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위로와 도피의 허무한 달콤함이 아닌 삶의 현장을 일깨우는 철학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10년 전 출간돼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가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다. 고병권은 ‘개정판을 내며’에서 10년 전 ‘내가 사랑하는 철학은 내 정신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그런 것’이라고 적었지만 이제는 ‘철학에도 찬물 한 가지를 끼얹는 것으로 철학에 대한 지금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로와 도피의 인문학’은 끝났음을 선언하며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말랑말랑한 인문학 책이 주는 위로와 도피의 허무한 달콤함과 달리 고통스런 삶의 현장을 일깨우는 저자의 철학은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철학은 ‘새로움’의 공부다. 자기계발과 위로의 인문학이 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공부라면, 철학은 우리의 생각을 점거했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부수는 공부다. 준비가 필요 없는, 당장 시작하는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36꼭지 글을 통해서, 철학으로 개인과 사회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제시한다.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들, 형제복지원을 통해 본 ‘시설 사회’ 문제 등 당대 사건들까지 아울렀다. 개인적인 경험과 일상적인 에피소드 속에 철학적인 질문과 명제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인문학자 고병권의 필력과 통찰이 돋보인다.
■ 저자 고병권
현장 인문학자. 저자는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고 말한다. 철학하기란 불가능과 무능력, 궁핍과 빈곤을 양산하고 규정하는 모든 조건에 맞서 분투하는 것이다. 그는 절망을 느끼는 곳에서도 철학은 가능하며 오히려 그곳이야말로 철학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을 바꾸고 우리가 속한 세계를 바꾸는 일은 거기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들장애인야학 철학교사이며 독서모임 읽기의 집 집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니체의 사유를 섬세히 펼쳐낸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마르크스의 『자본』을 깊이 있게 읽어낸 〈북클럽 『자본』〉 시리즈(전 12권), 현장의 운동과 사건을 다룬 『“살아가겠다”』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추방과 탈주』 그리고 산문집 『묵묵』 『사람을 목격한 사람』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철학자와 하녀 그리고 별에 관한 이야기
1장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다
천국에는 철학이 없다 / ‘곁에 있어 줌’의 존재론 / 초조함은 죄다 / 갈림길과 막다른 길 /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 공부하라
2장 배움 이전에 배움이 일어난다
힘을 보라 / 바로잡아주는 사람과 깨뜨려주는 사람 / 공부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 우리는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 / 구경꾼의 맘속에서 일어난 혁명/ 배움 이전에 일어난 배움
3장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다
한 켤레의 실내화 / 소유와 빈곤 / 사소한 것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하다 / 영혼에 남겨진 신체의 흔적 / 금욕과 탐욕 / 지금 이대로라도 시작할 수 있다
4장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곤경에서 자유를 본 화가 / 길 잃은 양이 되라 / 철학자의 파문 / 멋대로 원망하라, 나도 용서하지 않겠다 / 굴복보다는 커피를 택한 이들 / 저항의 가치
5장 우리는 자본주의 수용소에 살고 있다
해석노동과 공감의 능력 / 원자력으로부터의 전향 / 고흐의 발작과 죽음 사이에서 / 수익모델로서의 인간 수용소 / 우리는 시설사회에 살고 있다
6장 야만인이 우리를 구한다
당신의 놀람과 나의 놀람 / 저항하는 존재는 말소되지 않는다 / 어느 게이 활동가의 정치적 장례식 / 한국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사람 / 너는 애국시민을 원하니 나는 야만인을 기다린다 / 역사를 향해 쏜 총탄
에필로그 -옳은 말은 옳은 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