복했는지를 보여주는 집합적 경험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미래의 선택과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참고 자료가 된다. 러셀 존즈(Russell Jones)의 『A Modern Economic History of Japan: Sho Ga Nai』는 이러한 경제사의 실천적 가치를 충실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작이다. 그는 일본의 현대 경제사를 단순한 통계가 아닌, 역사적 리듬과 문화적 코드로 풀어낸다.

존스는 특히 일본의 경제 시스템이 고도성장에서 장기 침체, 그리고 제한적인 회복에 이르기까지 어떤 제도적 특징을 가졌고, 그 안에서 정치, 금융, 기업, 가계가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를 깊이 있게 해석한다. 그는 경제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흐름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리듬은 되살아난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s rhythms return)."

이 책은 일본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도 설계, 위기 대응, 정책 실패와 문화적 반응이라는 거시적 담론을 통해, 오늘날 세계 각국이 마주한 경제적 도전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도성장의 신화: 정부 주도의 압축 성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황폐한 국토와 무너진 산업 기반을 빠르게 복구했다. 특히 1955년부터 1973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고도성장기"는 일본 경제사에서 가장 눈부신 시기로 평가된다. 이 시기에 일본은 평균 10%에 가까운 GDP 성장률을 유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를 달성한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 시기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정부는 산업정책을 주도하며 중공업 중심의 전략 산업을 육성했고, 기업들은 장기 고용을 기반으로 한 수직적 공급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동시에 가계는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며 국내 자본 축적에 기여했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일본의 GDP는 연평균 10% 성장했다. 이와 같은 인상적인 수출 주도형 성장은 아시아 국가들에 매력적인 모델로 작용했다(Between 1955 and 1970 Japan’s GDP growth averaged 10% per annum. Such impressive export-led growth furnished an alluring development model to the rest of Asia)."

이러한 "압축 성장"은 이후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개발국가들이 본받은 경제발전 전략의 원형이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직된 산업 구조와 정부 의존적인 자본 배분은 미래의 구조적 위기를 예고하는 그림자이기도 했다.

거품의 절정과 잃어버린 10년: 시스템의 붕괴
1980년대 후반 일본은 역사상 유례없는 자산 가격 급등을 경험했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뉴욕 맨해튼 전체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왔고, 닛케이 주가는 4만 포인트에 육박했다. 기업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막대한 대출을 받았고, 은행은 위험 관리를 포기한 채 대출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이른바 "버블 경제"는 허상 위에 세워져 있었다. 기업 부문은 과도하게 낙관적이었고, 가계는 소비를 늘리며 저축률을 낮췄다. 금융시장은 투기 심리에 휩쓸렸고, 거품은 끝내 1991년에 붕괴되었다.

"버블 경제는 점점 더 불안한 기반 위에 세워졌다. 기업 부문은 과도하게 낙관적이었고, 가계는 저축률을 낮추며 소비에 집중했다(The bubble economy was built on increasingly rocky foundations, underpinned by overly optimistic corporate sentiment and a declining household savings ratio)."

이후 일본은 장기적인 침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돌입하게 된다. 은행은 부실채권에 시달렸고, 좀비 기업들은 퇴출되지 않은 채 경제 효율성을 갉아먹었다. 정부는 수차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디플레이션 심리가 고착화되면서 회복은 지연되었다.

"은행 부문은 마비 상태였다. 불량 채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좀비 기업들이 귀중한 자원을 빨아들이며 성장을 방해했다(The banking sector was paralysed. Non-performing loans remained unaddressed, and zombie firms absorbed valuable resources without contributing to growth)."

존스는 이 시기를 일본 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본다. 이 시기의 실패는 단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유연성 부족과 문화적 보수성이 만들어낸 총체적 위기였다.

아베노믹스의 실험: 대담함과 한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일본 경제는 다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수출 감소와 엔화 강세, 내수 침체가 겹치며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아베 신조 총리는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의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며 경제 회복에 나섰다.

아베노믹스는 세 가지 화살을 기반으로 했다. 첫째,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했고, 둘째, 재정 확대를 통해 인프라 투자와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 셋째, 노동시장 유연화, 여성 고용 확대 등 구조개혁이 병행되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결정적 정책 전환이었다. 그것은 세 개의 화살, 즉 통화 완화, 재정 자극, 구조 개혁으로 구성됐다(Abenomics was a decisive regime shift designed to boost Japan’s economic fortunes via ‘three arrows’: monetary easing, fiscal stimulus, and structural reform)."

초기에는 엔저 효과로 수출이 증가하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았으며, 실업률도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났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지방경제 침체 등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아베노믹스의 성장 효과는 점차 둔화되었다.

"아베노믹스의 결과는 엇갈렸다. 금융 시장은 반응했지만,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The results of Abenomics were mixed. While financial markets responded positively, the underlying structural problems remained largely unresolved)."

"쇼가나이(Sho Ga Nai)"의 그림자: 체념의 문화와 제도의 한계
책 제목에 등장하는 "쇼가나이(Sho Ga Nai, しょうがない)"는 일본어로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단지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내재된 하나의 문화적 정서다. 존스는 이 표현을 일본 사회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의 핵심 코드로 본다. 그는 이 표현이 위기를 직면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체념하는 태도를 내포한다고 해석한다.

"‘쇼가나이’는 단지 한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역경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받아들이는 문화적 태도를 상징한다(Sho ga nai is more than a phrase ? it represents a deep-seated cultural disposition to accept adversity rather than to confront it head-on)."

존스는 이러한 문화가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지연시켰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활력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한다. 제도는 문화를 반영하고, 문화는 제도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쇼가나이"는 일본 경제의 회복력을 저해하는 심리적 장애물로 작용했다.

한국에 던지는 의미: 체념이 아닌 전환의 정치
이 책이 한국에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우리는 불평등의 구조화, 인구 감소, 산업의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단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10년"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제도 개혁의 실패와 심리적 체념이 만든 결과였다.

한국 역시 고령화와 청년 실업, 부동산 양극화, 기술 불균형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만약 이 문제들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면, 일본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존스의 경제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리듬을 반복할 것인가? 그리고 그 리듬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