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타샤 튜더, 토바 마틴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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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25800
2025�� 05��



■ 책 소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공간을 만들다
타샤 튜더의 핸드메이드 라이프스타일

요즘 접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공장에서 기계로 대량생산되기에, 오늘날의 우리는 옷과 먹거리를 비롯한 획일화 제품들에 둘러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가족이나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털실을 사 목도리나 장갑을 뜨기도 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을 재료로 사람이 손수 만든 것들에 끌린다. 그렇게 만든 물건에는 만든 이의 따스한 숨결이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타샤 튜더의 공간, 타샤의 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핸드메이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샤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동화작가로 세계에 알려져 널리 사랑받았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정원과 정겨운 그림들로도 대중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타샤의 예술적 감각이 가장 다채롭게 발휘된 곳이자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의 정수가 담긴 공간은 바로 그의 ‘집’이다. 『타샤의 집』을 구경하다 보면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집 곳곳에 아름다운 손때가 묻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부엌과 난롯가에서부터 정원과 농장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집 구석구석에 주의를 기울인 정성스러운 수공예 작업에는 타샤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이 녹아 있다.

저자 
타샤 튜더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조선 기사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타샤의 집은 마크 트웨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던 타샤는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이 출간되면서 타샤의 그림은 세상에 알려졌다. 이혼한 뒤 그림을 그리며 혼자 4명의 아이들을 키웠던 타샤는 『1은 하나』, 『Mother Goose』 등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고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겼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는 타샤 튜더는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수십 년간 모은 약 200여 벌의 골동품 의상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830년대 의상 컬렉션으로 불리며 록펠러재단이 운영하는 윌리엄스버그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타샤의 또 하나 고풍스러운 취미는 인형 만들기다. 골동품 박물관 같은 타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3층짜리 인형의 집에는 타샤의 분신인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가 살고 있으며 손톱만 한 책들과 골동품 찻잔들, 골동품 가구들이 빛을 발한다.

타샤가 여든세 살이 되었을 때, 타샤 튜더의 모든 것이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560쪽에 달하는 『Tasha Tudor: The Direction of Her Dreams(타샤 튜더의 완전문헌목록)』가 헤이어 부부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타샤의 모든 것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92세의 여름, 평생을 사랑한 정원의 품으로 돌아갔다.

토바 마틴
《빅토리아》지의 객원 편집자이자 코네티컷에 있는 ‘로지네 온실’의 수석 원예가로 활동했다. 주요 정원 잡지에 원예 관련 글을 쓰면서 『천국의 에센스』, 『꽃이 필 무렵』, 『현대 정원을 위한 옛 꽃들』, 『꽃들의 길』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사진 리처드 브라운
보스턴 부근에서 성장했고 하버드 대학에서 미술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1968년 버몬트로 이사한 후 작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사진작가 일을 시작했다. 《해로스미스 컨트리 라이프》, 《오뒤본》, 《내셔널 와일드 라이프》, 《뉴욕 타임스》, 《컨트리 저널》 등에 그의 사진이 실렸다. 『왕국 정경』, 『버몬트 크리스마스』, 『에덴 동산의 시간』, 『시골 정경』 등의 작품집이 있다.

■ 역자 공경희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성균관대 번역 테솔 대학원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서울여대 영문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 밭』으로 데뷔한 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호밀밭의 파수꾼』, 『파이 이야기』 등을 번역했다.

■ 차례
프롤로그│손으로 만드는 세상

땅에서 얻다
들판과 정원
생활에 쓰이는 것들
과거의 맛
의복과 실
바느질
미니어처의 세계

타샤 튜더 연표
타샤 튜더 대표 작품

 




타샤의 집


땅에서 얻다

타샤의 집에서 테라스 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정원에는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여러 풍경이 있다. 머리 위로 아찔하게 뻗어 오른 장미, 하늘높이 솟아서 그 그늘 밑에 있는 사람을 난쟁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디기탈리스, 어찌나 빼곡하고 향기롭게 피는지 타고 오른 담장조차 보이지 않는 스위트피. 이 작은 에덴 동산에는 부러워할 만한 게 정말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이 정원의 미덕은, 정원 곳곳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토기 화분들이다.


화분은 정원의 분위기를 기막히게 살린다. 손으로 빚은 토기 화분의 양옆으로 쏟아져내린 푸른 식물들을 보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미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토기는 식물을 완성시키고, 멋진 질감과 색상을 가미해준다. 토기에 심은 식물은 유난히 잘 자라는 것 같다. 타샤는 토기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이 흙 속에 구멍이 많은 것과 상관있다고 주장한다.


테라스 담장 구석들과 정원의 곳곳에는 온갖 크기와 모양의 토기 화분들이 놓여 있다. 실제로 쓰이는 것들 외에도 화분 창고에서 안성맞춤한 식물을 기다리는 화분들도 있는데, 타샤는 19세기 영국 화분들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녀의 소장품 중에는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화분들이 있다. 나는 그렇게 알맞은 곳이 튀어나오고 멋진 곡선미를 보이는 화분들을 보지 못했다.


타샤가 유난히 배가 불룩 나온 화분들을 모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왕성한 허브의 무성한 뿌리를 담으려면 그런 화분이 제격이니까. 하지만 화분의 윤곽선은 각기 다 다르고, 화분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주둥이가 없는 것도 있고, 주둥이가 약간 말린 모양도 있다. 겉에 어디서 빚어진 화분인지 당당하게 찍혀 있는 것들도 많다. 물과 손길이 많이 닿으면서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어지긴 했지만. 단순한 모양의 영국 화분 외에도 타샤는 질그릇으로 된 씨앗 그릇, 길쭉한 모양의 화분, 주둥이에 주름 장식이 있는 화분, 딸기색 화분을 소장하고 있다. 흙으로 만든 그릇들의 스타일과 모양은 제각각 다르다.


타샤가 모은 화분이 많긴 해도, 어느 시점이 되자 심을 식물이 화분 수보다 많게 되었다. 바로 그 무렵 타샤는 코네티컷주 리치필드 출신의 도공 가이 월프를 찾았다. 가이 월프는 웨일즈의 몇 군데 도예실에서 장인들에게 물레질을 배웠다. 도예와 더불어 영국의 민요도 배워서, 그의 공방에 들어서면, 곁에 놓인 손풍금이나 밴조, 양철 호루라기로 연주되는 흥겹고 화려한 민요들을 들을 수 있다.


가이가 빚는 토기는 알맞게 튀어나오고 멋진 곡선일 뿐만 아니라, 비바람에 잘 견디고 무거운 것을 담아도 끄떡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빚은 그릇은 뿌리가 숨을 쉬게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흙에 모래를 넣어서, 유리 입자가 떨어지게 만드는 거지요. 그런 다음 그릇을 굉장히 높은 온도에서 굽는 거예요. 하지만 요즘 대량 생산되는 화분은 틀에 손쉽게 담기도록 차진 흙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 화분은 백만 개라도 만들 수 있지만, 뿌리에는 치명적이지요."


가이가 물레질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는 온몸을 움직이며 물레질을 한다. 손의 관절로는 그릇의 바닥을 만들고, 손바닥으로는 그릇의 양면을 끌어올린다. 팔꿈치로는 그릇의 가운데 공간을 만든다.


그 사이 가루가 날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진흙이 튄다. 요즘 가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화분을 만드는 데 할애하고 있다. 사실 그는 작년에도 2만 킬로그램 분량의 흙으로 그릇을 빚었다. 그는 내게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지요. 아이삭 버톤은 은퇴하던 해에 매일 5백 킬로그램에 가까운 그릇을 만들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가이는 그런 전설적인 영국 도공들만큼 그릇을 많이 빚지는 못하지만, 타샤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이다. 가이가 만든 그릇은 각각 나름의 모양과 혼을 지니고 있다.


타샤는 화분과 오지그릇 외에도 도자기 그릇 몇 세트를 갖고 있다. 그중 일부는 오후에 차를 마실 때마다 쓰인다. 타샤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방금 어디 다녀오는 길이든 어디 갈 예정이든 티타임을 잊는 법이 없다.


갓 구운 스콘빵의 냄새가 집 안에 퍼지면 누구든 마음이 풀린다. 모두 쟁반 옮기는 일을 거든다. 스콘빵과 쿠키, 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지나, 아래 테라스로 나간다. 테라스의 정자에는 등나무와 클레마티스가 만발해 있다. 한여름이면 소박한 나무 식탁과 의자들이 기다리고, 정원 구석구석에는 화분들이 놓여 있고 사방에는 수령초가 활짝 피어 있다. 누군가 일손을 거들면, 곧 식탁에 음식과 은 식기, 우아하게 접은 천 냅킨, 도자기 그릇들이 차려진다. 티타임은 보통 꽤 오래 지속된다. 한가롭게 보내는 이 시간을 타샤는 여유롭게 즐긴다. 차를 다 마신 후에는 상을 치우 고, 빈 그릇을 부엌으로 옮긴다. "설거지를 거들까요?"라고 물으면, 설거지통 근처의 새집에서 앵무새 페글러 선장이 "좋소"라고 대답한다. 타샤와 똑같은 묘한 말투이다. 그러면 나는 컵들을 조심스럽게 구리 설거지통에 넣고 비누질을 하고 헹군 다음 행주로 닦아서, 찬장의 고리에 걸어놓는다. 그러면 컵들은 그곳에서 다음 티타임을 빛내려고 기다린다.


과거의 맛

병조림 ·장작 스토브 요리·애플사이다

타샤의 집의 중심은 역시 부엌이다. 집 한가운데 있어서 전략적인 지점이 되기도 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특히 겨울이 되면 더 안쪽으로 가지 않고 부엌에 머문다. 장작을 때는 요리용 스토브에서 따뜻한 불꽃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까지 모두 부엌으로 모여든다. 타샤가 식재료를 섞고 국물을 졸이는 사이, 개들과 고양이들은 얻어먹을 게 있을까 해서 모여든다. 앵무새 '페글러 선장'은 구석에서 얼마 전에 들은 문장을 연습하고, 새장 속의 되새들은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댄다. 타샤의 부엌은 언제나 친구들로 복작거린다.


어느 모로 보나 '코기 코티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부엌이다. 타샤가 꿈꾸는 음식을 척척 해내는 데 필요한 온갖 도구가 갖춰져 있다. 물론 전기 믹서니 토스터, 전자레인지 같은 종류의 도구를 말하는 게 아니다. 타샤는 이런 전자제품을 못마땅해 한다. 그녀는 골동품 조리 도구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젓는 기구들, 여러 가지 체, 버터 제조기, 특별한 음식을 젓는 수저들, 국자들, 틀들. 뿐만 아니라 곡식과 견과류, 씨앗, 크래커 같은 것을 담는 양철 그릇, 오지그릇, 단지들도 갖추고 있다. 천장에는 딜과 타임 같은 허브 묶음이 쓰기 좋게 매달려 있다. 기둥에 걸린 바구니에는 마늘, 파 같은 재료 가 담겨 있다. 찬장 위에는 믹싱볼, 여과기, 갖가지 크기와 모양의 체들이 놓여 있다.


타샤의 외눈박이 고양이 '미누'는 체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곤 한다. 사실 미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밀가루 반죽에 올라가 앉는 바람에 타샤는 화들짝 놀라곤 한다. 타샤는 반죽 위에 뾰족하고 무시무시한 물건을 얹어서 이런 불상사를 막는다.


점심때 먹은 음식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하면, 타샤는 집안에 내려오는 요리책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알려준다(타샤는 조리법을 '레시피(recipe)'로 발음하지 않고 영수증이라는 뜻의 '리시트(receipt)'로 발음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 발음이 흔히 쓰이지 않지만, 그렇게 읽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고 나와 있다). 이 큼직한 요리책은, 타샤의 집에서 소장하고 있는 각종 참고 서적 중에서도 가장 멋진 책으로 꼽힌다.


손으로 직접 적어서 줄로 묶은 이 책은 식탁이나 조리대 같은 편한 위치에 놓여 있다. 페이지마다 밀가루가 묻어 있고 음식을 만들면서 휘젓고 반죽을 민 방향에 따라 생긴 얼룩이 남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요리의 경우 손자국으로 많이 얼룩져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명시집과 비슷해서, 타샤의 외가에 내려오는 조리법의 지혜와 그녀가 오래 일하면서 만난 여러 요리사들의 비법이 적혀 있다. 타샤는 곳곳에 백지를 끼워놓고 이따금 필요한 내용을 기입한다. 지금쯤 그녀의 단골 요리들은 요리책 안에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타샤는 집안의 요리책을 늘 가까이 두지만, 내용을 참조하는 일은 드물다. 그녀는 좋아하는 요리들의 조리법을 죄다 외우고 있고, 찻숟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분량을 재지도 않는다. 대신 취향대로 계량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본능으로 하는 것 같다. 타샤가 요리를 시작하면, 얼마나 재빠르게 식재료를 섞고 야채를 다지는지, 요리책을 참고하고 말 틈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이 책을 잃어버릴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타샤는 애플사이다를 만들거나 베를 짤 때 친구들을 불러 모아놓고는, 정오 직전에 사라졌다가 점심시간을 알리러 나타나곤 한다. 그녀는 코기들에게 코티지 치즈를 먹이러 간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타샤가 점심 식사를 차리느라 분주했다는 걸 다들 안다. 물론 점심상의 주요리는 몇 시간 전부터 불에서 졸여지고 있지만, 음식을 내기 직전에 장식을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샤는 요리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인정하지만, 어디서 배웠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둔하게도 그녀에게 어떻게 요리를 배웠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입가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꿉장난을 하면서 배우기 시작했지요"라고 대답한다. 얘기가 거기서 끝날 공산이 크지만, 언젠가 대부분의 요리는 오라버니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익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라버니들은 미각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식욕이 왕성한 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음이 분명하다. 워낙 솜씨가 뛰어나지만, 맛좋은 스프레드(빵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는 음식-옮긴이)는 타샤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음식이다. 물론 음식을 더 먹겠다고 청하는 것이 칭찬 중의 으뜸 칭찬이다. 하지만 타샤에게 대놓고 음식 칭찬을 하면, 그녀는 모든 공을 신선한 재료 덕으로 돌린다. 그날 아침에 낳은 달걀, 몇 시간 전에 짠 염소젖, 냄비가 끓을 때 뽑아온 채소, 정원에서 뜯어온 허브 덕분이라는 것이다. 타샤에게 정원이 해주는 최고 역할은 식탁을 칭찬받을만한 식재료로 채워주는 것이다.


정원은 1년 중 제철 채소를 내는 몇 달 동안만 온전한 역할을 하기에, 타샤는 당근과 비트를 모래 상자에 묻어서 뿌리채소를 두는 지하실에 저장한다. 양파와 감자는 식기실에 보관하고, 늙은 호박과 애호박은 위층 구석에 간수한다. "호박류는 따뜻한 곳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 우리와 같이 살지요." 타샤는 손님들을 방으로 안내하면서, 전혀 사과할 기미가 없는 말투로 설명한다. 그녀는 여름에 남은 식품을 병조림하고 얼리고 말리는데도 긴 시간을 할애한다.


토마토와 배는 가장 많이 병조림하는 식품이다. 해마다 타샤는 토마토 소스를 50병씩이나 만든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서 마늘, 설탕, 소금, 바질, 타임을 비롯한 허브들을 넣는다. 그녀는 "한 번씩 만들 때마다 각각 들어가는 게 달라지지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정원에서 나오는 토마토로도 충분하지만, 친구들은 집에서 키운 잘 익은 토마토를 줄기째 타샤의 집으로 가지고 온다.


배는 병조림하기에 앞서 과육이 적당히 물렁해질 때까지 익혀야 한다. 배가 나무에 달린 채로는 물렁해질 시간이 부족하므로, 타샤는 덜 익은 배를 따서 상자에 담아 위층에 둔다. 손님들은 밤에 자러 갈 때면 미로 같은 과일 상자들 사이를 빠져나가야 한다.


배가 딱딱한 상태에서 약간 말랑해지고 입에 침이 고이는 향기를 뿜으면, 타샤는 배의 껍질을 벗겨 주전자에 담는다. 소금과 설탕으로 시럽을 만들어서, 끓는 시럽을 배 위에 쏟아 20분간 시럽이 배이도록 그대로 둔다. 이것을 약간 식혀서, 배와 시럽을 단지에 담아 봉하면 병조림이 완성된다.


뉴잉글랜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타샤도 베리류를 좋아하고, 열매 한 개도 버리는 것을 아까워한다. 코기들도 비슷한 취향이 생겼는지, 먹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베리는 깨끗이 먹어치운다. 그래도 라즈베리 파이와 딸기잼에 넣을 베리는 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욕심 사나운 녀석들의 약탈을 피한 블루베리는 얼리거나 말렸다가 그녀의 맛좋기로 유명한 머핀에 쓰인다.


타샤는 뭐든 제대로 쓰며, 식재료를 한쪽이라도 버리기를 꺼려해서, 사과는 말리고 콩과 옥수수, 브로콜리, 리마콩은 얼려서 보관한다. 장작 스토브에 올려놓고 쓰는 골동품 기구에 넣어 옥수수도 말린다. 장작 스토브는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나 달궈져 있다.



바느질

타샤는 실과 바늘을 챙길 때마다, 그녀의 머리글자가 새겨진 금색 골무를 낀다. "양갓집 규수라면 누구나 열여덟 살이 되는 생일에 금색 골무를 받았지요." 타샤는 내가 관습을 모를 때마다 어처구니없다는 말투로 설명해준다. "어머니가 골무를 많이 쓰셔서, 맨 윗부분에 구멍이 뚫렸어요."


타샤는 틈만 나면 여러 가지를 바느질한다. 어떤 것은 장기간에 걸친 일감이다. 그녀는 내게 단호한 말투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퀼트를 마무리해야 될 텐데..."라고 말한다. 언제 이 퀼트를 시작했는지 타샤 본인도 잘 모르지만, 조각을 잇기 시작한 지 10년은 확실히 넘었다. "이 패턴은 '양키의 자존심'이라고 불려요. 그러니 내가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싶었지요. 이제 거의 다 완성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어서 기뻐요“


요즘 타샤가 가장 즐겨 하는 뜨개질거리는 양말과 장갑이다. 섬세한 패 턴으로 뜨개질해서 아주 특별한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타샤는 재능 있는 친구인 린다 앨런에게서 배운 노르딕 패턴을 선호하는데, 워낙 복잡해서 먼저 패턴을 모눈종이에 그려야 한다. "린다는 안쪽을 떴지만, 나는 겉면을 뜨지요"라고 타샤는 설명한다. 크리스마스 전 몇 달간, 타샤는 저녁이면 난롯가에 앉아서, 두툼한 양말이나 장갑을 뜬다. "친구들의 손과 발이 따뜻하면 좋겠어요. 그게 중요하죠." 타샤는 양말과 장갑을 새로 뜨는 것만큼이나 손질해주는 일도 좋아한다. 누군가 그녀가 선물한 양말이나 장갑에 구멍을 낸 걸 보면 즐거워한다. 그녀는 손자 윈슬로의 양말을 보면서 "발 한 짝을 풀어서 새로 뜨개질해야겠네. 사실 아주 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


타샤는 뜨개질 바늘로 레이스를 뜨기도 한다. 물론 노르딕 패턴을 뜨개질할 때보다 작은 바늘을 사용한다.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의자 옆에 「클래식 면사로 뜬 가두리(물결무늬) 장식』이라는 책을 두고 자주 참조한다. 책의 곳곳에는 표시가 되어 있다. 타샤의 베개와 속치마에는 예외 없이 레이스 프릴 장식이 달려 있다.


타샤는 흰색으로 수를 놓거나 크로셰(코바늘 뜨기-옮긴이) 뜨개질을 하지 는 않지만, 그런 수예 작품에 감탄한다. 그녀의 서랍장에는 얌전히 개어놓은 레이스 칼라, 레이스 숄, 케이프(어깨, 등, 팔이 덮이는 소매 없는 망토식 겉옷-옮긴이)가 쌓여 있다. 타샤는 특별한 장식이 필요한 날 이런 것들을 걸친다. 그녀는 매우 공들인 레이스 뜨기 패턴들을 모아두었다. 언젠가 그녀가 보빈 레이스(보빈에 감은 네 가닥 실을 비틀거나 교차시키거나 얽어 만드는 레이스-옮긴이) 뜨기를 배우겠다고 결심한다면, 타샤는 언제라도 친구인 조앤 드거스토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앤은 어느 시기의 복식이든 잘 알고 있어서 관련된 질문에 척척 대답해준다. 그녀는 모든 시기의 복식에 대해, 크리놀린 스커트(버팀테가 든 스커트-옮긴이)부터 보닛(여자와 아이들이 쓰는, 턱 밑에서 끈으로 매는 모자-옮긴이)까지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어느 스타일이든 척척 바느질을 해낼 줄 안다. 구식 의상은 타샤와 조앤의 공동 관심사이기에, 조앤은 '코기 코티지'에 자주 찾아온다. 타샤의 집에 머무는 동안 작업할 바느질감을 챙겨 오는 것은 물론이다.


타샤는 누구든 어울리는 시대가 있다고 믿는다. 조앤은 20세기의 첫 10년을 선호한다. 그 시대는 가슴이 좁은 상의와 날씬한 스커트를 입는 시대였다. 타샤는 그보다 더 과거를 선호한다. 베틀부터 조리 도구까지 그녀가 아끼는 것들은 죄다 1830년대의 물건들이다. 타샤는 그 시대의 실제 의상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전에 스타일을 베끼느라 바빴노라고 말한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한다. "신비로운 일이죠. 나는 그 시절의 스타일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내가 전생에 1830년대 초반에 살았다고 확신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1830년대의 긴 스커트와 몸에 조이는 상의를 입은 타샤는 아주 편안해 보인다. 그녀는 현대의 패션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 꼬락서니 하고는 딱 질색이에요." 그녀는 열을 내며 못마땅해한다. 바지 입은 여자를 보면 친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숙녀가 왜 남자들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싶어할까요? 바지는 신사들한테는 완벽하게 어울리는 옷이지만, 여성스러운 면은 전혀 나타내주지 않는 옷인데."


타샤는 특별한 일이 없는 평상시에는 손으로 만든 단순한 드레스를 입는다. 상체는 꼭 맞고, 허리 밴드가 있고, 목이 올라오는 긴 팔에 치마는 주름이 풍성한 모양이다. 조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타샤의 체격이 얼마나 자그마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가는 허리는 생전 처음 봤으니까요. 하지만 타샤는 스커트를 여러 겹 입죠.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고요." 평상복으로 입는 드레스는 단순하지만, 타샤는 이곳저곳에 장식을 곁들인다.


허리 주변에 오르간 주름이라고 불리는 장식을 하고, 치마를 풍성하게 하고, 파이핑(끈에 천을 감싸서 옷 등의 가장자리에 다는 장식-옮긴이) 처리를 해서 솔기를 강조한다. 세부적인 장식이 섬세하다.


조앤이 가슴이 좁은 옷을 가져오면, 타샤는 언제나 감탄 어린 눈으로 섬세하게 바느질된 부분을 살피면서 "이걸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옷 취향이 다르지만, 바느질 솜씨만은 그대로 물려받았다. 타샤는 옛일을 회고한다. "어머니는 바느질을 아주 많이 하셨지요. 외모는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웠고, 사교계에 데뷔할 때 입은 드레스를 직접 만들었다고 해요. 다른 아가씨들이 모두 부러워하면서 비슷한 옷을 만들어달라고 애걸복걸해서, 어머니는 바늘과 금색 골무를 꺼내 들고 재능을 살려 돈을 벌었지요."


특히 타샤는 어머니가 모슬린(평직의 부드러운 면직물-옮긴이)의 실을 당겨서, 섬세한 주름을 만들어 아들의 셔츠를 짓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름을 잡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는 일하면서 이런 말을 하곤 했어요. 남자 셔츠의 주름에 여인네의 솜씨가 드러나기에, 모임에서 가슴팍을 보고 바느질 솜씨를 가늠했다고요."


계절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타샤가 좋아하는 드레스는 보라색 날염(부분적으로 착색하여 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염색-옮긴이) 옷이 되기도 하고 검은 호박단 가운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옷을 지을 때마다 옷감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국내에서 원하는 옷감을 구하지 못하면 외국에서 구하는 경우도 많다. 옛날 옷을 재현하기로 결정하면, 옷감의 색상과 무늬뿐 아니라 질감까지 염두에 둔다. 조앤은 말한다. "타샤는 작은 장미 문양을 좋아해요. 결국 '튜더'(타샤의 성이 튜더. 튜더는 영국의 왕조였고,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꽃이 장미다-옮긴이) 가문이잖아요." 타샤는 화사한 색조를 좋아한다. "특히 흙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색이 좋지요."


타샤의 드레스는 몸에 딱 맞고 등에 작은 단추가 수십 개 달려 있어서 쉽게 입을 수가 없다. "1830년대 사람들은 죄다 줄타기하는 재주꾼들이었나봐요." 타샤는 유난히 복잡한 의상을 입으려고 애쓰면서 중얼댄다. 그 시대에 입던 옷이 고운 실크와 탄탄한 면직물로 된 것을 보면, 매일 이런 의상을 입은 여인네들은 시중드는 시녀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타샤가 축제 행사때 이런 옷을 입을 때면, 늘 친구들이 가까이 있어서 거들어준다. 평소 입는 드레스를 입을 때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자기 일부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게 드레스를 몸에 걸친다. 이쯤 되면 1830년대가 타샤와 어울린다는 것은 새삼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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