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생태기행

   
이경한
ǻ
푸른길
   
15000
2015년 02월





■ 책 소개


EBS 세계테마기행 방영작!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나라, 뉴질랜드의 생태를 온몸으로 느끼다


뉴질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과 더불어 푸른 목초지와 광활한 바다 등의 자연환경일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대자연이 펼쳐지는 나라 뉴질랜드의 생태를 『뉴질랜드 생태기행』에 생생하게 담았다.


이 여행은 ‘EBS 세계테마기행’ 뉴질랜드 편의 촬영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저자는 뉴질랜드를 “어릴 적 이발소에 걸려 있던 풍경사진의 모습이 곳곳에 넘쳐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비단 저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이런 목가적인 풍경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전원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이런 목가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산, 바다, 호수, 빙하, 계곡, 온대우림, 비와 바람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환경이다. 140여 개의 사진과 더불어 여정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뉴질랜드의 자연 생태 곳곳을 직접 걷고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저자 이경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Texas A&M University(2002)와 University of Maryland(2008)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전북교육포럼 대표,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전주 MBC에서 ‘시사토론’과 ‘오늘 아침’, KBS 전주에서 ‘아침마당’과 ‘이경한의 집중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현재 참여자치전북 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이해 교육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교육, 혁신을 꿈꾸다』(근간), 『교양으로서의 국제이해교육』(공저, 근간),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2012), 『골목길에서 마주치다』(2010),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공저, 2010), 『아빠의 눈으로 본 미국교육』(2009),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2008), 『사회과 지리 수업과 평가』(증보판, 2007) 등이 있다. 역서로는 『교실 수업 관찰』(공역, 2003), 『질적 연구와 교육』(공역, 2001), 『초등지리교육론』(공역, 2001), 『열린 지리수업의 이론과 실제』(1999) 등이 있다.


■ 차례
책머리에
프롤로그


1장. 크라이스트처치_뉴질랜드 남섬의 게이트웨이
1. 해글리 공원 | 2. 펀팅 | 3. 일요시장 | 4.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 | 5. 빅토리아 공원


2장. 카이코우라_생태 관광의 보고
1. 카이코우라 | 2. 카이코우라 고래 박물관 | 3. 고래 생태 관광 | 4. 카이코우라 전망대 | 5. 생태 관광


3장. 쿡 산_빙하와 눈의 하얀 나라
1. 쿡 산으로 가는 길 | 2. 쿡 산 | 3. 타스만 빙하 | 4. 테카포 호수 | 5. 테카포의 밤 | 6. 눈이 호사스런 길


4장. 퀸스타운_여왕의 도시
1. 봅스 힐 | 2. 관광도시 퀸스타운 | 3. 퀸스타운의 날씨 | 4. 월터 피크 목장 | 5. 코로넷 피크 | 6. 루트번 트레킹 | 7. 애로타운


5장. 테아나우_아름다운 호수를 가진 관광도시
1. 테아나우 | 2. 테아나우 반딧불이 동굴 | 3. 케플러 트레킹 | 4. 테아나우의 별자리 투어 | 5. 와이아우 강


6장. 밀퍼드 로드_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 거울 호수 | 2. 놉스 플랫 | 3. 호머 터널 | 4. 캐즘 | 5. 밀퍼드 산장으로 가는 길


7장. 밀퍼드 사운드와 다웃플 사운드_빙하가 만든 피오르 풍경
1. 밀퍼드 사운드 | 2. 밀퍼드 트랙 | 3. 다웃플 사운드


8장. 남섬의 끝_자연이 인간에게 공존의 길을 묻다
1. 더니든 | 2. 오타고 반도의 생태 관광 | 3. 오아마루 펭귄 보호구역 | 4. 스튜어트 섬


에필로그
참고문헌


 




뉴질랜드 생태기행


크라이스트처치_뉴질랜드 남섬의 게이트웨이

해글리 공원_크라이스트처치를 정원의 도시로 만들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정원의 도시다. 도심에는 가장 대표적인 해글리(Hagley) 공원이 있고, 그 안에 보타닉 가든이 있다. 이 공원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아이콘이다. 도심에 공원을 조성하여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며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인공 정원인 보타닉 가든에는 분수대, 큐레이터 하우스(Curator House), 평화의 종(Peace Bell) 등이 있으며, 히말라야시다와 같은 키 큰 침엽수가 있다.


그리고 강가에는 버드나무가 흐드러지게 가지를 내려놓고 있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키 작은 꽃들이 만발해 있다. 그중에서 봄의 전령사인 수선화가 가장 많다. 보타닉 가든에 만발한 꽃들을 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은 다리에 힘을 뺀 채로 한껏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공원 주변에는 높지 않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원의 수선화는 학생과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직접 심은 것이라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위치와 크기에 따라 공원을 차별화하여 거주 공간과 주변 환경에 적합한 공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가 정원의 도시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06~1907년에 개최된 세계박람회 때이다. 그후 도시계획의 방향을 전원도시로 설정하였고, 1979년 지방정부법(Local Government Act)을 만들어 공원 정책을 펼쳐갔다. 도시 내에서 주택지를 건설하는 경우에는 그 면적의 7.5%, 상업지를 건설할 경우에는 그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이나 토지를 기부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이 도시는 인구가 늘면서 오히려 공원의 면적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도시에는 공공 공원 못지않게 개인 정원도 많다. 정원 가꾸기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자기 집의 정원을 마치 도시의 공공재와 같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가꾸어 놓았다. 또한 이 도시는 개인 정원과 공원, 즉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네트워크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원이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동선을 이어 주고 있다. 이런 노력이 크라이스트처치를 정원의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펀팅_꽃놀이보다 재미있는 뱃놀이

보타닉 가든을 흐르는 에이번 강에서는 뱃놀이의 일종인 펀팅(punting)을 즐길 수 있다. 펀팅은 바닥이 평평한 배인 펀트를 타고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유람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뱃놀이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영국 문화이다. 나는 펀팅을 즐기기 위하여 안티과 선착장(Antigua boat shed)으로 갔다. 이곳은 식당이 딸린 보트 창고를 두고서 사람들이 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손님이 오자 펀트를 물 위에 띄워 놓고 조심스레 손님을 태웠다. 배를 모는 방법은 긴 장대와 같은 상앗대를 강바닥에 찍은 후에 상앗대를 밀어 배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이다. 강바닥은 진흙과 같은 펄이 있어서 깊게 박히는 경우 상앗대가 잘 뽑히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삿대 끝에 삼각형 모양으로 작은 삼발이를 대어 놓았다. 상앗대를 미는 방식은 대체로 삼박자 정도의 리듬으로 박고 뽑기를 반복한다.


펀트를 타고서 강을 따라가며 주변의 풍광에 눈길을 주었다. 노년의 사공은 기분이 좋은지 마오리 족 민요인 ‘포 카레카레 아나’를 한 곡 선사해 주었다. 노사공의 저음이 매력적이었다. 강가의 수선화와 파란 하늘은 펀팅을 하면서 보는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원색의 아름다움이 파스텔로 그린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펀팅을 즐기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쿡 산_빙하와 눈의 하얀 나라

쿡 산_힐러리 경,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준비를 하다

해발고도 3,764m인 쿡 산은 눈 덮인 삼각형의 봉우리를 지니고 있다. 쿡 산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산들이 이어져 서던 알프스 산맥이 형성되어 있다. 이 산맥을 중심으로 서쪽 사면과 동쪽 사면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다. 허미티지(Hermitage) 호텔에서는 칼로 깎아 놓은 듯한 산사면이 햇빛을 받아서 수시로 변화를 부리는 쿡 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허미티지 호텔은 과거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 경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기 전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 등정 연습을 하던 곳이다. 허미티지 호텔에는 멀리 쿡 산의 눈 덮인 설경을 응시하고 있는 힐러리 경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뉴질랜드의 영웅이다. 허미티지 호텔의 1층에는 그를 기념하는 작은 기념관인 힐러리 산악 기념관(Sir Edmund Hillary Alpine Center)이 있다. 그곳에는 그의 에베레스트 등정과 남극 탐험의 역사가 담겨 있어, 새삼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한 힐러리 경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많은 산악인들은 히말라야 주봉을 오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길잡이를 해 주고 짐을 나르는 역할을 하는 셰르파의 도움 없이는 히말라야를 오를 수가 없다.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산 정복을 도운 사람이 노르가이이다.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고 나서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셰르파 노르가이는 세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였다.


이곳에서 역사는 늘 주인공이자 주연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주연만을 기억하고 있을 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 주는 조연이 멋있게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실존적인 존재이기에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래서 인생에는 조연이 없다. 힐러리를 따라서 그의 짐을 대신 지고 에베레스트를 올라간 노르가이도 주인공이다. 최소한 그의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한 절박한 실존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정복욕 혹은 좋게 말하면 성취욕을 지니고서 산을 오른 힐러리보다 그의 셰르파를 더 높이 평가한다. 지금도 숱한 사람들이 히말라야 연봉을 정복했다고 소리를 치고 있지만, 날마다 남의 짐을 대신지고 그 산을 올라간 셰르파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무게와 그로 인한 구원을 본다.


테카포 호수_그 짙은 파랑에 마음을 빼앗기다

테카포(Tekapo) 호수는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매켄지(Mackenzie) 분지의 북단을 따라 남북으로 뻗어 있는 빙하호수이다. 호수의 면적은 83km²이고, 해발고도 700m에 위치하고 있다. 이 호수의 물은 서던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한 고들리(Godley) 강에서 공급되고 있다. 테카포 호수의 색은 짙푸르고 녹색을 띠는 푸른 파랑색이다. 이런 색은 빙하가 석회암석을 깎으면서 나온 분말이 물속에 섞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양의 빛이 밝을수록 호수는 더욱 쪽빛을 띤다.


뉴질랜드 남섬 8번 국도 변에는 호수의 이름에서 따론 레이크 테카포(Lake Tekapo) 마을이 있다. 호수의 남쪽 끝단에 자리 잡은 마을로 그 끝은 거대한 바위가 가득하다. 바위는 호수의 석회암 가루가 분칠을 하여 하얗다. 이 바위는 과거 빙하가 밀고 온 것들이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그곳에 쌓인 이 바위들이 말단 빙퇴석이다. 짙은 파랑의 호수와 뿌연 바위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테카포 호수를 더욱 호수답게 만들어 주는 경관은 선한 양치기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이다. 이 교회는 1935년에 이곳을 찾은 개척자들이 지은 것으로, 개척 초기 테카포 지역의 험한 기후 속에서 생활한 목동들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졌다. 이 교회에서 100여 m쯤 떨어진 곳에는 양치기를 도운 개 콜리(collie)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목장 주인들은 그 험한 곳에서 개의 도움이 없이는 목양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었음을 인정하면서 선한 양치기 교회가 세워진 지 33년이 지난 1968년에 개 동상을 세워 주었다.


짙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한 작은 교회가 인상적이다. 이 교회를 크게 지었더라면 터키블루 빛의 테카포 호수와 부조화를 이루는 꼴불견이 되었을 것이다. 화려한 장식도 없다. 교회 안과 밖에 어떤 화려한 장식을 하더라도 테카포 호수보다는 아름답지 못하다. 건축가의 현명한 결단이다. 주변의 돌들을 모아서 소박한 벽을 쌓았다. 교회의 전면(前面) 창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통유리로 만든 창의 밖으로 보이는 호수를 배경으로 정말 작은 십자가 하나가 창가에 세워져 있다.



테아나우_아름다운 호수를 가진 관광도시

테아나우_호수를 따라 발달한 도시

테아나우(Te Anau) 호수의 초입에 이 호수에서 이름을 딴 도시 테아나우가 있다. 테아나우는 마오리 어로서 ‘소용돌이치는 물의 동굴(The cave of swirling water)’이란 뜻이다. 도시의 초입에 있는 관광정보 안내소(i-center)에 들러 이곳의 대략적인 정보를 구하였다. 이곳에는 피오르 국립공원과 인근 지역 관광정보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아동들을 위한 작은 전시관도 있다. 전시관에서는 뉴질랜드의 멸종 위기 새인 타카해(takahe), 카카포(kakapo), 코카코(kokako)에 관한 기록이 정리되어 있다.


관광 안내소에서 테아나우 시내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적은 인구가 사는 소도시다. 테아나우 호수를 길가에 두고서 각종 호텔과 모텔이 즐비하다. 테아나우 호수는 이곳의 주요 관광명소가 되어 도시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도시의 규모에 맞지 않게 대형 음식점이 많다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다. 이 도시에 각종 숙소와 음식점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이 밀퍼드 로드(Milford Road)와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 관광의 전진기지이자 베이스캠프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여장을 푼 후 120km가량 떨어진 밀퍼드 사운드까지 다녀온다.


테아나우 호수의 주변에는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호수를 지킨 유칼립투스 나무가 자신의 껍질을 드러내 보이며 서 있다. 호숫가에는 모래사장이 있고, 호수 건너편에는 피오르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이 있다. 호수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산은 룩스모어(Luxemore) 산이다. 이 산과 호수는 항상 해와 함께 움직인다. 해는 호수면 위에 있는 산의 정상 부근에서 뜨기 시작한다. 산 정상을 붉게 물들이고서 얼굴을 드러내는 해가 산허리를 비추면, 날은 벌써 오전의 중간을 넘긴다.

저녁 8시 즈음에는 해가 진다. 산 너머 서쪽 하늘에 태양의 기운이 남아 있기에 해가 지는 호수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의 공제선에는 아직 태양의 기운이 남아 있으나, 산의 아래는 이미 검은 어둠이 내려있다. 호수에서 반사된 빛과 산 너머의 빛 사이에 놓인 산 중턱은 어둠을 먹고 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산 능선에는 파란 기운이 돈다. 호수가 주변 산과 태양에 의해서 색깔의 조화를 부린다. 테아나우 호숫가의 숙소에서 꼼짝 하지 않은 채 창문 너머로 이런 조화를 구경하는 여행도 좋았다.


테아나우의 별자리 투어_어둔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테아나우의 관광 센터에는 다양한 관광 상품에 관한 안내가 있다. 뉴질랜드의 야간 관광 상품은 별자리 투어가 단연 으뜸이다. 도시 면적이 좁고 인구가 많지 않아 불빛이 적고 하늘이 맑기 때문에 별을 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호수 위로 쏟아져 내릴 기세다.


이곳의 별자리 투어를 관광 상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소박하다. 아마추어 천체 애호가가 광고지에 상품 광고를 내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별자리 안내자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운 후 자신의 천체 망원경을 설치하였다. 밤 기온은 매우 쌀쌀했지만 별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그의 정성은 대단하였다. 그의 열성적인 안내로 남십자성 등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밤에 별자리를 보고서 이동하였다. 항해하고 낯선 곳을 탐험하는 등의 일에는 별자리가 동행했다. 별은 문명 이전 시대에는 삶의 좌표이자 항해의 방향기지로서 큰 대접을 받았지만, 현대 문명이 지배하는 나의 성장기에는 유희의 대상이자 꿈의 대상으로 변화하였다. 우주의 시대는 이제 더 멀리 있고, 발견하지 못하며, 가보지 못한 별들이 과학기술이 추구하는 목적의 대상으로서, 그리고 은유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쨌든 별은 우리와 구별되기도 하고, 때론 구별될 수 없는 존재이자 대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밀퍼드 로드_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테아나우에서 출발하여 북쪽의 밀퍼드 로드(Millford Road)로 길을 나섰다. 이 길은 총 121km의 여정으로서 2시간에서 2시간 30여 분 정도 걸린다. 밀퍼드 로드로 향하는 이 도로는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도로 주변에는 대규모의 양 목장이 즐비하고, 초봄의 식생은 아직 새순이 돋지 않은 거친 풀들이 황야와 같은 경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원시림의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도 눈에 띈다. 이곳의 식생은 울창한 삼림, 초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런 풍경과 경관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밀퍼드 로드의 전진기지인 테아나우 다운스(Te Anau Downs)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테아나우 호수 북쪽 끝의 자그마한 항구 마을로서 밀퍼드 로드 여행의 출발 지점이다.


거울 호수_맑은 호수가 자연을 품고 있다

테아나우 다운스에서 길을 10여 분 재촉하여 가면 거울 호수(Mirror Lake)가 나온다. 길가의 주차장에서 걸어서 왕복 15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거울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호수 표면에는 앞산의 그림자가 거울처럼 비추어 마치 데칼코마니와 같이 쌍을 이루고 있다. 거울 호수는 작은 규모지만, 호수 너머로는 습지 평원이 산 밑까지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그 평원과 산이 만나는 곳에는 강이 흐른다. 거울 호수는 과거 강물이 흐르던 하도(河道)였지만 지금은 호수인데, 이곳의 하천이 자유롭게 곡류를 하다가 물길이 변경되는 바람에 하도의 앞과 뒤가 막혀서 호수가 된 것이다. 서던 알프스 산맥의 동쪽 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은 테아나우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변형시켜도 하천은 그 흔적을 그대로 남겨 놓는다.



밀퍼드 사운드와 다웃플 사운드_빙하가 만든 피오르 풍경

밀퍼드 사운드_피오르 지형의 전형을 보여 준다

밀퍼드 산장에 다다르면 밀퍼드 사운드로 가는 길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밀퍼드 사운드의 내륙 끝에 자리한 산책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밀퍼드 사운드의 유람선 부두가 있다. 유람선을 타고 밀퍼드 사운드의 피오르로 빠져 들었다. 유람선은 사운드의 내륙에서 바다로 향하면서 16km의 길을 떠난다. 밀퍼드 사운드의 피오르 경관은 바다 쪽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볼 때 훨씬 더 아름답다.


이곳은 우연히도 표류하는 배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U자곡인 밀퍼드 사운드 바다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잔잔해진다. 그 절벽을 넘어서 멀리 보이는 산자락에는 권곡(圈谷)이 있다. 밀퍼드 사운드 U자곡 절벽을 타고서 물이 흘러내리는 많은 폭포가 있다. 이곳의 주요 빙하경관으로는 데일 포인트(Dale Point)가 있다. 이 지형은 땅이 툭 튀어나온 곶이어서, 포경선이나 탐험선들이 이곳을 육지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오랫동안 밀퍼드 사운드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그 신비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마이터 피크(Mitre Peak, 1682m)가 있다. 산의 모습이 추기경의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사면이 정상에서 해수면까지 무려 1,600m의 급경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산이 뾰쪽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밀퍼드 사운드의 빙식곡과 다른 쪽의 빙식곡이 함께 산을 깎아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피오르 안으로 더 진입하면, 155m 높이의 스털링(Sterling) 폭포가 있다. 폭포명은 영국 군함인 클라이오 호의 함장인 스털링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피오르의 절벽에서 흩뿌리는 물줄기가 바다로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밀퍼드 사운드의 폭포 중에서 강렬한 것은 160m 높이를 가진 보엔(Bowen) 폭포다. 폭포의 이름은 1871년 뉴질랜드 총독의 부인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마오리의 이름으로는 ‘개울 소녀의 폭포’다. 이런 형태의 폭포는 거대한 빙식곡(氷蝕谷)과 상대적으로 작은 빙식곡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큰 빙식곡인 밀퍼드 사운드에 다른 방향으로 형성된 작은 방식곡이 지나가면서 폭포가 만들어졌다. 마치 작은 빙식곡이 큰 빙하곡에 걸려 매달려 있는 모습이어서 현곡(懸谷)이라고 부른다.


다웃플 사운드_그 멋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

테아나우의 수선화 축제가 열린 강당에서 만난 질(Jill) 부인과의 인연으로 그녀의 남편 조너선(Jonathan)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목장을 운영하면서 헬기투어 관광업도 하고 있는데, 그녀와의 인연으로 비용을 많이 깎아 주어 헬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비행 목표 지점은 테아나우의 서쪽 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마나포리(Manapouri)와 다웃플 사운드(Doubtful Sound)다. 헬기는 빠른 속도로 뉴질랜드 남섬의 등뼈 역할을 하는 산맥인 서던 알프스를 향해 날아갔다.


먼저 헬기 아래로 마나포리 호수의 짙푸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나포리는 마오리 말로 ‘슬픈 마음’이라는 뜻이다. 호수는 너무 적막하여 그 이름처럼 슬프게 보일 정도다. 433m의 수심은 세상의 요란스러움이나 호들갑이나 잘난 체나 교만과 욕심을 몽땅 호수 아래로 가두어 놓은 듯 했다. 울창한 숲은 마치 호수에 퐁당 빠진 듯 물 위에 비쳐 35개의 섬들과 함께 멋진 수채화를 만들어 놓았다.


마나포리 호수를 끼고 서던 알프스의 케플러 산맥 안으로 비행해 들어가니 산과 호수와 계곡이 펼쳐졌다. 산과 계곡과 호수가 서로 별개의 존재가 아닌, 그 높이와 깊이와 너비를 가지고서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하늘 높은 곳의 산과 산 사이에는 산정호수와 고산습지가 펼쳐져 보였다. 눈이 녹은 물이 경사면을 따라 모여서 만들어진 산정호수와 그 호수 주변에 형성된 습지는 고산 생태계의 보고이다.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헬기는 서던 알프스 산맥의 등성이, 즉 분수계를 넘어갔다. 서던 알프스의 서쪽 사면에 들어서자 다웃플 사운드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동서로 길게 내륙 깊숙이 파고 들어온 바닷물이 빙하가 깎은 피오르의 골짜기를 가득 채운 다웃플 사운드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웃플 사운드는 퍼스트 암(First Arm), 홀 암(Hall Arm)과 크루키드 암(Crooked Arm)으로 구성되어 있다. 헬기는 다웃플 사운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말라사피나(Malasapina) 곶에 착륙하였다. 장엄한 피오르가 내륙의 딥코브(Deep Cove) 만에서 타스만 바다까지 깊게 물길을 형성하고 있다.


최고 412m의 수심과 해안까지 40km의 길이를 가진 이곳 피오르에는 단순함과 웅장함과 신비로움이 있다. 깎아 자른 듯한 높은 절벽은 단순미를, 그 큰 규모는 웅장함을, 그리고 타스만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안개는 신비로움을 준다. 딥코브 맞은편 절벽 위에는 해발고도 800m 높이인 브라운 산정호수가 보인다. 호수의 물은 호수를 다 채우고도 넘쳐서 피오르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장대한 브라운 폭포가 되었다. 이 폭포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폭포이고, 지형적으로는 큰 빙식곡에 걸쳐 있는 작은 빙식곡인 현곡(懸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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