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신화 여행

   
표정옥
ǻ
대교출판
   
15000
2010�� 07��



■ 책 소개
이 책은 축제ㆍ게임ㆍ놀이동산등 아이들에게 유익한 문화체험을 창의력과 연관지어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기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화체험과 창의력을 이어주는 고리는‘신화’이다. 문화체험이 신화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다. 


■ 저자 표정옥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서강대학교 연구교수와 대우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센터 교수로 있다. 2008년ㆍ2010년 대한민국학술원상,선리연구원 학술상, 김구아카데미 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강대학교 50주년 학술총서, 연세대학교 문학의 기본개념 시리즈, 재단법인 해상왕장보고 기념사업회, 아시아연구기금, 대구대학교 대안문화총서, 대구경북연구원, 태평양 학술문화재단총서 등에 논문 및 저서와 연구가 선정되었다.저서로 『문학과 게임』『현대문화와 신화』『서사와 영상, 영상과 신화』『문화의 역동성과 신화』『놀이와 축제의 신화성』『그곳 축제에서 삼국유사를만나다』 등이 있다.

■차례
1장 축제의 통합적 체험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01 흙으로 빚은 역사의 수수께끼
02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역사의 퍼즐 
03 나비와 꽃, 반딧불이의 생명 탄생 체험 
04 도깨비들을 찾아 떠나는 환상 체험
05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의 영웅 
06 시대를 뒤흔든 여성 주인공을 찾아서 
07 거대 동물 고래와 공룡이 사라진 시간속으로 
08 소망을 기원하는 등과 불 축제 

2장 박물관과 미술관 체험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01 자연사 박물관의 문화 공간 강화도
02 새롭게 부활하는 선덕여왕 
03 민속촌 박물관 미로에서 헤매기 
04 백남준의 미술로 보는 신화 세상 
05소나기마을과 메밀꽃마을의 문학 체험 
06 탈과 함께 어우러진 하회마을 이야기 
07 문화의 영웅을 만나러 떠나자

3장 동물과 곤충과 식물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01 신화의 열차로 떠나는 동물원 여행
02 인간의 욕망이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신 
03 자연의 수호신과 분노하는 재앙신 
04 『산해경』 속 인면조와 인면어
05 신화의 상상력으로 연결되는 곤충 세계 
06 북유럽 문화 체험과 북유럽 신화 
07 자연의 치유자, 식물 이야기
08 허브 에코토피아와 에코플랜트 

4장 어린이 놀이를 통한 신화 창의교육 
01 민속놀이가 디즈니와 만나다 
02신밧드처럼 모험하기, 정글 탐험에서 살아남기 
03 파라오의 분노를 잠재울 유희왕 카드 
04 탑블레이드와 슈팅바쿠간의 상상력
05 닌텐도 속 포켓몬과 특촬물 속 영웅들 
06 어른을 사로잡는 캐리비언 해적 놀이 
07 신화 상상력으로 살펴보는 과학적발명과 독서 놀이
08 신화 상상력으로 예측하는 미래의 놀이문화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신화 여행


1장 축제의 통합적 체험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나비와 꽃, 반딧불이의 생명 탄생 체험

최근 아이들에게는 단체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참 많아졌다. 지방 자치단체가 지역 특산물, 전통문화, 역사 인물, 문화예술, 지역 특성, 자연 환경 등을 소재로 하여 벌이는 지역 축제도 그런 체험 공간이다. 우리는 함평나비축제에 들렀다. 나비의 생태를 이용해 이렇게 거대한 산업이 이루어지리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나비는 그 화려함과 다양함 때문에 보는 이들의 탄성을 불러온다.


중국신화학자 김선자의 『변신이야기: 필멸의 인간은 불멸의 꿈을 꾼다』에 나오는 나비 이야기를 살펴보자. 중국에는 한빙 부부라는 이야기가 있다. 남편 한빙을 모략으로 공사장에 보내고 송나라의 강왕은 한빙의 부인을 탐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부인은 완강히 저항하다가 벼랑에서 떨어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급히 가서 그녀를 잡자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고 한다. 축영대와 양산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 육조 때를 배경으로 세도가의 딸 축영대를 사랑한 평민 출신 양산백은 그녀가 출가한다는 소식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출가하는 날 양산백의 무덤을 지나던 축영대는 눈물을 흘렸고 신기하게도 무덤으로 빨려 들어간다. 조금 후에 무덤에서는 두 마리의 나비가 날아올랐다.


아름다운 자태 때문인지 나비는 사랑 이야기와 연결되곤 한다. 에로스가 사랑한 여인 프시케는 나비의 영혼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성을 활용하는 나비 체험장이 바로 제주에 있는 프시케월드이다. 나비와 곤충의 이야기가 신화를 활용해서 재구성된 점이 흥미롭다. 전시관 한쪽에는 그리스 신화의 고전인 『일리아드』를 재구성한 영화 <트로이> 속 인물들의 이름과 나비의 학명이 일치한다는 내용이 안내되어 있다. 아가멤논, 메넬리우스, 프리암, 파리스, 아킬레우스, 헤레네 등 많은 이름이 나비와 관련되어 있었다. 나비와 관련된 내용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지어본다면 어느새 우리는 나비가 단순히 곤충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것이다.


프시케월드의 나비 전시관은 마치 거대한 생태 동화나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디즈니랜드가 놀이와 동화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다면 이곳은 생태와 곤충들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즐겁게 한다. 함평이나 제주에 있는 나비 전시관을 축소한 공간이 바로 놀이동산 안의 생태관이다. 상시 운영되는 이 조그만 생태 공간은 놀이도구로만 구성되었던 그전보다 훨씬 생기가 있다. 아이들은 곤충의 성장 단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생명의 탄생과 성장과 소멸이라는 유기적인 신화 상상력을 펼치게 하기에 더없이 좋다.


형설지공의 뜻을 되새기며

무주에서는 봄에 무주반딧불축제가 펼쳐진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에 반딧불이를 보지 못해서 축제에 갈 계획을 세우며 아이들만큼 흥분했다. 도착한 축제장은 수천 개의 전구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반딧불이는 전시장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반딧불이는 배에 있는 마디 끄트머리에 빛을 내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 만져보면 뜨거울 것 같은데 매우 차갑다. 18도의 청정한 1급수에서만 성장한다고 하니 앞으로 환경 복원의 척도를 반딧불이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너무 요란한 불빛 때문에 반딧불이의 의미가 조금 무색해지는 공간이 많은 게 아쉬웠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반딧불이는 형설지공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지는 못했다. 어두운 곳에서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현대인들은 환한 불빛이 아니면 책을 잘 읽지 못한다. 문명이 인간의 시각을 퇴화시켜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딧불이의 불빛으로 그 옛날 선비가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


노란 국화꽃을 만나러 가는 길

고창국화축제가 열리는 고창은 그다지 유명한 특산물이 없는 곳이다. 풍천 장어와 복분자 그리고 선운사 정도가 손꼽을 만하다. 그런데 최근 국화축제가 고창을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 고창 선운사에 묻힌 시인 서정주와 미당 시문학관이 국화축제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민간에서 만든 이 축제는 국화 꽃밭의 규모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거기에 노란 국화꽃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심어져 있다. 아이들에게 바구니 하나씩 들려 보내면 즐겁게 한 가득 따 온다. 국화꽃은 식용이기 때문에 말려서 차를 만들기도 하고 목욕용품을 만들기도 한다.


선운사에 오르면서 가을과 국화를 느끼는 것은 서정주가 말하는 우주 창생의 상상력에 닿는 것이리라. 이런 생태 축제들은 아이들에게 우주와 합일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적 축제라고 하겠다.

 


2장 박물관과 미술관 체험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백남준의 미술로 보는 신화 세상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는 백남준 아트센터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세계적인 위대한 예술가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경계를 넘는 이 시대의 인물들을 조사하게 한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애플 사의 스티브 잡스, 백신 프로그램을 만든 안철수,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조합을 이루어낸 백남준 등이 꼽혔다. 이 사람들은 현대 우리의 젊은이들이 가장 우상시하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위인전

요즘 아이들도 『김유신』『안창호』 같은 위인전을 읽고 애국심을 느낄까? 필자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아이들은 우리 세대가 접하던 한정되고 제도화된 정보가 아니라 무한하게 열려 있고 다양한 시각을 갖춘 정보를 얻는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안철수 같이 전공을 넘나들면서 자기의 길을 개척하는 학자들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백남준 같이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리는 예술가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컴퓨터로 세계를 통일한 빌 게이츠 같은 이의 이야기도 해준다.


금기를 활용한 문화 리더

백남준은 우리 시대에 여러 화두를 꺼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백남준의 예술은 시대를 앞서가는 상상력이었다.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오묘한 힘을 느낀다. <TV 부처> <TV 시계> <달은 가장 오래된 TV> <자석 TV> <TV 로댕> <TV 첼로> <실제 식물/생방송 식물> <TV 물고기> <TV 촛불> 등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감성을 결합했다. 텔레비전이라는 현대 매체 안에 물고기와 정원을 만들고 인간적이지 않은 기계를 감성적으로 재창조했다. <TV 부처>처럼 동양과 서양을 혼합시키기도 했다.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느낌이 새롭다. 백남준은 "어떤 기술도 인간화되지 못하면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예술도 인간화되지 못하면 예술을 위한 예술로 전락한다"라고 했다. 이 작품은 철학의 영역인 부처도 현대의 이미지 시각작용을 통해 자기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결국 타자화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동양의 마음을 서양의 그릇에 비추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개방적 사유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마치 지금의 하이브리드 문화를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문화는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차도 하이브리드이고 최대한 에코 테크놀로지를 지향한다. 자연을 훼손해왔던 현대 문명이 도달할 귀착점은 결국 자연이다. 현재 기업들은 바이오 에코 테크놀로지를 개발 중에 있으며 그린 이코노미를 지향하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하고 풍력과 조력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농사 역시 친환경 그린 농법을 권장하고 있다. 논에 농약 대신에 참게를 넣고, 장어를 넣고, 우렁이를 넣고, 지렁이를 넣기도 한다. 자연의 공생원리를 잘 활용해야만 우리의 후손에게 미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백남준의 예술은 이러한 미래를 미리 예측한 것처럼 보인다.



3장 동물과 곤충과 식물을 통한 신화 창의교육

신화의 상상력으로 연결되는 곤충 세계

생태계의 신비한 성장 과정이 놀이동산의 상시 전시관에 놓인 지 오래이다. 곤충들의 삶과 인간의 삶을 동일시한 테마공원도 등장했다. 제일 인상적인 곳은 제주도의 프시케월드였다. 곤충들이 오디세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놀이동산도 있었고, 달동네도 있었고, 심지어 투표장도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의 세상을 옮겨놓은 듯했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타듯이 곤충전시관에서 2령 장수풍뎅이와 성충이 된 나비를 본다. 그리고 손으로 애벌레를 만지는 코너에서는 그 옛날 우리 할머니가 굼벵이라고 부르던 징그러운 벌레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만져대는 꼬마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시대에 서양의 파브르만큼이나 곤충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석주명이다.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 오카지마는 석주명에게 나비 연구를 제안했고, 석주명은 마침내 조선산 나비의 총목록을 세계에 알리는 한국 최초의 나비 학자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석주명이 외국 학술지에 발표할 때 사용한 언어가 에스페란토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에스페란토는 국제 보조어로 사용되는 언어이다. 석주명은 파브르를 스승 삼아 연구를 거듭했다. 이처럼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 이외에 보고 배울 역할 모델이 많아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는 무한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은 절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않았다. 역할 모델이 되는 누군가의 연구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더 빛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뉴턴이 확립한 만유인력의 원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모태가 되었으며, 그 후 스티븐 호킹이 한발 더 나아가는 연구를 했다. 우주가 팽창한다거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과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이야기이다.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이 스티븐 호킹이다.


필자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원리나 미적분학과 색깔이론 등 그의 유명한 연구들을 유럽에 페스트가 퍼졌던 1665년과 1666년 사이에 구상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위대한 발견이나 연구는 그렇게 우연히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가장 불행한 시대였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어디선가 세계를 흔들어놓을 만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발달과 지식의 진보가 반드시 축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항상 정상이라고 믿는 진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에는 현재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패러다임이 상당히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이크로코스모스의 세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필자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디오로 <마이크로코스모스>가 있다. 작은 곤충들의 세계를 촬영한 과학 다큐멘터리인데,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도 반복 시청 횟수가 많은 편이다. 필자도 우연히 여러 차례 보게 되었는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세계가 곤충세계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필자는 곤충에 유독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곤충채집을 하러 또 곤충 박물관을 관람하러 많이 다녔다. 동물원에 가면 곤충관이 잘 만들어져 있다. 겨울철 곤충관은 난방이 잘된 편이라 좋은 휴식처이기도 하다. 곤충관에서는 반딧불이의 생태는 물론 개미의 생태와 나비의 성장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관에서는 수시로 여러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곤충 모형 만들기에서부터 곤충 박사들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획이 마련되어 있다.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찾아라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와 상대해 싸울 만한 벌레는 사슴벌레 정도이다. 어린이 곤충책의 표지에서도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한 판 대결을 종종 볼 수 있다. 집에서 키워보니 사슴벌레가 훨씬 사육하기 어렵다. 금방 죽어버리고 만다. 사슴벌레는 집게발처럼 생긴 뿔이 두 개 있는데 아마도 그게 사슴 뿔처럼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것은 뿔이 아니라 큰 턱이라고 한다. 필자는 사슴벌레의 투구와 딱지를 보면서 트로이의 전사 아킬레우스를 상상하곤 했다. 헥토르와 싸운 무적의 전사 아킬레우스는 결국 파리스가 쏜 화살을 발뒤꿈치에 맞아 죽고 만다. 철갑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사슴벌레는 집게도 두 개나 가지고 있어 상당히 튼튼해 보이지만 부화하기도 어렵고 잘 키우기도 어렵다. 그러나 아이들은 장수풍뎅이와 더불어 가장 키우고 싶어한다.


미노타우로스 사마귀

파시파는 미노스 왕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잘생긴 황소를 사랑해서 인간이 아닌 괴물을 낳고 말았는데 그 괴물이 바로 미노타우로스이다. 미노스 왕은 명장 다이달로스에게 명해 미로를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고 산 제물을 바치게 했다. 이후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로에서 나오는 데 성공하고,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그 미로에 함께 갇히게 된다. 그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었다. 너무 교만했는지 날갯짓을 하던 아들 이카루스는 태양 근처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밀랍 날개가 녹자 추락해 죽었는데 그것이 이카루스의 날개 이야기이다.


사마귀를 볼 때마다 미노타우로스가 생각난다. 경기도 어느 수목원에서 초가을에 사마귀를 잡은 적이 있었다. 배가 불룩한 사마귀를 세 마리나 잡았는데 시들시들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불쌍한 마음이 들었던지 아이는 채집통에 사마귀를 담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집 앞 풀밭에 보내주기로 하고 차에 싣고 왔는데, 집에 도착해 보니 한 마리가 없어져버렸다. 자세히 보니 날갯죽지 하나가 통 바닥에 떨어져 있고 나머지 두 마리는 아까와는 다르게 힘이 나 보였다. 필자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신화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떠올렸다.


잠자리, 헤르메스를 생각나게 하다

나비와 함께 곧잘 언급되는 곤충은 잠자리이다. 잠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도둑의 신이기도 하고 여행의 신이기도 하고 장사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가 생각난다. 헤르메스는 뱀 두 마리가 한데 엉켜 있고 꼭대기에 두 날개가 있는 지팡이 케리케이온을 들고 있다.


어떤 신화학자는 이 시대를 헤르메스의 시대라고 말한다. 헤르메스는 타협의 신이기도 하다. 하데스가 데메테르 여신의 딸 페르세포네를 몰래 훔쳐 갔을 때 외교 특사로서 제우스의 말을 전달하고 설득한 신이 바로 헤르메스이다. 또 오디세이가 칼립소에 의해 오기기아 섬에 갇혔을 때 그를 풀어주라는 아테네의 전령을 칼립소에게 전하고 그녀를 설득한 신도 헤르메스이다. 그러니 최고의 외교 전략가이자 협상 전문가가 아닌가. 그래서 그는 현대에서는 문화의 신이기도 하다.


잠자리를 보고 있으면 자유로운 영혼의 헤르메스가 떠오른다. 잠자리의 눈은 매우 뛰어나 모든 방위를 살필 수 있다고 한다. 수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잠자리 하나만 잘 연구해도 인류 역사상 많은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잠자리는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곤충들을 하루에 150여 마리나 잡아먹는다고 한다. 집에 잠자리 하나만 키우면 모기약이 필요 없을 것이다.



4장 어린이 놀이를 통한 신화 창의교육

신화 상상력으로 예측하는 미래의 놀이문화

상상력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것보다 즐겁다. 필자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미래의 생활을 예측하는 글쓰기를 한 학기에 한 번씩은 시도한다. 지금은 없지만 현재의 문제점을 살펴볼 때 분명히 필요한 직종이나 혹은 분야를 창의적으로 예측해보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글을 보다 보면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직종이 등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태, 실버, 웰빙 등의 3영역에서 파생되는 일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이제 개발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믿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생태주의란 산업사회에서 인간이 더는 복지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인 것이다.


르네상스 때에 활약했던 노스트라다무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점성가만은 아니었다. 그는 의사이기도 했고 철학자이기도 했다. 풍토병을 치료하기 위해 프랑스 각지를 방랑하면서 신플라톤주의 사상을 이야기했다고도 한다. 그가 예측한 것은 현재의 문제점에 기반을 둔 이야기였다. 현재 속에 미래가 있고 그것은 반드시 현대를 반영한다. 이러한 명제는 지금까지 많은 역사가들과 철학자들이 정의한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 만능 재주꾼을 만나면서

우리 시대에는 융합형 인재, 학제적 인재, 창조적 인재, 다중 플레이어 등 인재의 선호형이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문가 선호가 더욱더 심화되었다는 게 맞다. 다중 플레이어라고 해도 어설프게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경계를 넘어서 분야를 오가는 사람, 예술인, 엔터테이너 등이 선호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 속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끌어오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열망이 아닌가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보기 위해 아이들과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았다. 다빈치는 1900년 초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기 400여 년 전에 이미 하늘을 나는 기계를 설치했다. 자전거 역시 현대의 것과 비슷하게 설계했다. 그가 발명에 조금만 더 관심을 보였다면 과학문명의 발달은 250년이나 빨라졌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언급하지 않아도 다빈치의 이름은 전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해부학, 동물학, 공기역학, 건축, 식물학, 의상디자인, 철학, 토목공학, 군사공학, 화석 연구, 수로학, 수학, 기계학, 음악, 광학, 천문학, 로봇공학, 무대 설계, 재배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결과를 남겼다.


아이들에게 다빈치를 보여주는 것은 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효과를 낸다. 그가 연구한 것은 매우 다양한 영역이지만, 그러한 연구 영역들은 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삶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진정한 실학자였던 것이다. 정약용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던 것이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심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빈치와 정약용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부와 연구가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경험하게 해주자.


영원한 현자의 돌을 찾아서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일은 오늘의 문제를 보다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때 가능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 역시 현재성을 강조한 말이다. <해리포터>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문득 뉴턴이라는 사람이 떠오른다.


우리가 아는 뉴턴은 만유인력의 원칙을 확립한 대과학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에 관한 책을 보면, 그는 보통의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이라는 것을 믿었고 그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해리포터>의 세계와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어쩌면 현실 속에서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발명들이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신화 상상력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앞으로의 문화적 주도권을 잡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불가능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신화 상상력의 큰 힘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런 신화적 상상력을 체험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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