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역주: 윤태경)
ǻ
미디어월
   
18000
2014년 04월



■ 책 소개 


도시 경제학자 플로리다가 극찬한 화제의 책! 


도시, 사람, 행복한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대답들! 





도시란 원래 불편하고, 기꺼이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캐나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찰스 몽고메리는 반기를 든다. 그는 마땅히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의 탐욕과 판단착오 때문에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삶의 수단인 집과 차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비참한 현대 도시민의 삶과 도시 광경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하며 사람이 모여 만들어낸 도시와,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찰한다. 





도시와 인간, 인간에 대한 관계, 인간이 꿈꾸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심리학적, 사회학적, 인문학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며 세계 곳곳의 행복한 도시의 사례를 들어 진정한 행복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생겨난 도시의 본래 의미를 되짚어보고, 기업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탐욕으로 어떻게 도시가 변질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설명하며 읽는 재미 또한 선사한다. 또한 저자는 세계 곳곳의 도시를 방문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 진보적인 도시 운동을 상세히 책에 옮긴다. 





■ 저자 찰스 몽고메리 


도시계획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인간과 도시, 과학과 신화를 생각하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경험주의자이기도 하다. 1968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밴쿠버의 시골마을에서 보냈으며 1996년부터 저널리스트로서 본격적인 글 쓰는 작업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도시, 과학과 신화에 관심이 많아 캐나다 에스키모족 자치구인 누나부트부터 피지, 아일랜드, 홍콩, 일본, 페루, 콜롬비아 등지를 다니며 글을 썼다. 첫 책인 『The Last Heathen』은 2005년 논픽션 분야로 찰스 테일러 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BMW 구겐하임 랩 연구팀원이다. 





■ 역자 윤태경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번역가 모임인 바른 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경영 전문번역가로서 독자들이 쉽게 경제를 배우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번역 스타일을 선호한다. 대학 시절부터 경제학 원서와 번역서를 읽으면서 경제경영 전문번역가로서의 자질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서와 자기계발 분야로 관심사를 확대하는 한편, 미래 트렌드와 사회학 등에 대한 지평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메이커스』『폴 크루그먼: 기대감소의 시대』『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중국 없는 세계』『미각의 지배』등이 있다. 





■ 차례 


서론_ 행복도시의 시장, 엔리케 페날로사 





CHAPTER 01. 도시는 언제나 행복을 꿈꿔왔다 





CHAPTER 02. 교외로 밀려나는 사람들 





CHAPTER 03. 자동차 통근의 시대 





CHAPTER 04. 도시를 둘러싼 잘못된 생각들 





CHAPTER 05. 도시, 자연과 이웃에 길을 묻다 





CHAPTER 06. 도시의 사회성 





CHAPTER 07.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CHAPTER 08. 자동차 없는 도시 





CHAPTER 09.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CHAPTER 10. 행복도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CHAPTER 11. 교외를 되살리려는 노력들 





CHAPTER 12. 도시를 구한 영웅들 





에필로그_ 행복도시, 결국 시민에게 답이 있다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도시는 언제나 행복을 꿈꿔왔다

도시와 행복 19세기와 20세기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건축과 도시 디자인을 개선해 시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정신을 고양하려는 운동이 나타났다. 1893년 시카고 세계무역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미국에서 일어난 도시 미화 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은 이러한 목적을 명확히 천명했다. 건축이 지닌 은유의 힘에 대한 믿음은 훗날 미국과 정반대 정치 스펙트럼을 가진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다시 등장했다.


양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 현대 건축 운동을 주도한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효율적인 건물과 도시를 건설하면 시민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1925년 르 코르뷔지에는 파리 북부와 마레 지구 부근의 낙후한 건물들을 허물고, 효율적인 대단위 주거단지(superblok: 한국 신도시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아파트 단지-옮긴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주의 이상에 들어맞는 신도시를 원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이 아이디어를 수용해 도시를 건설했다.


일부 도시개혁가들은 도시에서 탈출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 말 전원도시운동을 시작한 영국 도시계획가인 에버니저 하워드(Ebenezer Howard)를 비롯한 도시개혁가들은 시골 기차역 주변에 유토피아적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20세기 전반 미국에서는 헨리 포드(Henry Ford)부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에 이르는 혁신자들이 자동차 시대의 개막이 미국인들에게 부여할 자유를 꿈꾸었다. 이 독립과 자유개념은 행복과 공익에 대한 계몽주의 시대 관점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다.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시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과 관계를 중재해준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핵심적인 장점이라서 도시와 행복의 관계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해 칭송하기에 바쁘다. 경제학자들은 인간관계를 숫자로 바꿔 말하길 좋아한다. 존 헬리웰은 만약 국민의 10퍼센트가 인생에서 의지할 사람이 추가로 생겼다고 느낀다면, 전체 국민의 생활만족도는 모든 국민의 임금을 50퍼센트 인상할 때보다 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경찰, 정부, 심지어 낯선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행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거리에 지갑을 떨어뜨렸다고 상상해 보자. 이웃이나 낯선 사람이나 경찰이 지갑을 발견했을 때 돌려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헬리웰 연구팀이 이 문항을 다양한 캐나다 설문조사에 반영한 결과, 지갑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이 높은 도시가 언제나 생활만족도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이웃을 더 신뢰하는 도시가 생활만족도가 높았던 것이다. 신뢰가 소득보다 훨씬 중요한 행복의 열쇠다.


사회 신뢰도가 국민행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심리학, 행동경제학, 공공보건 연구에서도 반복해서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은 가족, 친구, 이웃집 사람, 때로는 낯선 사람도 와서 온기를 나누는 난로가 있는 집이다. 이런 마음의 난로가 있는 사람이 최선의 자아를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본성도 있지만, 타인을 신뢰하려는 본성도 있다.


교외로 밀려나는 사람들

이웃과 행복의 상관관계

2008년 경제위기 발발 직전, 스테파노 바톨리니(Stefano Bartolini)가 이끄는 이탈리아 경제연구팀은 미국에서 소득증가와 행복도 정체라는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회자본(social capital) 감소가 국민의 행복을 저해하는 최대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회자본이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David Putnam)이 도입한 개념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이익을 위한 협력과 협동을 촉진하는 규범, 신뢰, 네트워크를 말한다. 사회자본의 감소는 심지어 빈부격차보다도 국민의 행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도에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가족관계를 넘어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들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1985년 미국인은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평균 세 명 있다고 답했다. 2004년에는 평균 두 명으로 줄었다. 이웃, 지역공동체와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타인과 사회기관들을 믿는다고 답하는 미국인 비율이 계속 낮아졌다. 가족과 유대도 약해지고 있다. 2004년 매일 저녁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고 답한 미국 가족은 30퍼센트도 안 됐다.


사회적 고립만큼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은 없다.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사회적 고립은 소음, 오염, 높은 인구밀도보다도 해로운, 가장 큰 환경적 위험이다. 가족, 지역사회와 더 많이 접촉할수록, 감기, 심장마비, 뇌졸중, 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이웃 주민들과 맺는 사소한 친분이 불경기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최선의 약이 될 수 있다. 사회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웃 주민들과 친분을 맺는 성인들의 자녀들은 부모의 스트레스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는 확률이 낮다. 이처럼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곳이다. 사회적 신뢰는 도시가 성장하고 번영하는 기반이다. 현대 대도시에 필요한 것은 가족과 혈족을 넘어 사고하는 능력, 우리가 다르게 생기고 입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능력, 사회에 대한 기여와 계약을 존중하는 능력,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함께 고려하는 능력이다. 현대 대도시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능력은 공익을 위해 희생하는 능력이다.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교활동이 줄어든다

확산도시가 국민들이 상호 교류하는 방식과 속도를 바꿨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교외지역의 단독주택에 살고, 걷는 대신 매일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게 될 확률이 줄어들었다. 식료품점에서 만나는 사람 몇 명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할 수도 있지만,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주거지와 도심의 거리, 매일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미국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거리가 사회적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다음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주민들이 많을수록, 주민들끼리 서로 친해질 확률이 낮다. 제네바, 취리히 같은 국제 중심도시들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스위스에서 2009년 통근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기통근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으로 통근할수록 친구들과 만나기도, 친하게 지내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장거리 통근자들은 설령 친구가 많더라도 친구들에게서 많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사교시간(social time)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2008년 미국 갤럽과 건강단체 헬스웨이(Healthways)가 조사한 행복지수(Well-Being Index)를 분석하면, 행복과 여과시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가족, 친구와 어울리는 주민이 많은 지역일수록 자신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답하는 주민 비율이 높게 나왔다.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교시간의 길이다. 일일 사교시간이 6~7시간에 도달할 때까지는 사교시간이 길수록 행복곡선이 계속 상승했다.



도시를 둘러싼 잘못된 생각들

눈의 띄는 행복의 함정

다음 질문에 3초 안에 답해보자. 당신이라면 캘리포니아와 미국 중서부 중, 어디에 사는 것이 더 행복할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주민들도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현실과 크게 다르다. 어째서 대다수 사람들이 이토록 틀린 답을 선택했을까?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비교할 때 화창한 날씨처럼 첫눈에 확 띄는 명확한 차이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범죄, 통근시간, 사회적 네트워크, 오염처럼 바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슬픈 점은, 어느 지역이 생활만족도가 높아 인기가 높아지면 돈과 사람이 몰리고 그 결과 나타난 변화로 생활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유명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수록, 이 도시들은 점점 더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생활비가 비싸지고, 오염된다. 그 결과는? 삶의 질 조사에서 항상 세계 최정상 도시에 머무는 토론토, 밴쿠버 등 유명한 캐나다 대도시 주민들은 퀘벡 주 셔브룩(Sherbrooke), 온타리오 주 브랜트퍼드(BrantFord)처럼 한적한 소도시 주민들보다 훨씬 생활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온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도시의 위험들

산업혁명 시기의 도시에서 마주치는 위험들은 너무도 선명했다. 숨 막히는 스모그, 우울할 정도로 밀집되고 어두침침한 주거환경, 악취가 풍기는 물, 빈곤과 범죄에 찌든 거리. 이러한 공포에만 신경 쓴 나머지, 도시 계획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위험들을 잉태한 도시를 건설했다. 확산도시 시스템이 낳은 가장 큰 위험은 생활이 무미건조해진다는 점이다. 확산도시 시스템은 오늘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몇몇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이 많은 나라가 된 원인 중 하나다.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관절염, 만성 폐질환, 소화 장애, 두통, 비뇨기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이러한 질환 중 일부는 장시간 운전하면서 들이쉬는 공기 속 독성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장시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노화속도가 네 살 정도 빠르다.


지난 수십 년간 교외지역은 도심의 폭력과 혼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로 보였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게 공격을 받거나 살해당하는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교외는 거주지로 좋지 않다. 이러한 모순을 발견한 사람은 윌리엄 루시(William H. Lucy) 버지니아 대학교 건축학 교수다. 윌리엄 루시 교수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교외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살인사건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 도시 스프롤 현상 탓에 많은 미국인들이 과거보다 훨씬 자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임에 따라, 미국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시, 자연과 이웃에 길을 묻다

도시 녹지의 숨은 의미

프란시스 밍쿼와 윌리엄 설리번은 아이다 웰스 임대주택 단지를 며칠간 계속 관찰하면서 주민들이 녹지 공간과 회색 콘크리트 공간에 오는 횟수를 기록했다. 콘크리트만 있는 마당은 계속 사람들이 오지 않는 죽은 공간인 반면, 나무와 풀이 있는 마당은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공간이었다. 프란시스 밍쿼 연구팀이 경찰 기록을 찾아보니, 마당에 녹지가 부족한 단지 주민들은 범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녹지가 적은 지역일수록, 강도, 폭행, 절도, 살인 범죄율이 높았다.


프란시스 밍쿼는 이러한 일련의 조사를 통해, 녹지 접근성과 주민 행복, 행동 사이에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프란시스 밍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녹지 접근성과 사교 관계(social connection)가 비례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녹지 주변 주민들은 이웃 주민들을 더 많이 알았으며, 이웃 주민들이 협조적이고 친절하다고 답했다. 녹지가 있는 지역은 주민들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이 강했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현재 실험실 밖의 현장에서도 검증단계에 있다. 로스앤젤레스 주민을 조사한 한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원이 많은 지역에 사는 시민일수록 타인을 돕고 신뢰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이러한 성향은 소득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나타났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의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선하게 한다.


수직적 도시와 수평적 도시의 균형점

사적 공간, 자연 공간, 사교성, 편의성을 모두 제공하는 거주지를 열심히 찾다보면, 수직적 도시와 수평적 도시를 혼합한 중간 지점이 나온다. 이상적인 도시구조가 100여 년 전 북미 도시에서 나타났다. 이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도시계획가나 사회학자가 고안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기술로 도시를 건설해 최대한 많은 돈을 벌려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고안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전에는 개인 승용차를 보유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먼저 전차 선로를 깔고, 전차 선로까지 걸어갈 수 있는 지역에 주택을 건설해 팔았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익을 내는 핵심비결은 대중교통과 주민의 관계를 제대로 계산하는 것이었다고 패트릭 콘든 교수가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대다수 주민이 집에서 5분 정도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0.25마일 정도 거리) 안에 상점과 대중교통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가정했다(이러한 가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한정된 도시 공간에 전차 선로도 건설하고 상점들도 건설하려면 주택용 부지는 상대적으로 적게 배정해야 했다. 밴쿠버 전차 선로 근처 단독주택의 정면 폭은 평균 33피트(약 10미터)였다. 이 경우 1에이커(약 1224평)의 도시 공간에 주택이 최소 여덟 가구 이상 들어섰다.


훗날 밝혀진 것처럼,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윤추구 과정에서 낳은 이러한 도시구조는 행복도시의 구조와 거의 완벽히 일치했다. 현대 미국 교외지역과 같은 넓은 잔디밭, 넓은 도로, 엄격한 도시 기능 분리가 100년 전 미국 도시에는 없었다. 그 덕분에 100년 전 미국 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일을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안에서, 또는 전차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이 오히려 주민들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최적의 도시 공간을 만든 셈이다.



도시의 사회성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도시 디자인

시각 정보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바이오필리아 연구에 따르면, 자연을 접목한 도시 풍경을 보고 사는 시민들은 정신적 안정을 얻을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태도도 바뀌어 타인을 신뢰하고 타인에게 아량을 베풀게 된다. 시각 정보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뾰족한 건축물을 보면 칼이나 뿔을 볼 때 활성화되는 두뇌 부위가 활성화돼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 결과 길거리에 멈춰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확률이 낮아지게 된다.


지금까지 도심 재개발사업은 거리 풍경의 심리학을 간과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도심을 재개발할 때, 영세 상인들의 작은 가게들을 철거하고 공허하고 차가운 느낌을 풍기는 대형 매장 건물들을 지었다. 도시 한 블록을 통째로 사용하는 대형 상가 건물은 근처 주민, 특히 노인의 신체 건강을 해친다. 한 블록을 통째로 사용하는 통유리 건물은 노인들의 보행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그 결과 이 지역 노인들은 다른 지역 노인보다 외출을 꺼리고,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적고, 봉사활동도 적게 한다.


다행히도 일부 도시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민의 사교성을 떨어트리는 부동산 재개발 형태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덴마크 대도시들은 은행들이 주요 상점가에 신규 지점을 여는 행위를 규제했다. 은행 외벽은 보안상 창문과 문이 거의 없는 온벽이라 은행들이 많이 들어설 경우 해당 거리의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다. 건강하고 생명력 있는 공공 공간에 접근할 시민 전체의 권리를 자본가의 사업권보다 우선시한 선택이다. 2012년 뉴욕 시는 덴마크 도시들의 선례를 따르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

심지어 주차 형태도 시민들에게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차장은 걸어서 상점까지 오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멀리서 자동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도시 전체가 어디서든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면, 모든 사람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것이고, 다시 만날 확률이 높은 이웃 주민들과 마주칠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쉽게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은 확산도시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거리의 삶을 말살한다.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대안 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대안 도시는 독일 남서부 삼림지대(Black Forest) 한가운데에 있는 보봉(Vauban) 마을이다. 보봉 마을의 대부분 지역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걷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덜 성가시다. 주거구역에서 자동차 제한속도는 시속 5킬로미터다. 하지만 보봉 마을이 이룩한 진정한 혁신은 주차 관리 방식이다. 보봉 마을에서는 주택을 구매할 때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주차장의 주차구역을 구매해야 한다(레오나드의 부모가 주차구역 구매에 쓴 돈은 무려 2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가 없고 앞으로도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사람은 주차구역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자동차 비용 합리화 정책의 결과, 어떤 통근수단을 택하든 간에 주민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갈 때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그래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결과 다섯 살짜리 꼬마도 안전하게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보봉 마을은 통행 속도, 집과 주차장 사이 거리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지역공동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자동차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주차비용 부담은 보봉 마을이 인기 있는 생태도시가 되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없는 도시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도시, 네덜란드 하우턴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교통 시스템을 만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나는 이 의문의 답을 습한 목초지 한가운데에 있는 네덜란드 하우턴(houten) 시에서 발견했다. 과거 하우턴은 14세기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들어선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9년 네덜란드 정부가 네덜란드 시의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하고자 하우턴 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25년 사이에 하우턴 인구는 5천 명에서 5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변화에 직면한 하우턴 시의회는 도시의 전통적 개념을 뒤집는 계획을 채택했다.


새로운 도시 계획은 하우턴 시의 교통망을 두 개로 분리했다. 하우턴 시의 근간을 이루는 교통망은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는 선형도로와 통로다. 하우턴 시의 모든 주요 건물은 자동차 없는 도로 옆에 있다. 또 다른 교통망은 주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시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다. 자동차로 하우턴 시의 모든 집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가면 외곽순환도로를 계속 빙 돌아야 한다.


이러한 통행 우선순위 역전의 결과는? 하우턴 시는 젊은 미국 부부들이 아이들을 키우려고 교외로 이사하면서 꿈꾼 마을과 같았다. 노인들도 하우턴 시로 이사 왔다. 시장 거리는 자전거에 손자를 태우고 바구니에 식료품을 담은 노인들로 붐볐다. 하우턴 시는 북미 교외지역이 꿈꾼 사바나 초원 같은 풍경의 미학을 달성했다. 하우턴과 북미 교외 마을의 차이는 하우턴 시가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마을이라는 약속을 충실히 지킨다는 점이다.


자전거 도시, 코펜하겐

자유로운 도시를 건설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코펜하겐을 성지순례하게 된다. 코펜하겐의 성공은 두 가지 사상의 산물이다. 하나는 도시가 실험을 유도하고 보상하는 실험실이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도시 계획가들이 교통의 물리적 측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펜하겐 도심으로 통근하는 시민 10명 중 3명은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다. 10명 중 3명은 버스나 기차가 주요 통근 수단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통근자가 선택한 이동수단은 자전거다. 이는 충격적인 통계였다. 복잡하고 붐비는 대도시가 이토록 통근자들의 이분산성에 적절히 대처했을 뿐 아니라 대다수 도시에서 이동수단으로서 의미를 잃은 자전거를 이토록 활성화한 것은, 생각해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코펜하겐 시민이 자전거를 선택하는 이유는 환경 걱정이나 이타심 때문이 아니라고 라세 린드홀름이 말했다. 코펜하겐 시민이 자전거를 선택하는 동기는 순전히 이기심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선택은 도시 디자인의 산물이다. 코펜하겐 도심은 차로의 일부 차선을 자전거 도로로 지정했으나, 1980년대 초 옌스 크라머 미켈센(jens Kramer Mikkelsen) 교통국장이 차로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시의 안전한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를 유발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면서 자전거 전용도로 수요가 늘어났다. 코펜하겐 시는 자전거 도로들을 연결해, 총길이 350킬로미터가 넘는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했다. 한때 자동차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교통신호 등을 운용한 코펜하겐 시 당국은 바쁘게 통근하는 자전거 이용자의 운행속도를 기준으로 교통신호등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코펜하겐 시는 자전거 도로의 눈을 최우선으로 치운다.



도시를 구한 영웅들

자전거로 학교에 가고 싶었던 소년, 애덤

메이플 애비뉴 중학교는 사라고타 스프링스 시 북쪽 메이플 애비뉴에 떨어져 있는 거대한 교육기관인데, 메이플 애비뉴는 도심에서 볼 수 있는 길거리라기보다는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고속도로에 가깝다. 메이플 애비뉴는 길이 꺾이는 지점이 마치 자동차 레이스 트랙의 커브 길처럼 생겨, 차들이 속도를 내서 달리도록 유도하는 도로였다. 이러한 도로가 중학교 정문까지 나있었다. 따라서 아이들이 자전거나 도보로 통학할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애덤은 다른 미국인들처럼 이런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애덤 가족이 사라고타 스프링스 시로 이사 온 이유도, 이곳이 자전거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애덤은 도보 통학과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교육 당국의 방침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애덤은 공포를 조장하는 도시의 건축구조에 맞서 싸웠다. 급기야 경찰이 나서 애덤 어머니에게 경고했다. 그래도 애덤은 계속 자전거로 통학했고, 어머니는 당국에 계속 저항했다. 이 이야기는 신문, TV뉴스, 인터넷 뉴스 사이트 드러지 리포트(Drudge Report)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당혹스러워진 교육 당국은 마침내 애덤의 자전거 통학을 허용했다. 애덤과 어머니는 사라고타 스프링스 시 학교 근처에 보행자 도로와 안전한 통학로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비록 교육 당국은 안전한 통학로를 건설하기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메이플 애비뉴에서 진행한 가장 큰 교통 인프라 공사는 학교 주변의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주차장 확대 공사였다. 하지만 애덤과 어머니는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계속 주장함으로써, 사라고타 스프링스 시 당국에 도로의 목적을 재고하도록 하고 있다.


집 앞의 신호 체계를 바꾼, 아론

2001년 크리스마스 전날 아침, 브루클린 클린턴 스트리트(Clinton Street)에 사는 인터넷 언론 PD인 아론(Aaron Naparstek)은 여느 날처럼 자동차 경적 소리에 새벽잠을 깼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클린턴 스트리트와 퍼시픽 스트리트(Pacific Street) 교차로 신호등에 막혀 대기하고 있을 때 분노를 표하고자 경적을 울렸다. 아론은 계란 하나를 던져 자동차에 맞췄다. 운전자는 아론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운전자는 저녁에 다시 와서 아론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언제 운전자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으로 찾아올지 몰라 며칠 간 초초해한 아론은 뉴욕 시의 교통체증과 자신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더 건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창문가에 앉아서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들의 위치를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종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교통체증은 아론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브루클린 다리(Brooklyn Bridge)와 브루클린 퀸스 고속도로(Brooklyn Queens Expressway)로 향하는 애틀랜틱 애비뉴(Atlantic Avenue)에서 시작됐다. 만약 클린턴 스트리트와 애틀랜틱 애비뉴의 신호등이 초록색이면, 교차로에 있는 자동차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뒤의 차량들은 앞차의 상황을 명확히 볼 수 없어 초록색 신호등만 보고선 경적을 울렸다.


아론은 조급증을 내는 운전자의 심리와 신호등 프로그램 사이에서 해법을 찾았다. 시 당국은 클린턴 스트리트에 있는 모든 신호들이 동시에 녹색으로 전환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실제로는, 아론의 집을 지나쳐가도 애틀랜틱 애비뉴에 진입하는 부분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아론은 한 곳에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 두 곳에 나누어서 조금씩 기다리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아론은 이 아이디어를 뉴욕 시 교통 당국에 제안하고, 몇 달간 관료들을 계속 괴롭혔다. 그 결과 마침내 당국이 아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계 각국 교통 전문가들은 2007년 이후 뉴욕 시가 경험한 거대한 교통 변화를 토론하면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자넷 사디칸 뉴욕 교통국장에게 공로를 돌린다. 하지만 이론 같은 평범한 시민운동가들도 뉴욕 시의 교통상황을 개선한 공로자로 인정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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