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걷는 아이

   
박은선
ǻ
서사원
   
21000
2023년 01월



■ 책 소개


아이와 그림을 읽고 마음껏 상상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간 경험을 생각해 보세요. 그림을 보며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기보다 그저 알아서 감상하기를, 감상하고 방학 숙제나 잘 제출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데 정답이 있는 양, 내 마음대로 느끼고 생각하기를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예술 작품을 보며 함께 대화하는 것은 더 어렵지요.

작가는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를 보며 활기찬 뉴욕의 밤거리를 상상합니다. 긴 노란색 선 위에 있는 빨간색, 하얀색, 파란색의 작은 네모들을 보며 건물에 쏟아지는 네온사인, 거리의 가로등 불빛을 떠올리지요. 페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을 보면서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엄마의 삶을 그려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천천히 그림을 뜯어 보며 그림 속 배경이나 인물의 표정을 관찰하고, 상황을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 감상이 즐거워집니다. 예술에 정답은 없습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와 함께 그저 보고 느끼는 대로, 상상하고 싶은 대로 아이와 마음껏 그림을 즐겨 보세요.

■ 저자 박은선
일상이 예술이라고 가르치는 고등학교 미술 교사이자 모든 아이는 예술가라고 믿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자녀교육의 중심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심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며 화가의 영혼을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명화에는 용기, 끈기, 정직, 유머, 창의성, 자기애, 인간애, 희망 등이 그려져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통해 삶의 본질을 읽습니다. 예술 작품은 아름다운 삶을 스케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아이를 그리도록 도와주지요. 이 책이 아이라는 명화를 사랑의 색으로 칠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저서로는 《초3 공부가 고3까지 간다》, 《엄마의 큰 그림》,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초등 글쓰기가 입시를 결정한다》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green__hae
블로그 https://blog.naver.com/racingsunny

■ 차례
그리며 그림 같은 아이, 명화에서 가치를 찾다

PART 01. 이해 : 강인한 아이의 내면을 그리며
나로 살아가는 자존감_〈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 알브레히트 뒤러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_〈수련〉, 클로드 모네
자기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확신_〈열다섯 송이의 해바라기와 꽃병〉, 빈센트 반 고흐
자기 내면을 객관적으로 보는 성찰_〈이중 자화상〉, 에곤 실레
나약하게 의지하지 않는 자립심_〈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PART 02. 창의성 : 참신한 아이의 생각을 그리며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는 동심_〈피리 부는 소년〉, 에두아르 마네
한계를 뛰어넘는 호기심_〈메르츠 32A, 버찌〉, 쿠르트 슈비터스
참신한 사고를 부르는 상상력_〈봄〉, 〈여름〉, 〈가을〉, 〈겨울〉, 주세페 아르침볼도
창조적 영감을 일으키는 본질의 탐구_〈구성 8〉, 바실리 칸딘스키
반짝이는 아이디어 너머의 선택_〈다다 헤드〉,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

PART 03. 관찰 : 탁월한 아이의 시선을 그리며
작은 일상에 대한 감사_〈우유 따르는 여인〉, 요하네스 페이메이르
단순함에서 찾는 여유_〈검은 사각형〉, 카지미어 말레비치
자연의 경이를 느끼는 안목_〈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 마인데르트 호베마
집중력을 발휘하는 몰입_〈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폴 세잔
적당히 발휘하는 눈치_〈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얀 판 에이크

PART 04. 공감 : 따뜻한 아이의 관계를 그리며
명랑함이 묻어나는 미소_〈루트를 연주하는 어릿광대〉, 프란스 할스
관계에 진심을 다하는 사랑_〈나에게 더 묻지 말아요〉, 로렌스 앨마 테디마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조화_〈스냅 더 휩〉, 윈슬로 호머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배려_〈절규〉, 에드바르트 뭉크
환영받는 벗이 되는 신의_〈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귀스타브 카유보트

PART 05. 진실함 : 고유한 아이의 자아를 그리며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솔직함_〈눈보라-항구 어귀에서 멀어진 증기선〉, 조셉 말러드 윌리엄 터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정직함_〈가면과 함께 있는 자화상〉, 제임스 엔소르
한계를 자각하는 유연함_〈목이 긴 성모〉, 파르미자니노
부끄러움 없는 양심_〈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씨)〉, 귀스타브 쿠르베
진정성이 있는 언어_〈씨 뿌리는 사람〉, 장 프랑수아 밀레

PART 06. 감수성 : 온화한 아이의 영혼을 그리며
든든한 가족에 대한 믿음_〈돌아온 탕자〉, 렘브란트 하르먼손 반 레인
사회 문제에 대한 통감_〈1808년 5월 3일〉, 프란시스코 고야
세대를 관통하는 감성_〈노인과 어린이〉,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소외 계층과 공존하는 평화_〈시녀들〉,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감각_〈붉은색 에펠탑〉, 로베르 들로네

PART 07. 지혜 : 올바른 아이의 태도를 그리며
독서와 함께 하는 사색_〈책벌레〉, 칼 슈피츠베크
욕망에 끌려 다니지 않는 현명함_〈바벨탑〉, 피테르 브뢰헬
지식에 대한 열정_〈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여행을 통한 통찰_〈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피에트 몬드리안
노동의 가치를 깨닫는 미덕_〈세탁부〉, 오노레 도미에

PART 08. 희망 : 행복한 아이의 인생을 그리며
찬란하게 품은 꿈_〈프리마베라〉, 산드로 보티첼리
끈기 있게 행하는 노력_〈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피에르 쇠라
어려움도 헤쳐 나가는 용기_〈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신중함_〈신중함의 알레고리〉, 베첼리오 티치아노
마음껏 누리는 지금의 행복_〈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오귀스트 르누아르

감상하며 아이라는 명작을 읽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


창의성 : 참신한 아이의 생각을 그리며

한계를 뛰어넘는 호기심_〈메르츠 32A, 버찌〉, 쿠르트 슈비터스

파블로 피카소, 알버트 아인슈타인, 조지 오웰, 리하르트 바그너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역사상 자신의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천재적인 인문들입니다. 미술, 과학, 문학, 음악 분야에서 이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지평을 열며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창의성의 대명사가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에야 대단한 위인으로 여겨지지만 이들의 학창 시절은 순탄치 않았어요. 피카소는 읽기 학습 장애인 난독증이 있어서 초등학교 졸업이 어려울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마드리드에 있는 고등학교 격인 왕립 미술아카데미에서는 학교의 규칙과 일과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결국 학업을 그만두었습니다.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학교의 엄격한 제도와 규율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어요.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은 영국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 이튼스쿨을 다녔지만 167명 중 138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영향력 있는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인 바그너는 공부에 흥미가 없어 자주 결석을 하다가 라이프치히음악원에서 쫓겨났지요,


획일화된 틀 안에서 창조적 생각을 펼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온당한 지식에 의문을 품고 질문하는 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는 일을 학교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들에게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끊임없이 궁금한 걸 묻고 답을 찾기 위해 실험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비롯됩니다. 궁금한 건 알아야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말이지요. 새롭고 신기한 것에 관심을 두는 마음입니다. 호기심을 시작으로 부싯돌을 발견했고, 상대성 이론이 탄생했으며, 우주여행도 가능해졌습니다. 호기심이 개인의 지식 수준을 결정짓고 인류의 미래를 발전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전통에 반기를 들며 미술 영역의 확장을 불러일으킨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의 슈비터스입니다. 기존의 미술 재료를 넘어 주변의 하찮은 사물에 호기심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괴짜였어요. 화가였지만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며 하노버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가득 주웠습니다. 찢어진 신문, 버려진 종이 상자, 흘린 머리카락, 나뒹구는 광고지, 구겨진 기차표, 떨어진 단추, 휘어 버린 못 등 쓸모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모았습니다.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슈비터스는 기존의 회화와는 완전히 다른 예술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대신 쓰레기를 붙였어요. 당시에는 생소했던 콜라주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메르츠 32A, 버찌>의 자료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캔버스도 아닌 나무 보드에 기름이 가득한 물감을 대충 칠했어요. 그 위에는 사탕 포장지, 조각난 색종이, 실의 굵기가 다른 천조각들이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인쇄된 종이와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종이 조각이 제멋대로 붙어 있어요. 중앙에는 버찌 카드가 보입니다. 그 위로는 엉망으로 깨진 파이프가 툭 튀어나와 있어요.


그에게 예술은 전문적인 결과도, 특출난 누군가를 위한 전유물도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규칙도 정답도 없었습니다. 우연적이고 즉흥적이어도 예술이었습니다. 예술 작품은 무엇을 은유‧상징‧의도해야 할 의무가 없었습니다.


쓰레기는 예술이 되었습니다. 누구든 예술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어디든 미술관입니다. 슈비터스의 호기심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빵 부스러기, 버려진 색종이. 씹다 버린 껌, 굴러가는 바퀴 등 세상에 당연하고 무가치한 건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토록 “왜요?”라고 묻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물음입니다. 사람만의 고유한 지적인 활동이 곧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에서 발화되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창의성은 실험 정신, 탐구력으로 이어지며 지식을 창조합니다. 컴퓨터도 이겨내지 못합니다.


호기심은 불필요한 생각, 위험한 모험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호기심은 주어진 상황을 남다른 관점으로 새롭게 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사고를 제한하지 않고 해결법에 독창적으로 접근하도록 인도합니다. 슈비터스와 수많은 위인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의 용기 있는 생각을 꽃피게 해 주세요. 아이의 호기심이 미래가 됩니다.


*그림 같은 아이 그리는 법

아이의 호기심을 격려해 주세요

아이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왜요? 왜요?”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지요.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한 아이들은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질문은 곧 호기심의 표현입니다.


아이가 질문할 때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해 주세요. 눈을 맞추고 아이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세요. 대답은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정답을 꼭 알려 주지 않아도 좋아요. 오히려 아이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질문을 던지는 것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물으며 아이가 스스로 답하게 하고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생각의 장을 열어 주세요. 고민 끝에 궁금증의 실마리를 풀고 싶을 땐 아이와 함께 인터넷, 책 등에서 정답을 찾으며 사고를 확장시켜 주세요.



관찰 : 탁월한 아이의 시선을 그리며

작은 일상에 대한 감사_〈우유 따르는 여인〉, 요하네스 페이메이르

여인이 한가롭게 우유를 따르고 있습니다. 원래는 하녀를 그린 것이지만 제가 엄마라서 그런지 엄마처럼 보여요. 아이를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이블 위에 빵이 있는 모습을 보니 빵을 더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왼쪽 창문으로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옵니다. 덕분에 부엌 분위기는 고요합니다. 우유를 따르는 소리만 졸졸졸 들리는 듯합니다. 아이는 밖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테지요. 아이가 돌아오면 갓 구운 빵과 우유를 줄 거예요.


반짝이는 소품도 없고 아름다운 여성도 등장하지 않는 그림이에요. 나의 엄마가 그랬듯, 내가 그랬듯 보통의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공간을 그렸습니다. 아무렇게나 놓인 파란 천과 빵 조각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발 난로, 무심하게 노출되어 있는 벽에 박힌 못이 자연스럽습니다. 걸레받이 위에는 먼지가 쌓인 듯 보이고 창문에는 작은 균열도 있네요. 오른쪽 얼굴에 그늘이 진 여인의 표정은 알 듯 말 듯해요. 살짝 미소를 짓는 것 같으면서도 지친 기색이 엿보입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못 하나, 먼지 하나를 그리려고 페이 메이르는 얼마나 예민하게 붓질을 했을까요. 화려한 귀족의 식탁이 아닌 수수한 일상을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세세하게 묘사했을 겁니다. 단조로운 일상에도 위대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을 거예요.


때에 맞춰 밥을 먹고,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를 다녀와 편안하게 발 뻗고 자는 일상은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하루라도 엄마가 없으면 티가 나는 게 집안일이잖아요. 엄마의 일상에, 아이의 오늘에 대수롭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누군가의 수고로 인해 완성되지요.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찬찬히 둘러보세요.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어서 의식하지 못 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관심 없이 여닫는 냉장고 문, 신경 쓰지 않고 흘려보낸 물줄기, 무심코 구겨 신은 운동화, 익숙하게 먹는 밥 한 공기에도 고마움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림 같은 아이 그리는 법

아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 주세요

감사하는 마음은 표현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와야 ‘감사하는 마음이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표현에 앞서 타인의 행동에 배어 있는 배려를 깊이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이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아이에게 “고마워”라고 표현하세요. 아이가 작은 심부름을 했을 때, 형제자매에게 양보를 했을 때 등 소소한 일에도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감사의 말을 하는 겁니다. 아이들은 자기 행동에 감사를 표하는 부모의 말에 도리어 감사를 느낄 거예요. 그리고 부부 사이에도 감사함을 자주 말하세요. 가족 문화를 일구어 나가듯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면 아이는 자연스레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진실함 : 고유한 아이의 자아를 그리며

진정성이 있는 언어_〈씨 뿌리는 사람〉, 장 프랑수아 밀레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에는 붉고 거친 땅 위로 한 농부가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보자기에서 씨를 한 움큼 집어 힘차게 뿌리고 있지요. 전진하는 두 다리와 우람한 팔은 역동적이에요. 두려움 없이 씨를 뿌립니다. ‘건강하고 탐스럽게 자라라’라며 의지를 다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씨를 뿌린 농부는 열매가 탐스럽게 맺히도록 열심히 일할 거예요. 씨앗은 농부가 공들여 가꾼 만큼 정직하게 열매를 맺겠지요. 그 결실이 있기까지 고단할 걸 알기에 경건함마저 느껴지네요. 그 모습이 꼭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비슷합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포용하는 땅은 우리의 아이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라는 씨앗을 뿌립니다. 아이는 고스란히 부모의 씨앗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씨앗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복숭아 씨앗에서 복숭아가 열리고 호박 씨앗에서 호박이 열립니다. 부모가 사랑의 씨앗을 뿌리면 사랑의 결실을, 미움의 씨앗을 뿌리면 미움의 열매를 맺습니다.


언어는 삶의 가치를 결정짓는 열쇠입니다. 언어는 생각의 산물이지요. 성격을 보여 주며 행동의 한계를 알려 줍니다. 말은 관계를 맺게 하는 의미 있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언어는 인맥과 삶의 영역을 형성하게 합니다. 삶의 양식을 만들며 존재 이유가 되지요.


고단한 일이지만 정성 들여 튼튼한 씨앗을 고르고 때에 맞춰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부모는 아이에게 이로운 말의 씨앗을 골라 마음속에 심어 주어야 합니다. 잠시라도 돌보지 않으면 시들어 버릴지 몰라요. 말의 씨앗이 풍성해지도록, 양질의 언어가 되도록 가꾸어야 합니다. 깨끗한 말을 끊임없이 뿌려 주고 온화한 햇살도 충분히 비춰 주어야 해요.


아이의 고결한 생각은 신중하고 품위 있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언어, 기품 있는 언어, 향기로운 언어, 생각 있는 언어로 아이에게 말해 주세요. 뱉기는 쉽지만 다시 담을 수는 없으니 책임이 뒤따르는 게 언어입니다. 수확할 때까지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며 가꾸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림 같은 아이 그리는 법

아이의 품격 있는 언어를 그려 주세요

언어는 생각이나 느낌을 담아 냅니다.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지요. 화살처럼 날카로운 말, 역한 냄새가 나는 말, 의미 없는 빈말은 상대의 마음에 가닿지 않습니다. 오해를 일으키고 상처를 주지요. 신뢰를 쌓을 수 없어 결국 자신에게 불행으로 돌아옵니다. 말 한마디가 희망을 줄 수도 절망을 안길 수도 있습니다. 언어가 곧 인격이 되지요. 가치관이 되고 아이의 세계가 됩니다.


부모의 입에서 시작되는 언어는 만질 수 없지만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아이에게 건강하고 향기로운 언어의 씨앗을 심어 주세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 비난의 말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사랑의 말, 용기의 말, 위로의 말, 칭찬의 말, 인정의 말, 긍정의 말이 부모의 입에서 흘러나와야 합니다. 어려운 어휘, 위엄 있는 단어가 아닌 따뜻한 마음의 소리를 들려 주세요. 부드러운 말로 아이를 설득하며 어른다운 어조와 몸짓을 유지하세요. “너의 생각은 어때?”라며 아이의 말에 경청하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해요. 아이에게 항상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해”, “네가 있어서 든든해.”,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해야 합니다.


가끔 침묵도 필요합니다. 침묵은 탁월한 화술이 됩니다. 감정을 뺀 담백한 말도 아이의 귓가에 맴돕니다. 현명하게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세요. 부모의 향기로운 언어가 아이의 꽃 같은 언어를 만듭니다.



희망 : 행복한 아이의 인생을 그리며

찬란하게 품은 꿈_〈프리마베라〉, 산드로 보티첼리

삶은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 정답을 이분법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삶은 희극과 비극의 조각들이 뒤엉켜 만들어진 완성작입니다. 마냥 기쁜 일만 있지는 않지만 희극이라는 주인공이 삶의 중앙을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봄과 같은 희망을 품으며 말이지요.


<프리마베라>는 봄을 의미합니다. ‘봄’이라는 글자만 봐도 설렘이 가득해집니다. 그림 속 오렌지 과수원에 아홉 명의 인물이 보여요. 어두운 오렌지 숲을 배경으로 아기자기 예쁜 꽃이 흩어져 있습니다. 화려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꽃들을 자세히 보면 시들했던 마음도 활짝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가운데에 붉은 가운을 걸친 인물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입니다. 고고한 자태가 주변 인물들과 대조를 이룹니다. 비너스 위에는 비너스의 아이 큐피트가 있어요. 왼쪽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세 여인은 삼미신입니다. 삼미신은 기쁨, 축제의 즐거움, 화려함을 상징해요. 삼미신은 손을 높이 뻗은 채 우아한 춤을 추는 듯해요. 삼미신 옆에는 오렌지를 따고 있는 헤르메스가 있습니다. 헤르메스는 상인들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다고 해요. 탐스러운 오렌지에 시선을 둔 그의 모습은 건강해 보입니다. 오른쪽에는 우아한 꽃무늬가 장식된 옷을 입은 꽃의 여신 플로라가 자리했어요. 맨 오른쪽에 위치한 서풍의 신은 바로 옆에 있는 요정 클로리를 잡고 있습니다. 어두운 과수원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온갖 꽃이 피어나며 기쁨이 가득한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인생에서도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꽃을 발견하고 향긋하게 맺은 열매를 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그림입니다.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변의 사랑과 축복을 받고 있는 비너스가 주인공입니다. 삶의 기쁨을 누리는 비너스는 설레는 꿈을 품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오즘 경제난, 실업난 때문에 꿈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고 해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돈을 잘 버는 일, 부모님이 선택한 진로, 미래의 유망 직종을 꿈이라고 합니다. 자기 비전과 마음을 돌보지 않은 채 비관적으로 삶을 방치합니다. 꿈을 꾸기도 전에 포기해 버려요.


사람은 본래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철학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학문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했겠지요. 누구에게나 시시하게 살기 싫은 욕구가 있습니다. 근사하게 살고 싶고 스스로 성취하고 싶고 자아를 성장시키고 싶어 합니다. 다만 그 중심에 꿈이라는 나침반이 있어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생깁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어요. 오로지 자신을 믿고 주체적으로 내일을 맞이해야 합니다. 빛나는 삶의 의미를 찾아서 말이에요.


힘든 날도 있고 혼란스러운 날도 있습니다. 오롯이 혼자 힘으로 나아가려니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겠지요. 그렇기에 기꺼이 인생의 무게를 감내할 수 있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슴이 요동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찬란한 꿈을 품고 살길 바랍니다. 날카로운 장애물에 넘어져 상처 입는 비극적인 상황에도 주변을 탓하지 않고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합니다. 꿈을 꾸는 만큼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았으면 합니다. 죽는 날까지도 ‘나는 어떤 의미 있는 삶을 만들까?’라는 질문을 하며 풍부한 삶을 꾸려 나가길 바랍니다.


기대와 희망으로 삶을 낙관했으면 합니다.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존귀한 아이들입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림 같은 아이 그리는 법

아이의 찬란한 꿈을 응원해 주세요

반 고흐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한 전도사고, 고갱은 배를 타다가 주식 중개인이 되었습니다. 마티스는 법을 공부하고 법률관에서 서기로 일했습니다. 피카소가 그토록 추앙한 루소는 세관원이었습니다. 이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직업을 선택했지만 결국에는 세계적인 화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삶의 방향은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갖더라도 행복을 위해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가게 됩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합니다. 주관 없이 주변에 끌려 다니는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며 행복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선택이 눈에 차지 않더라도 아이의 꿈을 섣불리 재단하지 마세요. 아이의 꿈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세요. 진흙탕 길이 앞에 있으리라는 걸 예측할지언정 헤치고 이겨내야 할 사람은 아이입니다.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격려해주세요. 아이의 잠재력을 믿으세요.


누구나 자기 삶에 애착이 있습니다. 보람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해요. 아이들도 자라며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라며 스스로 질문하고 삶에 대해 고민합니다. 부모는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아이에게 직업의 이름이 아닌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지 질문을 던져야 해요.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보다 자기다운 삶을 살도록 조언하세요.


꿈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아이의 삶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자기답게 그리는 그림이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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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