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비즈니스 스쿨 ‘가격책정 클래스’ 담당 교수가 말하는 가격정책에 필요한 9가지 혁신전략
가격책정(Pricing)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에 관한 신중한 전략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실제로 대다수 경영자들은 가격을 혁신적으로 책정하는 데 심사숙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신 원가가산 가격책정, 경쟁 기준 가격책정, 또는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만한 것들을 파악한 다음 그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것과 같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방법만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시도해볼 만한 다양한 가격책정 전략들이 상당히 많다.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가격책정이 회사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조직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익성 향상을 위해 경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네 가지 수단은 매출, 고정비, 변동비, 가격, 이 4가지가 유일하다. 이 4가지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익률을 보장해줄까? 수많은 기업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매출이 1% 증가하면 회사의 전체 수익률은 3.28% 증가한다. 고정비는 1% 낮아질 때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2.45% 증가하고, 변동비를 1% 낮추는 효과는 6.25%의 수익률 증가였다. 반면 가격은 1% 증가할 때 수익률을 무려 10.29%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4가지 중 가장 효과적인 툴이라는 이야기다.
가격조정레버를 변동시켜서 얻는 잠재적 이익은 다른 세 가지 수단을 합친 영향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더욱이 가격변동이 비용 삭감이나 신규매출 창출보다 훨씬 수월하다. 이러한 분명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경영자들만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가격정책 전략을 고민한다. 이는 기업 전반의 수익을 창출하고 향상시키는데 있어 빈번하게 간과되는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기업들이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고려해볼 수 있는 9가지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① 원하는 만큼 지불하게 하라
2007년 10월,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자신들의 노래 10곡이 담긴 최신 앨범 In Rainbows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돈을 지불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돈을 지불하세요!” 결과적으로 1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규 앨범을 다운로드 받았다. 비록 사람들 중 60%는 돈을 내지 않았지만, 돈을 낸 40%는 평균 2.26달러를 지불했고 결국 그 앨범을 판매해 16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는데, 이 금액은 전통적인 판로를 통해 판매했다면 밴드가 받았을 몫보다 훨씬 많은 액수였다.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가격정책이 성공하려면 5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제품의 한계비용이 낮아야 한다. 같은 제품을 재생산하는 비용이 매우 낮거나 0에 가까워야 한다. 둘째는 고객들이 공정해야 한다. 즉 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존중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셋째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비용구조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매우 경쟁력 있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가격정책”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
② 무료로 제공하라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전히 무료로 얻고, 제공자는 다른 것들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책정 구조를 활용한 좋은 사례는 구글이다. 구글(Google)은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및 다른 온라인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검색 엔진이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로 인해, 매일 5억 명이 구글에 방문한다. 그러면 회사는 방문자들이 특정 아이템을 검색하는 때를 파악하고 사람들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는 광고주들에게 사람들이 검색한 내용을 판매한다. 2008년, 그러한 무료 제품 전략은 21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구글은 130억의 매출총이익을 챙겼다.
무료 가격책정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을 만들어야 한다. 즉, 각기 다른 두 부류의 고객을 보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첫 번째에 속하는 고객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부류의 고객에게 다른 제품을 판매해서 돈을 번다. 실제로, 두 번째 고객들과의 거래는 첫 번째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소요된 비용을 충당한다. 이 방법은 무료 가격정책이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③ 가격 전쟁을 시작하라
제품의 일반적 시장 가격은 보다 나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만드는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 기격이 내려간다 해도, 수익은 더욱 올라간다. 중국 칼라TV 제조업체인 창홍(Changhong)을 보자. 이 회사는 1996년 중국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 칼라TV 제조시설을 소유하게 되었다. 회사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으로 가격 전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1996년 3월, 창홍은 17인치부터 29인치까지 TV 가격을 8%에서 18%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TV 제조업체들은 창홍의 정책을 따라갈 수 없었고 해외 브랜드들은 대신 품질과 기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창홍의 시장 점유율은 16%에서 31%로, 그리고 다시 35%로 상승했다. 가격 인하로 제품 수요는 상당히 높아졌고 창홍은 새로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고의 입지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가격 전쟁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인하로 인해 발생할 제품단가 당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전체 매출을 충분히 증가시키는 기업의 역량이다. 이 전략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면, 업계에서 가장 유능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우수한 비용구조를 보유하는 것과 더불어, 경쟁사의 손익분기점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경쟁사는 당신과 장기적으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④ 작게 생각하라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대신, 제품을 판매하는 규모를 조정해 소액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상 많은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한때, 고객들은 10곡 내지 12곡이 담긴 CD를 구입하기 위해 10달러에서 2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했다. 오늘날 애플(Apple)사의 아이튠즈(iTunes) 스토어에서는 원하는 곡이 무엇이건 99센트에 구매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곡을 구매한 다음 즉시 아이팟(iPod)이나 다른 MP3 플레이어에 다운받을 수 있다. 애플은 2003년 아이튠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8년 1월까지 50억 곡 이상을 판매해왔는데, 이는 전 세계 온라인 음악판매 중 약 70%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을 위한 가치를 지녀야 하고 전체는 일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 또한 작게 생각하려면 비용구조를 면밀히 이해해야 예상 수익이 다른 곳에서 새지 않는다.
⑤ 자동할인 시스템을 도입하라
일부 기업들은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한 시기에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 세일 기간이 끝난 후에 사람들은 제품을 할인하는 시기에 다시 찾아오겠지만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즉시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뉴욕(New York)에 위치한 의류매장 심즈(Syms)는 여성의류를 판매할 때 이 방식을 활용한다. 전국적으로 광고된 가격표, 할인된 가격과 상점에 의류가 입고되는 첫날을 표기한 “심즈 가격” 가격표가 제공된 다음, 이전 가격보다 낮은 서로 다른 가격표가 10일 간격으로 부착된다. 패션을 의식하는 사람들이라면 즉시 옷을 구입하고 할인된 가격에 옷을 구입했다고 좋아할 것이며, 가격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할인 시기에 다시 와서 옷을 구입할 것이다. 플로리다(Florida)에 위치한 몇몇 호텔들은 하루 단위로 객실 요금을 인하한다. 아침에 투숙하는 사람들은 요금을 전액 지불하지만 저녁 늦게 투숙한다면 반값만 지불한다. 이러한 가격책정 전략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객실 점유율을 90% 이상 꾸준히 유지해왔다.
자동할인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아이템이 중요하다. 여성의류 또는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같은 계절 제품과 같이 시기에 민감한 제품에 최적이라는 의미이다. 구매 결정에 있어 감정적인 개입과 자동할인이 효과적이라고 여기면서 싸게 사는 방법을 잘 아는 익숙한 고객이 필요하다. 또한 판매되는 제품은 독특한 제품이 아니라면 지금 사야 한다는 실제적인 압박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⑥ 역경매 방식을 도입하라
역경매 방식 시스템(name-your-own-price system)은 고객들이 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에 맞는 가격을 제공하는 판매자와 고객이 연결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협상도 판매자의 요구도 없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은 이러한 가격책정방식에 있어 가장 유명한 기업이다. 프라이스라인은 항공기 티켓, 호텔 객실, 렌트카를 판매하고 있는데, 2009년 기업 가치만 67억 달러, 연간 16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역경매 방식은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가격이 아닌 정가를 부과할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비행기 좌석, 렌트카 1일 이용, 또는 호텔에서의 1박 투숙과 같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상품이나 서비스 아이템에 특히 효과적이다.
프라이스라인은 여러 이유에서 교통 및 숙박 업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첫째로, 이 회사들은 넘쳐나는 수용능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같은 아이템이라도 비즈니스 여행객이 지불하는 금액과 관광 여행객이 지불하는 금액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프라이스라인은 기업들이 두 시장 모두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⑦ 예약&절약 시스템을 도입하라
아마존닷컴(Amazon.com)은 최근 “Subscribe & Save”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커피, 샴푸, 시리얼, 세제 등 고객이 매주 일상적으로 구매했던 식료품을 예약 구매하게끔 설정해두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양과 배달 빈도를 선택하면 추가로 15%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예약&절약 정책을 통해 식료품을 판매하는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예약 가격책정은 이미 신문과 잡지, 정보 서비스, 소프트웨어 및 기타 제품군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예약구매는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번들 형식으로 제공한다. 디즈니(Disney)와 같은 기업들은 테마파크에서 놀다 지친 관람객들이 숙박을 위해 다른 곳에 위치한 편의시설에 엄청난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즈니는 여행, 식사, 숙박시설 및 테마파크 입장료가 포함된 종합 패키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회사는 지갑 점유율을 더욱 높이게 되었다.
최근 아마존의 식료품 예약판매업 진출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며 이전에는 예약 판매제를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업계들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시도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예약제와 제품 묶음판매는 경쟁사의 제품과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하고 다양한 고객 취향에 부응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⑧ 프리미엄 가격을 부과하라
프리미엄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급제품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수함이나 지위를 얻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1983년 뉴욕 56번가(56th Street)와 5번가(Fifth Avenue)에 58층짜리 트럼프 타워(Trump Towers)를 건설했는데, 그는 의도적으로 초호화 아파트의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자신의 부를 공공연하게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위함이었다. 리버라치(Liberace)와 자니 카슨(Johnny Carson)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트럼프의 생각은 적중했다. 곧 수많은 부자 고객들이 스타의 옆집에 살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고, 그 계획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프리미엄 가격책정에서 성공하려면, 우선적으로 훌륭한 제품을 제공해야 하고 계속해서 보다 나은 제품으로 개선해야 한다. 애플(Apple)은 이러한 일을 아주 잘 한다. 아이폰(iPhone)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다른 전화기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이폰의 가격을 낮추는 대신, 애플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켜서 차세대 아이폰을 선보였다. 이렇게 해서 회사는 프리미엄 가격정책과 이에 따르는 신비감을 유지해왔다.
⑨ 효과가 있으면 지불하라.
오늘날 성과기반 가격책정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제조건은 간단하다. 효과가 있으면 돈을 내고, 효과가 없으면 돈을 안 내는 것이다. 2007년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은 영국에서 새로운 암 치료제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 방식을 활용했다. 4회에 걸친 치료 뒤에도 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25% 감소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기로 했다. 매 회당 치료비는 4,500달러였지만, 신약 출시는 이런 가격책정 전략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뒀다. 구글(Google)의 애드워즈(AdWords)도 효과가 있을 때 지불하는 광고로 성공을 거둔 좋은 예다. 성과기반 광고는 이제 전통적인 노출 당 요금 광고모델을 전방위적으로 몰아내고 있다.
성과기반 가격책정 전략이 성공하려면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결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자나 판매자보다는 독립적인 제3자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거래가 특정 목표에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는 판매자가 결과를 절대 확신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판매자가 특정한 고객만을 의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는 양측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거래 성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 양측 모두 이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최선을 노력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오늘날의 마케팅 여건과 기존의 가격정책 환경은 분명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늘날에는 고객 선호도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처리하는 일과 이 정보를 가격책정 결정에 반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더욱 유연해지고 더 많이 실험하는 것이다. 특히 경쟁 수단으로 가격정책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가지 원칙을 항상 준수해야 한다. 첫째는 고객에게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일 가격을 피하고 차별화된 가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활용해서 여러 방법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깨어나 제품의 가격을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일치시킬 때, 흥미진진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을 잘 진행한다면 획기적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생각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