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나미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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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21000
2025�� 12��



■ 책 소개


노후 불안은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초고령 일본이 먼저 마주한 세 가지 불안

이 책은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마주하게 될 노후의 현실을 짚으며,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불안을 일본의 선행 경험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이 이 불안들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나 복지 과제로 보지 않고, 정책과 산업, 서비스 전반의 혁신으로 전환해온 과정을 현장 사례 중심으로 풀어내며, 시니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고객이자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책은 돌봄을 가족의 책임에서 사회의 시스템으로 옮긴 개호보험, 노후 파산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시니어 금융과 일자리 모델, 고독을 사회적 위기로 인식하고 관계를 복원하려는 커뮤니티 실험까지, 일본 사회가 구축해온 구체적인 해법들을 따라간다. 나아가 80세 이후의 삶과 종활에 이르기까지 ‘존엄한 마지막 10년’을 준비하는 시니어 비즈니스와 케어 생태계를 통해, 초고령사회가 위기가 아닌 미래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다가올 노년을 미리 내다보고 불안을 줄이며 선택지를 넓히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선택이 20년 뒤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나미선
저자 나미선은 일본 이바라키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계 기업에서 11년 이상 근무하며 일본의 제도, 문화, 산업 구조를 경험했다. 현재는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의 부동산 시장과 시니어 산업, 초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책 및 제도 변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일본의 고령화와 시니어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해왔으며, 돌봄, 주거, 금융, 커뮤니티 등 고령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분석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가 산업과 소비, 삶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며,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며: 불안은 어떻게 기회가 되었을까

1장 일본이 앞서 겪은 노후 불안의 세 가지 키워드: 건강, 돈, 외로움
1. 초고령사회 속, 일본 시니어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2. 노후 3대 불안, 피할 수 없는 그림자

2장 건강에 대한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건강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1.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기 위한 건강 돌봄의 여정
2. 건강 불안을 기회로 바꾼 일본의 실천들

3장 노후 파산의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경제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1. 일의 의미를 다시 찾고, 노후를 다시 설계하다
2.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든 노후 경제 해법
3. 기업과 시장이 만들어낸 노후 생존 전략
4. 노후 파산의 불안을 이겨내는 개인의 실천 전략

4장 노후 고독의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관계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1. 단절을 다시 회복하여 함께하는 삶으로
2. 고독 불안을 기회로 만든 일본의 극복 솔루션

5장 초고령사회 일본은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1. 80세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2. 초고령기의 시작: 살던 곳에서 계속되는 돌봄
3. 본격 요양기: 시설과 가족을 잇는 돌봄 생태계
4. 생애 말기: 종활과 삶의 마무리 설계
5. 기술로 확장되는 요양, 케어테크의 미래

6장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는 시니어 비즈니스의 길
1. 100세 시대,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린다
2. 시니어를 이해하는 네 가지 렌즈로 고객을 다시 정의하다
3.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 25년의 발자취
4.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5. 네 가지 키워드로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다
6.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시니어 비즈니스의 7가지 포인트
7. 90일 안에 그려보는 시니어 비즈니스 스케치
8. 영감 노트: 한국형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디어

감사의 글

참고문헌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건강에 대한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건강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건강 불안을 기회로 바꾼 일본의 실천들
지역 중심, 생활 밀착형 맞춤 돌봄
일본의 지자체들은 고령자와 가장 가까운 생활 현장에서 돌봄 방식을 실험하며, 각 지역의 지리적, 사회적 특성에 맞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지역 스스로 현실적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바로 이런 생활 밀착형 접근과 지역 단위의 실행력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 사례 1. 니시도쿄시의 프레일 체크와 시니어 서포터
니시도쿄시는 고령자의 건강 불안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지역 전역에서 쇠약 상태 점검인 프레일 체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중심에는 이틀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한 약 120명의 시니어 시민 서포터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65세 이상의 주민으로 스스로가 시니어이자 건강 파트너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또래에 의한 돌봄이라는 새로운 지역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고령자가 돌봄의 수혜자에서 제공자로 전환되는 구조다. 서포터로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웃을 돕고, 그 과정에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회복한다. 이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자신의 프레일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결국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사례 2. 하치오지시의 건강 걷기 인센티브 프로그램
도쿄 서부에 위치한 하치오지시는 고령 인구 비율이 30%에 이르는 대표적인 도시형 고령사회다. 이 도시는 건강 문제를 병원이 아닌 일상 속 행동에서부터 풀어가고자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걷기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테쿠포(teku-po)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운동을 장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건강 관리, 지역 경제 활성화, 공동체 연대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선순환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핵심 구조는 간단하다. 걷는 만큼 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를 지역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참여자는 전용 앱이나 시에서 무상 배포하는 만보계 기기를 통해 하루 걸음 수를 기록한다. 나이와 성별을 고려한 맞춤형 목표를 달성하거나, 보건소가 주관하는 건강 강좌, 예방접종, 건강검진 등에 참여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지역 내 슈퍼마켓, 약국, 식당 등 500여개 제휴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걷기가 곧바로 소비 활동과 연결되며 건강한 습관이 지역 경제로 환류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건강-참여-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시민은 걷기를 통해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지역 상점을 이용하며 공동체에 기여한다. 참여 상점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는 활력을 얻는다.

건강할 때부터 기업과 함께하는 자립 준비
ICT, 로봇, 보험, 물류, 주거, 식품, 가전 등 돌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산업들까지 자사의 기술력과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자 맞춤형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돌봄의 중심축을 병원이나 시설에서 벗어나, 고령자의 주거와 일상 공간으로 옮기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예방 중심의 건강 관리와 스스로 돌보는 방식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돌봄이 본격적으로 필요해지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사례 1. SOMPO의 간병 컨시어지 서비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보험 상품이 주로 병원 치료나 입원비 보장 같은 사후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돌봄 리스크를 미리 관리하고 일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OMPO케어의 간병 컨시어지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복잡한 돌봄 제도와 이용 절차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가족에게 맞춤형 상담과 안내를 제공해, 공공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민간형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SOMPO홀딩스 산하의 요양 전문기업인 SOMPO케어는 보험 가입자가 갑작스러운 돌봄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상황에 맞는 지원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가족이 뇌졸중이나 골절, 치매로 입원하면서 요양이 필요해졌을 때, 컨시어지 상담원이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 제도 활용법부터 시설 입소 절차, 비용 구조까지 상세히 안내한다. 더 나아가 요양 등급 인정 신청, 케어매니저 연결, 이후의 돌봄 계획 수립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제공한다. 단순한 보험 상담을 넘어 돌봄 여정을 함께 설계해주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셈이다.

SOMPO케어의 강점은 상담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 500여개 유료 노인홈(요양시설)과 재가 간병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실제 현장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보험업의 전문성과 요양 현장의 운영 역량이 결합된 융합형 돌봄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노후 파산의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경제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기업과 시장이 만들어낸 노후 생존 전략
제조업의 기술 계승을 위한 새로운 전략
일본 제조업 현장은 심화되는 노동력 부족 속에서 고령 인재의 경험과 기술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들은 단순히 현장을 보완하는 인력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공정을 책임지고 차세대 기술자를 양성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며 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위치하고 있다.

- 사례 1. 도요타자동차의 마이스터 제도로 노하우 전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는 정년을 맞은 고령 인력을 단순한 보완 인력이 아닌 기술 계승과 인재 육성의 핵심 자원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품질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고숙련 공정에서는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이를 다음 세대로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도요타는 정년 퇴직자에게 65세까지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며, 그중에서도 30년 이상 현장에서 근무한 숙련 기술자를 마이스터로 지정한다. 이들은 조립, 용접, 도장 등 고난이도 공정에서 실전형 멘토로 활동하며 후배 직원의 기술 습득과 숙련도를 책임진다. 단순한 업무 지원이 아니라, 문서나 매뉴얼로는 전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까지 전수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마이스터들은 교육 커리큘럼 설계, 시범 공정 운영, 기술 전수 방식의 매뉴얼화 등에도 참여하며, 자신이 축적한 경험을 조직의 지속 가능한 역량으로 환원한다. 이는 도요타의 제조 철학인 도요타 생산 방식 TPS(Toyota Production System)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TPS의 핵심은 낭비를 줄이고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여기서 사람의 감각과 장인정신과 동일한 판단이 반영된 자동화는 기계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장인의 숙련도와 직결된다. 도요타는 바로 이 지점을 마이스터 제도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사례 3.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생활물류와 돌봄을 결합한 지역모델
전국의 약 300개 생협이 소속된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JCCU) 는 식료품과 생필품 배송을 비롯해 공동구매, 보험, 의료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고령 고객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고령자 고용과 생활물류를 결합한 지역 밀착형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JCCU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배송 인력을 구성하며. 근무 형태는 주 3~4일, 하루 3~4시간 등 유연한 스케줄을 원칙으로 한다. 단순한 택배 배송에 머무르지 않고 배송 과정에서 고령 고객의 안부 확인, 생활 불편 사항 전달 등 일종의 사회적 돌봄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JCCU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돌봄 협정을 체결했다. 배송원이 우편물 누적, 수령되지 않은 물품, 응답 없음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복지기관이나 지자체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러한 JCCU 모델은 배송 서비스의 품질 제고, 고령 근로자의 경제적 자립, 지역사회 돌봄망 보완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이는 민간 조직이 주도해 고령자 고용과 지역 복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대표적 사례로 일본 정부도 지역 밀착형 복지 인프라의 선도적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고령기 자산 보호와 승계의 핵심, 신탁업이 주목받는 이유
신탁업의 성장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다양화한 결과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일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자산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 제도적 기반 정비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신탁은 노후 금융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이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다음 세대에 건네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신탁업 성장의 결정적 동력이 되었다.

- 사례 1. 은행의 고령자 맞춤형 금융 파트너로의 진화
일본의 주요 은행, 특히 미쓰비시UFJ,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등 이른바 메가뱅크들은 초고령사회의 도래와 함께 늘어나는 고령 고객의 금융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과거 단순히 예금과 대출을 중개하던 전통적 은행의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노년기 자산의 소득화와 예방형 자산관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종합 금융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 금융자산의 월급화/연금화 전략
고령자 금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퇴직 이후 연금 개시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다. 일본의 공적연금은 원칙적으로 65세부터 지급되지만, 정년은 여전히 60세 전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2013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으로 기업들은 65세까지 재고용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했으며, 실제로 99% 이상의 기업이 이를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고용 근무의 임금 수준은 현직 시절보다 30~40% 이상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법적 제도는 마련되어 있어도 고령 가계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은행들은 고객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생활비처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산의 월급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정액 자동 송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예치한 정기예금의 이자나 원금 일부를 매월 보통예금 계좌로 자동 이체해주는 방식으로, 금액과 주기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연금 개시 전의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 치매 대응 금융 서비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 20%인 700만 명이 치매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현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서 인지 기능 저하에 대비한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즈호은행은 인지증 리스크 대응형 자산관리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건강할 때 미리 자산운용 방식과 인출 권한을 가족이나 지정된 대리인에게 위임해 두는 구조다. 이후 치매 증세가 나타나면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인출이 제한되거나 대리인이 거래를 대신 처리한다.

또한 비정상적인 출금이나 송금 패턴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탐지해, 위험이 감지되면 거래를 차단하거나 경고를 발송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이처럼 치매로 인한 재정적 리스크를 사후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관리 가능한 금융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노후 고독의 불안, 일본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관계 불안을 기회로 바꾸다
고독 불안을 기회로 만든 일본의 극복 솔루션
지자체의 고립 제로를 향한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일본 각지의 지자체들은 고령자의 고독과 고립을 단순히 개인의 외로움이나 복지 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존립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과제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립은 한 개인이 홀로 살아가는 상태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사회의 관계망이 약해지고, 자원의 순환이 멈추며, 결국 지역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뜨리는 과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의 지자체들은 이러한 인식 아래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을 중심에 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돌봄 서비스나 시설 지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 기반의 커뮤니티를 다시 세우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 사례 3. 교토 솔리데르의 세대 공존 주거 실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홀로 사는 고령자의 고독과 사회적 고립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되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치솟는 주거비와 불안정한 일자리로 삶의 질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교토부는 이 두 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따로 떼어 보지 않고, 하나의 사회적 과제로 묶어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등장한 프로젝트가 바로 ‘교토 솔리데르’다.

프로젝트의 구조는 단순하다. 고령자가 소유한 주택의 빈방을 저렴한 주거 공간이 필요한 학생과 연결하는 것이다. 학생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방을 얻을 수 있고, 그 대신 고령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교류자의 역할을 맡는다. 중요한 점은 학생의 역할이 간병이나 돌봄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사를 함께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디지털 기기를 도와주는 등 자연스러운 일상 속 교류를 통해 관계가 형성된다. 고령자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으로 정서적 안정을 얻고 활력을 되찾으며, 학생은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따뜻한 인간관계와 삶의 지혜를 얻는다.

교토 솔리데르의 가장 큰 강점은 대규모 예산이나 신규 시설을 짓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자원인 고령자의 빈방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2017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7년간 70쌍 이상의 고령자와 학생을 성공적으로 연결했으며, 현재는 교토부를 넘어 나라현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간 기업의 참여로 정서적 케어의 일상화
과거에는 고령자 친화적 제품 개발이나 유니버설 디자인처럼 물리적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정서적 연결과 사회적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는 이제 기능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 장치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 사례 1. 파나소닉의 소셜 커넥션 프로젝트
가전업체로 잘 알려진 파나소닉(Panasonic)은 최근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제를 기업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단순히 기능을 개선한 가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의 설계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소셜 커넥션 디자인(Social Connection Design)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원격 모니터링이나 IoT 기술을 단순히 안전 관리의 도구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정서적 연결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나소닉은 복지 스타트업 폴라리스(Polaris)와 협력해 오사카부와 효고현에서 ‘단기 자립 체험형 원격 재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AI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호텔과 같은 낯선 공간에서 일정 기간 재활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설계된 이 서비스는 단순한 신체 회복을 넘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서적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파나소닉은 에어컨, 조명, 카메라 등 생활 가전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고령자의 행동 패턴을 감지하고 이상 신호를 가족이나 지자체에 자동으로 알리는 스마트 홈 케어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특별히 조작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족이나 지역과 연결되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기술이 조용한 동반자처럼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는 방식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개인이 기획하고 선택하는 관계 만들기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관계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고립을 피하기 위한 일상의 재설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혼자보다 함께 ? 도심에서 찾는 새로운 노년
일본 대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년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정서적 고립과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도 이웃의 얼굴조차 모르는 시대. 이런 현실 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노년을 스스로 기획하는 사람들이 도심 곳곳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쿄 니시도쿄시에 위치한 시니어라이프 타나시다. 2021년 문을 연 이곳은 65세 이상 고령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로,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함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생활 공간이다. 1인 1실의 개인 공간 외에도 공동 거실, 식당, 세미나실, 그리고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곳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단단하다.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집안일을 나누며, 지역 행사나 건강 강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작은 접점들이 쌓이고 그것이 정서적 유대로 발전한다.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일상을 공유하는 관계, 바로 이것이 시니어라이프 타나시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델이 의료나 복지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안정과 생활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입주자들의 우울감이 줄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연결이 일상의 리듬을 바꾸고, 그 리듬이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시니어라이프 타나시는 도시형 고령자 주거의 한 예시를 넘어, 고령자가 스스로 관계를 선택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기획하는 주체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 보다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곳은 충분히 의미 있는 대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