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퇴보

   
라훌 바티아(지은이), 양진성(옮긴이)
ǻ
글항아리
   
32000
2025�� 07��



■ 책 소개


지금 이 순간의 인도는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7년간 진행한 수백 명의 인터뷰

보도, 역사, 논쟁이 결합된 탁월한 르포

습기를 머금어 구겨지는 종이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다

 

“10년 전쯤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쳐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바깥에서 들어온 이념과 신념이 가족, 친구, 이웃 사이를 파고들면서 서로 때려죽이고, 비난하고, 고발해온 삶이 여기 담겨 있다. 저자의 친척 한 명은 언제부턴가 무슬림들은 인간도 아니라고 비하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낯설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전에 무슬림에 대해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말만 꺼냈다 하면 무슬림 이야기로 몰고 간다. 최근 인도에서는 습기를 머금어 구겨지는 종이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거대한 퇴보』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분쟁’이라고 간단히 요약될 수 없는 책이다. 최근 10년간 평범한 인도인들은 ‘사실’보다 ‘감정’에 더 몰두해 자신들의 기억을 만들어왔다. 감정은 폭력에서 양분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점점 더 키워왔다. 이제 사람들은 인도의 다원주의적 뿌리를 대놓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당선 이후 우파 힌두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서로가 정치와 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점점 더 냉담해지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변모해갔다.

 

이 책은 사라진 것에 대해 애통해하는 기록이자, 조사에 기반한 회고록이며, 극단주의로 몰고 가는 우파 힌두 민족주의의 뿌리를 캐려는 시도다. 저자는 지난 7년간 폭동 피해자, 가해자, 경찰 등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감정, 목소리, 일어났던 일 모두 저자의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이 책의 특징으로 “아름다운 문체”를 꼽았다. 다년간 목격하고 인터뷰한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미가 바래거나 뒤바뀌기도 한다. 이를테면 저항과 자유를 부르짖는 모습이 감격스러워 남겨두었던 저자의 3년 전 기록은 지금 다시 보니 구역질을 일으켰다. 당시의 열정이 너무 나이브했고, 지금 변한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도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가를 연대기로 다루지 않는다. 역사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상황을 명확히 보려 한다. 이를테면 몇 년 전 큰 이슈가 되었던 인도의 신원 확인 프로젝트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훼손되기 전 인도의 독이 흘러나온 시작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저자는 기자 정신으로 인도 뒷골목에 들어가 수많은 디테일로 책을 완성한다. 이야기는 여러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니사르다. 2020년 2월 24일 오후 3시에 일어난 폭동의 목격자인 그는 데님 등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목격 이후로 생업은 제쳐둔 채 한 달 중 거의 절반을 법원에서 보낸다. 그것도 1년 내내. 인도의 사법 체계에 맞닥뜨려 니사르가 겪는 시련을 저자 역시 끝까지 함께하는데, 이것이 이 책의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이기도 하다.

 

 

■ 작가정보


라훌 바티아

인도의 권력 구조 및 기술 도입을 다룬 글과 탐사보도를 주로 쓰며 책임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작가다. 뭄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수상 경력이 있는 그의 보도는 『뉴요커』 『가디언 롱리드』 『뉴욕타임스』 『포린폴리시』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카라반』 『쿼츠』 『GQ 인디아』 등에 실렸다.

 

로이터 글로벌 조사팀에 소속되어 나렌드라 모디 행정부에서 인도의 종교, 비즈니스, 기술에 집중했다. 2022~2023년 하버드대학 래드클리프 연구소 펠로를 지냈으며, 비영어권 언론에서 쓰인 논픽션 보도 기사에 수여되는 트루 스토리상을 수상했다. 저널리즘 비영리 단체인 피플리 프로젝트Peepli Project의 공동 설립자다.

 

번역 양진성

중앙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공부했다.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 프랑스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존 맥스웰 사람을 움직이는 말의 힘』 『세계 최고의 CEO는 어떻게 일하는가』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1』 『감각의 거짓말』 『풀 스펙트럼』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낮잠형 인간』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토니와 프랭키』 『레퀴엠』 『고양이 지기의 행복한 비밀 상담소』 『윔피키드』 『서른 개의 관』 등 100여 권이 있다.

 

 

■ 목차

 

머리말

 

1장 여파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 양철 지붕 아래의 피난처 | 묘지 | 모두가 의심받는 세상 | 자유의 외침 | 그들만의 힘으로 | 눈물 | 증언 | 배신자들 | 법정에서 그의 날 | 우울한 법정 | 안도감을 찾아 | 사적인 기억들 | 위험한 시간들

 

2장 새로운 나라

신념의 옹호 | 책과 소총 | 신뢰할 수 없는 애국자들 | 죽은 자들의 언덕 | 가장 부자연스러운 방식

 

3장 가족 문제

가족 | 부모와 아이들 | 동델리 살인 사건 | 힌두인은 오전 6시에 일어난다 | 읽기와 오독

 

4장 기술적인 문제

비전가의 장난감 | 설계 | 거대한 비전 | 내장 | 이토록 강력한 권력 | 신원 확인 프로그램 소송

 

5장 교육

진짜 역사 | 이런 게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