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자가 세다고요?

   
릴리스
ǻ
북센스
   
13000
2020�� 01��



■ 책 소개

 

성차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상담에 지친 당신에게 권하는
새로운 시대의 사주명리 이야기

 

이 책은 사주 상담가, 작명가, 타로 리더 릴리스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주명리학 이야기를 담아냈다. 릴리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채널 ‘릴리스의 방’은 현재 3천 명 가까운 팔로워가 구독 중이며, 특히 2030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첫 저서인 이 책에서 릴리스는 현대 사회에 맞게 사주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2030 세대가 그것을 실제 삶의 자원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꼼꼼하고도 시원하게 안내한다.

 

본격적인 사주 이야기 전에 ‘준비 수업’ 장을 통해, 독자 누구나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사주팔자(즉, 네 개의 기둥 여덟 글자)를 파악하고 자신이 무슨 ‘일주’이며, 어떤 오행(목, 화, 토, 금, 수)으로 이루어졌는지 알아볼 수 있게 했다. 1장은 타고난 우울과 결핍 등 사주에 관심 갖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할 만한 이야기, 2장은 가부장제 잣대에 의해 왜곡되어온 ‘여자 팔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3장은 사주 상담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연애 및 결혼에 대한 다양한 조언, 4장은 나와 너무나 달라서 싫은 사람 또는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기질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물 탐구, 5장은 저자만의 성평등한 작명 철학, 6장은 일반인이 사주 상담에 임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상식들을 모았다.

 

■ 저자 릴리스
페미니스트 명리학자, 사주 상담가, 작명가, 타로 리더. 우울하고 막막했던 시기에 사주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반드시 이 업을 해야 할’ 사주라는 끈질긴 설득에 입문하게 되었다. 남성 및 이성애 중심의 전통 명리학 해석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사주 상담을 하고자 한다. 그간 편협한 사주 해석에 염증을 느낀 2030 여성들과 성 소수자들이 저자의 공간인 ‘릴리스의 방’을 찾아 상담을 받는다.
*릴리스의 방 https://www.facebook.com/witchlilyth/

 

■ 차례
머리말_여자로 태어나 아까운 사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준비 수업 사주 풀이의 기본
1. 내 사주 세우기
2. 음양오행이란
3. 일간은 바로 나
4. 십성이란
5. 격국 잡는 법
6. 용신이란
* 태어난 국가 및 도시, 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하자
1장 평범하게 우울한 당신에게
1. 수가 많으시군요
2. 사람은 누구나 없는 것을 쫓는다
3. 인생이 운발이라니
4. ‘노오력’이 부족합니까?
5. 없으면 있는 척
* 그래도 결핍을 대면하는 자세

 

2장 ‘여자 팔자’ 다시 쓰기
1. 여자 팔자 중 가장 나쁜 사주 : 무관 사주
2. 남자는 관, 여자는 재라고?
3. 사랑받는 아내라는 팔자 : 관인 구조
4. 남자 많은 여자 : 관성의 재해석
5. 여자의 시간만 훔쳐가는 생애 주기
6. 팔자가 센 여자 사주들
* 뿌리 깊은 차별, 전통 명리학

 

3장 인연의 명리학
1. 피해야 할 여덟 가지 남자 유형
2. 결혼을 늦게 해야 하는 사주
3.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사주 : 승도지명
4. 자녀의 사주를 알아야 하는 이유
5. 그놈의 남편 복
6. 궁합을 봐야 하는 진짜 이유
7. 폴리아모리는 편재적 행위 : 재성
8. 연애 운을 현명하게 쓰는 법
9. 좋은 시기에 만난 사람이 좋은 인연
10.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11. ‘입덕’도 사랑으로 쳐주나요?
* 친구는 끼리끼리

 

4장 저 사람은 왜 저럴까?
1. 거짓말과 약속
2. 이제는 신살에 대한 대접이 바뀔 때
3. 도화는 관종의 기운
4. 당신은 카리스마형 리더 : 괴강살
5. 최악의 흉살, 백호대살의 진실
6. 경쟁심은 비겁의 힘
7. 인성의 부작용
8. 상관은 진짜 흉신일까?
9. 달라서 싫은 사람
10. 운명의 부익부 빈익빈
* 스님 괴담

 

5장 작명 이야기
1. 릴리스의 작명법
2. 성별에 따라 한자가 달라지는 성명학의 성차별
3. 개명과 개운법의 효과
4. 예쁜 이름 지어주는 작명가
* 성씨는 원래 어머니의 것

 

6장 알고 가는 사주 상담
1. 사주 상담을 대하는 이상적인 자세
2. 사주는 몇 살부터 보는 것이 좋을까?
3. 사주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4. 사주 상담이 안 맞았나요?
5. 상담가도 사람이다
6. 세상의 모든 운명학
7. 질문을 준비해 오라
* 실력 없는 역학 상담가를 피하는 법 

 




내 팔자가 세다고요?


사주풀이의 기본

내 사주 세우기

사주를 보는 방법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명리의 달력인 만세력 버전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전의 역술인들은 두꺼운 종이책 만세력을 끼고 다니며 열심히 책장을 넘겨서 사주를 찾았으나 근래에 와서는 대부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많은 책들에서 클래식한 방법으로 사주를 세우는 방법을 설명하지만, 이 책에서는 복잡한 과정은 모두 생략하고 간단히 만세력 앱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IT 기술의 발달 혜택이 명리학에까지 닿아서, 이제는 자신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만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사주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음양오행이란

앞의 과정을 거쳐 사주를 세웠다 해도 낯선 한자 여덟 개를 눈앞에 두고 여러분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자, 봐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사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글자들이 지닌 의미를 알아야 하는데, 그 의미들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대한 이해다.


음양오행설은 명리의 기본이자 만물이 생장하고 소멸하는 기운을 상징적으로 도식화한 이론으로, 서로 끊임없이 대립하며 변화하는 음(陰)과 양(陽)의 성질, 그리고 이 세상을 이루는 다섯 가지 질료에 해당하는 오행(五行)의 조합이다. 원래는 음양오행설의 이치와 그것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책 한 권은 족히 쓸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명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 책에서는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집고 넘어가려 한다. 더 전문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은 따로 명리 이론서를 읽을 것을 추천한다.


음과 양

음(陰)의 에너지는 어둡고, 차갑고, 부드럽고, 정적이며, 소극적이고, 종결하는 상태를 대표한다. 반대로 양(陽)의 에너지는 밝고, 뜨겁고, 단단하고, 활동적이며, 적극적이고, 시작하는 기운이라 볼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천차만별이라 사주에 따라 음기(陰氣)가 유독 강한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양기(陽氣)가 강한 사주를, 또 누군가는 음양(陰陽)이 적절히 섞인 중립적인 사주를 가졌을 것이다. 음양의 기운이 어느 한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일수록 겉으로도 쉽게 식별이 가능한데, 아주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사주에서 음기가 매우 우세한 사람은 차분한 성격과 조용한 목소리, 신중한 태도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양기가 압도적인 사람은 힘이 넘쳐서 목소리와 몸짓이 크고 시끄럽게 말하는 경향이 있으며, 성급하고 활동적인 편이다.


오행의 특징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이 다섯 가지를 오행(五行)이라 부른다. 자연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들로, 요일이나 행성의 이름도 오행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처럼 거의 모든 곳에 음양오행의 법칙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주의할 점은 오행을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그 물질이 뜻하는 성질에 해당하는 상징성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목(木)이 상징하는 것은 봄과 아침, 어린아이, 푸른색, 성장 욕구와 의지이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앞에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은 천진하고 무언가를 늘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사주에서 목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일상적으로 의욕이 넘치고 분주한 경우가 많다. 주도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든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행동도 정형적인 목 기운의 행동이다.


화(火)는 여름과 정오, 청년, 붉은색, 자신감과 열정, 다혈질 등을 상징한다. 그래서 화 기운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밝고 다정다감하며 활기찬 편이고, 타오르는 불처럼 발산하는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에 욱하는 성질이 있을 수 있다. 타인을 대하는 예의와 따뜻함도 화 기운에서 나오기 때문에 화 기운이 발달한 사람들 중에는 예의 바른 이들이 많다.


토(土)는 계절의 끝인 환절기, 중년, 황색, 믿음과 중용, 고집과 끈기를 뜻한다. 토는 유일한 중립오행이기 때문에 다툼 및 변화나 변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토가 발달한 사람은 과묵하고 진중한 타입이 많고, 타인에게서 신뢰를 쉽게 받는 장점이 있어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지만 묵묵히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의지가 되는 친구 같은 느낌의 오행이다.


금(金)은 가을과 장년, 흰색, 옳고 그름을 가리는 성향, 비판과 냉정함, 결단력, 실행력, 결과 추구 등을 대표하는 오행이다. 그래서 금의 사람들은 의리가 있고 기억력이 뛰어나며 논리적이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고 헛발질을 하거나 명분이 없는 것을 싫어한다. 금은 오행 중 가장 강하고 날카로운 성질을 가졌으며, 이성적인 사고와 무언가를 결정하고 결과를 거두는 일, 시비를 가리거나 그릇된 것을 처단하는 행위 등이 금 기운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수(水)는 겨울과 노년, 검은색, 지혜와 생각, 본능과 생명을 나타낸다. 물은 형태가 없는 물질이기 때문에 다른 오행들보다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아래로 흐르는 물의 특성으로 인해 겸손함을 보여준다. 수(水)의 사람들은 조숙하며 순발력이 뛰어나고 생각이 깊은 동시에 책략가처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오행이므로 일반적으로는 고도의 전략을 짜야 하는 지능을 요하는 직업군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동시에 종교 및 영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종교인 및 역술인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오행이다.


십천간

위에서 설명한 음양(-, +)과 오행(木, 火, 土, 金, 水)을 곱하기 하여 만들어낸 +木, -木, +火, -火, +土, -土, +金, -金, +水, -水에 각각 대응되는 글자들이 십천간(十天干)이다.


이 글자들은 사주에서 윗줄, 즉 하늘의 기운을 뜻하는 ‘천간(天干)’의 자리에 들어가게 되므로 십천간이라 불리며 오행이 각각 음양과 짝지어져 5×2=10개가 되었다. 읽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아랫줄인 지지(地支)에는 우리에게 띠로 익숙한 12간지의 한자들이 들어간다. ‘12지지’라 불리며 찬간의 글자들과 한자의 생김새는 다르지만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천간과는 달리 지지의 글자가 10개가 아닌 12개인 이유는 아래 도표에서 확인이 가능하듯 토(土) 오행이 2개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립오행인 토는 각 계절의 마지막을 닫고 새로운 계절을 여는 역할을 하는데, 4개의 계절로 인해서 지지의 토 오행의 개수도 4개가 되었다. 그리하여 12지지는 완벽하게 12개의 월(月)에 대응된다.

‘여자 팔자’ 다시 쓰기

여자 팔자 중 가장 나쁜 사주 : 무관 사주

온라인에 떠도는 명리에 대한 정보들 중에는 낭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내가 유독 괴로운 순간은 관성이 없는 여성은 남자랑 인연을 맺는 게 힘들고 남편도 없다는 식의 단순무식한 통변을 접했을 때다. 사주에 글자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삶에서 그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있으면서 상태가 좋지 않은 것보다는 깔끔하게 없는 쪽이 나은 경우도 있다. 아예 없는 것은 그 부분의 부족함과 미약함을 상징할 수 있으나 있으면서 망가진 것은 평생에 걸쳐 인격이나 건강, 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관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나 있는 관성이 고립되어 있거나 깨져 있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무관성 사주가 낫다.


관성은 그 옛날 ‘관직에 나아간다’는 표현에 해당되는 그 관이다. 즉, 안정적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으며 명예가 있는 직업을 의미한다. 한국은 아주 옛날부터 관의 나라였고, 성리학과 유교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그 체계가 더욱 공고해졌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자유로운 식상의 시대로 바뀌었다 한들 그것은 SNS의 발달 현상과 극소수의 유명한 예술가나 연예인들의 경제활동에나 적용되는 이야기일 뿐, 한국은 여전히 관성의 사회가 맞다. 대표적인 식상의 사회인 미국이나 똘레랑스의 사회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악동 이미지에 트러블 메이커인 연예인들도 인기를 유지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상에 있는 연예인일지라도 관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함으로써 구설수에 오르면 추락하는 건 한순간인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특히 여성 배우나 가수들은 외모가 조금 망가져도 자기 관리를 못한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열애설만 터져도 광고주들이 외면하는 등 식상을 사용하여 성공한 연예인들에게조차 관성을 요구하는 것이 한국 사회다. 만약 패리스 힐튼이나 나오미 캠벨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욕만 먹다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책임과 의무, 권리가 모두 함께 주어지는 감투를 쓰고 관복을 입는 바로 그 ‘관’이 없는 무관 사주들은 위계와 서열이 엄격한 조직 생활을 견디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무관 사주가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성이 있는 사람보다야 고통과 인내가 더 따르곤 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유형의 사주보다 생존이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관 사주는 다수의 사람들이 따르고 복종하는 보편적인 룰에 까닭 없이 순응하지 않는다. 다들 굳이, 또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어떤 규칙들에 대해서 ‘대체 내가 그걸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거나 자신의 기준에서 합당치 않다고 여기면 쉬이 스킵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무관 사주인 사람에게 어떤 일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무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남들도 다 하기 때문에 너도 따라야 한다’가 아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 남성들이 무관 사주 여성을 공포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부장제가 굳건한 사회에서 식민지 남성성에 절어 있는 한국 남성들에게는 순순히 전통적인 여성상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신이 대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를 묻는 무관 사주 여성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 요소이자 아내로 삼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이는 대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세간에 퍼져 돌아다니는 무관사주 여성에 대한 몇 가지 설들을 어디 한번 짚어볼까?


남자 복이 없다. 사주에 남자를 의미하는 관이 없으니 인생에 남자가 없다.

응, 시작부터 헛소리임을 밝히고 넘어간다. 그래, 물론 누군가에게는 남자가 관일 수도 있다. 그래도 헛소리인 것은 변함이 없다. 이것은 무관 사주의 당사자인 내가 보증한다. 왜냐하면 역술인들이 연애 운을 가늠하기가 가장 힘든 사주가 바로 무관 사주이기 때문이다. 언제 생길지, 얼마나 생길지 대중이 없다. 아예 없을 수도 있고, 늘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유명하다 하는 사주 상담가 선생님들께 내 사주를 보여준 적이 몇 번 있으나 그들 중 누구도 나의 연애 운을 정확하게 맞힌 사람이 없었다. 일부러 내 연애 히스토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떠냐 물으면 다들 앵무새처럼 ‘이 사주는 좋은 남자 만나기 힘들고, 아예 남자랑 인연을 맺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만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나는 10대 때부터 최근까지 거의 1년도 쉰 적이 없이 평생 연애를 해온 사람이고, 주변에 나보다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내가 사귀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직업을 가졌고, 나에게 헌신적이었다. 여성의 관성을 남자로만 해석하면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한다.


남자를 보는 눈이 없다.

가능성 면에서는 맞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무언가가 없다는 것은 정해진 형태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상형이 없다는 말이 된다. 이상형이 없으니 애인을 사귈 때 특별히 정해진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 말은 곧 사람이 순수하다는 의미도 된다. 조건을 우선으로 따지는 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관이 발달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이상형이 없으니 느낌이 끌리면 만나고, 그러니 여러 유형의 사람과 사귈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남들이 보기에 별로인 사람이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으면 무관 사주는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만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때론 남들 입장에서 보는 눈이 없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즉, 무관 사주이기 때문에 만나는 남자마다 다 별로거나 보는 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뒤집어 해석함이 옳다.


남자를 존경하지 않고 우습게 본다.(그래서 좋은 남자를 못 만난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박장대소를 한다. 그러고 나서 한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먼저 던진다. 대체 왜 여자가 남자를 ‘존경’해야 하는지 말이다. 마치 남자는 남자로 태어났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여자에게 존경받아야 하는 게 당연해서, 그 당연한 걸 지키지 않는 무관 사주 여자 너는 벌을 받을 것이다, 뭐 그런 느낌이라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2019년에도 상기시켜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성별에 관계없이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이나 존경할 부분을 지닌 사람과 가까운 친구나 연인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품을 수 있지만 한쪽 성별이 일방적으로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은 정신개조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고추 달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여자들에게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가 과연 좋은 남자이긴 한 건지부터 생각해보자.


예의가 없고, 무질서하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관성은 직업 외에도 사람의 자기 제어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에서 화장하는 여자는 반드시 무관 사주다. 왜냐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얼마나 명리를 단식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물론 무관 사주가 관이 있는 사람보다 타인의 시선을 덜 신경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관 사주라는 특성 하나만으로 예의 없음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같은 무관이라는 조건이어도 사주는 그 모양새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귀엽고 조신해 보이는 정인격의 무관 사주일 테고, 누군가는 꼼꼼하고 계산적인 정재격의 무관 사주, 누군가는 화끈하고 기분파인 편재격의 무관 사주, 그리고 무관의 색채가 가장 짙은 상관격의 무관 사주도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성장 배경이나 교육 수준 등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관이 없다고 해서 무작정 제멋대로 구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다른 육친이나 오행이 관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혼을 많이 한다.

「명리 이론과 이혼의 상관성 연구」(장옥경,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2003)에 따르면, 무관 사주 여성이 이혼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라는 편견 가득한 예상과는 달리 관성이 있으면서 상태가 좋지 않은(고립되거나 깨진) 사주를 가진 여성 집단의 이혼율이 45.4%로 가장 높았다. 2위는 25.4%로 관성 과다 집단이 차지했고, 무관성 집단은 3위로 16.4%에 불과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덕성에 결함이 있다.

4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인데, 심한 경우 무관 사주를 마치 범죄자처럼 묘사하지만 이 역시 단식 판단 중의 단식 판단이다. 상담을 하며 무관 사주들을 다수 접해보면 단순함을 넘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순진한 이들이 많다. 심지어 무관 사주는 그 내적 자유로움에서 나온 허술함 때문에 치밀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어렵다.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잘하거나 더 나아가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오히려 관성이 있는 이들이다. 왜냐하면 타인의 평가에 관심이 없는 무관 사주와는 정반대로 관성이 강한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죽고 살기 때문에 어떻게든 남 앞에서 있어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솔직하지 않은 태도, 남의 속내를 지레 짐작하거나 남의 말을 여러 번 생각하고 뒤틀어 받아들이는 사고, 온통 거짓으로 포장한 리플리 증후군 같은 것도 무관보다는 오히려 관성이 나쁘게 발달한 쪽에서 찾아보기 쉽다. (관성 중에서도 아무래도 안정추구형인 정관보다는 인기에 목매는 편관이 강한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이다.) 관성은 통념에 지배를 받는지 여부만을 보여줄 뿐 명주의 도덕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직업이 불안정하다.

대체로 그러하나 어디나 예외는 있다. 이 부분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하세 적용된다. 무관은 직업의 정해진 형태가 없음이니 직업과 주거 변동이 잦고, 그로 인해 삶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무관 사주여도 호주나 북유럽에서 태어났으면 상대적으로 괜찮겠지만 국민의 노후 복지를 신경 쓰지 않는 한국에선 특히나 그렇다. 무관사주는 위계가 강한 조직 생활에 적응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예술가나 자영업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터 등이 흔하다. 운의 우호적인 흐름이 뒷받침되거나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지 않으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가 힘든 애환이 따르긴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을 대신한다고, 사람마다 필살기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무관 사주이면서 대학 교수인 내담자를 만난 적이 있다. 식상이 발달해 아주 총명한 명식으로,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사주에 사회적 명예를 의미하는 관성이 없어도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관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또 직장인이 아닌 연예인이나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아티스트의 경우,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만 잘 갖추고 있다면 관성이 없는 것이 그리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무관 사주가 대통령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의 모든 무관 사주들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보며 힘내자.



인연의 명리학

궁합을 봐야 하는 진짜 이유

이혼율과 ‘성매수남’(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비율이 높은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의뢰하는 여성들 중 다수가 불안한 마음으로 약혼자가 미래에 변심 또는 외도 가능성이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질문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 답답해진다. 물론 상대방의 성향과 운의 흐름을 통해 대충 짐작은 가능하지만, 누군가는 그 시기를 잘 넘기고 누군가는 걸려들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이 수십 년 뒤에 변하는 1%의 가능성까지 내가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며, 더욱이 관계란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것임을 망각한 듯 보이는 이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불확실한 마음의 변화보다는 그 사람이 원래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궁합을 보는 편이 낫다.


사람들은 타인, 특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를 한번 돌아보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관계가 틀어지면 뒤에서 흉을 보고 못된 짓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연인이나 배우자라고 다를 것도 없다. 그러니 그 누구도 어떤 사람을 속속들이 다 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만 타고난 천성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는 사는 동안 성격과 가치관 등이 변할 확률이 여자보다 더 낮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사주를 보는 것이다.


남자의 과거는 곧 그 남자의 미래나 다름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신년 계획을 세우고, 며칠이 지나면 사람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조차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 자신도 변화시키기 어려운 마당에 남을 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어렵사리 변한다 한들 그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니 괜한 수고를 할 생각 말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람을 골라야 한다.


내가 결혼 전에 상대방의 사주를 꼭 볼 것을 권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나도 상대방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원래는 벽처럼 과묵한 성격이었던 사람도 급사랑에 빠지면 잠시 동안은 애인 앞에서 수다스러워지거나 애교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을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호르몬의 미친 장난질에 의해 과잉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원래 안 하던 짓을 평생 지속하면서 살지는 못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만남 초반의 설렘과 특별함이 사라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도 상대방의 모습이 충분히 내게 어필할 수 있어야 그 사람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법이다.


진지하게 관심 가는 사람이 있다면 티내지 말고 일상적으로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관찰할 것을 권한다. 평소 남들에게 예의 바른 인물인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특히 약자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떤지 말이다. 이미 만나는 중이고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주뿐 아니라 과거사까지도 반드시 알아야 나중에 가서 후회할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어떤 인간관계든 반드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있지만, 모든 관계에서 그 주고받음의 양이 공평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친구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 한 사람의 조건이 월등하게 좋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굉장히 잘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주로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더 부러워하고 인복이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명리학적으로도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관계의 궁합은 보통 받는 쪽이 주는 쪽에게 더 도움이 되는 사주일 확률이 높다. 즉, 둘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만족도가 베푸는 쪽에게 더 크기 때문에 자연스레 베풀게 되고, 그것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 사이 주고받음의 균형은 어떻게든 맞춰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만족 없이 주기만 하는 관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연인 관계에서도 더 원하는 쪽이 적극적인 것이 당연하고, 더 사랑하는 쪽이 을이 되는 것을 비참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이유도 그 만남을 통해 얻어진 기쁨이 그에게 더 큰 까닭이다.


몇 년 전, 내가 본 궁합 중 상위 1%에 드는 커플을 상담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마치 서로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안 맞는 부분이라고는 거의 찾아낼 수가 없는 궁합이었는데, 실제로도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지만 남자 쪽 집안에서 결혼을 극심히 반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남자의 직업이 여자의 직업보다 조금 좋은 편이라는 것 단 하나. 남자의 부모는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비슷하거나 더 좋은 직업을 가진 여자와 선을 봐서 결혼하길 바라는 사람들로, 여자를 인격적으로도 상당히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들의 궁합은 남자 쪽에서 훨씬 이득을 보는 조합이었다. 남자가 가진 약점과 부족한 부분을 여자의 사주가 모조리 채워주고 있었으며, 남자의 사주는 그 누구에게도 남편감으로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사주였다. 여자는 이미 결혼운에 진입해 그 남자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곧 결혼을 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남자는 그 시기, 그 여자가 아니면 최소 50~60대까지 홀로 늙을 팔자였으니…… 사정도 모르고 아들 팔아 장사하려는 부모가 남자를 총각귀신으로 만들 것이 분명했다.


이 커플 역시 사람들의 눈에는 더 좋은 직업과 더 높은 수입을 가진 남자에 비해 여자가 기울어 보였겠지만, 명리학자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끌림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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