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다카다 아키카즈(역:신찬)
ǻ
매경출판
   
12800
2018�� 03��



■ 책 소개

 

하루하루가 예민해서 힘들었던 뇌과학자가 경험으로 알려주는 섬세한 행복 실천법

 

그동안 남들에게 상처받았던 예민한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 자신을 더욱 잘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을 돕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 의사로, 심리학이나 정신과 전공의가 아니지만, 그동안 자신의 예민한 기질로 인해 고통받았던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 했던 시간, 예민함에 대해 이해했던 시간, 그리고 이를 인정하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았던 시간 등을 얘기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실험하고 체득하면서 효과를 본 마음 단련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보면 자신의 기질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민함이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예민함은 결국 섬세함이며, 자부심 넘치는 개성임을 일깨워준다. 민감함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은 후 “예민해서 행복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 저자 다카다 아키카즈
1935년 시즈오카현 출생. 게이오기주쿠대 의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 의학박사를 받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주립대 조교수, 하마마츠의과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혈액학, 생리학, 대뇌생리학 전문이다. 일본생리학회, 일본혈액학회, 일본 임상혈액학회 평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방송이나 강연을 통해 심신 건강에 관해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고통스러운 불면증을 스스로 치유하는 실천 노트》,《괴롭히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기억해내지 말라》,《하루 10분 좌선 입문》,《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예민해서 곤란한 사람의 대처법》등 다수가 있다.

 

■ 역자 신찬
인제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 국제대학원 지역연구학과에서 일본학을 전공하며 일본 가나자와대 법학연구과 대학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자동차 운전 교과서》,《읽지 않으면 후회하는 성공을 부르는 5가지 작은 습관》,《어라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었나》,《생명의 신비를 푸는 게놈》,《일도 연애도 잘하는 사람들의 68가지 습관》,《성공을 부르는 1%의 기적》,《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등 다수가 있다.

 

■ 차례
- 책을 쓰면서
- 나는 얼마나 예민할까?

 

PART 01 당신은 예민한가요?
예민한 사람은 살아가기 힘들다?
남들의 생각과 마음을 너무나 잘 느낀다
지나가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항상 자신을 탓하기 바쁘다
남들의 기분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한 번에 많은 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외부 자극에 너무나 빠르게 반응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동을 잘 받는다
뭔가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받기 쉽다
스트레스로 컨디션을 망치기 쉽다
마음이 남들보다 잘 흐트러진다
남들이 잘 이해해주지 않는다
내성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당신이 힘든 이유는 자라온 환경 때문이다
반성은 쓸모 있지만 후회는 쓸모없다
몸보다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예민함은 당신의 장점이다
역할이 주어지면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

 

PART 02 예민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민함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애착장애가 예민함을 키운다
예민함과 맞서 싸워 이겨라
예민함은 성별이나 외모와 상관없다
예민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세계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
예민한데 외향적인 사람이 있다?
‘살기 힘들다’는 빌어먹을 생각이 난다
예민함과 우울증은 다르다?
예민함은 기질일 뿐 병이 아니다
재능은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어차피 상대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센서티브는 ‘섬세한’이란 뜻이다
당신은 리더를 지배하는 참모 스타일이다

 

PART 03 예민한 게 뭐 어때서요?
내성적인 겁쟁이라는 꼬리표를 떼자
하루를 글로 섬세하게 정리해보자
나를 둘러싼 환경을 점검해보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충실하자
우리 몸엔 두 가지 스트레스가 산다
예민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자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을 찾자
반대 성향의 사람과 친해져라
내 자신을 보호하는 경계선을 만들자
인생사에 100퍼센트 과실은 없다
약점은 말할수록 커진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자
“아니요!”를 입에 붙이자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안정시키자
마음의 공간을 컴퓨터처럼 관리하자
사람을 만나기 전 화젯거리를 꼭 준비하자
일단 눕고 눈을 감아라. 그게 자는 것이다
책상만큼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자
작은 습관 하나로 어려운 상황을 피하자
200퍼센트의 감정 흡수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자
타인의 다음 행동을 예견할 수 있다면?
사귐은 넓이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말 한마디는 엄청나게 강력하다
불필요한 기억을 일부러 덧칠할 필요는 없다
신은 당신의 예민함을 고쳐주지 않는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책을 쓰면서

‘나는 왜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나는 왜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신경 쓸까?’

‘나는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이처럼 나는 ‘살기 힘들다’는 감정을 안고 살아왔다. 남들이 그렇게 우러러본다는 의사가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도 있다. 남들이 보면 힘들어 할 이유가 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남들의 눈을 의식하며 자신감 없는 삶을 살아왔다. 남들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나는 매우 달랐다. 이렇게 이중적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 싫어서 좌선에 몰두해보기도 하고, 병원에 찾아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살기 힘들다는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개념을 알면서 내가 이토록 힘들게 살아온 이유가 다름 아닌 ‘예민한 기질’ 때문임을 알았다. HSP는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처음 이야기한 개념인데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론 박사는 사람 중에 약 20퍼센트, 즉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은 타인보다 예민해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HSP 성향을 가진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예민함이 생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의사로서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그야말로 예민함 사람으로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썼다. 남들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나 그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법, 예민함을 잘 달래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을 말하려 한다.



당신은 예민한가요?

예민한 사람은 살아가기 힘들다?

내 성격이 유별나게 예민하다고는 줄곧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예민함 때문에 살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고 느낀 것은 마흔이 지나서였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에서야 그 실체를 파악한 것이다. 그전에는 뭔가 신경이 쓰이긴 해도 남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내 어머니도 꽤나 예민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까지는 이상하다고 느낄 수 없었다. 의대에 진학한 후 6년간, 대학원 5년간은 공붓벌레로 지내기 바빴고, 대학 1학년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하기 바빠서 교우관계도 그리 왕성한 편은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약 십여 년간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바쁘게 살았던지라 내 성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마흔을 넘겨 귀국한 후부터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내 인생을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일단은 변해버린 생활환경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강연이나 집필 등 의사의 본업과는 관계없는 일로 말미암아 사람을 만나는 횟수도 많아졌고 잡일도 크게 늘었다.


미국 생활에서처럼 한정된 공간과 인간관계만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점이 견딜 수 없었다. 게다가 다수 의견을 암묵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사고방식이 나를 압박해왔다. 외국 생활이 길었던 탓에 조화를 중시하고 튀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물론 나름대로 적응하려 노력했었지만 쉽지 않았다.


시간이나 마음에 여유가 좀 있었다면 나만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남들을 따르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치여 몹시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예민한 사람은 거절을 진짜 못한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충이기도 하다. 업무상 의뢰나 요청도 그렇고 일상생활 때 그렇다. 물론 나 또한 이런 일로 무척 고생했다. 그런데 따져보면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 남들이 욕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니 마음 한구석에 거절은 나쁜 행동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별로 내키지 않는 초대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해 일단 승낙하고는 막판에 약속을 미루거나 파투 낸 적이 많았다. 그 정도로 거절을 못했다. 일종의 강박관념이 되다 보니 마음의 피로가 누적되어 우울해지는 일이 허다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무리야’라고 나 자신에게 적신호를 보낸 것이다. 능력 및 여유에는 각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허용 한계는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어딘가 반드시 문제가 생기고 만다. 잘 생각해보면 남들의 요청을 굳이 내가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을 일이 수두룩하다. 내가 거절한다 해도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들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나중에 지키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애당초 거절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이런 당연한 이치조차 깨닫지 못했다.


남들이 잘 이해해주지 않는다

예민한 사람이 가장 힘든 경우는 무엇일까? 바로 남들이 잘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HSP의 개념에서는 예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2:8이라고 했다. 즉, 세상의 약 80퍼센트의 사람은 예민한 사람이 겪는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내 사정을 아무리 설명한들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는 나를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잘못 봤다. 분명 예전 일을 끄집어내서 전전긍긍하거나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연구나 금전 문제 등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이런 면을 아는 사람은 아내뿐이었고 주변의 모두는 내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예민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회에서는 예민한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도 의지박약이라느니 겁쟁이라느니 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안하니만 못한 격려를 한다.


“좀 더 힘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


이런 격려를 듣고 과연 힘이 나는가?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런 말을 듣고 더 힘내서 노력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예민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애써 태연한 척하고 또 몸과 마음을 다그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몸과 정신이 피로해도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어’라며 자신을 혹사시키는 꼴이다. 스스로 자신의 목을 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몸보다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

‘살기 힘들다’는 감정에 빠져 산다면 예민함이 화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한때는 이유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하루 술자리를 갖고 떠들며 이런 기분을 감추고 잊으려 했던 적이 있었다.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주변의 끊임없는 자극이 일종의 공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다소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일을 매듭짓곤 했다. 나름의 대책이었지만 이런 방식은 마음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술의 힘을 많이 빌렸다. 내가 워낙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터라 일찌감치 취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 폭음을 했다. 일단 취기가 오르면 확실히 자극에 무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나름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술에 취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자리가 끝나면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전투에서 패한 병사의 모습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은 안 좋고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술이 깨면서 함께 마신 동료들에게 내가 민폐를 끼치진 않았는지, 주사를 피우지 않았는지, 술 먹고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엄청난 후회가 밀려와 전전긍긍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해가 지면 전날의 기억은 어디에다 처박았는지 또 술자리로 달려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피로가 쌓여가니 마치 꾸역꾸역 끌어다 쓴 사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을 쓰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원인이 예민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당시 내게 필요했던 것은 술도 아니고 누군가와의 대화도 아니며 그저 휴식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예민한 사람은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된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을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겨워한다. 예전의 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과 남을 속이면서 살았었다. 자극으로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혼자서 여유롭게 쉬는 것이 가장 좋다.


나만의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보자. 일주일에 닷새를 삼시세끼 마련하는 데 썼다면 주말 이틀 정도는 사람들과 싸워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시킬 수 있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뭔가를 하며 쉬어야 한다.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어도 좋다. 그게 가장 행복하다면 말이다.


역할이 주어지면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단 예외가 있다. 서로의 역할이 분명한 관계나 이후에 만날 일이 없는 상대와의 관계를 트는 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능숙하게 대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가게의 점원과 손님, 학교의 선생과 학생, 직장의 선임과 후임 등처럼 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예민한 사람은 해당 역할에 따라 경계를 명확히 짓는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바를 예민하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아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학생인데 상대가 ‘학생과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려는 선생’이라면? 누군가에겐 참 좋은 관계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흐려지므로 예민한 사람에게는 참 불안한 관계가 되고 만다. 생각해야 할 변수가 몇 배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확실히 주어졌다면 편안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은 신망이 두텁고 나쁜 평가가 없지만 특별히 친한 친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 실제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면 상대와의 경계를 어떻게 형성해나갈지를 알지 못해 진솔하고 원활한 소통을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에 ‘지인’은 없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거나, 여럿이 함께 노는 경우는 많아도 개인적으로 만나는 상대가 없다면 바로 당신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민함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예민함은 기질이다. 타고나는 것이다. 성별이나 키, 머리카락 색 등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다. 즉, 예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유전자가 다르다.


아론 박사는 자신의 책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롬 케이건의 실험을 소개한다. 겁쟁이 아이와 겁쟁이가 아닌 아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한 실험인데, ‘겁쟁이’ 아이는 스트레스 여부에 상관없이 침 속의 코르티솔 양이 ‘겁쟁이가 아닌’ 아이보다 많았다고 한다. 또 ‘겁쟁이’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우뇌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케이건의 실험뿐만 아니라 다른 실험을 살펴봐도 예민한 사람의 경우 좌뇌보다 우뇌가 활발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예민함은 단순히 성격이나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참거나 이겨내려 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며 태곳적부터 생물의 유전자에 새겨져 면면히 이어져온 것이다.


만약 예민함이 인간에게 불필요했다면 유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지 않다면 편안하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민함도 당신의 가치를 완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예민함은 기질일 뿐 병이 아니다

예민함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다시 한 번 말하면 병이 아니다. 그저 기질이다. 병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독자가 있을 것이고,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병이라면 증상이 확실하니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상황에 따라 상담치료도 병행하면 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바이러스나 스트레스 등 외적 요인이라면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니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아니라고 함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하지만 분명 예민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행동이 일종의 정신질환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병이라고 혼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으면 대부분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처방받는다. 분명 항우울제나 수면제는 효과가 있다. 정확한 진단과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으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약의 효과를 못 보거나 약하다는 생각이 들면 대개 투약을 늘리거나 강한 약으로 바꾸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꽤 어렵기 때문이다.


약의 효과가 사라지면 약을 먹기 전보다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지고 불안감을 약으로 해소하다 보면 약이 없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부작용으로 건망증이 나타났었다. 뇌가 손상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모든 약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약이 될 수 있다면 독으로도 바뀔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약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새로운 부작용이 보고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하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예민함을 치료한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예민함이 다소 무뎌지기도 하지만 일단 예민한 기질이 있다면 어쨌든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도 예민함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가 항상 말하듯 사고방식을 바꾸면 예민함이 장점이나 능력이 된다. 예민함이 자신을 구성하는 소중한 부분임을 받아들이고 함께 잘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살살 달래기도 하고 적당히 눌러놓기도 하면서 말이다.


센서티브는 ‘섬세한’이란 뜻이다

이 책을 포함해서 HSP에 관한 책은 예민한 사람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고통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거 같다.


먼저 HSP의 S인 Sensitive를 ‘예민한’으로 단순히 해석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허약해서 신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상처받기 쉬운 사람, 작은 일에도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확대되어 ‘HSP는 살아가는 데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나쁜 일만 이야기하고 좋은 일은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양식이 예민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키운다.


하지만 HSP라고 실망하거나 HSP가 아니라서 기뻐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잘못이 생긴 원인은 바로 센서티브의 다양한 뜻에서 일부만 쓰기 때문이다. 사전을 살펴보자. 센서티브는 ‘예민한, 영향을 받기 쉬운’ 이외에도 ‘섬세한, 주의 깊음, 배려심 깊은’ 등의 의미도 있다. 따라서 HSP에는 주의 깊은 사람, 배려 깊은 사람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어떤가? ‘센서티브’한 당신이 좀 달라 보이는가?



예민한 게 뭐 어때서요?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충실하자

주위 사람의 감정 변화를 살피는 일은 예민한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감정이 항상 남의 감정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내 삶에 내가 없고 남만 있는 경우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문득 내가 우울증 증세에 빠졌을 때를 되돌아봤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이 피로가 쌓여 한계점을 넘기고서야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알았다.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처럼 예민한 사람은 내 몸과 마음이 말하는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민한 사람의 직관력은 자기 자신에게도 작용한다. 요 며칠 사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던가, 단 음식이 무지 당긴다는 식의 몸과 마음의 소리를 간과하지 말고 가능한 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괜찮아, 참을 수 있어!’ 이렇게 되뇐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속으로 괜찮다고 주문을 걸고 있다면 그건 이미 괜찮은 상황이 아니다. 이미 몸과 마음은 한계를 넘어 비명을 지르는 상태임을 명심하자.


예민해지는 것도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 남의 행동에 예민해지지 말고 내 자신에게 예민해져라. 아무쪼록 무리하지 말고 우리 자신을 정성껏, 확실히 돌봐야 한다.


일단 눕고 눈을 감아라. 그게 자는 것이다

대부분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곤 한다. 일요일 밤이나 다음 날 큰 시험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일 하루 걱정에 생각이 복잡해지고 뒤척이기 쉽다.


‘자야지, 자야 해.’ 잠이 안 오는데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 잠이 더 안 온다. 우리처럼 예민한 사람의 경우 낮에 받은 자극이 밤까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잠이 안 와서 고생한다면 해결책으로 먼저 수면제가 떠오를 것이다. 병원에 가서 잠이 오지 않는다 말하고 진단을 받아보자. 그러나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몸이 약에 익숙해져서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의존 상태가 된다. 그러니 약은 신중하게 먹어야 한다.


당연히 나도 불면증을 겪었다. 그렇다면 의사인 나는 어떻게 불면을 이겨냈을까? 나는 불면을 약이 아닌 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이겨냈다. 물론 개인차가 있으니 내 경우가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려고 눈을 감은 상태를 수면 상태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워서 눈을 감은 상태’는 이미 수면의 제1단계다. 눈을 감고 시각정보를 단절시키면 뇌로 향하는 자극의 80퍼센트가 차단된다. 느긋하게 몸을 눕히는 자세만으로도 피로의 80퍼센트가 해소된다고 한다.


‘자야지’라고 계속 생각하는데 잠이 안 온다고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일단 눕자. 눈을 감은 다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피곤함은 상당량 가신다. 이 방법을 반복해 익숙해지면 수면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잠이 잘 온다.


예민함은 섬세하다는 뜻의 선물이다

몸과 마음을 휘어잡은 예민함 때문에 나는 좌선에 몰두하기도 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끝에 우울증 약을 먹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런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 HSP라는 개념이었다. 이 개념을 듣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는 듯했다.


내가 사소한 일에도 크게 동요하는 원인은 정신적인 질환이 아니라 예민함이라는 기질이었던 것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 중 2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사람은 문제의 원인을 알면 안심한다. 그리고 안심이 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예민함은 기질이다. 그리고 그 기질은 선천적이니 못 바꾼다. 예민함은 결코 당신의 적이 아니다. ‘예민’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뜻도 아니고 부정적인 뜻도 아니다. ‘예민함’은 ‘주의 깊은, 섬세한, 배려심 깊은’ 등의 의미와 통한다. 예민한 당신은 주의 깊은 사람, 배려 깊은 사람, 섬세한 사람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이미 예민함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았으리라. 그리고 주위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은 예민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 자신을 더욱 잘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예민한 당신, 한번 외쳐보자.

“예민한 게 뭐 어때서요?”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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