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뼈를 통해 죽음과 삶, 미래를 마주하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는 ‘무덤’에 대한 인식이 남들과 달랐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여읜 그녀는 무덤 앞에서 어머니가 남긴 책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무덤은 차갑고 생명력 없는 장소가 아니라 어머니와 감정적으로 교류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메리 셸리에게 어머니의 부재는 그저 슬픔으로만 남지 않았다. 죽음을 직시하고 수용함으로써 작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법의인류학자인 저자도 마찬가지다. 인류학, 법의인류학, 법의고고학을 공부하면서 다진 탄탄한 지식에 현장을 뛰어다니며 쌓은 경험이 더해지면서 죽음과 삶을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저자는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사인을 규명하는 일, 엄정한 분석을 통해 법정에서 쓰일 증거를 확보하는 일, 고인의 마지막 순간이 어땠는지 듣기 위해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에 답하는 일이 모두 법의인류학자의 의무이자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살다가 존엄하게 죽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열악한 노동 환경, 정보 격차, 성 불평등 같은 문제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내 몸과 내 삶의 주체성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헛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없도록 고군분투한다. 불공정한 대우나 핍박을 받았던 사람의 유골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 이것이 저자가 고인을 애도하는 방식이며 뼈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다.
■ 저자 리옌첸
저자 리옌첸은 현장을 뛰어다니며 유골과 시체를 마주하고 그들의 신원을 찾는 일에 앞장서는 신진 법의인류학자다.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마이애미 시체안치소와 관련 기관에서 인턴 업무를 했다. 방치되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유골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영국 레스터대학교에서 법의인류학과 법의고고학을 전공했다. 그 기간 동안 동티모르 경찰의 법의인류학자로 일하면서 독립 운동 과정에서 학살당한 무연고 시체의 잔해를 수습했다. 그 외에도 폴란드, 미국, 키프로스,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유해 발굴을 비롯 여러 법의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홍콩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인 《스탠드 뉴스》에 정기적으로 법의학 및 법의인류학과 관련된 글을 기고했으며, 2017년에는 페이스북 페이지 〈The Bone Room(存骨房)〉을 개설하여 영어와 중국어로 세계의 법의인류학 소식을 나누고 있다. 2019년부터는 홍콩 RTHK Radio 1에서 〈법의연구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역자 정세경
역자 정세경은 북경영화대학에서 공부한 뒤 싸이더스 픽처스에서 근무했다. 현재 중국어 출판 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며 심리학, 철학, 자기계발, 소설, 교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인민의 이름으로』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
1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다
1장 이름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
2장 뼈 대신 말하는 사람
3장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2부 뼈는 삶을 이야기한다
1장 뼈가 녹아내린 노동자들
2장 몸에 남는 삶의 증거들
3장 바다에 가라앉은 사람들
4장 눌린 뼈, 튀어나온 뼈
3부 죽음이 남긴 메시지
1장 뼈에 대한 예의
2장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 것
3장 과학의 이름으로 강요당한 침묵
4장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5장 메멘토 모리, 우리는 결국 뼈가 된다
맺는 말 | 죽음을 마주하는 법
감사의 말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