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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OtvN 비밀독서단 추천도서 『사랑의 기술』. 이천여 년 전에 나온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과 《사랑의 치유》는 오늘날 수없이 배출되는 연애 전문가와 그들이 쓰는 연애 서적의 원형이자 전범이다. 이 책의 부제를 "이천 년을 이어온 작업의 정석"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고대의 연애 전문가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과 《사랑의 치유》는 플라톤의 《향연》이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처럼 철학적이거나 고차원적인 사랑의 기술을 논하지 않는다. 대신 살아가면서 한 번쯤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의 기술, 정확하게 말해 연애의 기술을 소개한다.

오비디우스는 연애할 때의 남녀의 심리를 자신의 경험담이나 인간의 일상생활, 그리고 동식물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 빗대어 알기 쉽게 짚어낸다. 특히 남녀가 연애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와 갈등에 대한 해답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절묘하게 끄집어내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나 사랑에 성공해서 그것을 영원토록 지키고 싶은 사람들, 혹은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나 실연에 실연을 거듭하여 사랑에 지친 사람들, 혹은 정처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나 잘못된 사랑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연애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 저자 오비디우스
저자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BC 43-AD 17)는 BC 43년 중부 이탈리아 펜리그니의 술모(sulmo, 현재 술모나)의 기사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로마에서 웅변술의 대가였던 아우렐리우스 푸스쿠스와 포르키우스 라트로에게서 수사학을 사사한 뒤 잠시 법관으로 관료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신분 계층이라면 시간만 지나면 떼놓은 당상이었던 원로원직을 과감히 포기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당대 로마 최고의 시인으로 자리잡은 매우 세속적이고 호방한 문인이었다. BC 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사랑의 기술》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하면서 오비디우스는 흑해 연안에 있는 토미스(현재 루마니아의 콘스탄차)로 추방되어 그곳에서 뼈를 묻었다. 그의 작품으로는 《변신 이야기Metamorphoseon Libri》, 《여걸들의 서한Heroides》, 《비탄가Tristia》, 《흑해에서의 편지Epistulae ex Ponto》, 《로마의 축제일Fasti》, 《여성의 얼굴 화장법Medicamina Faciei Femineae》 등이 있다.

■ 역자 김원익
평역자 김원익은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 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 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프로그램 <책하고 놀자>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2년여 동안 진행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 신화’, ‘신화구조론’, ‘그리스 로마 문화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기업체, 지역 도서관, 병원 등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활발하게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평역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신들의 사랑》,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공저),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감수한 책으로는 《후who,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오비디우스와 『사랑의 기술』에 대하여
『사랑의 기술』
제1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제2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기술
제3권.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사랑의 치유』
나가는 말
찾아보기 

사랑의 기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프롤로그

사랑의 기술에 서툰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사랑의 달인이 되길 바란다. 배는 돛과 노만 있으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기술이 있어야 제대로 운전할 수 있다. 마차도 기술이 있어야 잘 몰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신 에로스도 기술이 있어야 잘 부릴 수 있다.

여자들은 어디에 많은가?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위를 눈여겨보라. 그러면 "당신은 저의 이상형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싶은 여자가 눈에 띌 것이다. 그런 여자는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발품을 팔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찾아야 한다.

사냥꾼은 사슴을 잡으려면 어디에 덫을 놓아야 할지, 또 어떤 계곡에 멧돼지가 많은지 한눈에 알아본다. 새잡이는 새가 둥지를 틀기 좋아하는 관목 숲을 환히 안다. 낚시꾼은 물고기가 놀기 좋아하는 물길에 정통하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대상을 찾으려면 우선 여자들이 주로 어디에 많이 모이는지 알아두라.

여자들을 어떻게 정복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어떤 여자든 모두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라. 그런 다음 낚시를 던지면 분명 여자들을 낚을 수 있다! 젊은 남자가 끈질기게 유혹을 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다. 처음에는 차갑게 튕기던 여자도 결국 항복하게 마련이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 마음을 감추는 데 남자들은 서투르고, 여자들은 명수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 남자들이 여자에게 먼저 대시만 하지 않는다면, 결국 여자들은 항복하고 기꺼이 구애자의 역할을 떠맡을 것이다. 풀밭에서 수소에게 먼저 구애를 하는 것도 암소이다. 수말에게 먼저 수작을 거는 것도 암말이다.

우리 남자들의 욕망은 분수를 알고 광적이지 않다. 남자들의 욕망에는 신체적으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자들의 욕망은 끝을 모른다. 여자의 정욕은 우리 남자보다 훨씬 더 격렬하고 거의 광기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여자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마라. 수많은 여자들 중 네 청을 거절할 사람은 거의 없다. 승낙을 하건 말건 여자는 적어도 구애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이다. 또 네가 설령 퇴짜를 맞았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라. 그렇다고 손해나는 것도 없다. 새로운 만남의 기쁨을 생각한다면 왜 실망하는가?

여자의 최측근을 활용하라

먼저 네가 정복하려는 여자의 하녀와 잘 사귀어두도록 애를 써라. 그녀는 네 여자에게 다가가기 쉽게 해준다. 그녀는 네 여자의 가장 친한 조언자이다. 주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침묵을 지킬 줄 아는 존재이다. 수많은 약속과 간절한 애원으로 그녀의 호감을 사라. 그녀만 움직이면 너는 네 여자에 대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녀는 네게 주인에게 다가가고, 그녀를 정복하기 쉬운 때를 알려줄 것이다. 또 네 스파이가 된 하녀는 그녀에게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 스파이는 신분이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하녀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야 네게 여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다.

선물과 편지를 자주 보내라

여자란 자기 때문에 몸이 달아 있는 남자의 돈을 후려내는 데 기발한 재주를 갖고 있다. 너와 여자가 같이 있을 때 어디선가 갑자기 행상이 나타나서 네 앞에 물건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쇼핑하기 좋아하는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을 한번 구경해보자며 네 소매를 잡아끈다. 그녀는 네게 이 물건 저 물건 들어 보이며 어떠냐고 물어보다가 급기야 네 손에 입을 맞추며 사달라고 조른다. 네가 현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 여자는 능청스럽게 수표를 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면 너는 글을 배운 것을 원망하며 어쩔 수 없이 수표를 쓸 수밖에 없다.

네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면 그녀가 너를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항상 그것을 자신이 앞으로 받아야 할 선물처럼 생각하는 법이다. 노름꾼들도 돈을 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노름을 그만두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해서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투전판에서 주사위를 던진다. 그러니 먼저 재미를 보고 그 다음에 선물을 주어라! 그것이 바로 내 기술의 핵심이다! 그러면 여자는 자신이 이미 준 것이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줄 것이다.

본격적인 행동에 앞서 그녀에 대한 찬사와 사랑의 밀어를 담은 편지를 먼저 보내는 것이 좋다. 특히 정성껏 그녀의 사랑을 간청하고 애원하라! 가능한 한 많이 약속하라. 약속한다고 무슨 돈이 드는가? 누구나 약속은 마음껏 할 수 있다. 한번 믿음을 주기만 하면 희망은 오래가는 법이다. 희망의 여신은 믿을 것은 못되지만 쓸모는 있다. 그녀가 네 편지를 읽고 답장을 하지 않아도 답장을 강요하지 마라. 계속 찬사가 가득 찬 편지를 보내라. 물론 그녀가 제발 자신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매몰찬 답장을 보낼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내심 네가 정말 자신이 말한 대로 그럴까봐 걱정한 것이다. 그녀는 네가 계속 편지를 써주기 바란다. 절대 단념하지 마라.

술자리를 이용하라

어쨌든 네가 디오니소스 신의 은총을 입어 파티에 초대를 받아 어떤 여자와 같은 식탁에 앉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고 치자. 그럴 때에는 축제의 밤을 관장하는 디오니소스 신과 그의 신도들에게 포도주가 네 이성을 해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너무 많은 포도주를 마시면 작업에 방해가 된다. 너는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말이 아닌 은밀한 표정으로 속마음을 전하라. 그녀가 네 표정을 보고 네가 자신에게 푹 빠졌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포도주를 마실 때 지켜야 할 정확한 한계도 정해 주겠다.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을 정도와 두 발로 꼿꼿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만 마셔라. 특히 술기운에 말다툼해서는 안 된다. 싸움질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포도주는 기분 좋을 정도까지만 마셔야 한다. 포도주에 취하기보다는 노래에 자신이 있으면 차라리 노래를 부르고, 춤에 자신이 있으면 차라리 춤을 추라. 가지고 있는 모든 끼를 동원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애를 써라. 포도주에 취하면 몸에 해롭지만 취한 척하면 몸에 좋다. 혀 꼬부라진 소리를 가장하여 평소보다 더 대담한 말을 해보라. 모두들 네가 포도주에 취해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작전상 후퇴도 필요하다

하지만 네 애원이 그녀의 자만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작업을 잠깐 중단하고 한발 뒤로 물러서라. 여자들은 달아나면 붙잡으려 하고, 너무 달라붙으면 싫어한다. 여자를 부드럽게 몰아서 네게 염증을 느끼지 않게 하라. 구애하는 사람은 항상 공개적으로 사랑을 밝힐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녀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라. 나는 아주 까칠했던 여자가 이런 애정 공세에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네 친구를 조심하라

우정은 속빈 강정이고 신의는 빈말일 뿐이다. 아, 슬프다. 친구 앞에서 네 애인을 자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해야 하다니 말이다. 친구가 네 칭찬을 그대로 믿는다면, 그는 언젠가 슬며시 네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 사악한 짓이 재미있고, 누구나 자신의 쾌락만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또한 쾌락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가로 나온 것이라야 달콤한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심하라. 그래야 안전하다. 친척과 형제와 친한 친구를 조심하라. 그들은 너의 몫이 되어야 할 열매를 차지할 족속들이다.

변신의 귀재가 되라

여자의 마음은 가지각색이다. 천 가지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천 가지 방식이 필요하다. 사람의 성격도 얼굴처럼 서로 다르다. 현명한 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성격에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변신의 귀재 프로테우스처럼 흐르는 물이 되어 달아나거나 때로는 사자가 되거나 때로는 나무나 멧돼지로 변신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어떤 고기는 작살로 잡지만, 또 다른 고기는 낚시로 잡고, 또 다른 고기는 큰 그물을 쳐서 단단한 줄로 잡아당겨야 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나이에 같은 사냥 방법을 쓰면 안 된다. 노련한 사슴은 아주 멀리서도 함정을 알아보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기술

프롤로그

승리와 기쁨의 함성을 질러라. "야호!" 다시 한 번. "야호!" 드디어 네가 쫓던 사냥감이 미리 쳐놓은 그물에 제대로 걸렸으니 하는 말이다. 사랑의 사냥꾼이여. 내게 감사의 선물을 바쳐라. 내 충고로 네가 바라던 여자를 차지한 것만으로는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내가 가르쳐준 기술로 그녀를 낚았다면, 이제 그녀가 달아나지 못하게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얻은 여자를 지키는 것이 정복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복은 우연히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얻은 여자를 지키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외모보다는 교양이 우선이다

사랑을 받으려면 비신사적인 행동은 절대 하지 마라.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스럽게 보여야 한다. 외모나 매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자에게 버림받아 상처받지 않으려면 육체적인 매력에다 정신적인 매력을 겸비해야 한다. 육체적인 아름다움이란 허망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줄어드는 법이다. 네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머리는 곧 백발이 성성할 것이고, 온몸에는 주름이 생겨 네 몸을 갉아먹을 것이다.

그러니 영속하는 정신의 힘을 키워 육체의 아름다움에 보태라! 그것만은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니 고상한 예술로 네 정신을 살찌우도록 해야 한다. 오디세우스는 잘생기지 않았지만 천하의 달변으로 키르케와 칼립소 등 귀향 중 만난 바다의 여신을 두 명이나 사랑의 열병에 걸리게 했다.

부드럽게 대하라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태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거친 태도는 증오와 격한 말다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람들이 매를 싫어하는 이유는 녀석이 항상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비는 잡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둘기에게는 둥지까지 만들어준다. 녀석들은 온순하기 때문이다.

분노한 나머지 혀를 잘못 놀려 일어나는 싸움이나 다툼은 피하라. 사랑은 부드러운 말을 먹고 산다. 싸움은 남편이 아내에게나, 혹은 아내가 남편에게나 거는 법이다. 부부는 평생 으르렁거리며 산다. 싸움은 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오는 지참금이다. 하지만 애인에게는 언제나 듣고 싶은 얘기만 하라! 너희들은 법에 따라 한 침대를 쓰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에게는 사랑의 신이 바로 법이다. 애인의 귀를 기쁘게 할 만한 달콤한 말만 하라. 그래야 애인이 너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노예처럼 굴라

여자가 광장으로 나오라고 하거든 약속 시간보다 먼저 나가라. 여자가 나오지 않았어도 늦게까지 그곳을 떠나지 마라. 그녀가 어디로 오라고 하든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라.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약속 시간에 가야 한다. 사랑은 늑장부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녀가 시골에서 너를 불렀는데 마차가 없다면 걸어서라도 가라! 사랑도 일종의 전쟁이다. 게으름뱅이들은 저리 가라. 겁쟁이들은 군기만 보아도 두드러기가 난다. 외로운 밤, 악천후, 행군, 끔찍한 고통 등은 전쟁의 속성이다.

너희들의 사랑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자존심 따위는 모두 버려라. 안전하고 평탄한 길을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가령 문이 닫힌 채 빗장이 쳐져 있다면, 지붕에 뚫린 구멍으로 자일을 타고 내려가라. 혹은 높이 난 창문을 통해 은밀히 잠입하라. 그러면 애인은 네가 자신 때문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것을 알고 기뻐할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배가 항구를 떠날 때는 돛을 바람에 맡기지만 망망대해에 들어서면 바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의 사랑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자가 네게 익숙해지도록 만들라. 습관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어떤 불편도 감수하라. 그녀가 너를 항상 보게 하라. 그녀가 항상 네 말을 듣게 하라. 낮이나 밤이나 그녀에게 네 존재를 부각시켜라. 그러다가 네가 없으면 그녀가 너를 그리워하며 스스로 네 안부를 묻고 다닐 것이라는 믿음이 서면 뜸을 들여라.

하지만 뜸 들이는 시간은 너무 길지 않아야 효과가 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애정도 무디어진다. 세월이 흐르면 떠난 사람의 모습은 점점 퇴색하고 새로운 사랑이 슬며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여자와 있었던 일을 떠벌리지 마라

지켜야 할 비밀을 지키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 결코 상을 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동물들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무 데서나 자유롭게 짝짓기를 하지만, 여자들은 그것을 보고 부끄러워 얼굴을 돌린다. 사랑의 의식을 치를 때 우리는 비록 캄캄한 데는 아니어도 햇빛이 비추지 않는 으슥하고 어두운 곳을 찾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남녀가 벌이는 은밀한 밤일을 큰소리로 자랑하고 다니며 수다거리로 삼는다. 그들은 자신과 동침한 여자가 지나가면 친구들에게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는 저 여자를 따먹었다!"고 떠벌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을 고의로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의 몸을 더럽힐 수 없으니 적어도 이름이라도 더럽혀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몸을 건드리지 못하니 명예라도 더럽히겠다는 심산이다. 아, 미덥지 못한 여자의 파수꾼들이여, 이제라도 얼른 집으로 가서 대문을 닫고 문설주에 100개의 빗장을 걸어라. 전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꾸며대어 여자의 이름을 모욕하려는 자가 있는 한 무엇이 안전하겠는가?

오르가슴은 함께 느껴야 한다

로마의 젊은이들이여, 내 말을 잘 들어라. 아프로디테 여신이 주는 사랑의 기쁨은 급히 서둘러 강요해서는 안 되고 천천히 긴 전희를  통해 불러내야 한다. 여자의 성감대를 발견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곳을 부드럽게 만져주어라. 여자는 탄식과 함께 사랑스러운 속삭임과 부드러운 한숨 그리고 달콤한 밀어를 쏟아낼 것이다.

이때 배의 돛을 더 활짝 펴서 여자보다 앞서 나가지 마라. 그렇다고 여자가 너보다 앞서 나가게 해서도 안 된다. 함께 나란히 오르가슴을 향해 나아가라. 사랑의 기쁨은 남녀가 동시에 오르가슴에 도달했을 때 완전한 법이다. 여자와 사랑을 할 때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리고 들킬까 불안하여 서두를 필요만 없다면 그렇게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오래 끄는 것이 위험하다면 전력을 다해 노를 젓고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좋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프롤로그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은 조건으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 여자들이 아무 무장도 하지 않고 무장한 남자들과 싸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너희 남자들에게도 그런 승리는 치욕스러울 것이다. 여자들이여, 아프로디테 여신이 내게 영감을 주는 동안 예절과 법과 권리가 허용하는 한 내게서 여신의 가르침을 받아가라. 곧 늙어 노파가 될 것을 생각해보라. 쓸데없이 낭비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가능하면 인생의 황금기에 즐겨라. 세월은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버린다.

몸은 가꾸어야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움은 하늘의 축복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적은가! 너희들 대부분은 이런 축복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얼굴도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 화려한 치장으로는 우리의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마음을 살 수는 없다. 오히려 청결함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체의 단점은 감추라

얼굴에 단점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그 단점을 감추어라. 할 수만 있다면 신체의 단점도 감추어라. 키가 작아 서 있어도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주로 앉아 있어라. 너무 홀쭉하면 두꺼운 옷을 입고, 어깨 위에 두툼한 외투를 걸쳐라. 얼굴이 창백하면 분홍색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어라. 얼굴색이 너무 가무잡잡하면 이집트 파로스 풍의 하얀 옷을 입어라. 허리가 너무 가늘면 허리띠를 하지 마라. 가슴이 빈약하면 보형물을 넣어라. 입 냄새가 너무 역겹게 나면 공복에는 절대로 말하지 말고, 남자의 얼굴에서 멀리 떨어져서 말하라. 이가 검다거나 너무 크다거나 혹은 삐뚤빼뚤 나 있는 여자는 웃으면 너무 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우아함은 배울 수 있다

아무도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웃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여자들은 웃을 때에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 여자의 웃음은 그윽해야 하고 여성스러움이 우러나와야 한다. 어떤 여자는 박장대소하면서 얼굴을 심하게 찡그린다. 또 다른 여자는 즐겁게 웃고 있지만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웃을 때 거칠고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여자도 있다.

무슨 기술인들 배우지 못하겠는가? 우아하게 우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울어야 할지 배우라는 뜻이다. 내가 하는 말을 잘 귀담아들어라. 나중에 모두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여성스럽게 걷는 기술도 배워라. 걸음걸이도 우아함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걸음걸이는 낯선 남자들의 마음을 사기도 하지만 잃기도 한다.

사기꾼을 조심하라

남에게 보이기 위해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머리를 너무 인위적으로 다듬는 남자는 피하라. 그들이 네게 하는 말은 이미 수많은 여자에게 할 말이다. 그들의 사랑은 변덕스럽고 절대로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한다. 남자들 중에서 가장 잘 차려입은 자는 아마 도둑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단지 네가 입고 있는 비싼 옷과 사랑에 빠져 있을 뿐이다.

너희들은 애인을 속인 악명 높은 남자들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거울삼아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애를 써라. 사기꾼에게 너희들의 집 대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뜻이다. 남자들이 허튼 약속을 하거든 똑같이 허튼 약속으로 대응하라. 그들이 너희들에게 무엇인가를 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들에게 받은 만큼 사랑의 기쁨으로 보상해주어라.

남자들의 애를 태워라

구애하는 남자에게 너무 쉽게 바로 약속하지 마라. 남자가 바라는 것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도 마라. 남자를 불안하게 하되 동시에 희망을 품게 하라. 나는 거짓에는 거짓으로 대응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법도 무기를 가진 자에게는 무기로 대적하는 것을 허락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남자들의 속임수에 대항해서는 속임수를 쓰는 것이 제격이다.

나이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라

노련한 기수는 갓 길들인 말과 잘 훈련된 말에 똑같은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너도 경험이 풍부한 애인과 풋내기 애인의 마음을 잡을 때 같은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 처음으로 사랑의 신 에로스의 신하로 입문하여 네 침실에 들어온 햇병아리 애인은 너만을 알고 네게 매달리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비해 노련한 애인은 유연하고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안다. 그는 신참이라면 참아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견뎌낸다. 이런 사랑은 안전하고 가볍지 않다. 이에 비해 햇병아리 사랑은 짧지만 풍성하다. 곧 떨어질 과일은 그 전에 빨리 따야 하는 법이다!

쉽게 허락하지 마라

쉽게 얻은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가끔 거절을 하라. 그것은 나물에 뿌린 깨소금처럼 네 사랑놀이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남자가 어떤 때에는 비굴하게, 또 어떤 때에는 협박하면서 애원하게 만들어라.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 강풍이 아닌 순풍도 배를 자주 침몰시킨다. 아내는 남편이 원하면 언제든지 무조건 동침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거절을 당하면 더 욕구가 생기는 법이다.

파티에서의 예절

파티에는 가능한 한 늦게 도착하라. 그래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우아하게 등장할 수 있다. 너를 기다리게 하면 그만큼 네 등장이 가치 있게 보이는 법이다. 기다림보다 더 좋은 중매쟁이는 없다. 네가 조금 못생겼어도 얼큰하게 취한 자에게는 아름답게 보인다. 게다가 밤은 네 단점을 감추어준다.

식탁 예절도 중요하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름기가 묻은 그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지 마라. 또 파티에 오기 전 집에서 음식을 미리 먹어두지도 마라. 하지만 배가 다 차기 전에 식사를 그만두라. 원래 양보다 약간 적게 먹으라는 뜻이다. 여자들은 음식을 즐기기보다는 오히려 포도주를 마시는 게 더 어울린다. 물론 포도주는 머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걸음걸이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마셔라. 사물이 두 개로 보일 때까지 마시지 말라는 뜻이다. 만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어 누워 있는 여자를 보면 정말 볼썽사납다. 포도주를 마신 뒤 곧바로 잠이 드는 것도 위험하다. 잠을 자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체위는 체형에 맞게 정하라

얼굴에 자신 있는 여자는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좋다. 등에 자신 있는 사람은 등이 보이는 자세가 좋다. 키가 작은 여자는 기마 자세를 취하라. 키가 크고 날씬하여 엉덩이가 이쁘면 침대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혀라. 이 밖에도 체위의 종류는 아주 많다. 그중 가장 간단하고 힘이 들지 않는 것은 여자가 약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침대에 등을 반쯤 기댄 체위이다.

섹스를 할 때에는 우선 여자가 골수까지 온몸으로 오르가슴을 느껴야 한다. 그러면 그 절정은 곧 남자에게 전염된다. 애무하는 동안 다정스러운 말을 나누거나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을 꺼리지 마라. 저절로 터져 나오는 괴성도 억지로 참지 마라. 남녀가 결합할 때 절정을 느끼는 그곳이 무디고 둔감한 여자는 불행하다.

사랑의 치유

내 가르침은 남년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사랑에 배반당한 젊은이들이여, 어떤 식으로든 사랑에 환멸을 느낀 자들이여, 내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남녀에게 똑같이 사랑의 열병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를 쥐어줄 생각이다. 그러니 내가 이제 남자들에게 말하려는 것을 너희 여자들도 명심해 들어야 한다.

사랑의 열병은 초기에 잡아라

사랑한 것이 후회가 된다면, 아직 달아오르지 않은 시작 단계에서, 다시 말해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라. 그래서 그 사람이 너를 너무 힘들게 할 것처럼 보이면 처음부터 그 굴레를 지지 마라. 처음부터 조심하라는 뜻이다. 너무 지체하여 병이 창궐하면 치료시기를 놓치는 법이다. 그러니 서둘러라. 사랑은 계속해서 야금야금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머뭇거리는 사이 사랑은 우리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가로움을 피해 바쁜 일을 찾아라

한가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고, 한가롭기 때문에 사랑에 목을 매는 것이다. 한가로움은 바로 사랑의 원인이자 자양분이다. 사랑을 끝내고 싶다면 바빠져라. 바빠지면 반드시 사랑의 열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침에는 늘어지게 잠을 자고, 점심에는 실컷 주사위놀이를 하다가, 밤에는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은 외상은 입지 않겠지만 정신력은 아주 약해진다. 바로 그때 약삭빠르게도 사랑의 신 에로스가 그의 마음속으로 슬쩍 파고든다.

그녀에게 당한 일들을 상기하라

너를 버린 여자가 네게 저지른 못된 짓과 그녀 때문에 네가 당한 손해를 기억하라. 그녀와 있었던 온갖 기분 나쁜 기억을 생각해내서 증오의 싹을 키워라. 그러면 처음에는 약간 어색해보여도 곧 그녀의 악행에 대해 열변을 토하게 될 것이다! 그녀 때문에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슬슬 말문이 터지게 마련이다.

최근 나는 어떤 여자 때문에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녀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그 여자의 단점을 생각해내며 곱씹어보는 방법이 효과가 아주 뛰어났다. 사람의 단점은 장점과 사촌지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장점을 단점으로 비난하는 오류를 범한다. 할 수만 있다면 여자의 미덕을 단점으로 바꾸어버려라. 둘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자신의 이성도 속일 수 있다. 풍만하면 뚱보라고 하라. 피부색이 검으면 검둥이라고 하라. 날씬하면 삐쩍 말랐다고 하라. 솔직하면 뻔뻔하다고 하라. 정직하면 단순하다고 하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멀라하라

전염은 가축들에게도 치명적이다. 눈병에 걸린 사람을 보기만 해도 눈병에 걸린다. 많은 병이 몸에서 몸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도 일종의 전염병이다. 그러니 사랑을 잊으려거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통해 사랑이 네게 슬쩍 스며든다. 흐르는 강물에서 새어나온 물이 메마른 들판으로 슬며시 스며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에 전염되는 데 아주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녀와 관련 있는 사람을 만나지 마라

그녀의 자매와 어머니뿐 아니라 각별했던 유모하고도 관계를 끊어야 한다.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과감하게 관계를 끊어라. 그녀의 노예나 하녀가 너를 찾아와서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글썽이며 주인의 작별 인사를 전해도 절대 들은 척하지 마라. 그들에게 그녀의 근황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절대 물어보지 마라. 무조건 참아라. 절대 혀를 놀리지 않는 것이 정말 좋다.

그녀에게 잘못을 열거하거나 비난하지 마라

우리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까닭은 여자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고 은근히 믿기 때문이다. 우리 남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조금만 추어주어도 쉽게 믿어버리는 족속이다. 여자의 말을 믿지 말라. 여자의 말처럼 우리의 생각을 흐리게 만드는 것도 없다. 신들도 여자들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눈물에도 감동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여자들은 울기에 적당하도록 눈을 잘 훈련받았을 뿐이다.

여자에게 왜 네가 그녀와 헤어졌는지 그 이유를 대지 마라. 네가 왜 괴로운지도 말하지 마라. 고통은 마음 깊은 곳에 그냥 담아두라. 그녀의 잘못도 열거하지 마라. 그러면 그 여자가 자신을 방어할 뿐이다. 결국 너보다도 그녀에게 상황이 더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도와줄 뿐이다. 침묵하는 사람은 헤어지기로 마음을 확실하게 다잡은 사람이다. 하지만 여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사람은 그녀가 자신을 정당화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녀와 추억이 깃든 곳은 무조건 피하라

말 못하는 장소도 네게 해로울 수 있다. 너희 둘이 부둥켜안고 사랑의 밀회를 나누었던 장소도 피하라는 말이다. 그런 장소는 네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추억은 아문 상처를 건드려 다시 곪아 터지게 만든다. 마음이 유약한 자는 아주 작은 추억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거의 죽은 재같이 보여도 유황을 넣고 건드리면 다시 불씨가 살아난다.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불씨도 금세 엄청난 불꽃으로 돌변한다.

옛사랑을 일깨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피하라. 그렇지 않으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다시 엄청난 열병으로 타오를 것이다. 여자에게서 정을 떼려는 자에게 추억은 아주 위험하다.

사랑의 신은 부자들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우연히 그런 상황이라면 사랑을 멀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신은 가난한 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방종한 사랑의 신 에로스는 부유함을 자양분으로 먹고 자란다. 영웅 테세우스가 모험을 하는 동안 그를 극진히 대접했던 헤칼레라는 노파는 남편이 없었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또 거지 모습을 하고 귀환한 오디세우스와 자리다툼을 벌인 진짜 거지 이로스는 어떤 여자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거지였기 때문이다. 가난은 사랑을 키울 자양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옛사랑을 정리하기 위해 자진해서 가난해지라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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