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 데이비드 머레이의 신작
아이디어 조합 능력이 바로 창의력
“창의력의 비결은 그 출처를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말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T.S. 엘리엇(T.S. Eliot)은 이보다 더 나아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는 “나는 내가 본 모든 영화에서 훔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들 외에도 타인의 아이디어에서 영감과 창의력을 얻는다고 고백하는 정치인, 발명가, 예술인은 부지기수로 많다. 아이작 뉴튼(Sir Isaac Newton)은 이를 약간 순화시켜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한 바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란 이들의 말처럼 항상 기존에 존재하는 아이디어에서 구성되기 마련이다. 사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여겨지는 것은 항상 어떤 아이디어와 다른 아이디어의 일부를 결합시켜 이전에는 그러한 방식으로 결합된 적이 없었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애플(Apple)의 아이팟(iPod)만 봐도 그렇다. 아이팟은 축음기의 후손인 동시에 워크맨의 손자라 할 수 있다. 언제나 훌륭한 아이디어는 한 세대 제품에서 새로운 요소를 접목시킨 차세대 상품으로 진화하며 이때 옛것은 사라진다.
거시적 관점에서 소위 창의에 관련된 것들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새로운 아이디어란 대략 6단계 과정을 통해 탄생됨을 알 수 있다. 그중 앞의 3단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원이고, 뒤의 3단계는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다듬는 단계라 할 수 있다.
1단계 -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하라
2단계 - 유사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3단계 - 빌린 아이디어를 연관짓고 혼합하라
우선 창의적인 아이디어란 항상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진다. 즉, 문제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토대라면, 굳건한 토대 위에 세운 아이디어일수록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따라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 방법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 문제의 근본 원인을 규정하고, 문제의 범위를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의 범위를 이해하고 처음부터 트렌드를 잘 살펴볼 수 있다면, 잘못된 문제를 선정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전체상을 이해하게 되면, 해결해야 할 적절한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문제의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과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되돌아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6년 1월 스탠포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광경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에게 교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프로젝트를 맡겼고, 당시 래리 페이지(Larry Page) 역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또 다른 교수로부터 ‘디지털 도서관(The Digital Library)’이라 불리는 것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대규모 디지털 도서관에 정보 구축, 유포, 공유, 및 관리를 위한 컴퓨터 인프라였다. 래리의 알고리즘은 디지털화된 책을 갖춘 거대 도서관에서 정보를 검색하는데 주력한 것이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자신들이 각자 맡은 프로젝트에 관해 함께 토론했다. 그들은 기존의 검색 엔진이 신통치 않았다는 사실(즉, 문제)을 깨닫고 인터넷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검색을 위한 보다 나은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그들은 알타비스타(Alta Vista)가 수많은 링크를 목록으로 만들었으며 목록에 오른 각각의 웹사이트가 랭킹 과정의 일부로 활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당시의 다른 검색 엔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오늘날 구글(Google)의 초석인 자료 랭킹 알고리즘의 개발을 이끌었다.
문제를 파악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경쟁자,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 혹은 과학, 기술 내지는 그 밖의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비슷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으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사용되어온 해결책은 새로운 해결책을 위한 건축자재라 할 수 있다.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과거에 유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노골적이고 분명한 표절과 독창성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단순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사고에 있어 최고의 원천은 다양한 곳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저장고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아이디어 하나와 다른 기존 아이디어를 결합해 완전히 새롭고 색다른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생각해낸 것을 카피한 다음,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본래 창의성의 본질 요소는 새롭고 신선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4단계 - 아이디어를 혼합해 해결책으로 배양하라
5단계 - 아이디어의 장점과 약점을 분명히 하라
6단계 - 약점은 없애고 강점은 강화하라
아이디어를 혼합해 해결책으로 배양한다는 의미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라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 우리 뇌는 시냅스 연결을 형성한다. 그래서 같은 주제에 대해 골몰히 생각할수록, 시냅스 연결은 더 깊어지고 결국 동일한 결론을 계속해 되풀이하게 된다. 얼마 후에는 그렇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사고하기가 극도로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사고의 패턴에 갇히게 되고 참신한 견해를 얻기가 매우 힘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무의식적인 사고를 개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의식적인 사고를 끌어들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주입’, ‘배양’, ‘산출’ 과정이 필요하다. 주입은 무의식에 자료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배양은 의식의 개입 없이 무의식이 사고하게 하는 것, 그리고 산출은 새롭게 구성된 아이디어를 의식하고 이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의식의 개입 없이 무의식이 사고하게 하려면 의도적으로 다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휴식과 산책, 낮잠 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산출된 아이디어는 다시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는 단계를 거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결코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는 법이 없다. 창의적인 불꽃이 튀는 “아하!” 순간에 얻은 통찰력은 실행될 준비를 갖추기에 앞서 여전히 모진 테스트와 개발을 필요로 한다.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효과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판단은 혁신을 이끌어낸다. 판단이 확실한 아이디어를 살아남게 만들고 실효성이 없는 아이디어를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이 판단을 통해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혹은 문제)에 맞게 수정하고 조정하는 일이다. 최고의 단계로 진입할 때까지 계속해 아이디어를 재정비하라!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수이다. 어떻게 보면 창의적인 과정은 언제나 엉뚱하다. 항상 착실한 과정이라기보다는 시행착오의 문제에 가깝다. 훌륭하고, 확실하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는 언제나 생명력을 불어넣기에는 환영과도 같다. 관련된 현실을 담으려면 좌뇌의 창의적인 사고와 우뇌의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전체 두뇌활동의 연합작전이 필요하다. 이는 완전히 구체화된 멋진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이 반복 과정을 통해 더 정련된다는 의미이다. 즉, 창의적인 사고에서 6번째 단계는 이전 5단계로 되돌아가 전체 과정을 다시 밟는 것이다.
이것은 간혹 문제를 변경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작업하는 구성요소의 혼합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어떤 조정은 사소한 것이겠지만, 어떤 것들은 대대적인 방향 전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판단에 따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생각에 대한 결점을 계속해 없애는 동시에 강점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모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는 과정은 바로 이러한 6단계의 순환이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야한다.
아이작 뉴튼은 자신의 이론을 집대성한 저서 『수학의 원리(Principia Mathematica)』를 집필하기 위해 20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했다. 케플러(Kepler)는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우고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계산을 통해 화성이 원형이 아닌 타원형을 그리며 이동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과정에 무려 9년의 시간을 썼다. 월트 디즈니는 심지어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 디즈니랜드의 개념을 연구하기 위해 2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을 집필하기 위해 2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듯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완성하려면,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름길이란 없다.
물론 뉴튼이나 다윈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이내에서 1~2년 혹은 3~4년의 기간 동안 6단계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주변에 산재해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든, 개인의 삶이든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과정에 항상 스스로 위치해야만 한다. 그래야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