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 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인이이 (지은이), 장려진 (옮긴이)
ǻ
이든서재
   
18800
2025�� 04��



 

■ 책 소개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성공한 사람들의 진솔한 심리상담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성공은 곧 행복을 보장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갖추면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날 것이라 믿고 앞만 보며 달려간다. 그러나 실제로 심리상담실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정작 내면에서는 깊은 공허와 불안을 느끼며 상담실의 문을 두드린다.

저자는 심리학적 이론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탐색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이해와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글은 실제 내담자와 주고받은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나의 상황이 투영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고통스럽고, 나의 내면을 읽어낸 듯 후련한 느낌도 전해진다. 이는 상담이 특별한 사람만이 받는 거창한 과정이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는 ‘마음 돌보기’임을 보여 준다.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심리적 치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 책은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유용한 지침서다.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는 마치 상담실에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불안을 이겨내고, 내면의 혼란을 정리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저자의 상담 내용이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저자 인이이
상담심리학 박사이자 심리상담사.

상하이 PR 업계에서 일하다가 2005년에는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원을 졸업(PR,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석사)했고, 2008년에는 GE 중국지사 사장, 2013년에는 에델만PR 상하이 총책임자를 맡았다. 그 후 2016년 영국 시티런던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영국 중독치료 클리닉에서 심리상담사로 근무했고, 2015년 영국 건강간호전문협회와 심리학자협회에서 심리상담사 인증을 받았다. 이후 줄곧 런던에서 3만 시간 이상 심리상담을 해오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불안이라는 에너지』 등이 있다.

■ 역자 장려진
남서울대학교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외국어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기업체 번역 및 통역 경험이 풍부하고 대한민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당신을 소모시키는 모든 것을 차단하라』, 『10일 안에 만드는 아이의 집중력』, 『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_ 우리에겐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CHAPTER 1. 불안과 우울을 직면하라

· 단 1분도 쉴 수 없는 여성 _ 완벽하지 않은 사람만이 성장한다
· 최고의 효율을 위해 질주하는 남성 _ ‘효율’이라는 말로 자신을 옭아매지 마라
· 건강염려증으로 매일이 불안한 남성 _ 사라지지 않는 불안 때문에 몸은 비명을 지른다
· 노화 불안으로 우울증에 걸린 여성 _ 인생의 ‘두 번째 산’을 올라라
· 암에 걸린 아버지를 증오하는 여성 _ 용서는 자신을 놓아주기 위한 것
· 낯선 환경으로 무력감에 빠진 아이 _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CHAPTER 2. 감정은 포용이 필요하다

· 감정의 연결선을 잘라내고 싶은 여성 _ 감정의 암호 풀기
· 분노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남성 _ 자신감의 원천, 자기 인정
· 과한 기대감으로 상처 입은 여성 _기대감을 원동력으로
· 만인의 평가로 늘 눈치를 보는 여성 _ 수치심이 삶을 통제하게 두지 마라
· 늘 세상과의 전쟁을 일으키는 남성 _ ‘분리’를 배워야 진짜 독립을 할 수 있다
· 엄마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 _ 죄책감, 너무나 무거운 사랑의 감정

CHAPTER 3. 스스로 든든한 버팀목 되기

·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여성 _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당신, 감사합니다
· 외모 강박으로 거식증에 걸린 모녀 _ 아름다움의 다리 위, 아슬아슬한 곡예
· 감정적 경계심으로 폐쇄적 삶을 사는 남성 _ 안전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 가정 폭력으로 삶의 의미를 잃은 여성 _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주인 되기
· 갱년기와 사춘기로 불화를 겪는 모자 _ 나는 엄마이자 온전한 하나의 자신이다
· 늘 모든 것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 남성 _ 변화하는 일상, 그것이 삶이다

CHAPTER 4.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 배우기

· 자신을 인생의 루저로 인식하는 여성 _ 자신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 자기 연민에 빠져 눈물을 달고 사는 여성 _ 자기 연민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마라
· 배우자에 대한 환상으로 실의에 빠진 여성 _ 결혼의 ‘궁극적인 미션’은 무엇일까?
· 서로 다른 애착 관계로 상처 주는 부부 _이해하지 못해 사랑하고, 이해하기에 헤어진다
· 엄마를 잃은 상심에 삶을 포기하고픈 여성 _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과정, ‘죽음’

에필로그 _ 심리상담의 ‘함정’을 어떻게 식별할까요?
[부록_자존감 측정 테스트]

 


 

 




잠시 쉬어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단 1분도 쉴 수 없는 여성 _불안과 우울을 직면하라

완벽하지 않은 사람만이 성장한다
상담실 오픈 시간은 오전 9시. 그런데 간혹 오늘처럼 8시에 특별 상담을 요청하는 내담자가 있다. 그러면 나는 오픈 한 시간 전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8시. 상담실에 도착하자 벌써부터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는 내담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불안한 듯 계속해서 시계를 확인했다. '엄청 바쁜 분인가 보네. 나는 이런 생각과 함께 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한 다음 커피 한 잔을 내려주었다.


반듯하게 다려진 고급스러운 모란디 계열의 복장, 과하지 않게 혈색을 살린 적당한 메이크업, 한눈에 봐도 장기간 운동으로 다져진 듯한 균형 잡힌 몸매까지, 내담자의 용모는 그야말로 세련된 커리어 우먼처럼 보였다.


이른 상담 시간을 예약하고, 계속해서 시계를 확인하는 소소한 동작,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불안 문제를 겪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 결과 그녀의 불안 지수는 무려 18점이 나왔다. 불안도 테스트의 총점이 21점인 것을 고려하면, 정갈해 보였던 내담자의 불안은 이미 '폭발 직전 단계까지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실제로 오랜 시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에 증상이 더 심해져 수면제를 먹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시나요?" "휴식이요? 회사와 집에서 허락해 주질 않는데 제가 어떻게 쉬겠어요? 물론 저 스스로도 쉬는 걸 허락하지 않지만요."


3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로 그녀는 아빠의 역할까지 동시에 감당하기 위해 단 1분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 컸지만, 회사에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일에 전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모든 연구 결과는 기본적으로 '완벽주의는 자기 구속과 거의 동일하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 대한 요구치가 높은 것은 물론, 결과에도 굉장히 신경을 쓰기 때문에, 완벽주의 성향이 짙을수록 불안 지수도 높아진다. 또한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비판과 좌절에도 지난 노력이 수포가 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완벽주의를 고치려면 자신을 재수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만드는 진짜 '원흉'은 사실 자기를 불신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을 것 같고, 다른 취업의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게 상담하러 온 내담자도 이 때문에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만큼, 관리되지 않은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내담자의 삶은 꽉 조여진 나사처럼 숨 쉴 틈조차 없었다.


나의 분석을 경청한 그녀는 속상한 듯 말했다. "그런데 새로운 걸 시도할 여유가 정말 없는걸요."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매일 최소한 15분 동안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온전한 나'로 보내는 시간을 가지세요. 또 본인의 노력을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마세요. 몸매, 직업, 자녀, 교육 등을 다 포함해서요. 이런 것들은 불안을 가중할 뿐이거든요. 지금은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고, 어떻게 하면 현재를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실수를 하면 책임지고 다시 시작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훨씬 편해질 거예요. 지금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원동력의 샘물이 말라버릴 테니까요." 그렇게 상담 치료가 끝날 때쯤, 그녀의 긴장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그녀는 명상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지만,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할수록 점차 이를 유지할 내력이 생겼다. 또 자녀들이 스스로 학습 내용을 점검하도록 독려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엄마인 자신만 바라보지 않고 독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무려 5일의 장기 휴가를 신청해 그동안 가장 가 보고 싶었던 해변에서 경치를 즐겼다. 물론 그 5일 동안 엄마한테 맡긴 자녀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저 바닷가에 앉아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해방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완벽한 사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가혹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당신이 완벽하게 세운 벽은 스스로 부수고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느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손에 올려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결정해야 불안이 사라지는 법이다.


감정은 포용이 필요하다
분노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남성 _ 자신감의 원천, 자기 인정

사람들은 '자신감'은 긍정적인 표현, '열등감'은 부정적인 표현이라고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그래서 자신감은 찬양하고 갈망하는 반면, 열등감은 바이러스라도 되는 것처럼 어떻게든 숨기고 감추려 든다. 아무도 열등감을 만지려 들지 않고, 보고도 못 본 척 눈을 돌린다. 하지만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감춘다고 열등감이 사라질까? 열등감을 감추려 노력하면, 과연 열등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당연히 아니다. 여기 열등감을 숨기려 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 내담자가 있다.


처음 예약을 하러 온 남성이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에게 큰소리를 쳤다. 상담실에 들어왔을 때 전화 응대만 하고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가 불만 신고를 하겠다며 씩씩거리는 가운데 가여운 프론트 데스크 직원은 동동거리며 그를 달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속으로 남성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그의 심리상담사로 지정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의외로 첫 상담은 꽤 재미있었다. 상담실에 들어오던 그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박사 학위는 어디서 딴 거요? 경력은 얼마나 됐고? 뭐 전공 관련된 자격은 있나?" 내게는 그 도발이 권위를 내세워 우위를 선점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나는 조용히 미소로 답했다. "제 자격을 따지기 전에, 선생님께서 도움을 요청하신 이유를 먼저 들어보죠."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수천이요. 회사 대표인 내 질문에 대답을 거절한 사람은 없는데?" "그럼, 선생님을 거절하는 사람이 있으면요? 어떻게 되나요? 겁을 주시나요?" 내 질문에 잠시 멍해졌던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답했다. "그렇지. 다들 겁을 먹지.


"그럼, 다른 사람이 무서워한다는 건 선생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권위? 공포? 남들이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걸 즐기시는 건가요? 혹시 상대방이 겁을 먹지 않는다면 선생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혹시 오히려 상대방을 겁내는건 아닌가요?" 단번에 민감한 점을 집어냈던 탓일까? 말문이 막힌 듯 우물쭈물하던 그가 이내 톤을 두 단계 정도 올려 소리 지르듯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겁을 내? 난 아무도 무섭지 않아!" "그럼 자기 자신은 두려우세요?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어요. 아니면 여기에 상담하러 오시지도 않으셨겠죠."


그 순간 그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의 경계심이 높아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서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인내심을 가지고 선생님 마음의 문제를 살펴보는 거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미 서로를 이해해 보려고 하고 있잖아요?"


초반에 진행된 두 번의 상담 동안 그는 자기 내면을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래서 나도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그의 성장 과정을 물어보며 나에 대한 신뢰를 쌓아갔다. 몇 차례의 상담이 더 이어지고 나서야 마침내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셨소. 엄청난 노력 끝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합격하셨고, 거기서 어머니를 만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 집안에서 두 분이 만나는 걸 극구 반대하셨소. 겨우 결혼은 했지만, 아버지는 가난한 출신 때문에 혹시나 무시당할까 봐 남들보다 잘난 모습을 보이려 항상 날을 세우셨소. 항상 거만하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하게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불같이 화를 내셨지. "그랬군요. 그럴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 분을 존경하게 되던가요?" "전혀 존경스럽거나 대단해 보이지 않았소. 그 때문에 어머니도 아버지를 떠나셨고.... "보통 우리는 부모님의 감정 관계를 모델로 자기감정의 관계를 형성해요. 선생님은 부모님의 관계에서 분노를 보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을 방법은 배우지 못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잘못된 감정 표현 방식은 사실 자신감의 부족, 즉 열등감의 표현일 수 있어요. 권위를 앞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그 후의 상담에서도 나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존중하고 있다는 표현을 천천히 꾸준히 해 주었다. 마침내 그는 내게 큰소리를 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그가 들려준 모든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며 사고를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사생활을 숨길 곳이 없어지고, 모든 일상은 자신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어버렸다. 사각지대 없이 자신의 삶을 360° 모두 드러내는 행동은 막대한 감정 소모를 유발한다. 사람들이 밝고 화려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의외로 자신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얻은 자신감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우월감'은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 낸 건강하지 못한 방어 기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바로 우월감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다.


사실 가면이 아니더라도 열등감은 무의식적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의심해 항상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을 미덥지 않아 하거나,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안 된다'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하는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알아야만 하는 것은, 자신감은 다른 사람의 인정 여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반면 열등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래서 열등감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가리고,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열등감을 가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진실한 자신을 대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감출수록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를 잃게 된다. 그러니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 겪은 자기 의심이 열등감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평생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든,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열등감을 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든든한 버팀목 되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여성 _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당신, 감사합니다

신규 내담자는 6시가 되기 전에 대기실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와중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커리어 우먼 같아 보였다. 내가 호명하자 그녀는 하던 일을 금세 정리하고 상담실로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신규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비밀 유지 서약서를 낭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녀는 내가 서약서를 읽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다.


조용히 티슈를 건네자 "감사합니다. "라는 코맹맹이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30초나 지났을까, 그녀가 마침내 울음을 멈추고 나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상담실 안에서는 감정 컨트롤이 잘 안되니 울음이 터져도 괜찮아요.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밖에서부터 많이 참으셨을 거잖아요.”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또 눈물을 흘렸다. "사실 줄곧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재택근무를 한 지도 벌써 반년이 됐어요. 덕분에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고, 팬데믹이 해제되자마자 박사님을 뵈러 왔어요.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또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호텔 체인 50군데 정도를 관리하고 있어서 팬데믹 전에는 거의 1년 내내 출장을 다녔어요. 그때는 일이 워낙 바빠서 뭐가 잘못됐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 자신을 마주하고 생활을 뒤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성공적인 커리어는 쌓았지만, 같이 수다 떨 진짜 친구 한 명 없고, 의지할 만한 배우자도 가족도 없다는 생각이 급습했어요. 심지어 이번 새해는 혼자 보내야 했고요. 창밖으로 불빛은 화려하게 빛나는데 저만 혼자 있는 모습이 너무 처량하더라고요. 제겐 아무런 즐거움도 기대도 없으니까요! 올해 벌써 쉰두 살에, 회사 생활만 35년째인데도 이제 막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을까요? 박사님이 보시기에도 제가 너무 한심하죠?" 그녀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내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외로움은 힘들죠. 팬데믹 동안 겪은 외로움은 더 고통스러우셨을 거예요.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세요. 하나도 한심하지 않아요. 그런데 잘 '참는다'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다른 힘든 일도 많이 참아오셨던 건가요?" 이어진 상담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과거를 회상했다.


역시나 힘겨운 인내의 시간을 보낸 그녀였다. "생후 7개월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저를 귀찮게 여기자 할아버지가 옆에 작은 집을 구해 저를 키우셨죠.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아이 셋 딸린 새어머니와 재혼하셨어요. 두 분의 결혼식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하객이 모두 돌아가고 일찌감치 취하신 아버지는 저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고, 새어머니는 친자식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으셨죠. 식이 다 끝난 다음 새어머니가 저를 보시더니 냉랭하게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께 돌아가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나는 이 집에서 버려진 사람이구나....


"그럼 그런 감정을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나요?" 그녀의 얼굴에 금세 냉소와 단호함이 드러났다. "절대요! 제 약한 모습은 결코 보여주지 않을 거예요. 제 머릿속엔 감정 따위는 가슴에 묻고 이 집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럼, 집을 나온 후에는요? 다른 사람과 본인 내면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을까요? 아니면 자기감정을 직시하려 시도한 적은요?"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집을 떠난 뒤에 바로 호텔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사내에서 유일한 여성 매니저였기에 더더욱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어요. 안 그러면 남자 동료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가 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셨군요. 그렇게 오랫동안 상처를 억누르고 있었으니 한 번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염증이 계속해서 곪아온 거예요. 이 상처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때때로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과거를 계속 상기시켰을 거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감정이 쌓여 우울증이 생겼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억누르지 않아도 돼요." 과도한 인내와 감정 억제는 고통 앞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다. 감정을 억제한다는 것은 과거와 화해했다는 의미가 아니며, 지나치게 강한 무의식의 방어 기제에 억눌린 감정은 오히려 우리의 행위와 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첫 상담이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줄곧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시지만, 다행히 스스로는 자신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잖아요? 자신을 버렸다면 제 상담실에 안 오셨을 테니까요."


심리학 분야에 '버림받음의 덫'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정신장애는 아니지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비교적 심각한 우울과 불안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은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뭔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버려진 건 아닌지 걱정한다. 그래서 다양한 일, 특히 커리어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완벽을 추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큰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버림받는다는 감정'은 원가족에서의 성장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감정을 가진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 (주 양육자)에게 오랜 기간 무시당하거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버림받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이번 사례의 내담자처럼 감정을 쏟았다가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 일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다.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일과에 소규모 요가 수업을 추가하고, 회사에서 더 많은 직장 여성이 심리적 지원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성 관리 직원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또한 새로운 만남을 가지며 친구를 사귀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상담은 슬슬 6회차로 접어들었고, 크리스마스도 성큼 다가왔다. 문득 그녀의 크리스마스 계획이 궁금해졌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 계획이세요?" "회사에 외국에서 온 관리자가 몇 있어요. 격리 때문에 귀국하기 어려운 친구들이라 집에 초대해서 같이 보내려고요. 그리고... 요즘에 만나는 사람이 생겨서 그분도 초대했어요. 참 따뜻하신 분 같아요." "그래요?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그분이 선생님을 버릴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 "물론 아직은 무서워요. 그런데 이젠 제가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저를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상대방이 떠나면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 이젠 언제든 저 자신을 안아주며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 줄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때 버림받았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먼저 안아주고 더 소중하게 여기는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 배우기
자기 연민에 빠져 눈물을 달고 사는 여성 _ 자기 연민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마라

마흔을 조금 넘긴 내담자가 있었다. 상담실을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아주 피폐해 보였다. 그녀가 내게 건넨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완전히 실패했어요.” “무슨 일에 실패했다는 거죠?” "제 나이가 올해로 마흔둘이에요. 그런데 아직 온전한 가정도 없고, 아이도 없죠. 저는 정말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요. 이런 소망 하나 이루지 못한 제가 실패자가 아니면 뭐겠어요? 엄마가 될 기회도 이제는 없고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되고 싶으셨군요, 선생님께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던 거죠?" 나는 그녀가 자기 내면의 깊은 곳으로 향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맞아요. 어릴 때 저는 이집 저집 전전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최고의 엄마가 되어 어린 시절에 느꼈던 아쉬움을 보상해 주고 싶었죠.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안정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직장도 가졌어요. 그런데 제 생체시계는 저를 기다려주지 않네요. 지난 2년간 계속 소개팅을 했고, 진심을 다해 마음을 주었는데 오히려 남자한테 사기만 당했죠. 배우자에 대한 기준을 낮췄는데도 결과는 항상 실망으로 끝났고, 이제 제겐 절망밖에 남지 않았어요."


일련의 충격으로 그녀는 자신을 원망하고 모든 대인관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마음속 깊이 '자신은 불행하고, 자기 인생은 바뀔 수 없다'고 좌절하고 있었다. 매주 화사하게 꾸미고 데이트를 나가던 그녀는 점차 외출을 꺼리는 성격으로 바뀌었고, 항상 잠옷을 입고 포도주와 아이스크림을 끌어안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주, 또 한 주가 지나는 동안 몸에는 살집이 붙었고, 그녀는 그런 자기 모습에 비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출근도 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혹시 아시나요? 지금 하시는 생각은 자기 연민의 일종이에요. 지나친 자기 연민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소진돼서 사고할 능력을 잃어버린 거죠. 힘드신 건 분명해요. 그런데 지금 하시는 것들에는 성장과 변화의 요소가 전혀 없는데, 어디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겠어요? 마음속 자기 연민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소화하지 않으면 대뇌는 다른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게 돼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질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선생님을 도와줄 수도 없죠. 오히려 감정이 누적해서 쌓이는 양적 변화만 일으켜 사고의 범위를 점점 좁혀가죠."


심리학적으로 자기 연민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자기 연민이 지나치면 자신을 감정에 가두게 된다. 자기 연민은 우리가 인생의 목표를 보지 못하도록 높은 벽을 만들어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망과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한다.


둘째, 자기 연민은 끊임없는 비교를 야기한다. 사랑을 비교하는 행동은 끔찍한 감정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사례의 내담자는 다른 이의 즐거운 모습만을 보고, 그 모습이 그들 삶의 일부라는 사실은 잊어버렸다.


셋째, 자기 연민은 자기 성찰을 방해한다. 자신을 가엽게 여기면 스스로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특별한 존재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런 고통을 '나'만 겪는다고 느끼면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가둔 채 외부의 도움을 구하지 않게 된다.


넷째, 자기 연민은 자칫 자기감정의 납치범이 될 수 있다. '이것 봐, 난 벌써 이렇게나 불쌍하잖아. 그러니 세상이 날 더 이해하고 배려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다 세상이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나는 힘드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돼!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나한테 맞춰줘야지!'라는 식으로 분노를 드러낸다. 내담자의 호소를 듣는 동안 나는 그녀의 원망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점차 떠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말했다. "지금의 곤경을 벗어나고 싶다면, 자기 인생이 여전히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해요.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있으면 이 난관을 타개할 힘이 점점 줄어들고 말아요." 상담이 끝난 후 그녀는 조금씩 변화해 갔다. 운동을 시작하고, 술을 줄였으며, 일에도 열중했다. 또 데이트를 즐기면서도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변화를 이루어냈다. 자기 연민은 자기애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애는 자기 존중, 자기 수용 그리고 자기 용서의 세 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당신의 노력 장점 끈기는 자기 내면의 존중이 필요하고, 시도 타협 곤경은 자기 내면의 수용이 필요하며, 고통 포기 실패는 자기 용서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올바르게 돌봐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고, 올바르게 돌보고 대해주어야 한다. 자기애는 매우 큰 주제이자 우리가 평생 학습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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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