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진화

저   자
시라시나 이사오(역:조민정)
출판사
생각정거장
가   격
13,800원(196쪽)
출판일
2018년 05월






폭발적 진화: 인간을 탄생시킨 1%의 기적


막 _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따뜻한 가정집과 같은 세포

생물이란 집과 비슷하다. 집은 곧 세포다. 집 안의 환경은 집 밖과 달리 쾌적하게 조절된다. 가족은 식사를 하고 단란한 대화를 나눈다. 그런 환경을 위해서는 밖에서 음식물과 연료를 사 오고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말하자면 집에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대사’라고 부른다.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는 유전자, 즉 DNA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 집을 짓는다. 세포는 ‘스스로 복제하여 세포를 늘려 가는 셈’이다.


막히지도 뚫려 있지도 않은 세포막

생물의 특징 중 하나는 적절한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벽에 해당한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벽은 상태가 어떻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 아름다운 집에서 벽은 무척 중요하다. 난로로 방을 따뜻하게 데워도 바람이 들어온다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도 곤란하다. 음식물을 사 오거나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니 말이다.


다시 말해서, 세포에는 필요한 것만 안으로 들이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편리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포막’이다. 세포막은 이름은 ‘막’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막혀 있는 막과는 상당히 다르다. 풍선은 바늘로 찌르면 찌른 곳에 구멍이 나 있다. 하지만 세포막은 바늘로 찔렀다가 뽑으면 구멍이 도로 막힌다. 필요한 물질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해서 구멍이 뚫린 상태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입 _ 씹는 힘이 강하면 생존에 유리할까?

동물이란 입이 있는 관이다

우리의 몸은 아주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우리 모두 단 하나의 세포였다. 바로 수정란이다. 이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공 모양이 된다. 안은 텅 비었고, 세포가 있는 것은 바깥쪽뿐이다. 이 단계를 ‘상실배’라고 한다.


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움푹 들어간다. 그런 느낌으로 이윽고 상실배의 한 부분이 움푹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원장, 원장의 입구를 원구라고 한다. 이 원장이 점점 길어져서 마침내 배의 반대쪽에 도달한다. 이러면 출구에도 구멍이 뚫린다. 쉽게 말해, 공 안에 ‘관’ 하나가 통과하고 있는 구조가 된다. 이것이 동물의 기본형이다. 뚫린 관이 위와 장, 즉 소화 기관이 된다. 한쪽으로 음식물이 들어와서 다른 쪽으로 나가는 것이다. 들어가는 곳이 입, 나가는 곳이 항문이 된다. 그렇지만 관의 어느 쪽이 입구가 되는지는 종에 따라 다르다. 인간은 제일 처음 움푹 들어간 부분, 즉 원구가 항문이 되지만, 새우는 정반대로 원구가 입이다.


단순한 구멍에서 열고 닫는 턱으로

입은 원래 단순한 구멍이었다. 인간의 선조는 물고기였는데, 물고기도 처음에는 턱 없이 단순히 구멍만 뚫린 입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위아래 턱이 없는 어류를 ‘무악류’라고 부른다. 지금도 살아 있는 칠성장어, 먹장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악구류는 이러한 무악어류가 진화하며 나타났다. 포유류뿐 아니라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도,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도, 그리고 조류도 턱이 있는 생물들은 모두 턱을 가진 물고기의 자손이다. 이러한 ‘턱’은 사실 생물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단순히 둥근 구멍이었던 입이 진화해 턱이 생기면서, 포식할 수 있는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씹는 힘이 약한 쪽이 유리할 때도 있다

아래턱이 강하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오히려 씹는 힘이 약한 편이 더 유리했던 모양이다. 유인원과 인간을 구별하는 큰 특징은 바로 직립보행이다. 그리고 입의 차이다.


유인원의 송곳니는 무척 큰데, 부피로 비교하면 어금니의 열 배 이상이나 된다. 반면 인간은 송곳니가 어금니보다 작다. 그리고 유인원은 음식물을 씹고 찢기 위해 강력한 턱 근육이 발달했다. 아래턱을 위로 들어 올리는 근육을 ‘측두근’이라고 부르는데, 측두근의 아래쪽은 턱뼈에 붙어 있고 위쪽은 두개골에 붙어 있다. 즉 두개골에 의지해서 턱뼈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유인원은 더 강력한 힘으로 턱을 잡아당기기 위해서 귀밑에서 머리 정수리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측두근의 위쪽이 두개골에 붙어 있다. 반면 인간의 측두근은 두개골 옆에 붙어 있고, 머리 정수리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음식물을 씹는 힘은 유인원보다 훨씬 약하다.


이 측두근의 변화는 뇌의 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측두근이 두개골 위까지 억누르고 있으면 두개골은 커질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두개골이 커질 수 있었고, 두개골이 커진 만큼 내부의 공간이 넓어졌고 뇌도 커졌다.



뼈 _ 폭발적 진화는 왜 일어났을까?

단단한 부분이 필요했던 생물

짐작건대 초기 동물은 몸이 작고 홀쭉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해저를 기어 다니거나 바닥에 구멍을 파고 들어갔으리라. 하지만 해저에 구멍을 뚫으려면 바닥보다 더욱 단단한 도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초기 동물은 자신의 몸 자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몸을 유체 골격으로 만들어 해저 바닥을 파고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다 서서히 다른 유형의 골격이 등장했다. 바로 뼈나 조개껍데기 등 광물로 이루어진 골격이다. 이 골격이 무척 편리했는지, 눈 깜박할 사이에 많은 동물이 광물로 된 골격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왜 치아는 금속이 아닐까

우리 몸에서 단단한 부분을 꼽자면 뼈와 치아를 들 수 있다. 이 둘은 인산칼슘이라는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살이나 피부보다 훨씬 단단하다. 그런데 치아와 뼈는 대부분 금속보다는 단단하지 않다. 만약 금속으로 뼈를 만든다면 골절상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금속은 아주 단단하다. ‘먹느냐 먹히느냐’가 걸린 군비 확장 경쟁에서 금속을 쓰면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찢어 버릴 수 있는 치아, 부딪쳐도 부서지지 않는 골격. 그러나 이렇게 단단하다는 장점은 동시에 생물이 금속을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물이 금속을 사용하려면 먼저 금속을 가공해야 한다. 원하는 형태로 변형해서 뼈와 치아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금속을 가공하기란 무척 힘들다. 고온에서 금속을 녹이거나 고압으로 눌러서 변형시켜야 하는데, 그런 고온이나 고압은 생물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 _ 눈이 없어도 사물을 볼 수 있을까?

효율성이 가장 좋은 눈

박쥐는 초음파로, 엘리펀트 노즈는 전기로 사물을 본다.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는 사실 고육지책이다. 그들이 소리나 전기로 보게 된 것은 빛으로 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빛을 활용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빛은 일단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빛으로 보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재빨리 알 수 있다. 또 빛을 사용하면 작은 것까지 잘 볼 수 있다. 또 빛으로 보는 방식은 햇빛이 지구 위를 환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소리와 전기처럼 일부러 스스로 만들 필요가 없다.


‘완성품’이 아닌 인간의 눈

우리의 선조는 색을 보는 능력을 한 번 잃은 적이 있다. 3억 년 전 우리의 선조는 색을 식별하는 감각인 색각이 있어서 세상을 컬러사진처럼 봤다가 포유류가 된 이후 색각을 잃어 흑백사진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원숭이의 동류로 진화하면서 다시 색각을 획득하였다. 요컨대 우리의 눈은 성능이 줄곧 발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또 눈의 개수로 말하면 현재 우리의 눈은 두 개지만, 약 3억 년 전에 살았던 우리의 선조는 눈이 세 개였다. ‘두정안’이라고 부르는 제3의 눈은 명암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 이르는 계통에서 두정안이 퇴화되어 버려서 지금은 눈이 두 개뿐이다. 즉 세 개의 눈 중 두 개는 상당히 뛰어난 렌즈였던 반면, 두정안은 점점 성능이 나빠져 퇴화하다가 결국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눈의 역사를 생각하면 어느 단계의 눈이 완성품인지 알 수 없다. 아니, 애초에 눈에는 완성품이 없다. 눈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요컨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성능이 좋아지기도 하고, 점점 나빠질 수도 있거니와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그때그때 환경에 적응하는 것뿐이다.



폐 _ 어떻게 공기 중에서 호흡하게 되었을까?

부레와 폐 중 어느 쪽이 먼저 생겼을까

일반적인 물고기인 경골어류는 대부분 ‘부레’라는 기관을 가지고 있다. 부레는 물속에서 부력을 조절해 주는 기관이다. 부레 속으로 기체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몸을 물에서 뜨고 가라앉게 해 준다. 기체는 부레의 주변 세포가 거두어들인다. 하지만 그중에는 물을 수면으로 내보내고 공기를 빨아들여서 직접 부레로 넣는 물고기도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 인간의 폐와 물고기의 부레 모두 원래는 소화 기관이 바깥으로 부풀어 올라서 생긴, 똑같은 주머니였다. 이를 생물학적으로 ‘상동 기관’이라고 부른다. 이 상동 기관은 공통 선조가 같은 기관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물에서 도움이 되는 부레가 육지에서 도움이 되는 폐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폐에서 부레로 진화했다.


폐가 먼저 진화한 이유

그렇다면 경골어류는 물에서 사는데 어째서 공기 호흡을 하는 기관인 폐가 먼저 진화한 것일까?


물속에서 산소는 별로 퍼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잘못해도 금방 무산소 상태가 되고 만다. 게다가 물은 무거워서 공기보다 빨아들이고 내뱉기가 훨씬 힘들다. 다시 말해서 물은 산소를 거두어들이는 점에서 봤을 때 단점투성이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편보다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편이, 즉 아가미호흡보다 폐호흡이 훨씬 효율이 높은 셈이다.


따라서 물에 살아도 폐호흡을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이따금 수면 위로 입을 내밀어 공기를 마셔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산소를 거두어들이면 된다.



다리 _ 물고기에게도 다리가 있을까?

다리가 된 지느러미

우리 사지동물은 어류로부터 진화했다. DNA 등의 데이터를 보았을 때 우리는 폐어의 일종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폐어 중에 채찍같이 생긴 4개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도저히 다리로는 보이지 않는데, 호수 바닥 등에 있을 때 이 채찍으로 몸을 지탱해서 마치 걸어가듯 이동한다.


물에서 진화한 다리

물고기 씬벵이는 다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씬벵이는 그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써서 해저를 걸어 다닌다. 이처럼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쓰듯, 다리 역시 육지를 걸어 다니는 용도 이외에 다른 쓰임새가 있다. 사실은 물에서 살아도 다리가 있는 생물은 꽤 존재한다. 새우가 그 예이다.


다리는 물속에서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무언가를 밀어 헤칠 수 있고, 무언가를 붙잡을 수도 있다. 특별히 서두르지 않을 때에는 헤엄치는 것보다 해저를 거니는 편이 훨씬 편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다리를 써서 헤엄치는 것도 가능하다. 속도야 지느러미만 못 하겠지만.


분명 다리는 물속에서 여러 번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한 종류가 어쩌다가 육지로 올라와 우리의 선조가 되었다. 다른 한 종류는 육지로 올라와 곤충의 선조가 되었다. 또 다른 한 종류는 그대로 물에 남아 새우의 선조가 되었다. 육지에 올라오기 위해 다리가 진화했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육지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시선에서 본 진화 해석이 지나지 않는다.



깃털 _ 공룡은 하늘을 날았을까?

가장 확실한 증거 쇄골

시조새의 골격은 소형 공룡과 흡사하다. 하지만 조류는 날개를 움직이는 금육을 받쳐 주기 위해 반드시 쇄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룡에게는 쇄골이 발견되지 않아서 ‘새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생각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몽골에서 발견된 ‘수각류’라는 공룡 그룹 중에 쇄골을 가진 화석이 발견되었다. 수각류란 이족 보행하는 육식공룡 그룹으로, 쇄골이 발견된 것은 오비랍토르라는 소형 공룡이었다. 그 후 보존 상태가 좋은 수각류 화석을 찾아 자세히 조사하면서, 수각류와 조류가 무척 닮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1980년대에 마침내 새는 공룡의 일종인 수각류에서 진화했다는 것이 확실한 사실로 자리매김했다.



뇌 _ 인간의 뇌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복잡한 도구는 인간밖에 못 만든다. 도구를 만드는 능력은 손의 구조 등도 관련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뇌의 크기가 가장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대체로 1,350cc 정도인 반면 침팬지의 뇌는 약 400cc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의 뇌가 침팬지보다 훨씬 큰 셈이다. 그렇다면 뇌의 크기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침팬지가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유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이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과 침팬지가 나뉜 것은 약 700만 년 전으로 짐작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침팬지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 선조를 가지고 있을 뿐 전혀 다른 종이다. 그리고 그 공통 선조는 인간, 침팬지와 다른 동물이다. 침팬지를 쏙 빼닮은 것도 아니다.


직립 이종 보행과 두개골의 관계

현재의 인간은 두개골의 아래쪽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이를 대후두공이라고 부르는데, 척수가 지나는 구멍이다. 등뼈가 두개골과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인간은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아래쪽에 뚫려 있는데, 이는 인간이 직립 이족 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인류는 우리가 유일하다.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보통은 인간이라고 부른다. 즉, 지금 인간은 인류 최후의 종이다. 최초의 인류인 시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에서 최후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세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25종의 인류가 존재했다. 유리 인류는 약 700만 년간이나 직립 이족 보행을 했던 셈이다. 직립 이족 보행을 한다는 것은 걷는 행동에서 두 손이 해방되었음을 뜻한다. 우리의 손은 700만 년간 항상 자유로웠던 셈이다.


하지만 뇌는 약 25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되어 뇌가 커지기 전까지는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400cc에 불과했다. 즉, 인류가 직립 이족 보행을 시작한 후로 약 450만 년이나 지나는 동안, 인류는 손이 자유로웠는데도 도구를 만들지 않았고 뇌도 커지지 않았던 것이다.


연비가 너무 나쁜 뇌

뇌는 에너지가 무척 많이 드는 기관이다. 무게는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몸 전체가 쓰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한다. 연비가 엄청나게 나쁜 기관인 셈이다. 영양분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뇌를 가지고 있다면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다. 뇌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먹는 것 하나 변변치 못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뇌는 작은 편이 좋다.


최초의 석기가 발견된 시기와 인류의 뇌가 커지기 시작한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석기를 만듦으로써 고기를 얻기 쉬워졌고, 커다란 뇌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뇌가 커지면 더욱 정교한 석기를 만들 수 있고, 동료와 협력해서 사냥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고기를 더욱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고 뇌가 점점 커져 갔으리라 생각된다.


인간은 왜 두 발로 서게 되었을까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기존의 견해와 전혀 다른 견해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전의 인류는 아직 석기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미 직립 이족 보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류는 팔이 상당히 길어서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인류가 700만 년 전에 수상(樹上) 생활에 이별을 고하고 두 다리로 땅을 밟게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데 유리했던 특징은 점점 퇴화될 것이다. 그러한 특징이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들이 땅도 걸었지만 그때까지는 수상 생활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다리뼈 모양은 침팬지와도 조금 달랐다. 그래서 나무 위에서의 자세가 침팬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우연히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왔을 때 초기 인류는 이족 보행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직립 이족 보행을 할 수 있게 하는 특징이, 수상 생활을 하는 동안 우연히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성 _ 성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죽지 않고 분열하는 생식 세포

세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간의 몸은 약 260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세포의 종류가 많은 것은 다세포 생물의 특징이다. 세포의 종류가 많은 이유는 이른바 ‘일회용 세포’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다세포 생물은 한 번 쓰면 끝인 ‘체세포’,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하는 ‘생식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몸은 대부분 체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와 달리 생식 세포는 자식, 그리고 손자에게 물려주면서 영원히 분열하며 살아간다. 아니, 실제로는 생식 세포도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남은 것은 죽어 버리지만, 적어도 일부 생식 세포는 영원히 살아 있다.


두 개의 생식 세포를 만나게 할 최적의 방법

동물은 다세포 생물이고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두 동물이 생식 세포를 결합해 자손을 만든다. 두 생식 세포가 만나 결합한 후에 입이 생기기 전까지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가 없다. 그래도 제대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의 영양분을 생식 세포 자체가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식 세포가 영양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려면 크기가 커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수도 적고 무겁게 돼서 많이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이래서는 생식 세포끼리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한쪽은 작고 잘 움직이는 생식 세포를 많이 만들고, 다른 한쪽은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수가 적어도 되니 영양분이 있는 큰 생식 세포를 만드는 것이었다. 큰 생식 세포를 만드는 쪽은 암컷, 작은 생식 세포를 만드는 쪽은 수컷이다.



생명 _ 생명은 물질로부터 만들어질까?

생물의 ‘중심 원리’

모든 생물은 공통적인 구조로 생명을 계승한다. 이중 나선인 DNA 정보를 외가닥 사슬인 RNA로 전사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성가신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RNA 따위 쓰지 않고, DNA에서 직접 단백질을 합성하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사실 DNA와 RNA의 화학 구조는 무척 비슷하다. 다른 곳이라고는 딱 한 군데뿐이다. RNA에는 ‘OH’라는 원자 집단이 결합해 있는 곳에, DNA는 ‘H’가 있기 때문이다. 산소가 하나 부족하다. 이것만으로도 그 둘의 성질이 상당히 달라진다. 왜냐하면 OH는 다른 분자와 무척 반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 탓에 RNA는 분해되지 쉬운 불안정한 분자이다. DNA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래서 유전 정보의 보존이라는 중요한 역할은 DNA에 맡겨 두는 편이 좋다.


그렇다면 RNA는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할까? RNA는 단백질이 필요해지면 그때마다 만들어지고, 합성이 끝나면 분해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백질이 영원히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요컨대 RNA는 불안정하고 분해되기 쉬워서 오히려 도움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DNA-RNA-단백질’이라는 유전 정보의 흐름은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특징이며, 이를 생물학에서는 ‘중심 원리’라고 부른다. DNA는 유전과 발생의 정보원으로서, 그리고 단백질은 실제로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인자로서, 둘 다 생명에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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