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도에게 권하는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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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B
   
18000
2017�� 09��



■ 책 소개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는 인간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주요 과학 분야인 생물학, 천문학, 박물학, 역학의 핵심을 형성하는 중요 개념과, 그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 책이 단순히 과학의 역사에 대해서만 고찰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와 역사 속에 존재해 온 통념과 인식이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 주고, 그 변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묻는다. 흔히 과학은 사유가 부족하고, 인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적 지식 위에 인문학적 질문을 쌓아 올리며, 어떤 한 분야에 눈과 귀를 묶지 않고 다양한 사고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높인다.

 

■ 저자 박재용
저자 박재용은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할 방법을 궁리하고 모색한다. 소통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편견을 걷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는 인간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함께 쓴 책으로 《멸종-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쇼미더사이언스》 등이 있고, <인문학을 위한 자연과학〉, 〈부모가 먼저 배우는 과학〉, 〈생명진화의 다섯 가지 테마〉, 〈4차 산업혁명은 행복을 약속하는가〉 등의 주제로 강연하면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며- 과학적 사고로 인간중심주의를 깨다 4

 

1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11
생명은 어떻게 발생할까 23
이토록 다양한 생명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34
생명을 자세히 보니 보이는 것들 67
그 많던 생물은 어떻게 제자리를 찾았을까 74
유전학이 인간에게 말해 주는 것 84
과연 인간만이 특별할까 105
정리하는 글 114

 

2장. 지구는 우주의 변방
천문학이 시작된 두 갈래 길 121
과거에는 시간을 어떻게 나누었을까 126
인간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그리스 천문학 131
지동설, 우아한 우주의 탄생 149
천문학의 혁명, 새로운 우주의 문을 열다 164
기술의 발전, 우주를 보는 또 다른 눈 175
확장되는 우주, 변방으로 밀려난 지구 190
정리하는 글 209

 

3장. 인간은 특별한가
거의 모든 과학, 박물학의 역사 215
지구는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까 225
지구의 역사 VS 인류의 문명사 238
박물학의 어두운 그림자 253
차별의 역사 265
정리하는 글 276

 

4장. 우주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우주와 지구의 운동 원리는 다르다? 281
근대적 역학의 발달 290
페러데이, 고전역학이 남긴 숙제를 풀다 311 세상 만물은 빛이다_317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328
너무나 많은 기본 입자 344
정리하는 글 350

 

나가며- 과학을 한다는 것 354
참고문헌- 374 




인문학도에게 권하는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발생할까

생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입니다. 그는 지상의 모든 사물을 무생물, 식물, 동물, 인간 이렇게 네 계층으로 나누었습니다. 그중 무생물은 영혼이 없고, 식물은 식물의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은 식물의 영혼과 동물의 영혼을 함께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그것에 더해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피의 유무에 따라 유혈동물과 무형동물로 나누었습니다. 그다음 번식 방법에 따라 유혈동물은 네 가지, 무형동물은 세 가지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분류는 근 2000년간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당시 자연철학자들은 선험적으로 신이 인간에게 부여했다고 생각하는 이성으로 사고하고, 이 추상적 사고에 자연을 꿰맞추는 방식으로 사유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와 달리 직접 관찰하고, 수집하고, 분류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고했습니다. 그가 최초의 생물학자이자 박물학자, 과학자란 칭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방법론 때문입니다.


1642년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벨기에의 과학자 반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 1557~1644)는 밀 낱알과 땀으로 더러워진 옷을 기름과 우유에 적셔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두었더니 옷 아래에서 쥐가 나타난 걸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코 제대로 된 실험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로서는 자연발생설을 실제로 확인한 첫 번째 결과였습니다.


17세기부터 이어지던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의 논쟁을 끝낸 것은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의 실험이었습니다. 그는 고기즙을 플라스크에 넣고 목 부분을 가늘게 S자형으로 구부렸습니다. 그런 다음 플라스크를 가열해 완전히 멸균했습니다. 며칠 뒤 관찰하니 아무런 미생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S자 부분을 깨트리고 다시 며칠을 기다려 보니 미생물이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파스퇴르는 미생물도 공기를 통해 전달된다는 걸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속생설의 승리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생명이 생명에서만 생긴다면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들이 필요합니다. 생명에게 꼭 필요한 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이나, 단백질의 기본 재료인 아미노산, DNA와 RNA의 재료가 되는 고리 모양의 5탄당 등이 그 재료들입니다. 먼저 막이 생기고 이런 막들이 여러 가지 재료를 포획함으로써 최초의 생명꼴이 만들어졌을 거란 점은 분명합니다. 그 장소가 어디인지, 구체적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시기는 언제쯤인지에 대해선 아직 과학자들 사이에 여러 가지 가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생명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꽤 많은 이슬람 철학자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들이 무생물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덧붙인 것은 없었고, 그 생각은 주요한 흐름에서도 빗겨나가 있었습니다. 중세 유럽은 더더구나 진화론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모든 생물은 신이 직접 창조한 것이니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로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은 이단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다윈의 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몇 줄 되지 않습니다. 그 몇 줄 되지 않는 내용이 세상을 바꿔 버렸습니다. 다윈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생물은 같은 종이라도 각기 다양한 형질을 지니고 서로 경쟁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쉬운 형질을 가진 개체들은 살아남아 자신의 형질을 물려줄 수 있다. 경쟁에 불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는 살아남기 힘들며 자신의 형질을 물려주기도 어렵다. 경쟁에서 이긴 개체의 형질은 집단 내에서 더 많은 개체에서 나타나게 되고, 경쟁에서 패배한 개체의 형질은 사라져 간다.


다윈은 이런 과정을 통해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의 형질이 전체 종으로 퍼지게 되고 점차 이전과 다른 모습을 가진 생물들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핵심은 진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자연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생물들이 스스로 원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 종의 다양한 변이 중에서 그 당시 생태계에 적합한 변이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목적을 배제하는 과학의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이 자연선택은 특별한 개체가 아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항상 진화할 수밖에 없다는 보편 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지구는 우주의 변방

천문학의 혁명, 새로운 우주의 문을 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조르다노 부르노(Giordano Bruno, 1548~1600)입니다. 그는 우주는 무한하며 별도 무한히 많다고, 그 무한히 많은 별마다 지구와 같은 행성들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 행성들에는 지구처럼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르다노 부르노는 교황이 버티고 있는 당시 유럽의 중심 이탈리아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습니다.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주장에 교회는 그를 파문합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그는 이탈리아를 벗어나 곳곳에서 강연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알렸습니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체포되고, 교황청의 감옥에 갇힙니다. 7년 동안 온갖 고문을 당했고 마침내 화형을 당하고 맙니다.


부르노보다 불과 8살 어리고 같은 이탈리아에 살았던 갈릴레이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갈릴레이에게 부르노의 화형은 매우 큰 두려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수학자였던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가 그랬던 것처럼 수학적으로 세상을 구현하기를 갈망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실험하고 재현하며 이를 통해 명백한 증거를 만들어 확인하는 등 근대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스스로 망원경을 만드는 등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최초로 제작한 사람보다 더 유명한 이유는 그는 망원경으로 무엇을 봐야할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태양계의 천체들을 관찰했습니다. 갈릴레이는 달도 관찰합니다. 또 그는 태양의 흑점도 봅니다. 목성의 위성 4개가 지구가 아닌 목성을 중심으로 궤도를 도는 것, 금성이 보름달의 모양을 할 수 있는 것, 태양의 흑점과 달의 분화구까지 확인합니다. 그가 발견한 모든 것은 지동설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교황청은 서둘러 종교 재판에 갈릴레이를 회부해 그의 입을 봉하고, 지동설을 부인하게 했지만 유럽에서 지동설은 확고한 진실이 됩니다.


갈릴레이 이후 물밀듯 터져 나온 천체 관측의 결과로 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관으로는 더 이상 이 우주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새로운 우주관이 필요했습니다. 이론이 관측에 답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죠. 그리고 답을 한 이는 뉴턴이었습니다. 1687년에 프린키피아, 정확하게는 자연철학에 대한 수학적 원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먼저 힘의 3법칙이 있습니다.


-관성의 법칙 : 모든 물체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없을 때 자신의 운동 상태, 즉 속력과 방향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 : 물체의 가속도(속도의 변화량)은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 비례하고, 물체 자신의 질량에 반비례한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 :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게 힘을 가하면 그 다른 물체는 원래의 물체에게 같은 크기의 힘을 반대 방향에서 가하게 된다.


일단 뉴턴의 법칙은 하늘과 땅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태양도 별도 사과도 모두 이 법칙을 따릅니다. 또 이 법칙에서는 물질에 내재된 속성에 의한 운동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습니다. 모든 물질은 자신과 상대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서로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뉴턴은 마침내 천상계와 월하계를 하나의 힘(중력)과 하나의 이론(고전역학)으로 완전히 통일시켜서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그러하듯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만방에 증명합니다.


확장되는 우주, 변방으로 밀려난 지구

그리고 마침내 1914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물질 및 에너지와 상호작용하는 존재라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뉴턴의 역학은 우주처럼 규모가 커지면 오차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우주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빠른 속력과 엄청난 질량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을 알려줍니다. 거기에 덧붙여 일반상대성이론은 우리에게 정적이고 변함없는 우주 대신에 내부의 물질 및 에너지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역동적인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1923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이 혜성과 같이 등장합니다. 그는 안드로메다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하여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의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당시 우주의 크기를 놓고, 그리고 은하를 놓고 벌이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지요. 이렇게 우주는 다시 확장됩니다. 이제 우주는 수많은 태양계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태양계를 품은 은하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천문학의 발달은 20세기에 이르러서도 멈추질 않았습니다. 태양과 같은 별을 평균 1000억 개씩 가지고 있는 은하도 무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를 은하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은하군이 모여서 은하단을 이룹니다. 이런 은하군이나 은하단들이 모인 것을 초은하단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은하단들이 다시 모여 우주에 거대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거대 인력체(Great Attractor), 복합 초은하단, 초거대 퀘이사군, 보이드(Void) 등 다양한 구조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대략 140억 광년 범위에서 관찰된 것들입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우주는 그보다 더 멀리까지 뻗어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다만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을 뿐입니다. 우주는 매우 크고 넓어서 아직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지 못해 볼 수 없는 곳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특별한가

지구는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까

영국과 프랑스는 산업혁명을 거치고,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 인도, 동남아로 진출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던 과학의 발달 또한 이들 두 나라가 이끌었습니다. 산업혁명은 두 가지 측면에서 광산업을 발달시켰습니다. 먼저 증기기관의 연료가 되는 석탄의 수요가 증가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증기기관과 증기로 움직이는 기계의 재료가 되는 철의 수요가 증가한 것입니다. 이렇게 석탄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광맥을 찾는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에 따라 지층을 연구해 광물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지질학이 자연스레 발달하게 됩니다.


지층이 생성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굳어 암석과 지층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강 하구의 퇴적작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강이나 바다에 퇴적된 모래나 진흙이 단단하게 굳어서 지층을 이룬다는 주장입니다. 전자를 화성설이라고 하고 후자를 수성설이라고 합니다. 수성론이 모든 암석이 일거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화성론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침식과 융기가 지금의 지형을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여러 지각 현상을 관찰할수록 화성론이 더욱 이치에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화성론이 지질학계에서 점차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영국의 찰스 라이엘과 프랑스의 조르주 퀴비에는 수성론과 화성론의 프레임을 동일과정설과 격변론으로 바꾼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조르주 퀴비에의 격변설은 현재 지구의 모습이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격변들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격변론은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기존 생물의 멸종과 새로운 생물의 탄생을 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찰스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은 우리가 관측하는 여러 지질현상(풍화, 침식, 운반, 퇴적, 화산, 분출 등)이 과거에도 동일하게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지층이나 퇴적 구조, 산맥 등이 이러한 과거의 축적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정도가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결국 넓게 보면 동일과정설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이엘이 동일과정설에서 변화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라고 했지만, 실제 지구 역사를 살펴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와 변화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린 시기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박물학의 어두운 그림자

유럽의 각 나라가 제국이 되면서 박물학은 시대의 주목을 받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낯선 거대한 영토를 확보한 제국으로서는 박물학자들의 연구와 조사가 당연히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이들의 지식과 연구 성과도 높아져 갔습니다. 물리학, 수학, 천문학 정도만이 학문적 구성을 갖추던 이전 시기에 비해 과학의 분과학문이 급속도로 다양해지고 넓어졌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참혹했지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고무나무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열대우림이 베어져 나갔습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원주민들도 모두 내쫓겼습니다. 그 땅에 살던 모든 생명을 쫓아낸 제국의 기업가들은 거대한 플랜테이션에 노동자를 끌어들였습니다.


독일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 근대 지리학은 환경결정론적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게으르다든가 하는 속설은 바로 이런 초기 지리학의 환경결정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런 결정론은 생물학의 인종주의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에 대한 유럽인의 지배를 당연하게 여기게 만드는 여러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골상학과 우생학이라는 생물학의 탈을 쓴 유사과학도 서구 유럽의 식민지 지배를 당연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였습니다.


골상학은 그야말로 두개골의 형태로 그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알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두개골의 크기가 실제로 지능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수천 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두개골이 큰 사람이 지능이 높은 경우가 많더라는 통계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 크기와 지능의 상관계수는 고작 0.33에 불과했습니다.


우생학은 인간 종의 개량을 목적으로 인간의 선별 육종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즉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자손을 낳지 못하게 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자손을 많이 낳게 해서 미래의 인간은 더 훌륭한 존재로 만들자는 학문입니다. 사실 학문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악의적인 프로파간다일 뿐이지요. 하지만 이는 때로 학살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피억압민족에 대한 탄압의 기제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명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숨겨지고, 학살당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우주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근대적 역학의 발달

갈릴레이가 관성과 낙하운동을 통해 마련한 근대적 역학은 르네 데카르트와 하위헌스를 거쳐 뉴턴에 의해 완성됩니다. 데카르트가 역학에 관해 정리한 3법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물체는 다른 것이 그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똑같은 상태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

2. 운동하는 물체는 직선으로 그 운동을 계속하려 한다.

3. 운동하는 물체가 자신보다 강한 것에 부딪히면 그 운동을 잃지 않고, 약한 것에 부딪혀서 그것을 움직이게 하면 그것에 준만큼의 운동을 잃는다.


1과 2는 그야말로 관성에 대한 일반적 선언입니다. 3의 경우 데카르트는 운동의 양으로 지칭한 것이나 현재는 운동량 보존의 법칙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중요성은 충돌과정에서 두 물체가 각기 가지는 운동량은 변하지만, 전체 양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측면입니다 이를 우리는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운동량 보존의 법칙으로 배웁니다. 이의 수식적 정리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하위헌스의 공이 됩니다.


뉴턴은 힘의 3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합니다. 그는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에 기대어 운동과 힘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첫 번째, 모든 물체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관성의 법칙입니다. 두 번째는 힘과 가속도의 관계입니다. 힘의 종류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물체의 속도 변화율, 즉 가속도는 힘의 종류에 관계없이 힘의 크기에 정확히 비례합니다. 제3법칙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입니다.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하면, 힘을 받은 물체는 가한 물체에게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힘을 동시에 가한다." 그래서 두 물체가 충돌을 하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기 때문에 둘 다 튕겨져 나오게 됩니다.


뉴턴은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서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고 선언합니다. 또한 만유인력의 법칙에서는 중력이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질량이 과연 동일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앞의 것은 관성질량이라고 하고, 뒤의 것은 중력질량이라고 합니다. 왜 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의 본질적인 요소(중력질량)와 가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의 본질적인 요소(관성질량)가 같은 것인가? 뉴턴 스스로도 이를 궁금해 했습니다. 이 문제는 이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되고 나서 해결됩니다.


너무나 많은 기본 입자

처음 데모크리토스가 이 세상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대다수의 자연철학자들은 콧방귀를 꼈습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나도록 일부를 제외하고 과학자들은 원자의 실체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험을 거듭하면서 원자의 실체가 점차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역으로 원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라는 것도 드러냈습니다. 톰슨이 원자 안에 마이너스 전기를 띄는 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뒤이어 러더퍼드가 플러스 전기를 띄는 원자핵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집니다.


결국 입자들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는 6개의 렙톤과 6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 세대가 나뉘는데 1세대에 해당하는 것들이 전자, 전자 중성미자, 위 쿼크(Up Quark), 아래 쿼크(Down Quark) 4개입니다. 2세대는 뮤온과 뮤온 중성미자, 맵시 쿼크(Charm Quark), 기묘 쿼크(Strange Quark) 4개, 3세대는 타우온, 타우온 중성미자, 꼭대기 쿼크(Top Quark), 바닥 쿼크(Bottom Quark)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기본 입자들이 있을까요? 그리고 입자들마다 질량은 왜 큰 차이가 날까요? 이 입자들 간의 관계를 물리학자들이 정리한 것을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라고 하는데, 이 모형도 그에 대해 답하지 않습니다. 오직 이 모형이 제시하는 입자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에 따라 실험을 하면, 그리고 예측을 하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는 것만 확인해 줍니다.


인간은 우주의 근본적 비밀을 헤아리기 위해 수천 년을 탐구해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표준 모형뿐만이 아닙니다. 아주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아주 좁은 공간, 즉 블랙홀이나 빅뱅이 일어나는 초기 상태에 대해 알고 싶지만 아직 우리는 그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불화 때문입니다. 확률은 모두 0과 1 사이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결합시키는 순간 확률이 1을 훨씬 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주를 구성하는 것 중 4.5% 정도의 물질만 파악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에 대해선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표준모형의 그 수많은 입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 그들 사이의 질량비가 왜 그렇게 큰지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주의 궁극적 비밀에 영원히 다가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어제의 우리보다 조금 더 많은 걸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가 앞으로 알아야 할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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