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수다 떨기

   
꾸예(역: 정호운)
ǻ
다연
   
15000
2014�� 12��



■ 책 소개

 

만만하게 예술을 논하는 명화 수다!

 

예술은 ‘너무나 고상해서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다.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낭만이자 사랑의 수다, 인생의 고난 등이 녹아 있어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저자 꾸예가 전해주는 재미있는 예술 이야기를 통해 예술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예술가들을 한눈에 파악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혀 화가 같지 않은 화가 카라바조, 그림 제조 공장의 공장장 렘브란트, 강한 한 방의 신동 터너, 날씨를 제멋대로 조종하는 컨스터블, 인간 카메라 모네, 여자의 유방을 사랑한 르누아르, 한쪽 귀의 반 고흐, 훔쳐보기가 취미인 드가, 그리고 역사상 가장 비싼 들러리 세잔까지 예술에 대한 e 시대의 참신한 시각과 관점이 미술의 눈을 열어 삶 또한 풍요롭게 열어줄 것이다.

 

■ 저자 꾸예
성은 꾸[顧], 이름은 멍지에[孟吉力], 자는 예[爺]이다. 고로, 사람들은 그를 꾸예, 즉 꾸할배라고 부른다. 사실, ‘꾸예’는 그냥 저자의 인터넷 아이디다. 멋있어 보여서, 그래서 저자는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호주로 유학을 갔다. 그곳 대학교에서 ‘Visual Communication(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교 졸업 후 순조롭게 ‘막일 디자이너’가 되었다. 예술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은 순수하게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예술 전공자도 아니고 교수 타이틀은 더더욱 없다. 저자는 예술에 관한 기초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독자와 유쾌한 수다를 떨고 싶어 한다. 저자는 말한다, ‘만약 내 이야기가 독자를 웃게 하고 사람들과의 대화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다’라고.

 

■ 역자 정호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를 취득하였다. 삼성SDI, SK텔레콤, SK차이나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하였고 현재는 LG전자에서 인하우스 동시통역사로 근무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가는 제2의 창작자’라는 신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훌륭한 번역가가 되기 위해 원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 그리고 작가 못지않은 문장력과 표현력을 갖추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을 키워나가면서 대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더 좋은 책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게 나의 꿈이다. 주요 역서로는 『량원건과 싼이그룹 이야기』, 『마법, 예술을 탐하다』, 『세계의 경이로운 자연』, 『지구의 미스터리』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Prologue 이야기쟁이
Chapter 1 도망자
Chapter 2 빛의 화가
Chapter 3 귀재
Chapter 4 무지개
Chapter 5 수련
Chapter 6 행복한 화가
Chapter 7 미치광이
Chapter 8 무희의 화가
Chapter 9 애플맨




명화와 수다 떨기


도망자

카라바조

<성 마태의 소명>이라는 이 작품은 그리스도가 세관을 지나가다가 공무원인 마태를 발견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그를 가리키며 “따라오라!”라고 한 복음 이야기를 그렸다.


이 그림의 가장 독특한 점은 예수의 모습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공중 부양을 하고, 엉덩이를 다 드러낸 아기 천사들이 그의 곁을 맴도는 일반적 종교화와 달리, 카라바조는 예수를 어둠 속에 숨겨놓고 광선을 교묘하게 활용해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마태에게로 집중시켰다.


그림 속 사람들의 표정과 동작을 보라. 종교화임에도 불구하고 신화적인 요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카라바조는 사람들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신과 성자들을 일반인처럼 그렸다. 바로 이런 점이 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그의 생이 앞으로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그림으로 카라바조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졌다! 성당 앞에는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고 상류층과 정부기관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했다.


사람이 유명해지면 귀찮은 일도 많아지는 법. 당시 카라바조는 하루만 일하면 한 달 먹고살 돈을 벌 수 있었다. 돈도 잘 벌겠다, 그냥 얌전히 집에 들어앉아 그림이나 그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카라바조는 허구한 날 어중이떠중이 친구들(대부분 시인, 조각가, 화가 등)과 함께 칼을 차고 거리로 나가 건달 짓을 일삼았다. 거의 매일 밤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이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 기간에 카라바조는 사흘 건너 한 번씩 경찰에게 끌려가 공짜 커피를 마셨고 법정에도 여러 번 섰다. 하지만 결국은 처벌을 받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뒤를 봐주는 ‘높으신 분’들이 있었으니까!


당시 상류층 중에는 카라바조의 그림에 심취한 후원자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들에게 카라바조의 붓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라바조가 그 어떤 말썽을 부려도 사람만 죽이지 않으면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해결해주었던 것이다. 카라바조는 비록 방탕하고 무절제한 막가파식의 생활을 했지만 최고의 걸작들을 끊임없이 탄생시켰다.



수련

클로드 모네

만약 클로드 모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거나 또는 대만의 유명한 여가수 차이이린이 부른 노래에서 이 이름을 한 번 정도 들어본 게 전부라면 좋다, 이 사람이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잘났는지 오늘 제대로 알려주겠다.


1874년, 모네는 동료 화가들과 첫 번째 그룹전을 열어 <인상, 일출>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이 그림은 모네의 고향인 르아브르 항구의 일출을 그렸다.


사실주의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의 미술계에서 이 그림은 거의 ‘기가 막힐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이었고 많은 평론가로부터 ‘미완성의 초안보다도 못한 그림’이라는 혹평을 받았다(컨스터블이 그린 초안을 보면 이 평가가 나름대로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랬을 것이다). 비평가들은 심지어 이 그림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아 모네를 중심으로 한 화가 집단에 ‘인상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로써 인상파가 최초로 탄생했다!


비평가들은 왜 하필 이 그림을 조롱의 대상으로 골랐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 그림이 제일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모네를 비롯한 화가들은 오히려 이 이름이 자신들의 회화 양식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그 후부터 아예 인상파로 자처하기 시작했다. 이걸 보니 갑자기 요즘 유행하는 ‘비호감, 지못미, 안습’ 등의 비속어가 떠오른다.


오늘날 프랑스의 국보급 미술 작품으로 대접받는 <인상, 일출>은 유럽 예술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모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인상파 창시자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 이렇게 엄청난 작품이니 당연히 모네의 대표작이겠지? 하지만 아니란다. 이제 알겠는가, 이 사람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어마무시하게’ 대단한 사람이다.



미치광이

빈센트 반 고흐

예술가들은 모두 광기가 있다. 일부러 미친 짓을 하는 피카소나 마티스와는 달리 반 고흐는 진정한 ‘괴짜’다. 뼛속 깊이, 영혼 깊숙이 괴짜의 피가 흐른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정신병(학명 : 간질+조울증+급성 간헐성 포르피린증+메니에르증후군)’ 환자이기 때문이다.


이 병에 대해 말하기 앞서 꼭 알아둘 몇 사람이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반 고흐도 없었을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이 폴 고갱(Paul Gauguin)이다. 고갱은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독특한 화법과 유별난 성격으로 미술계에 여러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고갱은 반 고흐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반 고흐가 아를에서 지내는 동안 창작한 대표작이자 평생에 걸쳐 가장 유명한 걸작 중 하나인 <해바라기>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노란색 바탕 위에 노란색 해바라기를 그렸는데도 전혀 단조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반 고흐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반 고흐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폴 고갱이 노란 집에 처음 왔을 때 이 그림 앞에서 오래도록 머물렀고 심지어 극찬했기 때문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고갱이 드디어 아를에 왔다.


그러나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는 옛말이 있듯이 ‘정신병자’의 눈에 든 사람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노란 집에 입주한 후 반 고흐와 고갱은 여자를 낀 채 술 마시고 놀 때를 빼고는(역시나 노란 집의 이름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다퉜다.


특히 회화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 고갱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에 반 고흐는 자신의 상상을 적당히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옛말에 ‘정신병자와 논쟁하지 말라’고 했건만, 이 두 사람은 툭하면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논쟁을 했고 몇 번은 심지어 서로 치고받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고갱이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림을 그릴 때 반 고흐가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지적하는 행위였다. 알다시피 이는 예술가들이 제일 질색하는 짓이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참다못한 고갱은 결국 반 고흐의 동생에게 편지를 썼다.


‘너의 정신병자 형을 더 이상 못 참겠다, 그만두겠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고갱이 떠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후 1889년 12월 23일 밤에 바로 예술사상 그 유명한 ‘자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항간에 여러 설이 전해지고 있고 아직도 정론은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바로 이 사건 이후 반 고흐는 한쪽 귀를 잃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몇 가지 설을 보자.


버전 1 : 떠나기를 선언한 그날 밤, 고갱이 길을 걷고 있는데 반 고흐가 갑자기 뒤에서 쫓아와 고갱 앞에 서더니 고갱이 보는 앞에서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병원에 가지도 않고 피가 철철 흐르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목숨도 질기지). 이게 진실이라면 당시 고갱이 그 자리에 서서 “이게 뭐지?” 하며 당황했을 모습이 상상이 된다.


버전 2 : 반 고흐의 귀는 사실 고갱이 벤 것이다. 하지만 반 고흐가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이 한 짓이라고 외부에 밝힌 것이다. 음모론의 냄새가 좀 나긴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그날 현지 신문에 ‘한 남성이 칼로 다른 한 남성을 찔렀다’는 기사가 났었다.


버전 3 : 이 버전은 고갱과는 관련이 없다. 반 고흐가 어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귀를 잘라서 사랑의 징표로 주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재수 옴 붙은 여성 앞으로 다가가 아무 말도 없이 피가 뚝뚝 흐르는 작은 소포를 그녀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고는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고 한다.


위의 몇 가지 버전을 비롯해 기상천외한 설들이 많지만 구체적으로 반 고흐가 어떻게 한쪽 귀를 잃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확인된 바 없다. 어쨌든 고갱이 떠남으로써 반 고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반 고흐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애플맨

폴 세잔

모네의 화법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드가의 화법은 ‘인간 CPU’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라면, 세잔만의 독특한 화법은 ‘상상하하좌좌우우상하좌우’ 화법, 간단히 말하자면 바로 ‘과잉 행동’ 화법이다.


세잔의 <생트 빅투와르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산이 수많은 기하도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런 과잉 행동 화법은 하나의 각도에 그림 한 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 정도 그린 그림을 각도를 바꾸어서 계속해서 그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림 한 폭에서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하는 것이다.


“무슨 그런 괴상한 화법이 다 있어?”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괴상하지 않으면 세잔이 아니지!


세잔의 이런 과잉 행동 화법은 점차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많은 젊은 화가가 그의 멀티 앵글 구도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반 고흐. 그는 <탐부랭 카페의 여인>이라는 작품에서 이런 화법을 사용했는데 아는 사람에게나 예술이지,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옆에 있는 우산을 집어들어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화법은 훗날 피카소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 젊은 아가씨들이 돈을 싸들고 피카소를 찾아와 제발 자기의 얼굴을 ‘유린’해달라며 애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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