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웬즈데이 마틴(역:엄성수)
ǻ
쌤앤파커스
   
16800
2020�� 01��



■ 책 소개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 당신이 믿어온 거의 모든 것은 거짓이다!


오랜 세월, 불륜을 저지른 여성에게는 꽃뱀, 걸레, 이빨 달린 질, 요물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이들은 실제로 어떤 여성일까? 판에 박힌 성생활이 재미없어서, 섹스리스 커플이어서, 새로운 섹스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다양한 이유로 성적 욕망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성욕을 자유롭게 발산한 불륜남보다 불륜녀를 더 미워하는 걸까?


웬즈데이 마틴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들≫의 저자다. 미국 상류층의 비상식적인 생활상을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엔 여성의 성욕에 대한 ‘진화론적 유산’과 ‘사회적 현실’을 낱낱이 폭로했다. 저자에 따르면 영장류학, 진화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수시로 다양한 섹스를 갈구하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남성과 비교해 여성은 성욕이 적고,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며, 남성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는 오랜 믿음은 여성의 본능과 어긋난다. 즉, 우리가 여성의 성욕에 대해 믿어온 거의 모든 것은 거짓이다!


■ 저자 웬즈데이 마틴
예일대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에서 20년 이상 작가 겸 사회연구가로 활동했다.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데일리 비스트>, <하퍼스 바자> 등의 주요 매체에 젠더, 육아, 모성, 대중문화, 여성성 등에 대한 글을 써왔다. 예일대와 뉴스쿨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을 가르쳤으며, 마케팅과 광고 분야에서도 일했다.


미시건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인류학과 사회생물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어머니에게서 마거릿 미드, 제인 구달 등 여성 학자들의 현장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류학의 세계를 동경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런 유년기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자연스럽게 생물학과 문화인류학, 여성의 삶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면서 뉴욕 다운타운에 정착했으나, 9·11테러 이후 뉴욕에서 가장 부유하고 안전한 동네인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지상 최고로 풍요로운 도시의 지독한 서열 쟁탈전, 기존 거주민의 살벌한 텃세,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성 역할 분리 등 때로는 비상식적이기까지 한 상류층의 생활상을 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어퍼이스트사이드 상류층이라는 ‘희귀종족’을 연구하게 되었다. 6년 동안 때로는 관찰자로서, 때로는 그들의 일부로서 상류사회의 ‘영장류’의 생태계와 닮아 있는 상류사회의 특이한 습성을 연구한 결과를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곧이어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워너브라더스, 아마존, 넷플릭스, MGM의 뜨거운 경쟁 끝에 MGM에서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재혼 가정의 문제를 다룬 《스텝몬스터(Stepmonster)》를 출간하며 투데이·CNN·NPR·NBC뉴스·BBC뉴스아워 등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폭스 뉴스에 육아 문제 전문가로 출연해 조언했다.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 온라인 판에 기사를 기고했으며, <뉴욕포스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가로도 활약했다.


■ 역자 엄성수
경희대학교 영문과 졸업 후 집필 활동을 하며 다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인공지능 혁명 2030:제4차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의 부상》 《황금비:수학의 신성한 아름다움》 《왜 젊은 뇌는 충동적일까:성장하는 뇌, 삶을 변화시키는 똑똑한 습관의 발견》 《본질에서 답을 찾아라:MIT대학의 18년 연구 끝에 나온 걸작 ‘U 프로세스’》 《현대 경영, 마키아벨리에게 답을 묻다》 《1%의 횡재:성공한 기업들은 어떤 가격 전략으로 이익을 내고 성장하나》 등 총 40여 종이 있으며, 저서로는 《왕초보 영어회화 누워서 말문 트기》 《기본을 다시 잡아주는 영문법 국민 교과서》 《1분 영어 회화》 《친절쟁이 영어 첫걸음》 《초보탈출 독학 영어 첫걸음》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_섹스 후에 왜 우울해지는가?


PART1 당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라
PART2 섹스를 밝히는 여성들
PART3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필요하다
PART4 쟁기, 재산, 예의범절
PART5 힘바 족 여성들
PART6 낙원에 사는 보노보들
PART7 잊어선 안 될 한 사람
PART8 바람피우는 여성 사랑하기
PART9 인생은 짧다. 거짓되게 살 것인가?


에필로그 병 밖으로 나온 요정들
주석


 




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당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라

남편이 낯선 여자와 침대에서…

나는 ‘합의된 비非일부일처제’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무얼 입고 갈지 고민에 빠졌다. 때는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고 생각보다 추워 영 마음에 안 드는 전형적인 이른 아침, 장소는 맨해튼. 내가 참여할 프로그램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나같이 관심 있는 사람들도 참가비 190달러를 내면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가끔 강제적인 일부일처제는 남녀 평등주의의 문제이며 여성에게 성적 자주성이 주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여성의 자주성은 있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런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보통 일부일처제와 불륜이 대체 남녀 평등주의와 무슨 관계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바람피우는 여성을 향해 ‘망가진 여자’, ‘이기적인 여자’, ‘창녀’ 또는 ‘나쁜 엄마’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소위 남녀 평등주의자라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주제에 대해 얘기를 꺼낼 때 들을 수 있었던 가장 흔한 반응은 “왜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죠?” 그리고 “당신 남편은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요?”였다. 늘 호기심 내지 비난조였으며, 이런 질문들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여성의 불륜 문제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적어도 내가 ‘잡년의 대리인’이라는 의미였다.


공공연한 동성애자이자 섹스 및 남녀 관계 전문가 댄 새비지(Dan Savage)는 일부일처제하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용인하는 ‘모노게미쉬(Monogamish)’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새비지는 일부일처제는 아주 고약한 제도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성애자들 덕에 비일부일처제가 이성애자들을 위한 세련된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일부일처제가 쌓아 올린 공고한 집을 대체 어느 정도 손봐야 하는 걸까?


검색창에 찍힌 욕망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우리는 왜 합의된 비일부일처제라는 주제의 워크숍들을 열고 또 그런 워크숍에 참석하게 된 걸까? 왜 합의된 비일부일처제가 중요한 주제가 된 걸까? 합의된 비일부일처제 연구가이자 역사가인 엘리자베스 셰프(Elizabeth Sheff)에 따르면, 의도적인 비일부일처제 실험들의 ‘제1 물결’이 일기 시작한 건 낭만파 시인들에 의해서였고, 그것을 다듬은 게 초월주의자들이었다. 초월주의자들은 그룹 생활과 그룹 섹스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 그걸 실험적인 여러 공동체에서 실현시켰다.


비일부일처제가 우리에게 매력적인 것은 일부일처제가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일반사회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분의 4가 불륜은 ‘늘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2013년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1,500명이 넘는 응답자들 가운데 91%가 불륜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사회여론조사와 다른 대표 표본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평생 20~37.5%의 미국인들의 불륜을 저지른다고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남성의 60%와 여성의 50%가 ‘결혼 기간 중 배우자 외의 다른 사람과 섹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체 우리는 왜 그걸 지켜야 하는가?

그래서 부부들의 가장 흔한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불륜을 꼽고 있다. 일부일처제가 그리 지키기 힘들고 우리에게 그리 잘 맞지도 않는다면, 대체 우리는 왜 그걸 지켜야 하는 걸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히 오랜 기간 이 문제를 연구한 인류학자들은 일부일처제 결혼은 우리 피 속에도 없고 DNA 속에도 없다고 말한다. 일부일처제는 비교적 근래에 생겨난 것이고, 불완전하며, 현재의 생태학적 환경 안에서 동반자를 찾고 아이들을 양육하기에 좋은 방식일 뿐이다.


여성은 가짜 오르가슴을 흉내 내면서까지 위안과 안전을 더 원한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성욕 문제에 관한 한 여성들은 그간 사기 당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섹스를 밝히는 여성들

오랜 관계는 성욕에 치명적이다

오랜 파트너와의 결혼생활에 불만족스러워하는 여성 1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메아나는 여성들의 낮은 성욕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보통 낮은 성욕이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어쩌겠어요? 어차피 남자가 여자보다 성욕이 더 강한데.”


메아나는 그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오랜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뭔가 다른 원인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녀는 배우자 또는 오랜 파트너와의 익숙함이, 그러니까 이미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들에게 특히 반감을 준다는 걸 알게 됐다. “장기적인 관계가 여성들의 성욕에 장애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외식하러 나가기 위해 옷을 고를 때 오랜 관계를 맺어온 남성 파트너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메아나는 말했다.


“오랜 관계는 여성들의 성욕에 특히 장애가 된다.” 나는 이 말을 머릿속에서 소리 나는 구슬처럼 이리저리 굴렸다. 이 생각은 영 불편했다. 어쨌든 메아나의 이런 얘기는 내가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얘기, 그러니까 여성이 성욕을 느끼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친밀감과 익숙함이 필요하다는 얘기와는 상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성욕에 대한 메아나의 재해석은 직관적인 측면에서 일리가 있었다.


위험한 ‘불륜 해결책’

알리시아 워커는 해킹사건으로 2015년에 폐쇄된 기혼자 데이트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가 캐치 프레이즈였다)의 여성 이용자 46명을 인터뷰해 여성의 불륜과 관련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오랜 인식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가장 놀라운 건 워커의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대부분 현재 파트너 관계에 만족한다면서, 자신들의 불륜은 순전히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새로운 남편을 찾으려는 것도 아니고, 정서적 연결이나 동반자 관계를 찾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성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 또는 파트너 관계를 끝내고 싶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론 또 멋진 섹스를 원하는 딜레마를 끝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해에 걸친 성적 박탈감과 불만족, 그리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려는 몸부림 끝에 여성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 여성들은 ‘교전 수칙’도 분명했다. 감정이 결여된 남성들이나, 섹스보다 관계를 원하는 것 같은 남성들은 피했다. 그들은 이미 파트너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래서 그 외의 관계는 단순하고 순전히 섹스 중심이기를 원했다. 이 여성들은 관계가 너무 깊어지기 시작하거나 새로운 섹스 파트너에게 설렘 내지 흥분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미련 없이 그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섹스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만일 상대가 너무 나가려 한다면? 워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여성들은 상대가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떠납니다.” 이미 자신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편이나 파트너를 둔 상황에서, 불륜 관계에서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어 하진 않는 것이다.


그럼 왜 결혼생활이나 파트너 관계를 끝내버리진 않는 걸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이 자기 파트너를 사랑하며, 그래서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고 했다. 섹스를 못 하거나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것 빼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얘기다. 어떤 여성들은 자기 애들의 삶과 일상을 깨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어떤 여성들은 이혼은 그 대가가 너무 큰 일이라고 했다. 여성들이 다른 남성들과 이런 식의 ‘공존 관계’를 맺는 것은 자극적인 성적 흥분 속에 섹스를 즐기면서 동시에 파트너와의 관계도 그대로 유지하는 아주 ‘실용적’이며 ‘독창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혼은 곧 양육권 문제, 금전적 어려움, 사회와 가정의 지지 상실 등을 의미할 수도 있다. 워커의 공식에 따르면 이렇다. “이 여성들은 또다시 결혼에 운을 걸어보려 하진 않으며, 그래서 굳이 자신이 현재 쥐고 있는 손을 내치고 그보다 못한 손을 잡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이 여성들은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추구함으로써, 여성은 남성만큼 섹스에 관심이 있지도 섹스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믿음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들은 섹스가 아니라 감정적 연결을 원하고, 일단 다른 남성과 사랑에 빠질 경우 필연적으로 결혼생활이 파탄 나게 된다는 믿음 또한 잘못된 것임을 입증해 보였다.



힘바 족 여성들

정숙한 귀부인은 원래부터 없었다

힘바 족은 사막 같은 환경의 외딴 지역에 들어가 니미비아 정부의 보호 하에 고립된 채 살고 있다. 이들은 외부인들에게 사진 촬영을 허락한다든가(가끔은 돈을 받고) 슈퍼마켓에 가 쇼핑을 한다든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변화에도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또한 힘바족 여성들은 자신의 피부와 길게 땋은 머리에 ‘오티제’를 바르는데, 이는 향긋한 허브와 유지방, 오커 (그 지역의 흙에서 나오는 천연 미네랄)를 섞어 만든 오렌지색 혼합물이다. 오티제는 목욕하기 힘든 건조 기후에서 향균 작용을 하는데, 힘바 족 여성들은 이 혼합물이 자신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이 여성들은 오티제만 바른 채 가슴을 드러내고 다닌다.


다른 많은 인류학자나 성 연구가들과 마찬가지로, 스켈자 역시 그래서 이들의 불륜을 ‘커플 외 파트너 관계’, ‘다중관계’, ‘양자관계 외 관계’ 등으로 불렀다. 결혼한 힘바 족 남성이 가축들을 방목하는 목초지에 아내나 여자친구를 따로 두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 야영지에 남아 있는 많은 힘바 족 아내들 역시 남편이 멀리 나가 있는 동안 따로 연인을 둔다. 불륜이 이들의 보편적인 문화라는 걸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1980년대부터 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1998년 <뉴요 타임스>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들의 문화에서 간통은 공공연한 일이며, 불륜을 금지하는 문화적 장치나 규율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남성의 불륜만 용인되는 다른 많은 사회와는 달리, 힘바 족 여성들은 자신의 불륜에 대해 비교적 당당하다. 힘바 족의 경우 여성의 불륜은 여러 면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스켈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가 여성의 ‘간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에 익숙하지만), 힘바 족 여성들은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고 이는 통계수치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 세계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들, 특히 불륜을 저지르는 엄마들이 오히려 다른 여성들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산다.


우리는 그녀가 가진 것들을 가질 것이다: 오르가슴과 클리토리스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다른 많은 비인간 영장류 암컷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여성들은 앞쪽으로 향해 있는 아주 예민한 클리토리스를 진화시켜왔다. 예전에는 단순한 버튼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제 짜릿한 쾌감으로 향하는 초고속도로로 알려져 있는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열쇠(key)’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약 7~10cm 길이의 두 다리가 달려 있으며, 해부학적 · 생물학적 관점에서 여성의 성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열쇠다. 클리토리스는 남자의 페니스만큼이나 크지만, 덮여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클리토리스 부분, 즉 음핵에는 8,000개가 넘는 말단 신경이 몰려 있어, 귀두라 불리는 페니스의 가장 예민한 부분보다 14배나 많은 신경 수용 세포들이 밀집되어 있다.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연속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여성은 남성처럼 불응기(조직이나 세포가 자극에 반응한 직후에는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짧은 기간 – 옮긴이)가 필요 없으며, 그래서 좀 더 오래 그리고 별 노력 없이도 계속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습니다.”《멀티-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 The Multi-Orgasmic Woman》의 공저자인 레이철 칼턴 에이브럼스(Rachel Carlton Abrams) 박사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사정하고 나면 끝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행위나 밀회 도중 느끼는 여성의 오르가슴은 변덕이 심하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자극이 주어질 때 덮개 밑으로 움츠러드는 클리토리스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오르가슴은 붙잡기가 쉽지 않다.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노하우와 연습이 필요하다.


초기 논문에서 허디는 이런 말을 했다. “임상적 관찰과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검토해본 결과, 연속적으로 멀티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여성과 주로 일회성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남성 파트너 사이에 당혹스런 부조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서 성관계를 통해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해서, 그게 암컷 특히 인간 여성의 오르가슴이 이성애자 한 쌍 간의 일부일처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진화 형태라는 주장들을 합리화시키긴 어렵다는 말도 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암컷이 여러 수컷들과 짝짓기 할 경우의 이점들을 감안한다면, 영장류 암컷들이 수백만년 넘게 연속적인 교미를 해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예측 불가하고 짜릿하며 지속적이면서도 누적적인 성적 자극에 대한 이 ‘가변적인 보상 시스템’ 덕인지도 모른다.


이는 절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허디에 따르면, 현재까지 비인간 영장류 암컷들의 오르가슴은 비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종들에게서 가장 많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현재 상황에서 여성들을 연구함으로써 여성 오르가슴의 진화나 성별에 따른 오르가슴 부조화를 설명하려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보다는 인류 이전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고대의 유산들이 인간의 진화와 인류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낙원에 사는 보노보들

우리의 살아 있는 조상, 보노보

패리쉬 박사는 세라 허디 및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과 함께 교육을 받은 영장류 학자로, 초창기부터 보노보 연구에 뛰어들어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학계에 보고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 그녀는 학계에 보고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 그녀는 영장류의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학계의 지배적인 관점에 정면 도전했다. 그러니까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날 때부터 (특히 남성들은) 갈등을 조장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있으며, 남성의 지배(영아 살해와 여성에 대한 성적 강요 등이 그 좋은 예)는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뿌리 깊은 유산이 됐다는 관점을 여지없이 깨버린 것이다.


보노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꼽으라면 아마 섹스와 관련된 관행들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을 하루 종일 어느 상대하고나 섹스를 하는 것 같다. 메러디스 스몰에 따르면, 1991년의 어느 날 300여 명의 영장류 학자와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있는 방에서 보노보들의 모습이 담긴 필름이 상영됐는데, 필름이 돌아간 지 몇 분이 안 돼 방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보노보들이 그 어떤 문화권의 인간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또 다양한 포즈로 섹스를 하는 광경에 거기 모인 모든 사람이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 창의성과 눈에 띌 정도로 왕성한 성욕, 그리고 아무 거리낌 없는 섹스 행위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스몰은 보노보들의 섹스 장면을 보면 “성적으로 가장 변태적인 인간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노보는 이른바 ‘수컷 회향광’을 가진 종으로, 수컷들은 자신이 태어난 집단에, 그러니까 친족들 속에 머물고 암컷들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근친 교배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분산된다. 혈연관계가 없는 파트너와 짝짓기 하는 게 종 전체와 각 보노보를 위해 좋은 일이지만, 암컷들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수컷들에 비해 평생 불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비인간 영장류들의 입장에서 암컷의 분산과 수컷의 회향광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수컷의 회향광이 곧 수컷의 지배라는 이 공식은 모든 비인간 영장류 종들에게 적용되는 걸로 보이며, 보노보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경우에도 분명히 적용된다. 침팬지 수컷들은 종종 ‘순찰’을 돌다가 혼자 배회하는 수컷 침팬지들을 살해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의 무리 안에서 침팬지 수컷과 암컷은 모두 어린 새끼 침팬지를 살해하며 서열이 낮은 침팬지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침팬지 암컷, 특히 서열이 낮은 암컷은 루이제가 보여준 이타주의적인 행동은 물론 그 어떤 위험 부담도 무릅쓸 여유가 없다.


그러나 보노보는 그렇지 않다. 보노보 암컷들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자신이 태어난 집단을 떠나지만, 패리쉬가 일찍이 말했듯 수컷들보다 먼저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또 워낙 자주 털 손질을 받아 어떤 암컷들은 털이 얼마 없기도 하다(동물원의 보노보들은 야생 상태의 보노보들과 거의 똑같이 행동하는데, 예외적으로 좀 더 오랜 기간 인간의 보호 하에 있었던 보노보들은 서로 좀 더 자주 그리고 더 열정적으로 털 손질을 해준다). 반면에 수컷들은 암컷들이 먼저 먹고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암컷들로부터 털 손질을 받는 경우가 아주 드물어 털도 많다. 이 두 가지 점, 그러니까 암컷들이 음식을 먼저 먹고 털 손질도 더 자주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패리쉬는 암컷들이 분명 다른 방식들로도 수컷들을 지배할 거라고 짐작했다.


보노보 암컷들은 어떤 수컷이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한다 싶으면 둘 이상이 연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컷들을 지배한다. 그리고 수컷은 오래지 않아 누가 지배자인지 깨닫고는 도전을 멈춘다. 그런데 주변에 친족도 없는 암컷들이 대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패리쉬는 그건 바로 섹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노보 암컷들의 경우 서로 마주보고 섹스를 하는 데다 클리토리스가 밖으로 삐져나와 있어, 다른 암컷들과 섹스를 해도 충분히 쾌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이 모든 걸 보고 있노라면, 보노보의 섹스 문화가 우리 인간의 원래 섹스 문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우리 인간 여성들이 이런 환경, 그러니까 여성들끼리 유대감이 강하고 여성들이 남성들을 지배하며 쾌락을 추구할 자유를 가진 세계에서 산다면, 섹스 풍속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페기 오렌스타인(Peggy Orenstein)이 자신의 저서《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에서 말한 것처럼 여성들이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모든 걸 남성들의 요구에 맞추려 하는 그런 섹스는 아닐 것이다. ‘명시적 동의’는 버네사 그리고리아디스(Vanessa Grigoriadis)가 자신의 저서《모호한 경계 Blurred Lines》에서 워낙 철저히 분석한 바 있는데 (누군가에게 차를 한잔 권하는 행위에 비유한 비디오를 통해 잘 알려졌다), 여성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그 명시적 동의는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섹스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이루어지고, 여성들이 곁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며, ‘여성의 파워’가 만물의 질서로 작용하는 세계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공격한다는 걸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바람피우는 여성 사랑하기

폴리아모리 교제 중인 유명 철학자

젱킨스는 내게 자신은 남자친구 레이와는 일주일에 하룻밤을 함께 지내고, 나머지 6일 밤은 남편인 조나단과 함께 지낸다고 했다. 세 사람은 공유형 구글 캘린더 사용에 아주 능하다. 젱킨스는 폴리아모리 관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조직적인 사고 덕이라고 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결혼 초부터 자신들은 비일부일처제를 원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 그러나 워낙 정확한 걸 좋아하는 젱킨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폴리아모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지자, 이 말처럼 적절한 말도 없었다. 젱킨스는 한동안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철학적인 방식으로 써볼 생각을 했으나, 종신 교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종신 교수가 되면 책을 쓴 뒤 받게 될 부정적인 관심을 어느 정도는 완화시켜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인정에 목마른 인간’이라 부르고 있고, 또 학창 시절 늘 올 A만 원했다.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넘어선 안 될 경계선을 넘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녀의 책은 2017년 초에 나왔고, 즉각 욕설과 모욕 그리고 비난과 협박이 시작됐다. 그녀 자신의 삶을 공개하자 그게 모든 질서, 그러니까 일부일처제를 흔드는 위협이 되었고, 그녀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대신 통제해주겠다는 폭력적인 협박들이 쏟아졌다. 그녀를 향한 그런 공격들 밑에는 일종의 특권 의식, 뭔가 신성한 권리가 훼손되어 그 권리를 원 상태로 되돌려놔야 한다는 감정 같은 게 깔려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폴리아모리를 추구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당신에게 해를 끼칠 행동을 해도 좋다는 걸 허락하려고 아주 열심히 일하는 거나 같다. 또한 폴리아모리라는 개방된 생활방식을 택한다는 것은 당신의 배우자나 오래 사귀어온 파트너에게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는 ‘삼각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경우 이해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형태의 폴리아모리든 따뜻함이 필요한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배울 수 있습니다.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울 수도 있고요. 공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죠. 하지만 따뜻함이란 건 배울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젱킨스가 이어서 말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그리고 보다 큰 의미에서 용서를 배워야 해요. 제 경우 분명하게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요. 그건 사회 변화와 사회 정의라는 게 꼭 대규모 정책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가 서로 어떻게 반응하고 통제하느냐에 대한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또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통제하느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젱킨스 같은 여성들이 자신에겐 일부일처제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로 마음먹거나, 드러내지 않고 비일부일처제를 따르기로 마음먹는 경우 그야말로 온갖 위협과 장애물들에 부딪히게 된다(그런 여성들은 가정이 불행해지거나, 이혼하게 되거나, 젱킨스처럼 갖은 수모를 당하거나, 육체적 폭력과 강간은 물론 살해를 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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