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저   자
차이진원(역:박소정)
출판사
현대지성
가   격
17,500원(188쪽)
출판일
2020년 03월






새는 건축가다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

‘콘크리트’를 잘 활용하는 미장이 - 제비, 사도조, 홍학, 등붉은아궁이새

제비과 조류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진흙으로 둥우리를 짓는다. 깜찍한 외형과 뛰어난 비행 능력이 칼새과 조류와 비슷해서 사람들이 혼동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 칼새는 제비보다는 오히려 벌새와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 둥우리 건축에 있어서도 제비와 칼새는 차이를 보이는데, 제비는 진흙으로 둥우리를 짓고 칼새는 침을 이용해 둥우리를 짓는 데 전문가다.


제비 가족은 진흙 전문가에 속하지만, 종류가 다르면 둥우리 건축 습성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제비와 귀제비는 둥우리 형태와 크기는 물론이고 필요한 진흙의 양도 다르다. 그래도 암컷과 수컷이 함께 둥우리를 짓는다는 점은 같다. 이들은 비가 지나간 학교 운동장, 연못가, 건설 현장이나 논에서 진흙 저지대를 찾아 작은 진흙 알을 입 안에 담고 왔다 갔다 하며 수고롭게 둥우리를 짓는다. 보통 아침에는 바쁘게 둥우리를 짓고 오후에는 먹이를 찾는다. 진흙이 마르지 않으면 계속 둥우리의 부피가 커져서 중량 초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제비과에 속하지만 갈색목제비(Riparia paludicola)는 진흙을 물어다 둥우리를 짓는 일족이 아니다. 이들은 모래 해안에 땅굴 둥우리를 짓는다. 타이완 중부의 한 채석장에 둥우리를 지었다는 기록도 있다. 땅굴 깊이는 보통 약 80~100센티미터이며, 지하 갱도의 가장 깊은 곳에 식물 줄기와 잎을 대고 그 위에 깃털을 깔아 간단한 산실(産室)을 만든다.


오스트레일리아흙둥지새과 조류도 진흙으로 둥우리를 짓는 데 전문가다. 사도조와 흰날개까마귀(Corcorax melanorhamphos)가 여기 속하며, 이들은 단체 행동과 공동 번식을 하기로 유명하다. 사도조는 평균 일곱 마리씩 무리를 짓지만, 구성원이 많게는 수십 마리에 달하기도 한다. 우세한 수컷 성조(成鳥)가 무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암컷이 그 다음이며, 반쯤 자란 아성조(亞成鳥)는 무리의 행동을 따르는 등 사회 계급이 뚜렷하다.


둥우리를 만들 때는 모든 구성원이 동참한다. 먼저 평평한 나뭇가지에 둥우리 위치를 선정하고, 물어온 진흙을 풀줄기와 함께 섞어서 자기 몸을 중심으로 주변을 한 바퀴 칠한다. 이어서 진흙을 물어온 다른 구성원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겹겹이 칠하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스크레이퍼로 벽을 세우는 것처럼 능숙하다. 이런 식으로 사발 모양 흙 둥우리의 모습이 갖추어진다. 무리의 남녀노소 전부가 둥우리를 짓는 전체 과정에서 힘을 합치지만, 그래도 완성하기까지 3~4일은 소요된다. 둥우리가 완성되면 모든 암컷 성조들은 같은 둥우리 안에 알을 낳는다. 알을 부화시키는 작업은 성조가 맡고, 경험이 없는 아성조는 경비를 책임진다. 새끼가 알아서 부화하면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새끼를 키우는 일에 돌입한다.


조류에게 진흙은 둥우리를 짓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다. 진흙을 둥우리의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새들도 가끔 진흙을 이용해 둥우리를 손질한다. 예를 들어 까치는 진흙으로 둥우리 틈새를 메우고, 코뿔새는 새김질한 점액, 톱밥, 나뭇가지, 잎을 진흙과 섞어서 둥우리 구멍을 막는다.


동굴 파기 전문가 - 딱따구리, 오색조, 물총새, 벌잡이새

백주대낮에 둥우리를 짓고 번식하기를 싫어하는 조류들이 있다. 이들은 꼭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숙하고 어두컴컴한 곳에서만 안심하고 알을 낳을 수 있다. 자연환경에서는 나무 구멍, 땅굴, 바위틈이 비교적 은폐된 장소를 제공하는데, 그런 구멍에 둥우리를 짓는 조류를 통칭 ‘동소조(洞巢鳥)’라고 한다.


동소조는 둥우리를 지을 장소를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않는다. 어떤 새는 특정한 나무 종류만을 선택하고, 어떤 새는 고목(枯木)을 좋아하며, 어떤 새는 토양에 모래가 섞여 있는지 깐깐하게 따진다. 개밋둑(anthill)에 둥우리를 짓는 새도 있는데, 이는 개미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미가 포식자를 방어하는 효과를 제공해서 개밋둑 안에 둥우리를 짓는 게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서식환경이 아주 이상적이지는 못해도, 번식 성공률은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보다 높은 편이다. 구멍 둥우리에서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포식자에게 쉽게 잡아먹히지 않는 데다 다른 조류가 탁란해서 기생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동소조의 새끼는 발육이 더딘 편이다. 보통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가 처음 둥우리를 떠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9~11일이라면, 동소조는 16~22일이 걸린다. 이때는 이미 깃털이 완전하게 다 자라고 비행에도 문제가 없는 상태다.


구멍 둥우리에 이토록 많은 장점이 있는데 왜 다른 조류는 구멍 둥우리를 짓지 않을까? 새가 동굴을 사용하려면 생리나 행동 측면에서 특별한 적응 방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동소조는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을 붙잡기 수월하도록 강하고 튼튼한 발톱이 있어야 한다. 나무줄기 위를 잘 걷는 딱따구리나 동고비가 대표적인 예다. 몸 크기에도 제한이 있다. 코뿔새, 수리부엉이, 올빼미처럼 대형 동소조도 있지만, 동소조 중 대다수는 체형이 크지 않다. 몸집이 작아야 구멍에 들어가기가 좋기 때문이다. 행동 측면에서 보면,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는 천성적으로 구멍 뚫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틈조차도 싫어한다. 따라서 둥우리 상자도 동소조밖에 유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멍 둥우리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곳은 이와 벼룩 같은 흡혈성 기생충이 번식하기 쉽다. 어두운 구멍 둥우리에서 청결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야생 코뿔새 같은 새들은 낡은 둥우리를 절대 재사용하지 않는다.


동소조 중에 딱따구리처럼 스스로 구멍을 파서 둥우리를 짓는 새를 ‘초급동소조(初級洞巢鳥)’, 구멍을 팔 줄 모르고 남이 파놓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멍에 둥우리를 짓는 새는 ‘차급동소조(次級洞巢鳥)’라고 부른다. 박새, 올빼미, 원앙이 차급동소조에 속하는 대표적인 새들이다. 오색조와 앵무새는 구멍을 뚫지 않지만, 알을 낳기 위해서 계속 구멍을 찾는다. 오색조는 딱따구리처럼 나무를 쪼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고목의 구멍을 골라 썩어서 부드러워진 부분을 제거할 뿐이다. 구멍 안팎으로 즈욱과 손질 작업을 하는데, 구멍 이용 측면에서 보면 오색조는 앵무새와 마찬가지로 초급동소조와 차급동소조의 중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급동소조는 숲의 생태에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이들이 만드는 구멍 둥우리는 차급동소조를 행복하게 해주고, 다람쥐나 날다람쥐같이 구멍을 둥우리로 삼는 다른 동물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딱따구리는 ‘나무 의사’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충을 막아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딱따구리는 대개 고목이나 마른 나뭇가지에 구멍을 뚫어 둥우리를 짓는다. 고목은 수분함량이 낮아 쉽게 곰팡이가 피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딱따구리는 나무에만 구멍 둥우리를 짓는 게 아니라, 나무 위의 개미집, 선인장, 사람이 사는 건물 나무 벽에 구멍을 뚫어 둥우리를 짓기도 한다. 심지어 중국 산둥(山東) 지역에는 청딱따구리가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는 임도(林道)변의 흙 제방 구멍 안에 둥우리를 지은 기록이 있다.


힘이 장사인 짐꾼 - 독수리, 백로, 까치 등 중대형 조류, 망치머리황새

소형 조류가 세심하게 공들여 지은 둥우리에 비해 독수리, 백로, 까마귀, 까치 등 중대형 조류의 둥우리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소탈하다. 이들이 둥우리를 짓는 기술은 주로 쌓아올리기와 다지기의 반복이다. 나뭇가지에 푸른 잎을 더하는 것을 제외하면, 맹금과 황새의 둥우리에는 화려한 맛이 전혀 없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냥 나뭇가지를 쌓아 올린 게 전부다. 하지만 강한 근지구력이 없으면 거친 나뭇가지를 절대 운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가히 짐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맹금은 둥우리를 지을 때 보통 수컷이 재료를 운반해오고 암컷이 배치하는 역할을 맡으며, 매년 새로운 둥우리를 하나씩 짓는다. 독수리나 말똥가리처럼 비교적 체형이 큰 조류는 낡은 둥우리를 반복해서 재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북미에서는 나무 위에 지은 둥우리 하나를 35년 연속으로 사용한 흰머리수리 한 쌍이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가지를 계속 추가해서 둥우리가 점점 두꺼워졌는데, 성인 남자가 그 위에 올라서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리로 둥우리 재료를 운반하는 맹금과 달리, 백로는 대부분 부리로 땅에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운반해 접시 모양의 둥우리를 만든다. 만든 둥우리는 나무위에서 대략적인 틀을 갖추고는 있지만 전혀 둥우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딱딱한 마른 나뭇가지는 풀줄기나 나뭇잎처럼 엮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뭇가지를 써야만 이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쇠백로, 해오라기, 황로는 떼를 지어 번식하며, 단독으로 둥우리를 짓는 왜가리과 조류에는 푸른눈테해오라기, 열대붉은해오라기 등이 있다. 백로가 떼를 지어 둥우리를 짓는 지역이나 쉬면서 밤을 지내는 장소를 타이완에서는 속칭 ‘노사림(鷺鷥林)’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노사는 백로를 의미한다. 이 새들은 수종을 가리지는 않지만 선호하는 나무의 높이와 크기는 있다. 높이는 9~13미터, 직경은 10센티미터 이상인 나무에 둥우리를 짓는 걸 좋아한다.


황로와 체구가 비슷한 망치머리황새는 이름처럼 머리가 망치처럼 생겼다. 비록 이름에는 황새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둥우리 건축 습성은 접시 모양 둥우리를 짓는 일반 황새와 큰 차이를 보인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마다가스카르 섬, 아라비아 반도의 냇가 두둑에 있는 거목에서 망치머리황새가 지은 큰 공 모양의 둥우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망치머리 황새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둥우리를 짓는데, 완공하는 데 한두 달 정도 걸린다. 전체 둥우리는 굵기가 천차만별인 나뭇가지 약 8천 개로 구성된다. 입구는 둥우리 측면에 위치하고, 둥우리 내보에는 칸막이 공간, 통로, 산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산실 바닥에는 진흙을 받친다. 높이는 2미터에 달하며 소형 아파트처럼 튼튼하다. 둥우리 외부에 난 틈으로 가끔 다른 조류가 들어와 살기도 한다. 번식철이 아니더라도 망치머리황새는 여러 곳에서 운반해온 둥우리 재료를 가지고 끊임없이 규모를 확장하는데, 둥우리 하나를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망치머리황새는 둥우리 짓기를 정말 좋아한다.



새 둥우리 발견하기

일단 새 둥우리를 분류하라

새 둥우리를 관찰할 때는 먼저 당신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형태적 특징이나 행동 특성을 찾는 것이 좋다. 새 둥우리는 형태, 크기, 둥우리 위치나 둥우리 재료로 분류할 수 있다. 컵 모양, 사발 모양, 원형, 접시 모양 등은 형태로 분류한 것이고, 이끼 둥우리, 진흙 둥우리, 나뭇가지 둥우리, 나뭇잎 둥우리는 둥우리 재료로 분류한 것이다. ‘둥우리 위치’로 분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땅바닥 둥우리

지표면, 지면의 얕게 패인 암석 틈이나 나무뿌리의 갈라진 부분에 지은 둥우리도 포함된다. 오리과, 꿩과, 도요과, 해양성 조류의 땅바닥 둥우리는 구조가 단순하고 주로 식물, 진흙, 작은 돌로 짓는다. 타이완숲속울새(Tarsiger johnstoniae), 물까마귀, 팔색조, 남방종다리 등 연작목 조류의 땅바닥 둥우리는 구조가 정교하고 세밀하다. 둥우리 형태는 대개 컵 모양, 사발 모양, 원 모양이며 둥우리 재료도 다양한 편이다.


물 위 둥우리

물꿩, 논병아리, 뜸부기 등은 모두 물 위에 둥우리를 짓는데 전문가들이다. 새끼들은 부화하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바로 수영이나 잠수를 할 수 있다. 둥우리는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식물이나 뿌리는 물 밑 토양에 있고 줄기만 수면 위로 뻗은 정수식물(挺水植物) 위에 지으며, 주로 수생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겹겹이 쌓아 벌여놓은 게 전부하러 둥우리가 대부분 얇고 취약하며 일정한 모양이 없다. 어떤 둥우리는 물 위에 뜰 수 있기 때문에 조수(潮水)를 따라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한다.


수풀 둥우리

관목, 작은 나무나 풀 더미에 지은 둥우리로 풀줄기, 풀잎, 잔뿌리나 볏과 식물의 솜털이 주재료다. 컵, 사발, 원, 양말 등 둥우리 모양도 다양하며, 지면에서 둥우리까지의 높이는 대략 성인 남성의 키만하다. 갈색머리날개부채새, 작은코칼, 타이완휜부리꼬리치레(Pomatorhinus musicus), 타이완리오치츨라(Liocichla steerii), 타이완웃음지빠귀 등은 수풀에 둥우리를 짓는 걸 좋아하는 조류다.


나뭇가지 위 둥우리

독수리, 백로, 검은이마직박구리, 꾀꼬리, 파랑까치, 검은목청딱새(Hypothymis azurea), 큰부리직박구리(Spizixos semitorques), 큰부리까마귀, 타이완유히나 등은 나뭇가지 둥우리를 짓는다. 거목의 나뭇가지 혹은 잎과 가지 사이에 둥우리를 짓는데, 대형 조류의 둥우리 주재료는 나뭇가지이지만 소형 조류의 둥우리는 작은 나뭇가지, 식물의 줄기와 잎, 수염뿌리로 구성된다. 둥우리 형태로는 컵 모양, 원 모양, 독수리류가 지은 듯한 크고 평평한 접시 모양 등이 있다.


매달린 둥우리

거목의 나뭇가지 사이나 끝에 지은 늘어뜨린 형태의 둥우리로, 식물의 줄기와 잎이 주재료이며 조롱박, 방추, 긴 양말처럼 생겼다. 열대 지역에서는 둥우리가 침략당해 알이나 새가 먹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베짜는새, 카시케, 넓적부리새, 태양새 등 일부 열대성 조류들은 이런 매달린 형태로 진화된 둥우리를 짓는다.


나무 구멍 둥우리

나무 구멍이나 나무 위 개밋둑 안에 지은 둥우리로, 연작목 조류 중 진박새, 찌르레기, 동고비 등 몇몇 동소조들만이 식물, 이끼, 나무껍질, 송라, 동물 털 등을 구멍 둥우리 안에 첨가한다. 딱따구리, 오색조, 앵무새, 올빼미, 코뿔새, 토코투칸, 흰뺨오리, 원앙, 파랑새, 웃음물총새 등 연작목이 아닌 동소조는 둥우리 안에 재료를 첨가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껏해야 나무 부스러기를 가져다가 대는 것이 전부다.


땅굴 둥우리

지면 밑이나 지면에 있는 개밋둑, 제방, 짐승의 굴, 석굴 안에 짓는 둥우리다. 땅굴 둥우리는 대부분 입구에서 긴 지하도로 이어지는데, 지하도 끝에 가서야 공간을 넓혀 산실을 만든다. 산실 안에는 이따금 깃털이나 솜털 등 부드러운 재료를 깔아둔다. 벌잡이새, 물총새, 가시올빼미, 갈색목재비, 혹부리오리, 슴새, 흙벼랑앵무(Cyanoliseus patagonus) 등은 모두 땅굴 둥우리를 짓는 조류다.


절벽 둥우리

제비, 귀제비, 일부 칼새, 매, 콘도르 등은 암벽 틈새나 바위 구멍에 둥우리를 짓거나 인위적인 건축물에 둥우리를 부착시킨다.


별난 둥우리

이상한 장소에 지었거나 이상한 둥우리 재료를 써서 지은 둥우리다. 어떤 굴뚝새는 빈 깡통이나 사람이 입는 옷 주머니 안에 둥우리를 짓는다. 뉴욕에서 파랑어치 한 쌍이 몇 년 연속으로 어느 빌딩의 비상구 위에 둥우리를 지은 사례가 있고, 안전모 안에 둥우리를 튼 조류를 발견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같은 종이라도 서로 다른 장소에 둥우리를 짓는 조류를 있다. 나무 구멍에 둥우리를 짓는 진박새는 벼랑 틈새에 둥우리를 틀기도 한다. 즉, 진박새의 둥우리는 나무 구멍 둥우리와 절벽 둥우리 두 종류가 있는 것이다. 유리새는 시냇물에 있는 돌 틈 사이에 땅바닥 둥우리를 짓지만, 교각처럼 인위적인 건축물 위에 절벽 둥우리를 지을 때도 많다. 진먼의 후투티는 나무 구멍, 땅바닥 바위틈, 인위적인 건축물을 선택해 나무 구멍 둥우리, 땅굴 둥우리, 절벽 둥우리를 짓는다.


새 둥우리를 찾아서

운이 좋으면, 조류의 삶에서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둥우리를 짓고 있는 새를 찾을 수 있을까? 아래 제안을 따른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 준비 작업을 하라

생물학 관련 서적을 읽고, 어떤 새가 근처에서 둥우리를 틀고 번식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며, 해당 조류의 서식 환경 특징을 이해한다. 새소리에 관한 자료가 있다면 귀 기울여 반복해서 들어본다. 소리를 잘 숙지하면 새 종류와 행동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자신의 시각과 청각의 민감도를 높여 새가 입에 둥우리 재료나 먹이를 물었는지 여부에 주목한 뒤 그런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쫓아가보면 둥우리가 있는 곳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암컷을 주목하라

새 둥우리를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암컷의 행동에 좀 더 주목하면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둥우리 재료를 입에 물고 있는지, 특정 장소에서 오래 머무르는지, 다른 동물이 접근했을 때 동료에게 경계성(警械聲)을 내는지 등 특수한 행동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만약 발견했다면 새가 날아가 버렸더라도 급하게 자리를 떠나지 말고, 천천히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웅크리고 앉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시라. 둥우리가 근처에 있다면 암컷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암컷이 만약 둥우리를 지을 작소를 찾으며 특정 지역에서 배회하고 있다면, 이삼일 뒤에 다시 그곳을 찾아올 것이다.


수컷을 주목하라

수컷을 찾으면 암컷과 새 둥우리를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떤 수컷은 영역성이 매우 강해서, 번식철이면 혼자 장소를 독차지하며 다른 수컷들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둥우리에 접근하는 적을 발견하면 절박한 경계성을 낸다. 하지만 새소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수컷의 이런 행동이 근처에 둥우리가 있다는 걸 노출하는 신호나 다름없다.


행동을 관찰하라

전천후로 둥우리를 짓는 조류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류의 둥우리 건축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간대는 오전 6시부터 10시사이다. 이 시간대면 조류가 둥우리 재료를 운반하거나 둥우리를 짓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부리에 둥우리 재료를 문 새를 발견했다면, 우선 육안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망원경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녀석이 날아가는 방향을 관찰한다. 관목, 처마 틈, 임관의 한 지점, 또는 그 외 다른 어떤 장소로 날아가는지 살펴보면 둥우리 위치를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 중에는 방해하지 마라

둥우리를 짓고 있는 새는 극도로 민감하다. 알을 낳기 전에 누군가의 방해를 받으면, 당신이 아무리 완벽하게 은신했다 하더라도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짓고 있던 둥우리를 내팽개친 뒤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따라서 최대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무처럼 우뚝 서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떠날 때에도 가능한 한 느릿느릿 움직여 새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둥우리 근처에 표시를 해두면 둥우리 위치를 기억하기도 쉽고 다음번 관찰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 완공된 새 둥우리

만약 어느 지점을 지나가다 갑자기 놀라서 달아나는 새를 만난다면, 일단 모든 동작을 멈추고 눈과 귀로만 관찰해야 한다. 근처에 새 둥우리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공된 둥우리라면 그 안에 어린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약 10미터 정도 뒤로 물러선 뒤, 웅크리고 앉아 새가 달아난 장소를 관찰하며 경보가 해제될 때(새의 경계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운이 좋으면, 어미 새가 새끼의 기저귀 가방(똥주머니)을 입에 물고 다른 곳에 가서 버리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둥우리 소재지를 확정할 수 있다.


조심스러운 관찰 기록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관찰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조류의 번식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새 둥우리에 접근하면 조류가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내 경험상 새의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새는 달아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관찰 태도다. 아래 몇 가지 건의 사항을 따른다면 조류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둥우리 위치 확인은 조심스럽게

어미 새가 둥우리 안 또는 둥우리 근처에 없는 틈을 이용해 관찰한다. 둥우리 안의 상황을 보고 싶다면, 작은 거울을 묶은 장대를 사용해서 차폐물(덤불, 나뭇잎 등)을 살살 걷어낸 뒤 거울에 비추면 된다. 이때, 둥우리 근처의 식물 구조를 해치거나 냄새를 남기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둥우리 위치가 불확실한 경우, 마구잡이로 둥우리를 찾다가 조류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방해 금지

성조가 알을 부화시키거나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절대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서 망원경으로 관찰한다. 둥우리 근처에 포식자(어치, 큰부리까마귀, 들고양이 등)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같은 지점에서 너무 오래 머무는 일은 피해야 한다. 포식자들이 당신의 관찰 행동으로 인해 새 둥우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등장했을 때도 잠시 망원경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사람에게 당신이 발견한 바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갓 부화한 새끼를 잡아서 팔아넘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애완동물 동반 금지

애완동물을 데리고 새 둥우리를 관찰하면 안 된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경각심 유지

둥우리가 높은 곳에 있거나 나무 구멍 안에 있다면 관찰이 쉽지 않다. 이 경우에는 성조의 행동을 보고 둥우리 안의 정황을 판단할 수 있다. 새끼 양육 단계에서는 어미 새가 먹이를 가지고 둥우리를 드나드는 횟수가 많고, 먹이를 찾는 새끼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로 나무에 올라가서 관찰하면 안 된다.


안전한 시간대 선택

연구한 바에 따르면 새 둥우리는 대부분 아침과 저녁에 포식자의 공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둥우리에 앉아 있는 조류를 관찰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낮 12시 전후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 시간에는 포식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거리 확보

어미 새가 근처에서 배회하면서 둥우리로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면, 당신이 둥우리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모든 관찰은 조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측은지심이 있다. 그런데도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싸늘한 눈으로 외면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非자연적 요소로 인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는 마땅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예를 들어 두 시간이 넘도록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러 오지 않거나 어미 새가 죽었다는 게 확실할 경우, 막 나는 법을 배웠는데 유리에 부딪혔거나 고양이 또는 개의 공격을 받아 상처 입은 새끼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나서서 도와주거나 조류협회 또는 관련 기관으로 보내 전문가의 처치를 받게 해야 한다. 나는 개발을 앞둔 녹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때마다, 그 녹지에 있는 나무와 관목을 쭉 한 번 둘러본다. 개발되기 전에 새 둥우리 한두 개만이라도 구조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덕을 쌓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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