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2025』를 통해 읽는 한국의 과제와 기회
2025년, 세계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한 가운데 중국은 새로운 거시경제 전략을 통해 향후 발전 경로를 재설계하고 있다. 『중국경제 2025』: 안정된 기대, 소비 진작, 내수 확대』는 지금까지의 수출 주도, 부동산 의존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소비와 혁신, 지역 자율성, 기술 고도화 중심의 새로운 질적 성장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함의를 지닌다.
경제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민간 심리를 회복하고,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재정립하는 것이 중국의 주요 정책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 부동산 시장 불안, 교육·의료에 대한 불균형한 접근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대 심리의 안정’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정책적 최우선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중국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예측 가능한 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다. 주요 공공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 해소, 청년층 일자리 확대,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 시장 개편 등이 포함된다. 경제의 기초 체력을 회복하려면 경제적 신뢰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규제의 일관성과 제도의 투명성, 장기적 정책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한국 역시 저출산·고령화, 청년 일자리 위기, 부동산 가격 불안정 등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가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노동시장과 주거 문제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과 매우 유사하다. 공공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지속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은 한중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다.
내수 중심의 전환이 의미하는 것
중국은 수출과 인프라 중심의 양적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 중심의 내수 확장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지방 도시 단위의 소비 활성화를 통한 ‘최초출시경제’, 실버산업과 체험형 서비스 소비의 확대는 성장의 무게중심이 자산에서 일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은 "은발경제"(고령자 대상 소비 시장) 및 디지털 소비 경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헬스케어, 레저, 재택 복지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동시에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맞춤형 소비 경험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제조·수출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다층적 소비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중국 중산층의 소비가 다변화됨에 따라 K-콘텐츠, 헬스케어, 고령 친화형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한국 역시 내수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한국 입장에서, 소비 주도 성장의 구조적 정착을 위해 참고할 만한 정책적 실험이 중국에서 선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정부 단위의 지역 브랜드 개발, 생활밀착형 문화 인프라 확충 등은 한국 도시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 부양보다 구조개혁 강조
『중국경제 2025』는 재정·통화 정책의 단기 처방보다는 신뢰 회복형 구조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 확충, 사회안전망 강화, 서비스 소비 바우처 등은 가시적 효과와 제도적 정당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재정의 투입 방식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정책적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신중한 기조도 주목할 만하다. 무차별적인 통화 확대보다, 대상별 맞춤형 지원과 지역별 특화 지원이 강화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이를 통해 사회적 불만을 줄이고 실질적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도시 간, 계층 간 공공 서비스 접근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구조개혁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한국 또한 정책 집행 시 ‘속도와 확장’이 아닌 ‘타이밍과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기 처방 위주의 경기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 신뢰 구축과 직결되는 정책 우선순위 재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 비정규직,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 확대는 양국 모두에게 공통된 도전이자 해답이다. 한국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소비 중심 경제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 설계의 혁신이 절실하다.
기술과 지역 분권: 새로운 성장의 이중축
중국은 AI, 반도체, 청정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지역 단위의 실험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특구’, ‘디지털 실험지대’와 같은 시범 도시를 지정해, 정책 유연성과 공간적 분산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나치게 중앙집중적인 한국의 행정 구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정책은 단순히 지역에 재정을 분배하는 것을 넘어, 지방 정부가 실험하고 조정하며, 지역별 차등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일률적 성장’에서 ‘맞춤형 전환’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 역시 지역 균형발전,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 중심의 혁신 네트워크 확대, 도시간 연계 인프라 구축 등 산업·교육·인구 구조 대응 전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또한 중국의 지역 주도형 실험은 외국 기업에게도 지방 정부와의 맞춤형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진출 전략 재편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지역별 소비 트렌드 분석, 산업 생태계 차별화, 정책 연계형 기업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은 중국의 실험에서 한국이 배울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이다.
한국을 위한 결론
『중국경제 2025』는 단순한 정책 보고서를 넘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선택한 경제 사회 구조 재설계의 프레임을 보여준다. 특히 기대 심리 회복, 서비스 소비 강화, 기술·지역 균형 전략이라는 세 축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절묘하게 교차한다.
중국의 시도를 무조건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반영하고 있는 구조적 인식과 정책적 우선순위는 한국에 실질적인 참고 지점을 제공한다. 양국 모두가 ‘저성장·저신뢰 시대’에 돌입한 지금,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지 중국을 이해하는 자료가 아닌, 한국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과 중앙, 속도와 설계, 성장이 아닌 신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정책 전환도 동시에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