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더 리치

   
틸 켈러호프, 요르겐 랜더스 (지은이), 고은주 (옮긴이), 강수돌 (감수)
ǻ
이상북스
   
16000
2025�� 07��



■ 책 소개


세금은 가장 강력한 기후정책이다!

지구는 지금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이중 재앙 앞에 서 있다. 위기는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책임과 피해는 불공평하게 분배된다. 세계 상위 1%의 초부유층은 전체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배출하면서도 재정적/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이들이 짊어진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단호하고도 단순한 해법을 제시한다. “부자에게 과세하라!” 이는 단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고 사회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세금’ 이야기를 넘어, 불평등을 줄이고 기후위기를 완화하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책임’을 되묻는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책, 지금 바로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다.

■ 저자 틸 켈러호프
저자 틸 켈러호프는 독일 에어푸르트대학교와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로마클럽’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경제 회복 임팩트 허브’(Reclaiming Economics Impact Hub)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책임자다. 또 유한한 지구에서 정의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는 국제단체 ‘Earth4All’의 프로그램을 통솔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모두를 위한 지구’(2023, 착한책가게)의 필자이며 에어푸르트대학교 외래 강사다.

■ 저자 요르겐 랜더스
저자 요르겐 랜더스는 BI노르웨이경영대학원 기후전략 명예교수이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BI노르웨이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고,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세계자연보고기금(WWF)의 부국장을 지냈다. 노르웨이 은행 세 곳의 수장, 여러 감독위원회 위원, 다국적 기업 세 곳의 지속가능성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로마클럽’ 핵심 구성원이며, 베스트셀러 ‘성장의 한계’(2021, 갈라파고스)와 ‘모두를 위한 지구’의 공저자다.

■ 역자 고은주
역자 고은주는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충북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위대한 정원사’(한뼘책방), ‘아름다운 실험’(소소의책), ‘원소’(휴머니스트), ‘매드 매드 사이언스 북’(뿌리와이파리)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_강수돌(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서문 _‘백만장자 상속녀’ 마를렌 엥겔호른
들어가며

1장. 전 지구적 재난을 막아낼 수 있을까?
전 세계 부유층 사이에서 두 가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재산과 그들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상류층에는 부가 계속 집중되는 반면 하류층은 경제적 압박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갈수록 악화하는 기후변화에 직면하여 기후변화가 초래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치러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지구온난화는 한결같이 극심해지고 있어서 우리는 환경적으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전환점을 맞았다. 부자들이 단순히 그들이 일으킨 문제에 값을 치르는 것만으로 이렇게 불거진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까?

2장. 자유시장으로는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아직 우리는 지구를 구해낼 수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시장은 지구온난화와 심화하는 경제 불평등이라는 이중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 분명 시장은 한몫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단호한 조치와 국가의 든든한 재정 지원 없이는 어떤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다.

3장. 과세: 윈-윈 전략
어떻게 하면 정부는 다수의 지지를, 이른 시일 안에 얻을 수 있을까? 명확한 해결책이 하나 있다. 초부유층에게 공정한 과세를 하는 것이다. 증세 반대는 그릇된 주장이며, 부자 증세를 해야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추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4장. 누가 세금을 내야 할까?
이 말은 중위소득자가 세무서로부터 압박을 받게 된다는 뜻일까? 최근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작은 집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헐값에 팔아야 한다는 말일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최고 부유층의 세금을 약간만 인상해도 에너지 전환과 불평등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가는 재산세부터 상속세, 법인세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조세정책을 펼쳐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추가 재정 수입을 확충할 수 있다.

5장. 다른 해결 방안은 없을까?
다른 방법으로 환경파괴범에게 에너지 전환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순 없을까? 국고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줄 다른 대안은 없을까? 화폐 발행이나 기본소득제 도입 등 지금의 이중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재정을 뒷받침할 방법은 많다. 이것 중 틀린 방법은 하나도 없지만 이른 시일 안에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고 기후와 사회에 과도한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게 이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추천의 글(전문)

 




택스 더 리치


전 지구적 재난을 막아낼 수 있을까?

불평등의 스냅샷

그동안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해왔고, 이는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정치적 안정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들의 부가 경제와 환경, 정치권력 측면에서 상당한 불평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수백만 명의 사람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내몰았지만, 상위 10% 부유층의 재산은 두 배로 늘어났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10% 부유층이 세계 자산의 76%를 점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기후변화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오늘날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려면 극심한 불평등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불평등은 부의 분배뿐 아니라 이 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드리워 있다.


소득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자산이 쌓여갈수록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한다. 분명 부자들이 훨씬 큰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큰 집에서 살고, 큰 집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들은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 큰 자동차를 몰고, 자주 세계 여행을 다닌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해를 일으키는 산업에 그들이 돈을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서 자산 상위 10%에 해당하는 8억 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0%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자산 하위 50% 인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기껏해야 12%밖에 되지 않는다. 부의 사다리에서 더 높은 지점을 살펴보면 극단적 대비가 더 극명해진다. 대략 7700만 명 정도 되는 상위 1% 부유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거의 17%를 차지한다. 조금만 더 높이 올라가보자. 순자산 최상위 0.1%에 해당하는 770만 명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 이상을 배출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의 70배가 되는 양이다.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 0.01%, 즉 77만 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전체 배출량의 거의 4%나 된다. 첨단 산업국가인 독일과 일본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모두 합해도 이보다 많지 않다!


최고 부유층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많은 서구권 국가의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심지어 감소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치를 부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2도 아래로 제한하겠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남은 탄소예산을 이렇게 빨리 소비해선 안 된다. 오늘날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최소 1.1도가량 높아졌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의 발등에 떨어진 두 가지 위기, 즉 환경 위기와 사회 위기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의 위기에도 맞서 대처해야 한다.


불공정을 해결할 방안

중산층과 빈곤층의 소득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은 점점 심각해져 중산층과 빈곤층의 삶을 갈수록 위협하고 있다. 특히 그달 벌어 그달 먹고사는 사람들은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욱 힘들다. 기후위기는 빈곤층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빈곤층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에서 식료품에 지출해야 하는 비중이 크다면, 가뭄으로 인한 식료품 가격 상승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저축액이 적을수록 홍수나 화재로 집에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기가 더 어렵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일수록 기후변화로 건강 문제가 생기면 더 힘들어진다. 이런 예는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런 불공정한 상황은 국가들을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고소득 국가들은 높은 댐, 자연재해에도 끄떡없는 안정적인 건축물, 다양한 재해 방지 대책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갖추었다. 하지만 전 세계 국가들 대부분은 이런 시설에 투자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 2022년 최악의 홍수가 파키스탄 전역을 덮쳐 대규모 침수가 일어났을 때 3300만 명이 피해를 보았고, 1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제3세계 개발도상국가, 즉 글로벌 사우스는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할 것이냐, 기아 근절을 위해 힘쓸 것이냐. 아무도 이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고, 적어도 기후위기를 자초한 사람들은 절대 이런 결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


우리 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하려면 전 세계 총생산의 2-4%, 즉 연간 최대 4조 달러에 해당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소득의 2-4%는 기존의 소비성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사용하기보다는 공공재와 공공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여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재생 에너지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막대한 금액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유층의 비과세 자산이 수조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분명 이 금액을 충당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독일이 해마다 부유세로 징수하는 금액은 독일 국내총생산의 거의 1%에 이르는데, 이는 400억 유로 정도 된다. 독일이 프랑스나 영국, 미국처럼 높은 부유세율을 적용한다면, 해마다 1200억 유로에 이르는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



과세: 윈-윈 전략

다른 모든 필요한 변화의 초석이 되는 에너지 전환 예상 비용을 살펴보면 당장 일반 대중이 함께 부담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원과 관련한 새로운 인프라, 기술, 상품을 구축하고 개발하고 완성하는 데만 131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연평균 4조 4천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고, 이 금액은 전 세계 GDP의 약 4%에 해당하여,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서 자본 확보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초기 수익이 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본을 에너지 전환에 유도하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에너지, 농업, 산업의 주요 부문에서 기존 생산 방식을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후자의 방식은 전자의 방식보다 50% 정도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추가 비용을 정확히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누가 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 비용을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쉬운 답이 하나 있다.


이제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그 답은 바로 세금이다. 아마도 세금이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정 수단일 것이다. 이 세금으로 정부가 재정을 운영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재분배 수단이며, 과세 정책은 소비와 생산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민간 부문의 자원을 정부 부문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금은 지속가능성 전환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세금이 부담을 분산시키는 제어판이라고 상상해보자. 여기저기에 있는 레버들을 누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현재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의 세금으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가용 자금이 너무 적어서 필요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없다. 또 하나는 그달 벌어 그달 먹고 사느라 지친 일반 근로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인상된 천연자원의 가격과 공공의 환경 피해 방지 비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바로 근로자들이 될 것이다. 주주들이나 유산 상속자들의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에 이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과세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대다수 서민은 막대한 국가 채무에 짓눌려 점점 더 허덕이게 될 것이다. 이들은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 탓에 자기가 짊어져야 할 짐이 점점 더 커지는 동안 자신의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분노가 자라나 긴장이 고조되고 격분에 찬 갈등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우리는 정확한 레버를 눌러야 한다. 이미 말했다시피, 초부유층에게 공정하게 과세하여 그 자금을 고스란히 인류 공동의 과제에 쏟아붓는다면 기후 문제 해결은 물론 불평등과의 싸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아직도 기다리는가?

첫 번째 반대론: 세금 인상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서양의 유권자 대다수가 전반적인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달 벌어 그달 먹고 살면서 지난 몇 년간의 경제 성장으로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삶이 더 불안정해지는 걸 피부로 느끼는 사람에게 세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가가치세 인상과 같은 전반적인 세금 인상은 국민의 불만을 들끓게 만들고 사회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초부유층에만 과세하면 피할 수 있는 문제다. 세금이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부과되기 때문에 대다수는 세금 인상에 찬성할 것이고, 그럴싸한 근거도 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경제 성장의 결실을 누렸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도 별 문제 없지 않은가!


이 반대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세금은 대다수가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두 번째 반대론: 노동의 결실이 재분배된다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흔히 소득에서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이 공제된다면 일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수령액이 적으면 사람들이 덜 열심히 일하고, 덜 소비하고, 덜 투자하리란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시장경제의 인센티브 원리에서 비롯되었다. 인센티브 원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생산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혁신적으로 투자한다. 따라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잃고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예 구직을 단념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출세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것은 동화 같은 옛날이야기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일반적으로 출발할 때부터 자산, 인맥, 이용할 수 있는 자원 등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부유층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얻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뒤처진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다. 부가 집중되게 하는 정책은 부유한 집단에게 기회도 집중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결국 경제 시스템 실패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고통을 받는 건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다. 사회는 무수히 많은 국민의 무한한 잠재력을 사장하게 된다.


이 반대론에 대응하는 조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세금은 진정한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세 번째 반대론: 세금이 인상되면 부자들이 돈을 외국으로 빼돌릴 것이다

세금 인상과 관련하여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부유한 극소수 사람들이나 기업이 조세 피난처에 자산을 유출하는 문제다. 세계화로 인해 기업과 부자들이 자산과 경제 활동을 세금이 면제되거나 세금 부담이 현저히 적은 곳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고, 이로써 각자의 본국에는 큰 규모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현상은 조세의 이익 창출 능력을 잠식시킬 뿐 아니라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하기도 한다. 기업이 납세의 의무를 회피하면, 그 부담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납세자에게 전가되어 결국 이들이 국가의 구멍 난 세수를 메워야 한다.


이 반대론에 대해서는 다음의 조세 원칙이 필요하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설정, 금융 거래 투명성 강화 방안, 역외 자산에 대한 감시와 과세 등을 통해 조세 포탈을 방지하는 전방위적 세계적인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


네 번째 반대론: 부유세를 부과하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다

이 말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공격적 과세를 하더라도 그들이 자선 목적으로 기부를 하면 여전히 상당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내야 하는 부유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직접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부자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내놓은 소위 자선기금에 대중이 함께 재원을 충당해왔다. 불평등 문제 전문가 척 콜린스는 “대부분의 자선 활동, 특히 부유층의 기부로 이루어지는 자선 활동은 대중의 보조금을 받는다”라고 설명한다. 기부금을 내면 세금이 감면되고, 그만큼 국가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 도로 및 철도 유지 보수, 공립 학교 재정 지원 등에 들어갈 돈이 부족해진다.


지혜로운 인류애는 다중적 위기에서 헤쳐 나오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제까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인류애적 차원의 조치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린 적은 거의 없다. 콜린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설명한다. “사회 변화라는 목표에 맞추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가장 중요하다 ” 그래서 콜린스는 자신이 최상위 1% 부유층에 속해 있으면서도 부자에 대해 중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선 단체가 공익을 위해 자산을 더 많이 지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덧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자선가들이 세후 자산으로 기부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 네 번째 반대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세금이 사적 번영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체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세법을 제정해야 한다.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세제 혜택은 사라져야 한다.


과세는 만병통치약일까?

세금은 단순히 돈을 거둬들이는 것을 넘어서 변화를 만드는 힘이 있다. 세금은 아마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 도구일 것이다. 중요한 부문에 자원을 투입하고, 부유층에게 공정한 몫을 부담하게 하며,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을 완화시킨다. 또 부유층에 대한 적절한 과세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조치다. 그래서 세금은 다양한 기능이 하나로 모아져 있어 온갖 일에 사용되는 맥가이버칼과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금은 소비를 조절할 수 있다. 부유층의 소비뿐 아니라 부유층을 따라하는 전체 사회의 소비도 조절한다. 높은 세금으로 소비자의 행동 패턴에 변화를 이끌 수 있고, 친환경적 행동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유세로 인해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감소한다면, 주택 시장의 상황이 완화되고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커질 것이다. 세금의 이런 기능을 과대평가해선 안 되지만 이러한 기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든 이유 때문에 공정한 과세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공평하며 빠른 방법이다. 독일에서는 국민의 73%가 1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데 찬성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의 3분의 2가 대규모 자산에 대한 세금과 법인세 인상을 지지한다.



누가 세금을 내야 할까?

부유세는 전혀 합법적이지 않다?

2022년 12월, 독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100만 유로 이상의 순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설문에서 실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은 순자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부담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싶은 염원은 좌익 정당만의 이상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바로 20세기에 보수 정권이 상당히 높은 세율을 책정했는데, 아무튼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높은 세율이 적용된 부유세는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었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에 대한 순부유세를 부과한 선진국의 수는 6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팬데믹으로 인한 부담을 공정하게 나눌 목적으로 새로운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빗발쳤다. 예를 들어, 독일 경제연구소는 100-200만 유로 이상의 법인 자산을 보유한 기업에 대하여 10-30%의 누진세를 20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세금의 과세 대상은 주로 자산 상위 1% 대기업이 될 것이고,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대상은 860만 유로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최상위 0.1% 대기업이 될 것이다. 이 세금이 1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에 부과된다면, 130-160만 명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2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에 부과된다면, 30-4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 인구의 0.5-2%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지 않게 세금을 부담할 수 있겠지만, 그 총액은 상당하다. 이런 부유세로 연간 200-300억 유로를 거두어들일 수 있다. 이는 독일 GDP의 0.5-0.8%에 해당한다. 노르웨이가 현재 부유세로 창출하는 세수도 GDP의 0.5-0.8%에 달한다.


추가 세수는 정부에 추가적 과제가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현재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동전 한 푼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지만, 부자들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독일은 국가 자산등록부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자산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누구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과세 대상자는 자기 자산을 직접 평가하거나 국가 공인 세무사에게 의뢰해 조세 회피나 탈세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제출된 신고서는 무작위로 세무 조사를 받고, 허위 신고가 발각되면 혹독한 처벌이 내려진다.


독일에서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부유세는 전혀 합법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95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판결은 당시의 세제 개편안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확정했다. 자산 가치 평가에서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결코 부유세가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부유세에 관한 법적 해석을 보면, 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세금 유형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그뿐 아니라 ‘분배 정책의 정치적 관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논증했다. 따라서 부유세는 위헌이 아닐 뿐 아니라 법적 관점에서도 독일의 불평등이 부유세가 필요할 정도에 이르러 부유세 도입이 합헌임을 시사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