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소리 - 우리고전 100선 5

   
장유(편역: 최지녀)
ǻ
돌베개
   
8500
2006�� 11��



■ 책 소개
『개구리 울음소리』는 인조의 측근으로조정의 높은 벼슬을 역임하면서도 늘 청렴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한 장유의 대표적인 작품을 선별하였다. 양명학과 노장사상에 정통하여, 이들 사상의영향이 담긴 글을 많이 남긴 장유의 대표작 『와명부』를 그대로 번역해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이 책은 그의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을엄선한 것이다. 장유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천지와 음양의 조화를 터득했다고 한다. 장유가 볼 때, 인간은 제가 보고 듣고 먹기에 즐거운사물은 마음껏 이용하고, 제가 보고 듣고 먹기에 괴로운 사물은 없애려 드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큰 개구리”에 불과하다. 계곡 장유가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인간과 사물의 관점을 동시에 취하는 것, 달리 말해 나와 남의 관점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성찰, 현실 문제에 대한 풍부한 고민, 다양한 사실의 정교하고 치밀한 기록.우리 고전에 녹아 있는 선인들의 경험과 사유를 정제된 문장으로 옮기고(시가는 원문 함께 수록), 충실한 해설과 작품 평을 실었다. 또 부록으로작가 연보와 작품 원제를 수록, 해당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 저자 장유(張維)
1587~1638. 조선 중기를대표하는 문인의 한 사람으로,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 · 묵소자(默所子)이다. 인조(仁祖)의 측근으로 조정의 높은 벼슬을역임했다. 양명학(陽明學)·노장사상(老莊思想)에 정통하여, 이들 사상의 영향이 담긴 글을 많이 남겼다. 문집으로 『계곡집(谿谷集』이있다.


■ 편역 최지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6년 현재 인하대와 아주대에 출강하고 있다.


■ 차례
간행사 
책머리에 


그리운 얼굴 
아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다 
집에돌아오니 
딸이 죽은 지 일 년 되는 날에 
나그네 마음 
9월 9일에 
친구가 생각을 보내 주어 
벗들에게
돌아가신 김상관 어른을 슬퍼하며 
정 털보와의 작별 
원님으로 가는 김상복에게 
보내온 석류에 감사하며 
시험에떨어진 이에게 
돌아서면 그리워 
정홍명과 이명한에게 
돌아갈 기약 
나그네의 모습 
그리운 고향 
시냇물 소리


흐르는 사계 
봄날에 젖어 
약초밭에 봄비
봄, 길 위에서 
노들나루 
궂은비가 자꾸 내리면 
모란꽃 
산협에 노닐며 
포도 
고기잡이 구경
맨드라미 
인생 
바닷가 마을 풍경 
가을 풍경 1 
가을 풍경 2 
들국화 
추수 
가을날 친구의별장을 방문하고 
12월의 국화 
달빛 속의 매화 
폭설 
섣달 그믐날 길을 가며 


병중의 읊조림 
병중에 답청일을 맞아 
조물주에게묻다 
조물주가 답하다
가을날 병들어 누워 
엎드려 쓰는 시 
병석에 누워 
병들어 일 년 
꽃향기가 날아와
병든 후에 
봄을 보내며 
낙화 
나는 유마의 화신 


욕심 없는 삶 
개구리 울음소리 
침묵 예찬
나는 못난이 
뜻이 족하면 그만이지 
무덤 속은 봄처럼 따사로우리 
팥죽 한 그릇 
봄날의 여유 
계양 가는길에 
섣달 그믐날 밤에 
시골집 
시골로 돌아와 1 
시골로 돌아와 2 
농부의 일 
기암자에게 
욕심을버리고 
최명길에게 


자연을 따르는 지혜 
자연의 솜씨 
있으면서 없는것 
삶과 죽음은 하나다 
붓 이야기 
대숲에 부는 바람 
갈매기의 지혜 
굽은 나무와 굽은 선비 
나의 문집에대하여 
어르신의 장수 비결 
마음의 빛 
빙호 선생 이야기 


벼슬아치의 처신 
큰 의리와 작은 의리 
푸른 눈흰 눈 
남해의 섬으로 유배 간 홍면숙에게 
병든 고을을 다스리는 법 
지방관이 되어 떠나는 오숙우를 전송하며 
당은 사람때문에 유명해진다 
재주 있는 사람은 널리 쓰인다 
관서로 부임해 가는 내 동생 현국에게 
봄비 같은 정치 


붓 가는 대로 쓴 글 
『계곡만필』머리말
비둘기와 콩새 
우리나라의 경직된 화풍 
옛사람이 글에 쏟은 정성 
즐거움을 밖에서 찾지 마라 
이름 끼워 넣기
문장의 기본 원리 
담배의 효능 
담배 예찬 
옛 관리의 집안 단속 
좋은 시란 
즐거운 요상함 
말보다글 
갓난아이, 담쟁이, 그림자, 도둑놈, 짐승 
정의와 욕심 
글 쓰는 사람의 자존심 
글을 볼 줄 아는 사람
늦깎이 공부 
시를 지을 때 다섯 가지 유의할 점 
여름벌레가 얼음을 알랴 
아름다운 부인과 못생긴 부인 
자기안의 신 


해설 
장유 연보 
작품 원제 
찾아보기





개구리 울음소리


그리운 얼굴
친구가 생강을 보내주어
생강은 약 중의 보배
약효가 정말 좋다네.
알싸한 맛은 단단한 쇠의 성질 품었고
따뜻한 기운은 양기를 머금었네.
물에 담가 말리는 신기한 생강은
중풍을 낫게 하고 위장을 편케 하네.
책에서 어찌 틀린 말을 했겠나
신농씨(神農氏)가 먹어 보며 쓴 책인데.
친구가 내 병을 염려하여
외딴 시골까지 멀리도 보내왔네.
한 번 먹으니 아픈 허리도 거뜬해져
남의 부축 안 받아도 되겠구나.
쓰디쓴 약을 내 어찌 마다하랴
좋은 교훈 삼가 마음에 품으리.


* 벗 최명길(1586~1647)이 마른 생강을 부치며 보낸 시에 답한 시이다.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경쾌하게 풀어썼다. 생강의 알싸한 맛이 쇠의 성질을 품었다는 건 오행(五行)으로 볼 때 매운맛이 ‘금(金)’에 속하기에 한 말이다. 생강을 마리는 방법과 생강의 약효에 대해 쓴 책은 『신농본초』라는 것인데, 신농씨가 온갖 초목을 직접 맛보고 얻은 그대로 지식을 후대 사람이 이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흐르는 사계(四季)
봄, 길 위에서

흉년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가는 길마다 고운 경치 펼쳐 놓았네.
푸른 보리밭 속에선 장끼가 꺽꺽.
활짝 핀 꽃 너머론 아지랑이 아른아른.
제법 내린 비에 도랑물을 콸괄
언덕 위 나무에는 안개가 자욱.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말 타고 새 시를 쓴다네.


* 안양으로 가는 길에 쓴 시이다. 보리밭?꽃?아지랑이?도랑물?안개 등의 소재가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기거니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말 타고 새 씨를 쓴다네’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엉덩이가 들썩이는 흥이 느껴진다.


바닷가 마을 풍경
이것저것 풍성한 시골집
가을 분위기 물씬하네.
가까운 이웃 모여 마을마다 술자리
밭 태우는 곳마다 여기저기 흰 연기.
서리 맞은 오이 덩굴 비스듬히 쓰러지고
빗물 머금은 국화 가지 한쪽으로 쳐졌네.
고목나무 매미 소리 잠잠해지고
차가운 하늘엔 기러기 그림자 걸렸어라.
가난한 마을은 세금 독촉에 시달리고
멀리 변방에선 북소리 이어지는데
현미밥도 달게 먹는 시골 늙은이
초가집에 편히 누워 낮잠 즐기네.


* 이 시는 가운데를 전후한 작품의 분위기가 퍽 이질적이다. 전반부에서는 풍성한 시골의 가을이 그려지고 있는 반면, 후반부에서는 백성들의 생활고와 고단한 삶이 그려지고 있다. 백성들은 세금 독촉에 시달리고, 변방에는 전쟁 기운이 감도는데 시인은 편히 낮잠을 즐긴다는 것이 이상하다. 근심이 가득한 가운데 즐기는 불안하고 짧은 평화일는지도 모르겠다.



병중의 읊조림
병든 후에

귀밑머리 보면 늙은 줄을 아는데
가을 들어 점점 많이 빠지누나.
오이 덩굴 아래엔 서늘한 그늘 머물고
내린 비에 이끼 낀 샘이 넘치네.
세상일 상관 않고 내버려두니
세월은 눈앞에서 흘러가누나.
병든 후론 영 시원찮은 내 시(詩)
벗은 아마 서글피 여길듯하네.


* 벗 이명한(1595~1645)에게 답한 시이다. 이명한은 장유와 함께 조선 중기 한문 사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정구의 아들이다. 병약해진 시인의 자조적인 감정이 읽는 우리마저 서글프게 한다.



자연을 따르는 지혜
삶과 죽음은 하나다

1
만물은 하나로부터 생겨나 각기 ??내??가 된다. 내가 나를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몸은 밖에서 단절되고 정신은 내부에 갇혀, 나와 남이 서로 통하지 않게 되어 마침내 이기심이 생겨났다. 몸이 나누어져 생긴 거리가 어찌 이렇게 커졌나? 살아 있을 때는 각기 나는 나, 남은 남으로 살지만 죽은 뒤에는 함께 하나로 돌아가 나도 없고 남도 없다. 옛 현인은 죽음을 참이라 여기고 삶을 거짓이라 여겼는데, 그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2
배가 고파 음식을 먹으려 할 때는 잠깐도 몇 달 같지만, 배가 부르면 먹는 것을 잊는다. 힘들어 쉬려 할 때는 지척도 천 리 같지만, 편안해지면 쉬는 것을 잊는다. 이를 통해 안으로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바깥의 상황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영예나 치욕도 바깥의 상황일 뿐이니 시장 길에서 쇠사슬에 묶이기나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게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보석으로 치장하고 수레를 타더라도 영예롭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삶은 낮, 죽음은 밤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팽조(彭祖)나 노담(老聃)의 장수(長壽)를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고 요절한 이를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3
만물은 본래 하나였는데 몸이 나누어지면서 서로 단절되었다. 몸은 밖에서 단절되고 정신은 내부에 갇혀 나와 남이 서로 통하지 않게 되어 마침내 이기심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좋고 싫음에 따라 서로 빼앗고, 이익과 손해에 따라 서로 공격하여 싸움이 번지고 혼란이 야기되었으니 참 측은한 일이다. 이기심을 극복하면 몸이 장애물이 되지 않고, 순리대로 하면 정신이 갇히지 않을 것이니, 그러면 남이 내가 되고 내가 남이 되어 만물이 하나의 틀 안에 들어오고 삶과 죽음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4
북극의 아래와 남극의 위가 몇 억만 리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동해의 서쪽과 남해의 북쪽이 몇 억만 리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혼돈의 시작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이며, 내가 죽은 뒤 세상의 종말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를 것인가. 하늘과 땅은 무궁하고 과거와 현재는 다함이 없으니, 그 속에서 만물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다. 보잘것없는 내 몸은 세상 만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 티끌이나 터럭보다 더 작은 존재요, 부싯돌 불이나 번갯불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존재이다.

5
사람들은 요(堯)임금?순(舜)임금의 지혜, 공자의 학문이나 팽조(彭祖)의 장수, 우(禹)?직(稷)의 공적, 주공(周公)의 예법(禮法), 백이(伯夷)의 절개, 맹분(孟賁)?하육(夏育)의 용맹스러움 등을 대단하게 여기지만 모두 덧없는 것일 뿐이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어느새 없어지고 마니 있는 것은 잠시오, 없는 것이야말로 정상이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바야흐로 헛된 명예와 이익을 바라고 귀한 신분이 되고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멍한 정신으로 이익과 손해, 명예와 치욕을 따지느라 마음을 괴롭히고 있으니, 참 서글픈 일이다.


* 다섯 편의 글은 일관되게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나와 남이 지금은 비록 육신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죽은 뒤에는 구분이 없어진다는 사실, 죽음은 또다른 삶이라는 사실, 영원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생명은 한순간의 빛이라는 사실 등을 통해 장유는 살아서의 이기심과 욕심은 부질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붓 가는 대로 쓴 글
여름벌레가 얼음을 알랴

우물 안의 개구리는 바다가 정말 있는지 의심하고, 여름벌레는 얼음이 정말 있는지 의심한다.


그러나 세상의 군자라고 하는 이들 역시 좀 이상하다 싶은 일을 들으면 당장 손을 내저으며 믿지 않고 “세상에 그럴 리가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이것은 천지가 넓디넓어 그 안에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지금 자기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서 모두 없는 것으로 여긴다면 이 얼마나 옹졸한 태도인가.


옛날에 위(魏) 문제(文帝)가 『전론(典論)』을 지을 때, 처음에는 불에 타지 않는 옷감은 없다고 생각했다가 뒤에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았다. 위 문제처럼 박학(博學)한 인물도 그런 실수를 했는데, 하물며 후대 사람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공자께서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과 의심스러운 것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후대에 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

* 우리의 지식과 안목이란 지극히 협소한 공간에 바탕을 둔 것으로,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기억해야만 타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자아를 확장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