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ǻ
메디치미디어
   
16000
2018�� 06��



■ 책 소개

 

글쓰기를 배운다는 건 내 삶을 잘 살고 싶다는 것

 

저자 강원국은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한 이래로 지금까지 1,000회가 넘는 글쓰기 강연을 하고,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2,0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첫 책 출간 이후 말과 글에 관해서만 생각하며 살아온 셈이다. 앞서 쓴 두 책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가 두 대통령과 기업 리더들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 그리고 소통에 관한 책이라면, 이번 책 《강원국의 글쓰기》는 28년간 암중모색과 고군분투 과정을 거쳐 얻은 저자의 글쓰기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글쓰기 3부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곧바로 자기 글을 써야겠다는 강력한 동기가 생겨날 수 있도록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100권 가까이 읽으며 그 내용을 이 책 구석구석에 녹여냈다. 한마디로 글쓰기 책의 큐레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 쓴 원고 하나하나는 두 시간짜리 강의 내용이기도 하다. 모두 읽으면 100시간 강의를 듣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저자 강원국
저자 강원국은 남의 글을 쓰다가 남의 회사를 다니다가 우연히 출판사에 들어갔고, 난데없이 베스트셀러 저자가 돼서 지금은 저자 겸 강연자로 살고 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쓴 건 아니었다. 30대 중반까지는 증권회사 홍보실 사원으로 열심히 저녁 약속을 쫓아다녔다. 대우그룹 회장의 연설을 쓰다가 김대중 정부 때 연설비서관실로 옮겼다. 그리고 운명처럼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맡았다. 지금도 책에 서명을 할 때에는 ‘김대중처럼 노무현같이’를 즐겨 쓴다. 누구처럼 누구같이 살고 싶었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지금은 그냥 글 쓰는 사람 강원국으로 살고 있다.

 

걸출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다 보니 평생 신경성 위염을 달고 지냈다. 글쓰기로 지식 자작농을 이룬 뒤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어떻게 써야 창피는 안 당할지, 어떻게 써야 괜찮다는 소리를 들을지 궁리하는 것 하나는 일등이다.

 

이 책은 그 궁리의 상처들이자 축적물이다. 결론은 ‘투명인간으로 살지 않으려면 내 글을 써야 한다’는 거다. 이 책에 그 헤아림과 방법에 관한 내 생각을 담고자 했다. 이제는 나답게, 강원국답게 살아간다.

 

■ 차례
책을 펴내며

 

1장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내가 방송에 나가도 되는 이유: 글쓰기는 자신감이 절반
방전된 배터리로는 시동을 걸 수 없다: 문제는 욕심이다
아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글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안도현, 안정효처럼 쓰고 싶다면: 글쓰기 동기부여 방법
글 쓸 때 안경을 쓰는 이유: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
토하기 일보 직전, ‘한 병 더’를 외치는 친구: 그래도 글이 안 써지면

 

2장 남과 다른 글은 어디서 오는가
내 친구는 어떻게 고위 공직자가 됐나: 창의가 만들어지는 길목
나는 딴짓이 더 재밌다: 아는 게 없으면 보는 것으로 쓴다
평소 쓰기 위한 네 가지 도구: 독서, 토론, 학습, 메모
호기심 많던 어린아이는 어디 갔을까: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
눈 옆에 경련이 일었다: 잃어버린 감정을 찾아서
웃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 재미없는 글은 왜 쓰는가
당신의 아내 세상에서 몇 번째로 예쁩니까: 생각이 잘 나는 15가지
편의점 남자를 보고 왜 눈물이 핑 돌았을까: 당신의 공감 수준은?
절박함은 방탄유리도 뚫는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모방하자

 

3장 쓸수록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소설 목차를 보며 가슴이 뛰었다: 구성요소를 알면 글이 써진다
내가 운전할 때 아내가 짜증내는 이유: 나만의 문체가 있는가
남북정상회담 위기를 이렇게 극복했다: 어휘력이 문제라고요?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과: 좋은 문장 쓰는 법
젖은 낙엽처럼 산다: 표현의 기술
말은 ‘거시기’가 통해도 글은 통하지 않는다: 문법 공부에 하루만 투자해보라
암 선고 받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몰입하는 여섯 가지 사례
순백의 뇌에 감사한다: 글은 기억과 상상의 산물
왼손잡이가 글을 잘 쓴다?: 뇌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얻은 글쓰기 팁

 

4장 실제로 글은 어떻게 쓰는가
두 사람을 울린 첫 문장과 끝 문장: 글의 시작과 마무리
하루키가 자동차 모델명까지 쓰는 까닭: 묘사는 눈에 그려지게, 귀에 쟁쟁하게
숙제하기 전이 가장 괴로운 법: 일단 써라
《대통령의 글쓰기》를 두 달 만에 쓴 비결: 말해보고 써라
영화 〈깊고 푸른 밤〉이 좋았던 이유: 글쓰기는 스토리텔링이다
글쓰기 고수와 하수의 차이: 쓰지 말고 고쳐라
세 가지 이유로 책을 못 쓰겠다는 분들께: 책을 쓰자
갈비뼈에 금 가며 얻은 것들: 온라인 글쓰기 어떻게 해야 하나
연애편지 뭉치의 행방은?: 이메일, 어떻게 보내야 할까

 

5장 사소하지만 결코 놓쳐선 안 되는 글쓰기 환경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독자와 나누는 대화
그대는 글동무를 가졌는가: 함께 쓰자
원숭이도 셰익스피어가 될 수 있다: 시간·장소 사용법
나는 언제 죽어라고 일했나: 관계가 좋으면 글도 좋아진다
글쓰기 강의를 그만둬야 할 날이 오고 있다: 삶에서 배우는 글쓰기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말과 글로 행복하기

 

책을 마치며
더 읽을거리




강원국의 글쓰기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내가 방송에 나가도 되는 이유: 글쓰기는 자신감이 절반

간혹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온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나가도 되는 이유를 얘기해준다. 첫째, 생방송이 아니고 녹화라는 사실이다. 잘하지 못하면 편집할 텐데 무슨 걱정인가. 둘째, 당신이 할 만하니까 불렀다. 그들 판단을 믿으란다. 셋째, 시청률이 5% 넘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100명이면 고작 한두 명 본다. 넷째, 대본도 있으니 사전에 준비하면 된단다. 다섯째,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부족한 부분은 제작진이 도와줄 테니 걱정 말란다. 그제야 나는 자신감을 갖고 방송에 나간다.


글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쓰면 된다. 첫째, 쓰고 나서 편집하면 된다. 퇴고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둘째, 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셋째, 당신이 쓴 글에 다른 사람은 그다지 관심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 글에 크게 관심 없는 것처럼. 넷째, 자료 열심히 찾고 시간을 들이면 된다. 다섯째, 최선을 다해 쓰고 남에게 보여주면 된다. 글은 다른 사람 의견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내 안에 있는 쓸거리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를 찾아 헤맨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참고자료부터 뒤진다. 사방팔방 물어본다. 자기 안에 파랑새를 두고 구천을 헤매는 격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찾는 게 먼저다.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과도하게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 글이 안 써지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주어진 일을 그르친다.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불안이 뇌의 특정 부위를 긴장시켜 적절한 행동을 방해한다.


자신감이 필요한 세 번째 이유는 언제든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이 보여줄수록,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수록 글은 좋아진다. 눈치를 보면 절반은 진 것이고, 주눅이 들면 완패다. 써지지도 않을뿐더러 좋은 글이 안 나온다.


방전된 배터리로는 시동을 걸 수 없다: 문제는 욕심이다

일단 써놓고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100점 맞겠다는 욕심으로 1번부터 푸는 것은, 첫 문장부터 완벽하게 글을 쓰려는 마음과 같다. 그러면 부담만 커지고 신이 나지 않는다. 일단 찍어놓고 0점에서 시작해 조금씩 점수를 더해나가는 것은 재미가 있다.


글 쓸 때 욕심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자료에 관한 욕심이다. 읽다 보면 누더기 느낌이 나는 글이 있다. 억지로 꿰맨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찾아놓은 자료가 아까워서 꾸역꾸역 쑤셔 넣은 탓이다. 자료를 찾다 보면 더 찾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끝이 없다. 어느 지점에서 타협해야 한다.


아는 것을 표현하는 데도 욕심이 개입한다. 이 글에서는 이것만 써야 하는데, 저것도 안다고 말하고 싶다. 좀 더 멋있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 진도가 나가지 않을뿐더러 글도 나빠진다. 핵심에서 벗어나 중언부언하기 십상이다.



남과 다른 글은 어디서 오는가

내 친구는 어떻게 고위 공직자가 됐나: 창의가 만들어지는 길목

창의성은 글 쓰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다. 어떻게 창의성을 키울까. 첫 번째가 ‘융합’이다. ‘이연현상’이란 게 있다. 서로 관련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생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도 창의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 생각이 더 잘 나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재전유 현상도 체험할 수 있다. 나는 산책할 때 팟캐스트를 듣거나, 반신욕을 하면서 독서를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두 번째는 ‘숙고’다. 숙고는 통상 ‘사유’라고 말하는 생각의 형태다. 소크라테스도 공자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인류의 스승이 됐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나. 자기 안에서 솟구쳐 나오게 만드는 그 무엇, 즉 사유와 숙고의 힘 덕분이다.


세 번째는 ‘감성’이다. 일명 ‘두 줄 실험’이라는 게 있다. 밀폐된 공간에 줄 두 개가 길게 매달려 있다. 줄 두 개를 묶는 게 실험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두 줄은 양팔로 동시에 잡을 수 없도록 서로 떨어져 있다. 한 줄을 잡고 있으면 다른 줄이 잡히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가위를 주고 이어보라고 했다. 한 손은 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가위를 쥔 채 줄을 잡으려 했다. 실패했다. 실험실을 나온 그에게 잠시 다트놀이를 하며 놀라고 했다. 그런 다음 이번엔 망치를 주고 이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망치를 한쪽 끈에 묶어 흔든 후, 그 반동으로 되돌아오는 망치를 잡아 끈을 이었다.


이 실험이 일깨워주는 바가 있다. 놀이를 통해 느낌과 정서, 감정이 고양됐을 때 훨씬 더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지성보다는 감성이 창의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연결’이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것을 연상해내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1990년대 초 캐나다 맥길대학의 케빈 던바 심리학과 교수는 실험실 네 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곳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놀라웠다. 획기적인 발견이 나오는 장소는 실험실 현미경 앞이 아니었다. 실험실 사람들 간의 정기적 모임이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연결돼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연결이 없는 창의력은 상상할 수 없다.


다섯 번째는 ‘직관’이다. 이런 직관은 노련한 형사가 인상착의만으로 범인을 알아차리는 것, 야구선수가 쳐야 할 공과 치지 말아야 할 것을 순간적으로 선별해내는 능력이다.


직관은 생각해보지 않고 즉각적이고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직관에는 이성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냥 번쩍하고 떠오른다. 사유하지 않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 대신 설명하기 어렵다. 근거가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직관은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 경험이 중요하다.


평소 쓰기 위한 네 가지 도구: 독서, 토론, 학습, 메모

평소에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필요하다. 첫째가 독서다.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진 게 없으면 헛일이다. 독서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된다.


둘째, 토론 역시 생각을 만드는 필수 도구다. 주제를 정해놓고 하는 토론 말고도 회의, 토의, 대화, 잡담, 수다 등 말하고 듣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이 일목요연해진다. 또한 생각이 발전한다. 없던 생각도 만들어진다.


셋째, 학습이다. 배우는 것만이 학습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학습이다. 호기심과 문제의식만 있으면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다. ‘과연 저 사람 말이 맞을까’ 의문을 갖고 까칠하게 또 삐딱하게 들어야 한다. 내준 문제를 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끝으로, 메모다. 독서, 토론, 학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메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메모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잊히게 마련이다.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며, 훌륭한 글감이다. 무엇보다 메모를 해야 뇌가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한다. 뇌는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을 받아써주는 메모는 뇌를 격려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메모의 가장 큰 효용은 글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메모를 한다는 것은 언젠가 써먹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신과 하는 약속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글쓰기 재료로 써먹어야 한다. 그래야 메모한 이유를 뇌가 분명히 알아차려 다음에도 메모하려고 노력한다.


웃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 재미없는 글은 왜 쓰는가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우선 글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이 있다. 글과 함께 노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 써야 한다. 책상 앞에 앉기 전 망설일 때가 더 힘든 법. 마치 겨울 바다에 뛰어들까 말까 바닷가를 서성일 때처럼,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안온하다.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은 늘 글쓰기 전 상태이고 글쓰기가 항상 힘들다.


매일 쓰기 위해서는 글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육체미 도장에 다녔다(당시엔 헬스클럽을 그렇게 불렀다). 매일 역기를 들면서 무게를 조금씩 늘려갔다. 하루하루 가슴둘레를 쟀다. 역기 무게와 가슴둘레 수치가 그 힘든 일을 지속하게 만들었다.


꾸준히 쓰면 내가 쓴 글의 숫자가 늘어난다. 또한 이전에 쓴 글을 보면서 실력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다. 내가 블로그에 2년 전 쓴 글을 보면 마치 중학생이 쓴 것처럼 느껴진다. 그사이 질적으로 성 장한 것이다.


재밌는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가. 감각이 중요하다. 어느 글이 먹히는지, 어느 부분에서 독자가 재밌어 할지 아는 감각이다. 같은 소재로 글을 써도 이런 감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차이가 크다.


어떻게 해야 이런 센스를 키울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대화다. 즉각적인 반응에서 어떤 말이 상대의 호응을 얻어내는지 알 수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즐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감각으로 쓰면 된다.


감각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미있는 제재를 머릿속에 많이 넣고 있어야 한다. 《태백산맥》에는 ‘이념 대결’이란 제재가, 《장발장》에는 ‘누명’이란 제재가 쓰였다. ‘신분 위장’이란 제재는 《왕자와 거지》, 《춘향전》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제재는 글의 기본 요소다. 재밌는 제재를 많이 갖고 있으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


편의점 남자를 보고 왜 눈물이 핑 돌았을까: 당신의 공감 수준은?

글 쓰는 사람이 흔히 범하는 잘못 중 하나는 자신에게만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점이다. 내 지식과 글솜씨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의 절반만이라도 다른 대상에 할애해야 한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상황이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관찰, 질문, 학습, 조사로 대상을 파악한다. 궁극적으로는 대상에 푹 빠져야 한다.


나는 공감 수준이 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글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희망과 용기를 주고, 불의 앞에서 분노하고, 불합리나 부조리를 보면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를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공감 능력이 풍부한 사람의 글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쓰려는 대상에 눈높이를 맞춘다. 어린아이라면 무릎을 꿇고, 장애가 있으면 어깨 곁고 부축한다. 그뿐만 아니라 감탄, 환호, 비탄, 위무, 격려, 칭찬, 감사가 풍부하다.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일방적 주장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결코 움직이지 못한다. 스스로 만족할 뿐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의도를 보이는 순간, 독자는 한층 더 결사 항전의 투지를 불태운다.


마지막으로 대상이 처한 상황과 기대하는 바가 파악됐으면 그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까. 독서가 지름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작중 인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다. 책을 읽을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기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줄어든다. 누군가가 돼서 다른 이의 눈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다.


독서와 함께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세상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가까이 보면 아름답다. 사랑하게 된다. 들여다보면 그곳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있다. 이를 위해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보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글은 어떻게 쓰는가

두 사람을 울린 첫 문장과 끝 문장: 글의 시작과 마무리

글깨나 쓰는 사람은 시작하는 방법을 10여 개는 갖고 있다.


흔한 방식이지만,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글을 쓰게 된 동기, 쓰는 목적, 취지를 설명한다. 하고자 하는 얘기의 요점과 주제를 명확히 밝힌다. 논문이나 딱딱한 글에 적합하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화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좋은 소재는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도둑질한 일을 고백하는 것이다. 다만 ‘나’로부터 시작하되, 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로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시작과 끝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수미상관이다. 시작에서 암시만 하고 끝에서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고, 시작에서 쓴 말을 끝에서 반복함으로써 강조할 수도 있다. 수미상관을 잘 활용하면 독자에게 잔잔한 미소와 여운을 선물할 수 있고, 메시지를 각인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핵심 개념을 정의 내리는 것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개념, 용어의 뜻을 풀어주거나, 관련 이론과 트렌드를 소개한다. 정의를 내려놓고 시작하면 글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정의는 또한 글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수준까지 다룰지 정하는 역할도 한다. 정의하기에 따라 글의 방향이 정해지고 논의 수준이 한정된다.


뜬금없는 시작, 예상 밖의 시작도 좋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작은 피할수록 바람직하다. 하고자 하는 말에 복선을 깔아주는 방법도 있다. 독자에게 질문하거나 대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무슨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때론 마무리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시작은 만회할 기회라도 있지만 마무리에는 그것이 없다. 누구나 마무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나는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다섯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내가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주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를 마무리에서 어떻게 강조할까 고민한다. 둘째, 글의 시작과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 따져본다. 시작과 일맥상통하면 잘 쓴 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길게 쓰려는 충동을 억제한다. 마지막이 되면 글줄이 터지기도 하고,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은 노파심에서 장황해지기 십상이다. 주례사처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글은 최악이다. 넷째, 기발하게 끝내고 싶은 욕심을 자제한다. 독자의 박수를 받고, 심금을 울리겠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에너지 고갈을 핑계로 흐지부지 끝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친다. 용두사미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경계 대상이다.


숙제하기 전이 가장 괴로운 법: 일단 써라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첫 문장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제를 정하는 것으로 착수하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개요부터 짠다. 보고서같은 경우는 중간제목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모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일단 뭐라도 쓴다. 주제건, 첫 문장이건, 전하고 싶은 한 줄이건 상관없다. 생각나는 것을 쓴다. 물론 쓰다 보면 생각이 바뀌고, 처음 쓴 글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인가 써놓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 써놓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리 뇌는 일단 시동이 걸리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뭔가를 시작해야 비로소 해당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는 의욕을 만들어낸다. 뇌를 작동시키지도 않고 계속 미루면 끝내 못 쓴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다. 우리 뇌는 진행 중인 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끊임없이 생각하여 잊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실패한 일을 오래 기억한다. 언젠가 완수하기 위해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몇 줄이라도 써놓으면 뇌가 혼자 쓰고 있다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글을 매듭짓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문득 던져준다. 길 가다가, 다른 일을 하다가도 써야 하는 글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일단 써야 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쓸거리는 써야 나온다. 머리로 쓰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써야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쓸거리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고 쓰면 쓸거리가 생각난다. 처음 쓴 몇 줄이 실마리가 되어, 그것을 단서로 엉킨 실타래가 풀려나간다.


나는 인생에서 기회가 두 가지 통로로 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도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다.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그 일이 다른 기회를 가져다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단 한 줄을 쓰면 그다음 줄이 만들어진다. 쓰면 써지는 게 글이다.


영화 〈깊고 푸른 밤〉이 좋았던 이유: 글쓰기는 스토리텔링이다

내러티브는 사회생활의 기본 도구이자 생활양식이다. 인간은 육하원칙에 따라 일어난 사건을 구술하고, 자신이 본 장면을 묘사하며,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한다. 이처럼 내러티브는 생활 곳곳에 침투해 시시때때로 쓰인다.


어떤 이야기가 재밌고 감동적인가. 영화를 떠올려보면 쉽다. 재미있는 영화는 흔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맵고 짜고 신선하다. 갈등과 긴장이 있다.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깊이가 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빠져들게 한다. 결말에서 감정과 궁금증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려면 ‘선택과 배열’을 잘해야 한다. 첫째는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것은 자기 이야기다. 매일 겪는 일상 중에서 ‘재미’와 ‘의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잡아내보자. 재밌는 일이란 남들이 늘 겪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늘 하는 일은 재미없다. 재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감동을 주려면 의미가 필요하다. 의미는 느낌이나 깨우침을 준 일이다. 일화, 에피소드에 교훈, 시사점을 입히면 생생하고 살아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가 준비되면, 그다음은 배열이다. 좋은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혹시 그것 아세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같은 식이다. 그런 다음 독자가 한눈팔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구성이 치밀해야 한다. 좋은 이야기는 등장인물과 사건이 따로 놀지 않고 인과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고, 행동이 있으면 의도가 있다.


전개 또한 상투적이지 않아야 한다. 한국 영화를 보고 ‘외국 영화 같다’고 처음으로 느낀 영화가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이었다. 그전에 본 영화와 달리 이야기 전개가 빨랐다. 군더더기가 없고 반전이 있다. 전개가 상투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야기 방식인 내러티브가 좋다는 것이다. 같은 스토리도 내러티브가 좋으면 <깊고 푸른 밤>처럼 세련미가 넘친다. 


갈비뼈에 금 가며 얻은 것들: 온라인 글쓰기 어떻게 해야 하나

온라인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첫째, 왜 온라인에 글을 쓰는지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나는 나를 알리겠다는 목적을 갖고 썼다. 나를 마케팅하고 브랜드화하는 것이 온라인에 글 쓰는 목적이다.


둘째,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한 한 계량화해서 잡는다. 페이스북의 경우 좋아요 100개,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500명, 이런 식이다. 목표가 있으면 매일 쓰게 된다.


셋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세 가지 방법을 썼다. 비틀기(의외성), 돌려치기(반전), 바보 되기(가학)다. 마지막 웃기는 한 줄을 먼저 썼다. 이 한 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앞에 자락을 깔고 공을 들인다. 소설 작법을 주요 활용했다. 소설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가운데 먼저 배경으로 자락을 깐다. 시간적 ․ 공간적 배경을 그려줌으로써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상황과 환경을 떠올리고, 그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한다.


핵심은 인물이다. 사건 안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웃음 또는 감동을 준다. 이때 인물의 캐릭터가 관건이다. 독자가 인물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허당으로 정했다.


넷째, 일관성이다. 캐릭터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가장 중요한 일관성은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소재의 일관성이다. 나는 아내에게 혼난 이야기나 ‘글쓰기’에 관해 썼다.

▲독자에게 주는 효용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나는 여러 효용 중에 ‘재미’를 골라 주야장천 그것만 추구했다. 내가 읽었을 때 웃기지 않으면 올리지 않았다.


다섯째,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독자는 즉각적으로 감응하거나 응답할 수 있는 글에 반응한다. 온라인 독자는 다이제스트를 좋아한다. 정리해줘야 한다. 또한 패러디를 좋아한다. 아포리즘도 즐긴다. 명언이나 멋진 구절을 찾는다. 그 밖에도 랭킹, 유행, 영상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핫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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