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작은학교교육연대
ǻ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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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 ■ 책 소개
MBC PD수첩<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에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작은 학교들이 걸어온 희망과 고난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남한산초, 거산초,삼우초, 금성초, 상주남부초, 세월초, 별량초 송산분교장까지 폐교 위기의 소규모 학교에서 텃밭을 일구고 문화예술체험을 하는 등 공교육의 희망으로다시 태어난 작은 학교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들 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기존의 ‘작은 학교 지키기’를 넘어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진화했다는 데 있다. 이들이 왜 새로운 학교를 꿈꿀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학교를 일구어 나갔는지, 어떤 성과를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어려움을 겪었는지 등의 진솔한 이야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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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nbsp& 
안순억
 - 경기도 교육청(전 경기 광주 남한산초)&nbsp&
평생 ‘선생’으로 살아가야 할 팔자를 타고 난 사람입니다. ‘섬마을 선생님’을 꿈꾸던 순정(?)했던 교사가 거친 세상에서 긴 세월싸우다가, 2000년 운명처럼 남한산초를 만나 9년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현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혹시 가능할지 모를‘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에 다시 온몸을 섞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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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순 
- 충남 아산 거산초
강원도 정선에서 자란 산골 소녀가 충남의 평원에서 초등학교교사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인생 성공! 마흔다섯 살부터 아이같이 재미있는 것, 즐거운 것(특히 노는 것)에 가장 강력한 유혹을 받습니다.스스로도 인정하는 철이 덜 든 어른이고 미래의 꿈은 명랑 할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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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삼 
- 충남 아산 거산초
어린 나이에 교무를 하면서 들었던 교육에 대한 의문들, 좋은선배 둔 덕에 그 답을 찾아 거산초에 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내년이면 3년차, 이제 거산초에서 내리막인데 나는 무엇을 찾아 거산을 나설 수있을까요?

송수갑
 - 전북완주 삼우초
아이들의 모습을 너그럽게 보아 주는 선생님들과 행복해하는 아이들로 학교가 늘 건강한 에너지 장에 놓이기를 소망합니다. 7년째삼우초에서 농촌 학교 희망 만들기를 하고 있으며 작은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는 작은학교교육연대의 사무국장을 맡고있습니다.

오일창
 - 경북상주 백원초
초등 교사라는 직업을 벗어 버리고 싶어서 젊은 시절 십수 년을 교직을 떠나 색다른 공부도 해 보고, 중등, 대학, 사회교육기관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마흔셋에 초등 교사로 다시 돌아와 그럭저럭 또 십여 년을 넘기고서야 무얼 좀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몇 년애쓰다 보니 벌써 교직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그래도 1년이나 남아 있으니 힘닿는 데까지 해 보려 합니다.

김주영 - 경북 상주남부초
예비 교사 시절서머힐을 동경해 왔습니다. 프레네도, 발도르프도, 키노쿠니도 접하지 못했을 때부터 아이들과 교사 모두 함께 행복한 학교에서 살고 싶었습니다.그런 학교를 꿈꾸며 수많은 동료 교사들과 고민도 나누고 전교조 활동도 해 왔습니다. 2005년부터 새로운 학교를 꿈꾸며 시작한 상주남부초에서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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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철
 - 부산 금성초
항상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하고 소통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교사생활을 해 왔으나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2006년, 같은 고민속에서 교육 희망을 꿈꾸는 교사들을 만나 아이들의 영혼이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자며 금성초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학교는 ‘따뜻한 돌봄’,‘몰입하는 배움’, ‘함께하는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해맑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금성초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있습니다.

남궁역
 - 경기양평 세월초
교사 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스무 해가 넘도록 꿋꿋하게 양평에서 주로 분교와 아주 작은 학교에서만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교육이 ‘삶을 배우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학교가 시험 점수와 교과서 속에 갇혀 있어 답답함을 느낍니다. 아이들과 온전한 삶을 배우고나눌 수 있는 행복한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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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 전남 순천 별량초 송산분교
경력 12년의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삶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과 장점은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부족한 점은 아이들을 통해 채워 나가며 조그마한 부분에서부터 교육을 바꾸어 나가면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지고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꿈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꾸면 꿀수록 빨리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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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 경기 성남 보평초
2001년 1월부터 남한산초에서근무하며 작은학교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부터 작은학교교육연대의 대표를 맡아 일하며 작은학교운동의 확산과 지원을 위한 활동에 힘써왔습니다. 2009년 9월부터는 보평초등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하여 도시 학교에서 ‘미니스쿨’을 통한 작은학교운동의 접목 가능성을 탐색하고있습니다.

서근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10년가량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학교의 문화에 한계를 느끼고 학교 문화를연구하기 위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인류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남한산초등학교에서2001년부터 2004년까지 손님으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교수자 중심의 학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적인 연구방법으로서 “아이의 눈으로 아이의수업 보기” 방법을 개발하여 수업을 연구하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수업을 보면 내 눈이 뒤집어지고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재미있습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아이를 꽃처럼 나무처럼 자라게 하라 
- 경기 광주남한산초등학교 안순억

생태교육으로 마음밭을 가꾸고 문학교육으로 삶을 표현한다 
-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이갑순, 조경삼

농촌 학교의 한계를 희망으로 바꾸다
- 전북 완주삼우초등학교 송수갑

날마다 두근두근 행복한작은 학교
- 경북 상주남부초등학교 오일창·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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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의 꿈을 꽃피우다 
- 부산 금성초등학교최윤철

마을을 공부하며 지역사회를 배우다
- 경기 양평 세월초등학교 남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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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에 이는 새로운 바람 
- 전남 순천 별량초 송산분교장김현진

작은학교운동이 걸어온길
 - 서길원

희망의학교를 꿈꾸는 이들에게
 - 서근원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책을 펴내며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은 모두에게 절박한 고통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학부모도, 그렇지 않은 아이와 학부모도,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에 끼여 우리가 또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멀찍이 미뤄 둔 채 그저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교사들도 모두 다 불행을 호소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쏟아지지만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삶과 사회의 미래는 그것에 더 이상 믿음과 기대를 보내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작은 학교 이야기는 우리 공교육의 절박한 슬픔을 우리 스스로 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학교 개혁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2001년 남한산초를 시작으로 한, 은밀하고도 작은 몸짓들의 땀과 눈물, 절망과 희망을 담은 서정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동안 우리가 일군 성과는 무엇이고,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어깨에 드리워진 무거운 한계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들 작은 학교의 떨리는 움직임들이 사실은 이제 흐를 길이 없어 막혀 있던 거대한 호수에서 억지로 비집고 흘러나온 작은 실개천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학교 개혁이 흐름을 가지고 공교육 전반을 개혁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건강한 교육적 연대가 실핏줄처럼 퍼져 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작은 학교만의, 초등학교만의 시골 학교만의 화두가 아니다. 대한민국 학교는 모두 아픔의 부위와 정도가 다를 뿐 병으로 신음하기는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많은 실개천과 시냇물이 흐르게 하자. 각각의 영역에서 진정으로 소통하는 우리의 힘으로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길을 묻자. 어떻게 만들어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행복한 학교라는 큰 강물을 흐르게 할지, 우리 마음속에 시내가 모여들고 강물이 흘러갈 지도를 함께 그려야 할 때다.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저 나무들처럼 이름으로 불려지고, 그들이 모여 평화롭고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어른 노릇 좀 하며 살기를 부디 약속하자.



아이를 꽃처럼 나무처럼 자라게 하라 -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안순억

우리 학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 안에 자리 잡은 작은 학교이다. 올해 97회 졸업식을 마쳤으니 역사가 매우 오래된 학교임에는 틀림이 없고, 공원 구역 안에 있는 학교인 만큼 수려한 주변 자연환경이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또한 복원된 남한행궁을 비롯해서 병자호란 전후의 수많은 유물유적이 아이들 발길 닿는 곳마다 흩어져 있는 천혜의 교육 환경을 지닌 곳이다.


작은 학교의 아름다움

나는 올해 156명인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아이들에 대한 정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집안 형편이나 부모의 성향, 아이의 성격 특징이나 학습 발달 상태까지 두루 걸쳐 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모르는 사이가 없다. 1, 2학년 아이들이 점심시간이나 놀이 시간이면 6학년 교실에 와서 어울려 논다. 모든 학년을 망라한 동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활동하는 모습은 날마다 보는 일이다. 한 아이의 문제가 전체 교사회의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기도 하고, 학부모들 또한 끊임없이 모여서 교육을 이야기한다.


좋은 교육의 기본은 서로의 인격이 만나는 것이다. 인격의 만남을 통한 관계 위에서 건강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은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작은 학교는 그 규모 자체로 이미 교육을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자연 발생적인 작은 학교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학교이다. 대도시 거대 학교가 갖는 교육적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폐교 직전의 학교에 모여들어 학교와 교육의 꿈을 새롭게 펼쳐가는 학교이다. 그리고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학교와 비슷한 상황의 학교들이 전국 곳곳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교육 현장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다. 도시화에 밀려 학생 수가 줄어든 탓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작은 학교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들이 어떤 절박감으로 애타게 찾아 나선 작은 학교인 것이다. 이것은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구심인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식의 논리적 기반 위에 서 있지도 않다. 자연 속의 작은 학교에서 그에 걸맞은 새로운 학교교육 프로그램에 의하여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바탕을 둔 교육적 기대만으로 만들어진 학교이다.


관행에서 벗어난 학교 틀 만들기

아이들을 중심에 둔 학교의 하루 일과나 연간 학사 일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우리가 학교의 틀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교사나 학교의 편의, 또는 기존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진정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80분 블록 수업도 열린교육을 통하여 이미 충분히 살폈고 아침 시간 운영이나 중간놀이 시간도 우리 학교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새로운 시도들이 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교육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일으키는 데 실패한 관료적 접근 방식, 또는 그러한 제도를 올곧게 구현할 학교 문화의 부재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교육청, 교장, 교감, 교사로 이어지는 획일과 통제의 관료적 풍토와 아이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관행이 지배하는 학교의 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어떻게 자율과 창의를 중심에 둔 교육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애국 조회나 반성 조회와 같은 일방통행식 행사는 우리 학교가 새롭게 정비되자마자 가장 먼저 사라졌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만든 다모임 시간에 전교생이 실내에 모여 앉아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체했다. 교육행정가로서가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와 직접적인 상호 관계를 맺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훈화의 힘은 애국 조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교육행정의 편의를 위하여 회람을 돌리는 일부터 전시적이거나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대부분의 제도도 다 버렸다.


우리는 기존의 관행이나 학교의 편의보다 아이들의 편의와 교육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없는 한 제 아무리 좋은 형식이 도입되어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데 늘 생각을 같이한다.



농촌 학교의 한계를 희망으로 바꾸다 -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 송수갑

소박한 꿈을 꾸는 만남

교육부는 100명 이하의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을 내놓았다. 적은 학생 수와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힘들게 학교를 유지하고 있던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 통폐합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농촌 지역인 전북에서도 교육 활동가들에게 농촌 학교 살리기는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교과 연구모임에서 나는 농촌의 작은 학교에 함께 모여 농촌 학교의 희망을 만들어 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우리가 결합할 학교를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삼우초로 쉽게 합의했다. 이러한 논의가 있기 전인 2002년 나는 고산서초 전입을 희망했다. 당시 고산서초는 학생 20~30명 정도의 아주 작은 학교였다. 전북교육청의 통폐합 방침에 따라 고산서초는 삼기초와 함께 면 소재지인 고산초로 통폐합될 예정이었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교사들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통폐합 반대 운동을 펼쳤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줄 교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고산서초 전입을 희망했다. 결국 2003년 삼기초와 고산서초는 전국 최초로 작은 학교끼리의 통합을 이루어 냈고 그 학교가 지금의 삼우초이다.


고장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학교행사

삼우초가 자리한 완주군 고산면은 만경강 상류 지역으로 친환경적인 영농에 관심을 가진 농민들이 수년 전부터 오리 농법을 이용해서 유기농 쌀을 생산해 왔다. 지역사회와 함께할 때 농촌 교육의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작은 학교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작은 행사를 준비했다. 고장을 지키며 오리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땅기운쌀작목반과 삼우초가 공동으로 개최한 2005 풍년 기원 단오맞이 한마당이 그것이다. 우리가 꿈꾼 것은 고장의 유기농공동체와 작은 학교가 하나 되는 신바람 나는 지역사회 학교이다.


체험학습과 관계된 대부분의 프로그램(길굿, 솟대 만들기, 도자기, 판화, 다도, 단오 부채, 압화, 강강술래 등)은 학교 주관으로 운영하며, 소달구지 타기를 비롯한 농촌 놀이 체험(모내기, 논에 오리 넣기, 인절미 만들기, 국수 만들기, 유기농 식사 준비, 유기 농산물 판매 등)은 작목반과 학부모회가 맡기로 했다.


농촌에서 자생력 있는 문화가 되살아날 때 지역사회의 학교가 유지 발전되고 지속가능한 농촌 발전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마련한 단오맞이 행사는 다섯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재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와 관청, 교사모임 등에서 행사를 위한 재정 지원단을 꾸렸고 협력 단체들도 줄을 잇게 되었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지역 농산물의 판매가 늘기도 했다. 처음에는 100명 남짓한 인원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참가 인원이 500명이 넘는 우리 지역의 어엿한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지난 5년여 동안 불가능해 보이기만 했던 꿈들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소외되고 주변인에 머물던 교사들이 주체적이고 열정적으로 교육을 실천하며 교사로서 행복을 느끼고 있고 아이들은 교사들의 배려와 돌봄 속에서 따뜻한 본성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폐교가 될 뻔했던 학교는 지역사회를 굳건하게 버텨 주며 생활문화공동체의 중심이 돼 주고 있다. 그리고 올해, 삼우초는 공모제 교장의 부임으로 제2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삼우초가 걸어갈 길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날마다 두근두근 행복한 작은 학교 - 경북 상주남부초등학교 오일창/김주영

동상이몽 - 흔들리는 학교

학교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크고 작은 시련이 있었지만 특히 처음 한두 해는 학교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학교상을 참삶을 가꾸는 행복한 작은 학교로 세우고 학교 운영 계획을 짠 후 학교발전위원회를 통하여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동창회, 지역사회 인사들과 공유하는 절차를 거쳤다. 우리는 당연히 지역과 학부모들이 새 학교 운동을 진정으로 환영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3월이 되어 프로그램이 투입되면서부터 학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각자가 바라는 학교상이 같지 않았던 것이다. 교사들은 자율, 더불어 사는 것, 아름다운 감성, 과정 중시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싶은데 경쟁성, 수월성,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가꾸는 교육에 대하여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는 소홀히 하고 쓸데없는 활동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농촌 학교에서 노작 체험이 왜 필요하냐?" "행복한 이라는 표현도 의심이 간다. 언제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했는가? 특히 학구의 학부모들은 시내 학교 아이들보다 앞서는 학력을 갖도록 해 주길 바랐다. 아이들이 멋대로 놀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싫어하고 힘들어해도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시내에서 전학 온 학부모들은 참삶을 가꾸는 행복한 작은 학교를 선택하여 찾아왔으니 약속대로 학교 교육과정을 이행해 주기를 요구했다. 결국 양측 학부모가 편을 갈라 싸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학구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 그리고 시내 학부모들이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여기기도 했다.


체험 중심 교육 활동을 하다 보니 많은 행사가 따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숱한 소음들이 발생한다. 교사들은 늘 대중없이 바쁜 터에 거의 한 달 간격으로 학부모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우리들이 모두 사심 없이 노력하면 오해는 곧 풀릴 것이다. 자위해 보았지만 너무 여러 번, 너무 심각하게 부딪히니 견디기 어려웠다.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믿고 맡겨 주길 바랐지만 학부모들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싶어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열어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시작한 4명의 교사끼리도 서로 의견이 달라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제각기 다른 분위기의 학교생활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학부모들과 겪어야 했던 갈등과 반목은 기억하기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남부초는 시련을 겪으면서 더욱 더 단단하게 여물어 가고 있었다.



마을을 공부하며 지역사회를 배우다 - 경기 양평 세월초등학교 남궁역

작은 변화의 시작

2009년 4월 18일 토요일. 전교생이 학교 앞 논둑에 모여 쑥 캐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들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선생님, 여기 무당벌레 좀 보세요."

"얘들아, 여기 애기똥풀 좀 봐!"


쑥을 캐다 말고 장난꾸러기 2학년 남자 녀석들이 무당벌레를 잡느라 야단이다. 오늘은 전교생이 쑥을 캐서 쑥버무리를 해 먹는 토요 체험학습의 날이다. 바구니 가득 캐 온 쑥으로 교실마다 쑥 향기가 넘쳐 난다. 서울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몇 해 전 여주로 내려와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1학년 선생님은 서울의 큰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행복감을 이곳의 작은 학교에 와서 흠뻑 느낀다고 하신다. 전교생이 63명뿐인 우리 학교에 올해 10여 명의 아이들이 인근 양평읍에서 전입해 왔다. 양평읍내의 큰 학교를 다니다 전학 온 수한이는 이곳 생활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세월초의 이런 모습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관리자들은 이 학교를 빨리 점수를 쌓아 승진하거나 도시의 학교로 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했고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외부 시설을 예쁘게 치장하는 데 열심이었다. 교사들도 대부분 신규교사로 채워져 2년만 지나면 학교를 떠났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소통이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고 학부모와의 신뢰는 더욱 없었다.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학교가 조금씩 알려지자 인근 양평읍이나 대도시에서 전학을 오려고 하고 전입 문의도 끊임없이 온다. 그들에게 왜 세월초로 오고 싶냐고 물으면 경직되지 않고 자유스러워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인근 학교에서 전학 상담차 온 학부모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잠깐 보고는 바로 전학을 결정했다. 전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학교 아이들은 눈빛이 살아 있어요. 복도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어깨동무를 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처음 봐요. 전에 우리 아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복도에서 뛰었다고 벌을 세우더라고요. 이 학교에서는 자유스럽고 허용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우리 학교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누구도 제재를 가하거나 통제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교사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을 받아 준다.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거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이 문제를 두고 교사회의에서 선생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논란도 있었다.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가 무례하거나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선생님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방식임을 교사들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 해결 방법은 억압과 통제보다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큰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그런 생각에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교사 한 명만 동의하지 않아도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교사회의에서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토론이 이어진다. 물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으면 그런 토론은 가능하지 않다. 서로에 대한 신뢰, 동료성이 우리 학교 공동체를 이루어 내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여느 다른 학교처럼 체계화되고 잘 짜여진 교육과정은 아직 없다. 그것이 오히려 교사들을 옥죄고 자율성을 해칠 염려가 있기에 다소 느슨한 교육과정을 가져왔다. 앞으로 이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사의 열정, 서로에 대한 믿음. 이것이 세월초를 이끌어 온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학교운동이 걸어온 길

2000년, 폐교 위기에서 새롭게 태어난 경기 광주의 남한산초등학교를 통해 작은학교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1999년 교육부는 한 해 동안 971개교가 통폐합될 정도로 대대적인 농어촌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통폐합 정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며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남한산초 역시 이듬해인 2000년 폐교가 될 학교였다. 남한산초 사례가 가지는 의미는 작은학교운동이 작은 학교 지키기를 넘어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진화했다는 데 있다. 농어촌 학교의 한계를 희망으로 바꾸어 낸 것이다. 그간의 운동이 지역 주민 중심의 방어적 운동이었다면 남한산초에서 시작한 작은학교운동은 지역 주민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연대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이었다.


작은 학교 네트워크를 만들다

남한산초와 거산초에 삼우초, 그리고 상주남부초까지 합세하자 작은학교운동은 새로운 교육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학교들은 새로운 학교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작은 학교들을 연계해 주고 새로 시작하는 학교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2005년 여름, 작은학교교육연대라는 모임을 결성하게 된다. 작은학교운동이 개별 학교 운동에서 전국적인 연대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배움이 살아 있는 학교

작은 학교들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관료주의적 관행에 찌든 학교를 과감하게 뜯어 고쳐 교육 활동 중심 체제로 바꾸는 일이었다. 통제와 지시 그리고 경쟁에 의해 유지되는 학교 체제를 자발성과 협력이 살아 있는 역동적인 학교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먼저 실적을 쌓기 위한 각종 대회와 행사 참여, 공문서, 전시적인 행사를 없애고 배움을 중시하는 학교 풍토를 만들어갔다. 그 다음에 시도한 일은 교육과정을 새롭게 하는 것이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작은 학교들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으로 블록 수업과 체험학습 또는 프로젝트 학습을 들 수 있다. 블록 수업은 일반적으로 4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교수/학습 리듬을 80분 수업하고 30분 쉬는 리듬으로 바꿈으로써 교수자 중심의 수업 장식을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바꾸었다. 수업 시간이 늘어나면서 교수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소수제 중심의 차시 학습 방식에서 단원 목표 중심의 학습으로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도 높아졌다.


체험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은 기존의 교과 시수와 진도에 매여 운영되고 있는 교과 운영 틀에서 벗어나 통합적으로 교육과정을 재조직화했다. 자연스럽게 교실을 개방하고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팀티칭 등을 하게 되기 때문에 수업을 중심으로 학교공동체가 형성되어 간다. 특히 계절학교 프로그램은 기존의 40분 단위의 표준 시간표에 의해 운영되는 교사 중심의 교육과정을 바꾸어 한 주 동안, 한 학생이 선택한 주제 교과를 주기집중형 학습으로 수행하게 된다. 작은 학교는 교수 인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라 이런 계절학교 등을 통해 외부 전문 강사나 학부모 도우미를 초빙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줄 수 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협력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 작은 학교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지금껏 지켜 온 타성의 틀을 깨고 변화하며 성장하게 된다. 새로운 배움의 공동체 문화가 창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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