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옌스 포엘 (지은이), 이덕임 (옮긴이)
ǻ
흐름출판
   
19000
2025�� 09��



■ 책 소개


사실과 의견 사이의 모호한 회색지대를 벗어나

세상을 한층 더 높은 해상도로 바라보는 방법에 관하여

 

코로나 팬데믹 초기, 전례 없는 질병의 창궐 앞에서 인류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손쉽고 명확한 대응은 ‘마스크 착용’을 통해 바이러스의 공기 중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이는 기존의 현대 의학 연구에 따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마스크 무용론’을 펼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찬반 담론 중에는 사실보다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것 그리고 마스크 착용 찬성론자들이 반대론자들보다 근거가 되는 출처를 제대로 밝히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더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이 하나 남아 있다. 바로 독립적인 연구 자료나 당국의 정보 등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밝히는 비율은 두 그룹 모두에서 절반 미만의 비율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즉, 당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콘텐츠의 대다수가 ‘단지 의견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한쪽 의견이 사실에 가깝다고 해도 우리는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수용할 때, 사실 그 자체보다는 자의적 신념에 의존하거나 우리 안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입장에 근거해 사실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크다.

 

독일의 신경심리학자인 옌스 포엘은 이 책에서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견’ 사이의 경계를 탐색할 때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16가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사실을 탐색하고, 평가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우리 앞의 세상에는 장애물이나 문제가 놓여 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인식과 추론의 오류는 우리가 이념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눈이 멀어 있지 않아도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처럼 끊임없이 빠지게 되는 인식과 추론의 오류들은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학적으로 사실을 합의해나가는 과정 자체에 내재적 결함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또한, 과학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수행되고 전달되는지에 관해 아무도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적이 없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책은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에 해당하는 네 가지 광범위한 영역을 순차적으로 따라간다. 관찰(‘살펴보기’), 가설 테스트(‘가설 검증하기’), 해석(‘해석하기’) 및 전달(‘친구에게 말 걸기’). 각 단계에서 인간은 관찰력과 기억력의 한계,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과도한 확신, 관찰한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편향 등으로 인해 사실과 의견 사이에서 혼동을 범한다. 옌스 포엘은 이러한 우리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나은 사실을 발견하고 더욱 탁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서 옌스 포엘은 우리가 오늘날 ‘사실’이라는 지위를 부여한 놀라운 발견도 한때는 ‘의견’ 중 하나였으며, 이를 반박하는 새로운 가설이 일련의 절차를 거쳐 증명되고 나면 기존의 사실은 사실로서의 지위가 언제든 박탈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책의 말미에는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점들을 일종의 가이드 형식으로 요약해두어 본문의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과 의견이 혼재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사실을 근거로 더 나은 의견을 선택할 줄 아는 ‘해상도 높은 눈’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봄직한 과학 교양서다.

 

 

■ 작가정보


옌스 포엘 (Jens Foell)

독일의 신경심리학자다. 튀빙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신경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임상심리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우울증, 불안 등에 대해 연구했다. 대표적인 학문적 성과는 사지 절단 환자가 수술 후에도 여전히 사지의 존재를 느끼는 상태인 환상 사지 통증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한 것이다. 학계와 대중을 연결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리얼 사이언티스트 독일(Real Scientist DE)’을 운영하며 과학자들의 일상과 그들의 다양한 연구 분야를 친근하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번역 이덕임

지리산과 히말라야, 알프스를 오가며 산다. 떠돌이의 삶에 번역 작업은 그 무엇보다 묵직한 닻이 되어 주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면서도 내 삶의 조화를 찾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구글의 미래》, 《시간의 탄생》,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어렵지만 가벼운 음악 이야기》, 《엘리트 제국의 몰락》,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 《불안사회》, 《세상의 모든 시간》,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등이 있다.

 

 

■ 목차

 

한국 독자들을 위한 특별 서문

프롤로그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우리는 관찰도 기억도 잘 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것만 측정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방법을 의심하지 않는다

 

가설 검증하기

우리는 반박할 수 없는 가정을 좋아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관찰한다

우리는 어떤 가정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해석하기

우리는 우리가 측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측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설명이 옳은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기대에 따라 분류한다

우리는 기대 없이 관찰할 수 없다

 

친구에게 말 걸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연구 자료를 읽는 방법을 모른다

우리는 가짜 연구에 속는다

우리는 모든 연구를 똑같이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긴다

 

보다 나은 판단을 위한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