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수전 매그새먼, 아이비 로스 (지은이), 허형은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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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22000
2025�� 04��



■ 책 소개


존스홉킨스대 뇌과학자와 구글 디자인 아티스트가 밝혀낸 아름다움에 끌리는 뇌의 비밀

익숙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 회복을 돕고,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해 화상 환자의 통증 정도를 낮추고, 미술 수업으로 소방대원의 화재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뇌, 예술, 그리고 회복에 관한 안내서이다.

뇌과학자와 아티스트인 두 저자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인간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근거와 확신을 갖고 의기투합해 이 책을 집필했는데, 실제로 이 조합의 결과물인 ‘신경미학’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나 취향의 수준을 넘어 신체와 정신의 회복과 위로를 선사한다.

창의적 감각이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변화가 몸과 마음의 건강과 인간관계 등 우리 삶과 사회 곳곳을 얼마나 풍성하게 가꾸는지 확인하시라. 예술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 저자 
수전 매그새먼
저자 수전 매그새먼은 존스홉킨스 의대 피더슨뇌과학 연구소에 설립된 선구적 연구 기관인 응용신경미학센터 ‘국제예술마인드 연구소(IAM Lab)’의 창설자이자 총괄 경영자다. 동 대학의 뇌과학과 연구조교수이기도 하며, 애스펀연구소와 협업하여 ‘뉴로아츠 블루프린트 프로젝트’의 공동 이사도 겸하고 있다. 도서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그는 ‘아동기 탐구심을 열어주는 전통적 보물 창고(The Classic Treasury of Childhood Wonders)’를 포함해 일곱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아이비 로스
저자 아이비 로스는 2016년 공식 창설된 구글 하드웨어 제품 개발부의 디자인 부총괄이다. 2017년부터 그가 이끄는 팀은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스피커까지 다양한 일상용 하드웨어를 개발해 출시했고 200건이 넘는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디자인계의 여성상’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상’을 수여하기도 했으며, 다수의 저서에 기고 저자로 참여했다.

■ 역자 허형은
역자 허형은은 대학교 전공과는 무관하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책 번역의 길에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는 ‘6시 20분의 남자’, ‘죽어 마땅한 자’,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하프 브로크’, ‘모르타라 납치사건’, ‘세계의 끝 씨앗 창고’, ‘미친 사랑의 서’,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 ‘사랑의 가설’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들어가며 / 인간다움의 언어
1장 / 예술의 해부
2장 / 감각으로 느끼는 예술
3장 / 마음의 상처 회복하기
4장 / 몸을 치유하기
5장 / 교육과 예술의 상관관계
6장 / 잘 사는 삶
7장 / 예술로 하나 되기
결론 / 미래의 예술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인간다움의 언어

우리는 예술이 지닌 변화의 힘을 알고 있다. 누구나 음악이나 그림, 영화, 연극에 푹 빠져본 적, 내면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변해가는 걸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이 너무 재밌어서 꼭 읽어보라며 친구 손에 쥐여준다거나, 어떤 노래가 정말 좋아서 그 곡을 듣고 또 들으며 가사를 전부 외운 적도 있을 것이다. 예술은 기쁨과 영감과 행복을 가져다주며,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고, 심지어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경험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그것이 진짜이며 진실하다는 것을 언제나 느껴왔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예술이 생존 자체에 필수라는 과학적 증거도 나왔다. 우리는 예술이 어떻게 다양한 형태로 몸과 정신을 치유하는지, 어떻게 삶의 질을 증진하고 공동체를 구축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루는 미학적 경험이 기본적인 생명 작용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알고 있다.


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생리학적 작용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게 된 데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예술과 미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파고들면서, 예술의 힘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학문이 부상 중이다. 바로 ‘신경미학’이라는 분야다. 더 널리 쓰이는 용어로는 ‘신경예술’이라고도 한다.


미학적 사고방식

미학적 사고방식이란 주변의 예술과 아름다움을 알아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목적의식을 가지고 삶에 들이는 것을 말한다. 미학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네 가지 핵심적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강한 호기심, 둘째는 정해진 답이 없는 놀이 같은 탐구, 셋째는 예리한 감각적 자각, 넷째는 창작자나 감상자 혹은 그 둘 모두의 입장에서 창의적 활동을 하려는 욕구다.


아일랜드의 시인 존 오도나휴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자각의 정수다.” 미학적 사고방식이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서 주변 환경에 감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감각 경험과 꾸준히 연결될 수 있으며, 예술을 창조하고 미학적 경험의 가치를 알아보는 문 또한 활짝 열린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예술의 해부

후각은 인간의 진화에서 가장 오래된 감각 중 하나다. 코는 400여 종의 수용기를 동원해 무려 1조 가지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으며 30일에서 60일마다 세포가 재생한다. 심지어 어떤 냄새는 개보다 더 잘 맡을 수 있을 정도다.


냄새 맡기는 주변 물질이 방출하는 미세한 분자들이 냄새 수용기를 자극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분자들은 코로 들어와 콧구멍에서 비강 쪽으로 몇 센티 올라가면 있는 후각 상피라는 막 안에서 점액으로 용해된다. 여기서 뇌와 신경 체계의 가장 기본 구성 요소인 뉴런, 즉 신경세포들이 기다란 신경섬유인 축삭돌기를 주요 후각망울에 보낸다. 거기 도달하면 각 냄새의 특징을 감별하는 세포들과 결합하는데,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후각 피질은 감정과 기억 전반에 작용하는 측두엽에 자리한다. 냄새가 즉각적이고 강력한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유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예로 신생아에게서 나는 냄새는 뉴로펩티드 옥시토신 분비를 촉발하는데, 옥시토신은 유대감, 공감, 신뢰 형성을 유도한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사랑의 마약’이라는 딱 들어맞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런가 하면 특정 향수나 오드콜로뉴의 냄새를 단 한 번 들이마시는 것으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옛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잔디를 깎을 때 분출되는 몇몇 화학 성분은 편도체와 해마를 자극해 코르티솔 분비를 낮춰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이 모든 게 후각 피질과 측두엽의 연결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각도 후각처럼 화학적 감각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1만 개가 넘는 미뢰를 자극해 입에서부터 뇌의 미각 피질이라는 영역까지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 미각 피질도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처리하는 곳으로 간주되는데, 미각이 기억을 암호화해 저장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감각 중 하나인 이유가 이로써 설명된다.


다양한 박자, 언어, 음량은 감정과 정신 활동과 신체 반응에 영향을 준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분당 60비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뇌전도 검사 기계로 청자의 뇌파 활동을 측정했고, 뇌의 알파파가 비트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파파는 긴장 완화와 관련된 파동이다. 이보다 느린 비트는 델타파와 일치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청신경은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귀에 외부 소음을 적당히 차단하고 뇌에 중요한 소리로 인식되는 것에 집중하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는 독서에 푹 빠져 있거나 미술 작품을 멍하니 감상하던 사람을 본의 아니게 화들짝 놀라게 하기가 어째서 쉬운지 설명해준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정말 못 들은 것이다.


우리는 소리를 또렷하고 식별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주로 좋아하는 노래라든가 연인 목소리의 음색, 자동차 클랙슨 소리 같은 것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뇌가 주파와 진동과 음조에도 화학적으로 반응하며, 그 화학적 촉발 요인들이 기분이나 지각을 극적으로 바꾸고, 나아가 신경학적 증상과 감정적 증상을 낫게 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후각, 미각, 시각, 청각, 촉각은 믿기 힘든 속도로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청각은 약 3밀리세컨드 안에 처리된다. 촉각은 뇌에서 50밀리세컨드 안에 처리된다. 우리는 뇌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의 많은 부분이 의식 밖에서 이루어진다. 인지신경 과학자들은 인간이 정신 활동의 단 5퍼센트만 의식한다고 본다. 신체적, 감정적, 감각적 경험의 나머지 95퍼센트는 실제 의식하고 있는 것의 수면 밑에 머물러 있다. 뇌는 지금도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들여 스펀지처럼 수백만 개의 감각 신호를 흡수하고 있다.


그렇기에 뇌가 접수하는 정보가 전부 의식까지 가닿지는 않는다. 수많은 자극 가운데 어떤 것이 우리의 감각수용기에 작동 중인지 알아차리는 데는 주의 처리가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방에 들어간 순간 램프가 드리운 빛이라든가 벽의 색깔, 실내 온도, 냄새, 질감처럼 신체가 반응하는 모든 것을 알아채지는 못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스스로를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신체로 여길지 모르나, 사실은 주위의 모든 것과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들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미의 3요소

미학적 경험을 할 때 뇌와 신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의문은 오랫동안 안잔 채터지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신경과학과, 정신과학과, 건축학과 교수인 안잔은 이 대학에 신경과학과 미학 연구를 위한 세계 최초의 연구소인 펜신경 미학 센터를 창설한 장본인이다. 2014년경 안잔은 동료들과 함께 ‘미의 3요소’라는 이론 모델을 세웠다. 미의 3요소란 감각운동계, 보상계, 인지적 지식 및 의미 부여라는 세 요소가 어떻게 결합해 미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동그라미 세 개를 서로 겹친 벤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모델은 각자가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작용의 상호 역학적 성질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장 첫머리에서 신체와 뇌가 감각운동 체계를 통해 어떻게 정보를 수용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는 미의 3요소 중 첫 번째 원에 해당한다.


두 번째 원은 뇌의 보상 체계다. 보상계는 행복감이나 쾌락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신경 회로다. 보상계의 스위치가 켜지면 그렇게 만든 사건의 직전 행위를 반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보상계를 활성화하는 행동은 음식이나 물 섭취, 수면처럼 뇌가 생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번식 행위처럼 뇌가 종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인지하거나 끝내주는 요리가 주는 쾌락을 알아차리는 부위도 바로 여기다. 안잔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각자 즐기는 쾌락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음식이나 섹스 같은 아주 원초적인 쾌락을 취할 때 동원되는 전반적인 보상계가 활성화됩니다. 어떤 예술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쾌락도 똑같은 원초적 반응을 촉발하지요.”


미적 경험이 고도로 맥락화되는 건 ‘의미 부여’라는 세 번째 동그라미에서다. 문화, 개인사, 사는 시대와 장소 같은 것은 전부 대상을 어떻게 지각하고 반응할지를 좌우한다. 세 교점의 한가운데에 바로 우리가 미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험이 들어간다. 그 경험은 자기 자신, 생리학적 작용,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고유한 성질을 띠는 동시에 모두가 미적으로 끌리는 보편적 자질도 포함된다.



마음의 상처 회복하기

트라우마에 따르는 문제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독성 스트레스. 이 용어들은 종종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지만 사실 의미가 다르다. 트라우마와 PTSD의 주요 차이점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트라우마적 사건은 시간을 바탕으로 한 개념이다.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고 해보자. 이때 우리는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기라는 정상적인 생리 주기를 겪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몸이 스스로 조정해 항상성 상태로 돌아오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PTSD가 생기면 계속 플래시백을 겪으며 트라우마적 사건을 마치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양 재경험하는 장기적 상태에 빠진다. 차를 탈 때마다 타이어 마찰음이 들리고, 타운 하우스 화재 현장에 나갔던 아론처럼 충돌을 온몸으로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독성 스트레스와 만성 트라우마는 때로 굉장히 비슷해 보이고 또 그렇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둘은 생리학적으로 엄연히 다르다. 독성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과민성 반응이나 과다 자극 반응으로 발생하지만, 트라우마는 뇌에 저장된 채 자꾸만 되살게 만드는 사건 기억과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상황에 재차 처해서 몸이 회복할 틈이 없으면 독성 스트레스가 생긴다. 만성적 방치, 경제적 어려움, 취업 준비 상태, 식량에 대한 불안 등이 독성 스트레스를 부르는 상황의 예다.


레스마 메나켐은 무엇이 트라우마에 해당하고 무엇이 해당하지 않는지, 트라우마가 몸에 어떤 현상을 유발하는지 성인이 된 이래 평생 연구한 신체 요법 치료사다. 신체 요법은 신체적 테크닉을 이용해 우리 안에 정체된 감정과 경험을 움직이게 유도하는 신체 중심의 심리 요법이다. 대화 요법이나 인지 요법에 국한되는 대신 신체 요법은 우리 몸이 트라우마를 붙잡고 있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몸이 회복에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레스마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꼭 트라우마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생기면 우리 안의 무언가가 닫혀버리죠.”


트라우마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 아니다. 그보다는 뇌와 신체에 어떤 사건이 남긴 흔적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조절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반응을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트라우마가 전쟁이나 학대처럼 참혹한 일을 겪은 후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순간, 예를 들면 친구와의 말다툼 같은 상황이라도 몸은 그 사건을 붙들고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트라우마는 감정적 반응이 주된 요소가 아닙니다. 더 심한, 혹은 추후의 잠재적 피해를 막거나 회피하기 위해 신체가 동원하는 즉흥적 보호 기제죠. 트라우마는 결점도 취약점도 아니며,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다만 트라우마는 몸에 고착되며 어떻게든 처치하기 전까지 그대로 들러붙어 있죠.”


예술이 만성적이고 트라우마적인 스트레스에 효과적인 약으로 작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명상과 유사한 상태를 유도해 신체의 생리 작용을 조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차분하고 이완된 마음 상태에 이르기 위해 요가 매트에 앉아서 하는 고요한 수행을 떠올린다. 그러나 불교 명상법을 책으로 펴내고 가르치는 샤론 샌즈버그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창작하고 감상하는 것이 가장 명상적인 행위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샤론은 1970년에 잭 콘필드, 조지프 골드스타인과 함께 매사추세츠 베리에서 통찰명상협회를 공동 창립한 이래 수십 년간 전 세계 수많은 이에게 자신의 정신, 신체, 영과 연결되는 법을 가르쳤다. 샤론은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마음챙김이란 우리가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채도록 의식에 약간의 여유가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바로 그 여유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심연의 상자를 여는 그림 그리기

정신과 의사 제임스 고든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전 세계의 개인과 집단을 면담하면서 그림을 치료 도구로 사용해왔다. 제임스는 보스니아 내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악의 참혹한 현장에 호출되었다. 제임스는 정신적 트라우마에 관한 가장 흔하고 위험한 오해 두 가지를 상기시킨다. 첫째는 그것이 일부에게만 일어난다는 믿음이고, 둘째는 트라우마에서 회복되기란 불가능하다는 믿음이다. 그는 이렇게 당부한다. “실제로 트라우마는 시기만 다를 뿐 누구나 겪습니다. 트라우마는 삶의 일부거든요. 그걸 이해하고 수치스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트라우마가 올 때, ‘온다면’이 아니고 ‘올 때’,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치유되고, 극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제임스는 그림 그리기가 트라우마적 심상에 접근하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해서 그 일을 받아들이는 가장 단순하고 신뢰할 만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리는 행위가 뇌 활동을 촉진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그림을 그리기 전과 그리는 도중과 다 그린 후의 뇌파를 관찰했는데, 그릴 때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좌반구에서 뇌 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되었다. 좌뇌는 언어 처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는 트라우마를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림 그리기가 뇌의 언어 담당 영역들을 자극해 인지 처리를 돕고 결국에는 표현할 말을 찾게 도와준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그림 그리기는 뇌가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여러 부위를 활성화하는 한편, 새로운 심상을 떠올리고 생성하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제임스는 극히 효과적이었던 ‘그림 세 편 그리기’ 요법을 오래도록 활용해왔다. 이 요법을 사용할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담자에게 이제부터 그릴 그림은 당신 혼자만 볼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안심시키는 것이다. 선만 찍찍 그은 막대 인간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림 실력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도 일단 뭐든 그릴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이어서 준비물로 빈 종이 세 장과 크레파스나 마커처럼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재료나 준비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림은 골똘히 생각하지 말고 빠르게 그려야 한다. 주디가 어떠한 판단도 없이 캔버스에 심상이 떠오르게 놔둔 것처럼 그냥 손 가는 대로 그리면 더 자신답고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제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작법은 우리의 수줍은 상상력과 직감을 벤치에서 중앙 무대로 끌어내 삶에서 창의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첫 번째로는 자기 자신을 그린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를 짊어진 자화상을 그린다. 세 번째는 문제가 해결된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세 번째 그림은 그리기 전에는 도저히 못 떠올릴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뭐가 되고 안 되고를 논리적으로 따지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금 합리적이고 인지적인 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뇌의 다른 부분들을 집결시켜 일을 시키는 것이며, 예술이 수동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행위라는 걸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하면 된다.


제임스는 그림 그리기가 우리 안의 굉장히 오래된 부분을 건드려 뇌의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부분을 파고들게 하는 작업이라 말한다. “상상력에는 이성적으로 하는 일을 적어도 보완하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제 경험상으로 이런 창작 활동은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알아내게 해주는 도구로서 언어보다 뛰어나다고 봅니다. 이런 그리기 기법들은 다 상상력에, 그리고 다른 가능성들에 색다르게 접근하는 방법인 겁니다.”



교육과 예술의 상관관계

예술가의 뇌는 태생부터 다르다?

연구계와 교육계에서 자주 접하는 ‘전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한 가지 기술, 예를 들어 악기 연주법을 터득한다거나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것이 삶의 다른 영역으로 옮아가는 것을 뜻한다. 2007년, 심리학자 엘렌 위너와 매사추세츠대학교 미술/디자인 대학의 미술교육학부 학과장이자 하버드교육대학원 선임 협력 연구 교수인 로이스 헤틀랜드는 한 가지 예술을 배우는 게 삶의 다른 기술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이었다. 위너와 헤틀랜드는 특히 시각 예술을 통해 학습되는 기술들을 가지고 민족지학적 관점에서 질적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두 사람은 각자가 배우는 예술 분야에서 보이는 실력 향상 외에 그 과정에서 또 무엇을 학습하는지 정량화하고자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공저 ‘실기 수업 방법론’에서 학생들이 시각 예술을 통해 예리하게 관찰하고 간파하는 법, 심상과 상상력을 동원해 대상을 떠올리는 법, 자기를 표현하고 고유의 목소리를 찾는 법, 결정을 돌아본 후 중대하고 평가적인 판단을 내리는 법, 좌절에 굴하지 않고 버티며 계속 노력하는 법, 탐색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실수에서 이로움을 취하는 법 등을 배운다고 결론 내렸다.


평생의 학습을 좌우하는 집행 기능

위너와 헤틀랜드가 언급한 기술들 다수는 ‘집행 기능’이라는 학습의 근본적 영역에 해당한다. 집행 기능은 말 그대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집행 기능은 전전두피질, 두정엽피질, 기저핵, 시상, 소뇌를 포함해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신경망을 통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인지적 활동을 가리키며, 계획하고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고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충동은 억제해준다.


스스로 사고하고 과제를 끝까지 완수할 것을 요구하는, 시시각각 진화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강력한 집행 기능이 특히 중요하다. 이 책을 한 쪽 읽고 거기 담긴 정보를 머리에 담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자꾸만 집중이 흐트러져서 방금 읽은 내용을 잊는다고 생각해보자. 이건 집행 기능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 신경 연결망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발달하는데, 이 신경망을 생애 초기에 더 많이 만들어놓는 것은 학습을 위한, 생각과 행동의 실행을 위한 지지대를 더욱 단단히 지어놓는 것과 같다.


엘렌 갤린스키는 오래도록 집행 기능과 학습 능력을 연구해 왔고, 그 결과를 응축해 ‘내 아이를 위한 7가지 인생 기술’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에 발표했다. 엘렌은 6년간 베조스 패밀리 재단의 최고 과학 책임자로 일했고, 가정과 노동 연구소 회장으로는 30년 넘게 재임했다.


엘렌은 학습에 흥미를 잃는 아동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배우려고 태어난 존재임을 고려하면 이건 상당한 충격이다. 원래 어린아이들은 보고 맛보고 만지고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법이다. 그래서 엘렌은 사회가 뭔가 단단히 잘못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하고, 이것저것 알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타고난 욕동을 좌절시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깨달음이 바로 ‘내 아이를 위한 7가지 인생 기술’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의력에 기반한 집행 기술을 배우는 이 결정적 연령대에, 우리는 의욕과 흥미를 잃어가는 너무 많은 아이를 방관하고 있다. 집행 기능에는 세 가지 주요 신경학적 측면이 작용한다. 작동 기억, 인지 유연성, 억제 능력이 그것이다. 집행 기능은 성찰 능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기능들은 주로 전전두피질에서 이루어지지만 뇌의 다른 부분들과도 연결되어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동원해 이루어진다. 엘렌은 바로 여기서 예술이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예술이 집행 기능과 관련된 신경망들뿐 아니라 뇌의 다른 영역까지 활성화하고 적극적으로 강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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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