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융합 지성사

   
송만호 외
ǻ
바다출판사
   
19800
2025�� 04��



■ 책 소개


테네 신전에서 뇌과학 연구소까지, 소크라테스에서 마르크스까지
인간 정신이 이루어낸 지성의 연대기

대중의 ‘과학하기’와 ‘과학 이해하기’가 하나의 문화가 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유미과학재단의 송만호 이사장과 《과학오디세이: 유니버스&라이프》의 저자 안중호 교수,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은수 교수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인류 사상의 역사를 탐험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전 세계는 하나의 지구적 문명으로 통일되어 있다. 역사와 언어, 문화를 막론하고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명백히 서구 문명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서구 문명이 어떻게 등장하고 형성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러 현대 사회의 틀을 구성하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문학적 관점과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인류 역사의 발전상을 살펴보고, 아울러 현재의 과학적 지식에 비추어 이를 짚어본다. 이처럼 철학사·종교사·경제사·과학사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봄으로써 독자들은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인류의 발자취를 조감하고, 과거의 지혜에서 우리의 현재 위치와 미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송만호 외
송만호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해 2014년 유미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젊은 세대의 융합과 학교 교육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창의성을 가진 융합형 인재로 거듭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과학의 큰 역사에 대한 각종 지원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30여 년 동안 변리 사로 활동했으며 유미특허법인의 대표변리사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공저)가 있다.

안중호는 국립경국대학교(구 안동대학교) 명예교수다. 성균관대학교 금속 공학과(학사)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벵대학교에서 금속물리학으 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과기청 및 호주 연구재단 (ARC) 연구펠로, 안동대학교 공과대학장, 한국분말재료학회 회 장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2021년 과학기술부·한국과학 창의재단 올해의 도서로 선정된 《과학오디세이》와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공저)가 있다.

홍기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외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요크 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나더 경제사1, 2》,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등이 있 으며, 옮긴 책으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개럿 스테드먼- 존스의 《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제59회 한국출판문화 상 번역상 수상),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경제학》 등이 있다.

이은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조교수로 서울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학, 서양고전, 과학사를 공부하였다. 카이스트에서 수행했던 인문학과 기술의 상호 발전에 대한 연구 및 강의를 바탕으로 서울 대힉교에서 디지털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서양 고대로부터 과학혁명 시기에 이르기 까지 수학 및 과학적 지식의 생성과 발전 및 혁신 과정을 주로 연 구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소사이어티 창립 및 기획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자체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인문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 차례
시작하며

1장 서양 문명의 모태
문명의 희미한 빛 │오리엔트-서양문명의 발상지

2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
왜 그리스였는가? │궤변가들-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소크라 테스-질문으로 세상을 깨우다 │플라톤-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형상과 질료

3장 유대주의와 구약 성서
헬레니즘, 문화의 용광로 │유대주의(헤브라이즘)의 형성 과정 │ 구약(히브리) 성서의 성립

4장 기독교와 로마
기독교 탄생의 배경과 중요성 │예수는 누구인가?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형성│바울로와 기독교의 탄생│콘스탄티누스와 삼위 일체│신약 성서의 성립│교리 논쟁, 원죄와 자유 의지

5장 중세는 암흑인가? 광명인가?
서양의 중세는 어떤 시대였나?│이슬람의 태동│동서양 문화 교류

6장 생활 세계의 재발견
배경│14세기의 위기-대기근과 흑사병│인간의 재발견-르네상스│땅의 재발견-지리상의 발견│하늘의 재발견-종교개혁│근대 국가 체제의 성립│자본주의와 상업 사회의 도래

7장 신에서 이성으로(과학의 눈으로 본 철학)
배경│르네 데카르트│존 로크│임마누엘 칸트│프리드리히 니체│찰스 다윈

8장 현대의 판을 짠 19세기
산업혁명│거대 자본주의의 출현│제국주의의 발호│마르크스,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9장 새로운 지식의 등장-현대 과학
현대 과학의 의미│시간과 공간-형이상학의 핵심 논쟁│시간의 흐름은 환상이다-특수 상대성 이론│4차원의 시공간과 영원주의│양자 이론의 도전-기이한 실재관│물리학과 철학의 과제│뇌신경과학이 던지는 철학적 숙제들

마치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세상을 보는 눈, 융합 지성사
- 융합적 사유로 읽는 지성의 계보 – 문명의 흐름과 인간 이해의 역사

문명의 기원과 지성의 씨앗
문명의 시작은 단순한 생존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과 세계를 구조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그 중심에는 농경과 도시의 출현이 있으며, 이는 메소포타미아와 같은 지역에서 농업 혁명과 문자의 발명을 통해 구현되었다. 고대 문명은 천문학, 수학, 기록 문화와 더불어 인간의 의식 세계까지 규율하게 되었고, 이는 철학과 종교, 법과 윤리라는 지적 구조로 확장되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살펴보자. 이곳은 아나톨리아 고원에 비해 강수량은 부족하지만,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상류에서 흘러와 퇴적된 비옥하고 넓은 땅이 있었다. 현재는 매우 건조한 지역이지만 신석기 시대 전반부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기원전 6500년경부터 밀과 보리가 경작되면서 초기 형태의 문명이 시작되었다. 기원전 5500년 무렵에 이르자 문자로 기록된 문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메르 문명이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문명의 태동 이후, 인간은 삶의 조건뿐 아니라 사유의 방향을 정립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는 이러한 사유의 전환점을 이룬 공간이었다. 철학은 자연과 인간, 윤리와 공동체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졌고, 그리스는 이러한 질문을 제도와 교육, 정치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무지를 자각시키고, 플라톤은 이데아라는 관념 세계를 제시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과 질료의 이론을 통해 존재론과 자연학의 틀을 만들었다.

“소피스트들의 사상은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할 내용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사상이 내포한 극단적 상대주의와 도덕적 허무주의는 경계해야 할 위험이다.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것, 상대주의적 사상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그 한계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말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 이 모두 민주주의 사회가 소피스트들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일 것이다.”

유대주의와 기독교, 종교적 심성의 구조
문명이 성장하면서 인간은 내면과 윤리의 구조를 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은 개인 내면의 안정과 윤리를 강조했지만, 동시에 유대주의라는 종교적 사유가 철학과 나란히 성장했다. 유대주의는 신과의 계약, 율법, 예언이라는 구조를 통해 공동체의 규율을 만들었고, 이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두 철학인 에피쿠로스 학파나 스토아 학파는 철학의 주제를 밖이 아닌 내 마음속 상태에 두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나 자신이 아닌 저 너머 외부의 신에게서 찾으려 했던 또 다른 중요한 사상도 이 시대에 나타났다. 헤브라이즘이다. 히브리 민족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인 헤브라이즘(히브리즘)은 유대주의라고도 한다. 헤브라이즘이 헬레니즘 세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훗날 서양 문명의 종교로 발전한 기독교와 중동권의 주축 종교가 된 이슬람교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단지 신앙의 형식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정치적 질서와 융합되며 서구인의 심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바울로의 신학은 복잡한 교리 체계를 만들었고, 이는 중세 유럽 전체를 지배하는 사상 구조로 자리잡았다.

“유대교에서 바울로는 경전에 쓰인 하느님의 율법을 맹신적 믿음으로 대체한 이단자이자 배신자이다. 무슬림도 바울로를 이교도적인 십자가 신학을 만들고, 원죄와 대속 등의 불필요한 개념을 도입해 예수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원래 계시를 타락시킨 인물로 평가한다. 현대의 일부 학자들은 예수가 전파한 정의와 사랑의 단순한 메시지를 바울로가 복잡한 신학으로 왜곡했으며, 그가 만든 교리의 통일성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평가야 어쨌든 작은 키에 대머리, 구부러진 다리에 굽은 코를 가졌다고 묘사된 바울로는 기독교의 실질적인 틀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서구와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인물이었다.”

중세의 재조명과 이슬람의 영향
중세는 흔히 ‘암흑기’로 불리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빛이 꺼진 시기로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구 문명이 기독교 신학을 중심으로 사상과 제도를 정비한 중요한 시기이며, 동서양 문명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슬람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유럽은 다시 고전 철학과 과학을 접하게 되었고, 이는 르네상스와 근대 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럽인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의학, 천문학, 수학 등의 지식을 배웠으며, 향신료, 비단, 도자기 등 동방의 상품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이슬람 철학자들의 저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해석이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이는 스콜라 철학과 르네상스의 기초가 되었다. 이슬람 의학서인 이븐 시나의 《의학의 법전》은 유럽 의학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또한 십자군 전쟁을 통해 이슬람의 건축 기술, 수차와 풍차, 화약과 군사 기술 등이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중세 유럽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의 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등 교부 철학자의 사유를 중심으로 신과 인간, 자연의 질서에 대한 중세적 세계관을 정립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과 융합을 통해 동양적 지식이 유럽에 유입되었고, 이는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이러한 중세의 문화적 역동성은 이후 서구 근대를 가능케 하는 준비기였다.

르네상스와 근대 국가의 형성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전환은 단지 시기적 구분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세계 인식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이 전환의 핵심에는 '재발견'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르네상스는 단순한 예술의 부활이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사유의 회복이었다.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며 고대의 지혜를 되살리는 이 운동은 인문주의와 과학의 싹을 틔웠다.

동시에 대항해 시대는 지리적 세계를 확장시키며 새로운 자원과 문명 간의 접촉을 가능케 했다. 이는 곧 자본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근대 국가 체제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종교개혁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기존 권위 구조에 결정타를 가했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동시에, 개인의 내면을 강조하는 새로운 종교적 감수성을 확산시켰다.

“우리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 평화와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강력한 권력체가 훨씬 더 절실하다. 이제 ‘무상(無上)의 권력’이라는 의미의 ‘주권(Sovereign)’을 가진 국가를 건설하자는 생각이 나오게 된다. 신이 찢어지고, 모든 사람이 신의 이름으로 싸움을 벌이는 세상, 신이 떠나 버린 이 세상에서 인간들이 질서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권력을 공영체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절대적 권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이 뭉쳐야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톨릭의 신, 프로테스탄트의 신에 이은 세 번째의 신, 즉 근대 주권국가를 만나게 된다. ‘국가’는 현대까지, 최소한 세속적 세계에서. 가장 센 힘으로 군림하게 된다."

이처럼 르네상스, 지리상의 발견, 종교개혁은 각각 '인간', '지구', '신'의 재정의이며, 이 모든 변화는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기초를 쌓는 문화적·사상적 지진이었다. 개인의 자율성, 국가의 주권성, 자본의 축적 가능성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된다.

철학과 과학의 공진화
근대는 철학과 과학이 함께 진화한 시기였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통해 인간 이성을 존재의 근거로 삼았다. 그는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 확실성을 추구했고, 이는 과학적 실험 정신과 공명하며 새로운 인식론을 정초했다.

한편 로크는 경험주의를 주장하며 인간의 지식은 감각을 통해 획득된다고 봤고, 칸트는 그 양 극단을 종합하여 인간의 인식 능력이 경험 이전의 틀, 즉 선험적 범주에 의해 작동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철학적 성찰은 동시에 과학의 발전과 맞물려 작동했다. 뉴턴의 역학 체계는 자연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산시켰고,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 중심주의를 무너뜨렸다.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자연 선택 이론은 생명체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설명하는 데 신학적 관점이 필요치 않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인간이 중심에 있고, 자연은 인간에 종속되었다는 사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전통적 관점을 뒤집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철학과 과학은 이처럼 상호작용하며 인간 중심의 우주관에서 탈중심적, 상대적, 체계적인 세계 이해로 진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두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자신 또한 자연과 시스템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산업화와 사회 구조의 재편
19세기는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구조의 전면적 재편을 가져왔다. 기계제 대량생산은 노동의 개념과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었고, 이로 인해 전통적 공동체와 직업 기반은 해체되었다. 자본주의는 거대화했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태동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며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노동자의 소외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그의 사상은 이후 20세기 사회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운동의 기초가 되었다. 하지만 초기의 사회주의는 단지 계급 해방을 위한 이념이 아니라, 기계 문명 속에서 인간 존엄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기계제 시대의 도래는 사회와 문명 전체에 상전벽해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이 거대한 혼란의 와중에서 거센 저항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 했던 노동자와 빈민은 사람이 기계제 생산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사회주의 운동은 이후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 혁신과 변질 등 무수한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그 시작의 뿌리는 어디까지나 이러한 ‘기계제 문명의 인간화’에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근대는 이처럼 과학, 철학, 정치, 경제가 서로 긴장과 충돌, 융합을 반복하며 만들어낸 거대한 변환기의 시기였다.

현대 과학의 도전과 철학적 질문
20세기 후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인간의 삶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해왔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뇌신경과학과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단지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새로운 사유 체계가 되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철학과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융합 지성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해체하며 철학적 존재론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과거와 미래의 동시 존재, 시간의 흐름에 대한 환상론은 자유의지와 책임, 의식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게 만들었다.

“현대 물리학이 제시하는 시공간에 대한 관점은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만약 시간의 흐름이 환상이라면, 인간의 의식과 경험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유 의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거와 미래가 어떤 의미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선택과 책임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인간은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의 향후 연구, 그리고 이러한 심오한 질문에 대한 철학자들의 해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양자역학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붕괴시키며 존재 자체의 불확정성과 관측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는 고전적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었다. 뇌신경과학은 인간 정신의 실체를 신경 작용의 결과로 설명하려 들며 의식, 자아, 자유의지를 과학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확산시켰다. 이러한 과학적 혁신은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던지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만든다.

과학은 이처럼 철학의 질문에 새로운 언어를 제공하고, 철학은 과학의 결과에 존재론적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둘은 다시 융합적 구조 속에서 공진화하고 있다.

지성의 여정, 그 끝없는 진화
138억 년 우주의 역사, 40억 년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류 문명은 단지 눈 깜짝할 시간만큼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개발하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성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서 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이 글이 따라간 여정, 즉 ‘고대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철학과 종교, 과학과 정치, 산업화와 현대 과학의 도전까지’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시도이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사상적 궤적이었다. 철학과 과학, 종교와 정치, 경제와 윤리는 독립된 섬이 아니며, 거대한 연결망 속에서 인류 문명을 진화시켜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모든 역사 위에 서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적 사유, 과거의 지성사를 현재의 눈으로 되새기고 미래를 기획하는 통찰이다. ‘융합 지성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작업이며, 그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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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