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가족

   
전자윤
ǻ
열림원어린이
   
15000
2025�� 07��



■ 책 소개


문학이 어린이에게 건네주는 위로와 용기
이 시대 어린이에게 필요한 동시 처방전

전자윤 시인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동시를 씁니다. 이야기와 시는 그 형식은 다르지만, 안에 담긴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똑같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전자윤 시인의 동시 62편을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붕어빵 가족》으로 엮었습니다.

시인의 손에서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동시로 다시 태어납니다. 길 잃은 펭귄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열쇠가 되고, 친구는 고장 난 자판기가 되고, 언니는 투명한 왕국의 여왕이 됩니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동시를 만들어 써냈습니다. 그의 동시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공감,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또한 소외된 것들을 사랑하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라는 지혜와 당부도 건넵니다.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성, 순수한 감성으로 어린이들이 문학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저자 전자윤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다. 2018년 부산아동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2020년 샘터상 동화 부문 당선, 2020년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자 어둠 사용법』이 있다.

■ 차례
[새하얀 뿔을 감추고]
뒤에 있겠지 14
오징어 빛나는 밤 16
운 좋은 펭귄 18
종이 인형을 가지고 놀 때 20
멧돼지 오래 사는 방법 22
만능열쇠 24
꿈의 집 26
왕비가 틀린 문제 28
헨젤과 그레텔의 숲 30
미운털의 전설 32
악어 34
무서운 꿈 36
우주특별시 안전 안내 문자 38
세찬 바람이 불면 40
전쟁은 끝났을까 42

[같은 고양이를 잃어버린 걸까]
투명한 왕국 놀이 46
어떤 고양이길래 48
마법에 걸린 호랑이들 50
그냥 할머니 52
인어공주 54
아픈 손가락 56
무화과나무 58
이불 속에는 60
뿌리 내린 집 62
눈부신 별 64
별똥별 66
구석 68
붕어빵 가족 70
보물 72

[미움이 뭉게뭉게]
우리 놀이터 76
눈부심 78
떡볶이 80
전학생 82
안경 앞에서 84
달리는 교실 86
책가방 88
학교 밖 우산 90
거울 92
기분 나쁜 날 94
고장 난 자판기 96
하얀 미움 98
새까만 낙서 100
여름 방학 102
털실 인형 104
하눌타리 106

[겉모습이 바뀌어도]
봄날 110
여름에는 112
그러게 그러게 114
장마 116
푸른 숲 118
나무젓가락 120
푸른 돌멩이 122
달걀 124
걱정 지우개 126
먼 곳 128
나무 아이스크림 130
또 겨울이 오면 132
도깨비방많이 134
커다란 곰 인형 136
그러던 어느 날 138
눈사람 140
모레 보관함 142

 




붕어빵 가족


[새하얀 뿔을 감추고]

운 좋은 펭귄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아?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다며

그럼, '운 나쁜 펭귄'이잖아


-아니! 난 운 좋은 펭귄이야

길을 잃었지만 새로운 길을 알게 됐잖아

남극으로 가야 하는데

엉뚱하게 뉴질랜드 바닷가로 갔다며


-그래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마침 지쳤을 때 쉴 곳을 찾았잖아

그때 바닷가 모래를 눈인 줄 알고 먹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며


-그래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죽을 뻔했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았잖아


하긴, 나중에 사람들이 도와줘서

남극으로 무사히 되돌아갔다며

제목은 바꾸지 않아도 되겠다


-맞아! 난 운 좋은 펭귄이야

내가 지은 제목 그대로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갈 거야


*길 잃은 남극 황제펭귄이 뉴질랜드에서 발견되어 구조된 일이 있다.



꿈의 집

첫째 돼지가 지푸라기로 지은 집은 날아갔어요

둘째 돼지가 나뭇가지로 지은 집은 무너졌어요


셋째 돼지가 벽돌로 지은 집은 튼튼했지만

다른 돼지들이 벽돌을 하나씩 훔쳐 갔어요


넷째 돼지는 꿈을 지었어요

매일 아침 무너지고, 매일 밤 다시 지어야 했지만

넷째 돼지의 꿈은 아무도 훔쳐 가지 못했어요



미운털의 전설

아주 먼 옛날 지구가 막 생겼을 때

지구는 동물들이 살기에는 너무 추웠곰

동물의 신은 부랴부랴

솜털, 깃털, 머리털, 꼬리털을 만들어 동물들에게 나눠 줬곰

따듯한 털만 있으면 추위는 끄떡없었곰

옷이 필요 없었곰 집이 없어도 밖에서 잘 수 있었곰

동물들은 털만 있다면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았곰

그런데 먼저 온 동물들이 털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털은 금세 동이 났곰

털이 부족해서 꼬리나 다리 아니면 배에 털이 없는 동물이 생겼곰

나중에 온 동물들에게 줄 털이 아예 없었곰

동물의 신은 털을 먼저 받은 동물들에게 털을 조금씩 양보해 달라고 부탁했곰

털을 먼저 받은 동물들은 털을 나눠 주기 싫어서 도망갔곰

동물의 신은 털을 전혀 받지 못한 동물에게

털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능력을 나눠 줄 수밖에 없었곰

물고기는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줬곰

개구리 뱀 악어 같은 동물들은 체온을 낮춰서 추위를 견디게 해 줬곰

그 와중에 사람이 털을 조금밖에 못 받았다며 다른 능력을 달라고 생떼를 부렸곰

동물의 신은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사람이 어떤지 알잖곰

사람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곰

그래서 동물의 신에게 간신히 얻어 낸 능력이 뭔지 아는곰?

바로 털끝만 한 불편도 못 견디는 능력이라곰

그게 무슨 능력이냐곰? 아니라곰 그 능력 덕분에

사람은 옷을 만들곰 집이랑 건물도 만들곰

사람에게 편리한 물건을 찍어 내는 공장을 끊임없이 만들곰

빙하를 녹게 만들곰 점점 동물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난 북극곰이곰

작은 물병이 나보다 더 오래 살 것 같곰

먼 옛날 전설은 이제 어떻게 끝나게 될지 모르곰

솔직히 난 그게 제일 무섭곰



[같은 고양이를 잃어버린 걸까]

무화과나무
 

그 섬에는 주인이 살았어요

개펄에 주저앉은 뗏목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

수평을 맞추느라 늘 삐걱거리는 평상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

담장 너머 무화과나무 한 그루

다 주인이 있었는데 어른이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 무화과가 익는 여름

남의 물건을 훔쳐 손이 썩어 버린 도둑 이야기를

담장 밖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어요

얘야, 무화과를 서리하면 안 된다

도둑질하면 손이 썩어 버려

훔친 무화과를 먹으면 입이 골아 썩어서

누가 도둑인지 금방 들통이 난단다

하지만 담장 밖 아이들은

아직 어떤 것의 주인이 아니라서 무서움이 없었어요

담장을 훌쩍 넘어 자란 무화과나무가 가지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덤벼라, 먼저 결투를 신청하면 더욱 의지가 불타올랐어요

그 여름 담장 밖 아이들은 특히 참을성이 없었어요

덜 익은 무화과를 훔쳐 먹느라 입이 부르렀어요

새까맣게 탄 얼굴에 햇살이 통통 오르고 손은 썩지 않았어요

대신 빗금 그어진 다리를 붙잡고 눈물 한 바가지 쏟아야 했어요

무화과나무 권투 글러브를 낀 손으로 아닌 척했지만 눈물을 훔쳤어요

그 여름 담장 밖 아이들은 덜 익은 무화과처럼 나뒹굴었지만

모두 주인공이었어요



뿌리 내린 집

집을 심어요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벌레를 치워 줘요


집이 쑥쑥 자라요

뿌리는 길이 되고

길은 울타리 밖으로 뻗어 가요


길에 발걸음을 뿌려 줘요

발걸음은 거름이 되고

거름은 길이 마르지 않게 하지요


길이 마르지 않으면

집은 이야기꽃을 피울 거예요

추운 겨울이 와도 시들지 않을 거예요



[미움이 뭉게뭉게]


달리는 교실

교실이 버스라면

교실 전용 차도로 안전하게 달리면 좋겠다

운전기사님은 선생님

어디로 가고 싶은지 우리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교실이 숲으로 달려가면 좋겠다

바다로 달려가면 좋겠다

우주로 달려가면 좋겠다

정류장 도착할 때마다 전학생이 타면 좋겠다

옆자리 짝이 계속 바뀌겠지

휠체어가 타고 우산이 타고 축구공이 타고

미끄럼틀이 타고 눈사람이 타고 바람이 타고

나무가 타고 노을이 타고 해바라기가 타고

교실이 빵빵하게 부풀었으면 좋겠다

두 볼 빵빵하게 도토리를 가득 채운 다람쥐처럼

따듯한 빵을 입에 물고 모두 미소 지으면 좋겠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친구라고 부르면 좋겠다

손잡이는 꽉 잡아야 하겠지

교실이 신나게 달리다 보면 덜커덩거릴 수도 있으니까

수업은 창밖을 내다보는 것

은행나무잎이 파란불인지, 노란불인지

햇빛은 얼마큼 가까이에 있는지, 그림자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구름은 어떤 모양인지 공부하면 좋겠다

수업 시간은 한 시간이면 좋겠다 너무 먼 거리는 아직 멀미 나니까

띵동, 하차 벨이 울리면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에서 내리고

달리는 교실은 선생님이 시동을 끌 때 멈추겠지

내일 만나! 인사를 하면

교실도 손 흔들어 주면 좋겠다

길 건너편까지 환하게



[겉모습이 바뀌어도]

걱정 지우개

뒤척뒤척

왼쪽으로 돌아누우면

왼쪽 머릿속을 쓱싹쓱싹


뒤척뒤척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오른쪽 머릿속을 쓱싹쓱싹


베개는

걱정 지우개


쓱싹쓱싹

머릿속 걱정을 지우느라

밤을 꼬박 새운다


눈사람

눈은 사람이었어요


눈을 기다리는 아이를 만났을 때

안녕, 인사말을 배웠을 때


추위를 견딘 손과 악수했을 때

울퉁불퉁 동그라미를 찾았을 때


눈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을 만났을 때

사라지는 마법을 연습할 때


눈은 이미 사람이었어요

점점 짧아지는 겨울밤

꽝꽝 얼었던 몸이

어느덧 녹기 시작했을


똑똑, 눈물을 흘렸을 때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