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음식으로 삶을 읽는다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면서도 미처 몰랐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음식의 유래와 역사뿐만 아니라, 음식 안에 투영된 우리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 날아온 자장면이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대중음식이 되었는지, 복날 삼계탕으로 이열치열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영광굴비의 고향이 사실은 영광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음식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음식에 우리의 삶과 문화, 애환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 저자 남기현
2002년 6월, 대한민국의 잊지 못할 추억인 한일 월드컵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역사의 현장을 취재했다. 이후 정치부에서 국회와 정당을 출입하며 2002년 대통령 선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17대 총선 등 한국 정치사에 획을 그은 굵직한 정치 사건들을 다뤘다.
산업부에서 삼성그룹을 취재하면서 반도체, 생활 가전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수의 특종기사를 썼으며 현대차, 포스코, KT 등 한국의 주요 산업 현장을 누볐다. 증권부에서 펀드·재무 분야 팀장을 역임했고 금융위원회 출입 당시 일부 대기업의 부당한 기업어음(CP) 발행 사실을 특종 보도해 주목을 받았다.
유통부에서 1년간 식품팀장을 지내며 관련 산업과 시장, 다양한 음식 문화를 취재했다. 이번에 발간한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은 이때의 취재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이후 경제부를 거쳐 현재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다.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미국 테네시 주 밴더빌트대에서 1년간 교환 연구원으로 연수했다.
■ 차례
머리말
PART 1 한국의 맛
초당순두부 - 초희의 눈물, 강릉의 숨결
전어 - 돈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
떡국 - 무병장수와 풍요를 꿈꾸다
수제비 - 가난의 상징? 부유층의 별미
수원갈비 - 茶山이 만든 수원성, 그리고 牛시장
굴비 - 영광엔 굴비가 없다
냉면 - 평양냉면 vs 함흥냉면
삼계탕 - 이열치열의 대명사
자장면 - 중국에서 날아온 대한민국 대표 음식
한식 - 절대 미식 한식의 재발견
PART 2 외국의 맛
크루아상 - 이슬람에서 싫어하는 빵
포테이토칩 - 소심한 복수
덴푸라 - 투명한 음식
햄버거 - 미국이 낳은 음식
에그 맥머핀 - 세계인의 아침 식사
월남쌈 - 어울림의 상징
초밥 - 달인과의 만남
루테피스크 - 노르웨이판 홍어
요거트 - 그리스 노인들의 장수 비결
스테이크 입문 - 소고기 부위별 해부
스테이크 - 드라이에이징 vs 에이징, 티본 vs 포터하우스
뷔페 - 바이킹이 남긴 유산
PART 3 사랑과 낭만의 음료
마가리타 - 어느 바텐더의 사랑
테킬라 - 멕시코의 자존심
와인 - 사랑을 찾아 떠난 아키텐의 공주
치맥 - 전지현 vs 치맥
싱글몰트 - 스코틀랜드의 자존심
소주 - 소주에 대한 오해
칵테일 - 알코올로 빚어낸 한 편의 시
술 - 술꾼 배중호와의 술 수다
커피 1 - 세례받은 음료
커피 2 - 반 고흐가 사랑한 커피
PART 4 자연이 준 선물
망고스틴 - 과일의 여왕
감자 - 땅속의 사과
고추냉이 - 특급 음식 재료
소금 - 지각변동으로 탄생한 소금의 도시
설탕 - 에탄올, 블루스, 재즈의 공통점
글루텐 - 불편한 진실
오메가 3 - 혈액순환을 돕는 지방산
참고 자료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한국의 맛
전어 - 돈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
과거 일본의 한 영주가 자신의 관할하던 지역에 살던 한 처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이미 처자가 있던 그는 이 처녀를 첩으로 맞이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썼다. 딸이 다른 남자의 첩으로 들어갈 위기에 내몰리자 처녀의 아버지가 지혜를 발휘했다. 관속에 딸 대신 고노시로란 생선을 잔뜩 집어넣고 불에 태웠다. 그리고는 슬피 울면서 "내 딸이 비명에 죽어 화장을 하고 말았다"고 흐느꼈다. 이후로 딸과 영주와의 결혼은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일화 때문인지 예로부터 고노시로는 자식을 대신한다는 의미를 품어 왔고, 여간해서 일본인들은 고노시로를 구워 먹지 않는다.
고노시로는 한국말로 전어다. 일본인들은 전어를 구워 먹지 않고 초밥용 생선으로 즐긴다. 초밥에 올라가는 전어는 어린 전어, 즉 고하다다. 한국 사람들도 일본처럼 전어를 날것 그대로 즐긴다. 전어회를 초장에 찍어 먹거나, 매콤하게 무침을 해 먹기도 한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구운 전어도 일품 별미로 통한다. 오죽하면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전어는 아주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대표적 생선이다. 조선 실학자 중 한 명인 서유구는 1827년에 쓴 <임원경제지>에서 워낙 맛이 뛰어나 양반, 서민을 막론하고 돈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이라고 전어를 설명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전어란 이름의 유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돈, 즉 전錢 귀한 줄 모른다 해서 전어錢魚란 이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임원경제지>에 앞서 쓰인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은 전어가 마치 화살촉을 닮았다고 해서 전어箭漁란 이름을 붙였다. 한자는 다르지만 전어란 점은 같다.
사람에 따라 첫맛은 다소 비릿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 게 전어다. 며느리 말고도 전어 관련 속담이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로 일품의 맛으로 통했던 게 전어다.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 말이란 속담은 전어의 고소한 맛을 강조한 것이다.
전어엔 가시가 많지만 가을 전어의 가시는 비교적 연해 씹어 먹기 좋다. 전어 가시는 같은 양의 우유보다 칼슘이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어엔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액을 맑게 한다.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얘기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가을 전어를 으뜸으로 꼽는다. 가을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을 죽인다는 속담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남쪽에서 겨울을 보낸 전어들은 보통 4~6월 난류를 타고 북상해 7~8월 산란한다. 산란을 끝내고 9~10월이 되면 살이 탱탱하게 불고 기름기가 오른다. 9~10월에 잡힌 전어, 즉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다. 7~8월엔 산란 탓에 기름기가 적고, 11월엔 뼈가 억세져 맛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선 통영과 하동, 보성과 목포, 서천 등에서 전어가 많이 잡힌다. 서천 흥원항과 보성 율포항 등의 가을 전어축제엔 많은 인파가 몰리곤 한다.
삼계탕 - 이열치열의 대명사
일본의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류와 중국의 미녀 배우 장쯔이. 통할 데가 별로 없어 보이는 두 사람에게 확실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삼계탕이다. 한국의 전통 음식 삼계탕이 중국과 일본에서도 통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여름철 불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삼복 시즌이다. 삼복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이냉치열과 이열치열이다. 이냉치열은 말 그대로 차가움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조상들은 여름철 과일의 대표 주자인 수박을 대표적인 이냉치열 음식으로 사용했다. 현대에 들어선 냉동 냉장 기술 발달로 사시사철 차가운 동치미가 가능해지면서 냉면으로 새로운 이냉치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고 배탈이 나곤한다. 이냉치열의 약점 중 하나다. 단시간에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배 속에 찬 음식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탈이 나는 경우가 꽤 많다. 이 때문인지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더위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을 더 많이 사용했다.
이열치열을 대표하는 음식이 다름 아닌 삼계탕이다. 삼계탕을 특히 여름에 많이 먹는 이유는 여름철 허약해진 원기를 보충하는 데 삼계탕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토종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낸 뒤 인삼과 찹쌀, 마늘, 대추, 은행, 밤 등을 넣고 물에 푹 고아서 만든 음식이 삼계탕이다. 삼계탕에 영계가 사용되는 이유는 어린 닭의 육질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마늘의 해독 소화 기능과 갈증을 없애주는 대추, 폐에 좋다는 은행 등이 닭, 인삼과 어우러져 절묘한 맛을 즐기는 것과 함께 풍부한 영향을 섭취할 수 있다. 닭은 잘 알려져 있듯,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된 영향 덩어리다.
닭과 함께 삼계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인삼이다. 삼계탕에서 삼이 곧 인삼이다. 인삼은 간의 콜레스테롤 대사를 촉진하고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항암 효과와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혈당 강화 작용을 도와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의 뜨거운 더위에 사람의 피부 온도가 높아지면 인체는 체온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 속 온도를 낮춘다. 더우면 더울수록 배 속 온도는 더욱 낮아진다. 이 때문에 더운 음식으로 배 속의 냉기를 가라앉혀 내외부 간 온도차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 되는 것이다. 더운 음식으로 배 속의 냉기를 가라앉히는 게 다름 아닌 이열치열이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으면 배 속의 냉기가 완화된다. 즉 배 속 온도가 올라간다. 반면 뜨거운 삼계탕을 먹으면 땀이 나면서 피부 온도는 내려간다. 이처럼 이열치열을 시도하면 신체 내외부 간 온도차가 줄어들게 돼 한여름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외국의 맛
루테피스크 - 노르웨이판 홍어
최근 인기 걸그룹 씨스타 멤버 중 한 명인 소유가 한 방송에서 홍어삼합을 맛깔나게 흡입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홍어는 특유의 냄새와 톡 쏘는 맛 때문에 웬만큼 익숙한 사람 아니고서는 먹기 힘든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방송이 나간 후 한 시청자는 "홍어를 이렇게 자연스럽고 맛있게 먹는 연예인은 처음 봤다"며 감탄사를 쏟아 내기도 했다.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겨울왕국>엔 케이크, 빵 등 여러 음식이 등장하는데, 그중 눈길을 그는 것이 루테피스크 Lutefisk다.
한국에 홍어가 있다면 노르웨이엔 대구로 만든 루테피스크가 있다. 그만큼 외국인에겐, 때론 내국인에게조차 고약하게 느껴지는 냄새와 톡 쏘는 맛이 트레이드 마크다. 홍어 같은 음식이 저멀리 노르웨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루테피스크에서 루테는 잿물, 피스크는 생선을 의미한다. 즉 양잿물에 담근 후 숙성시킨 생선 요리가 루테피스크다. 루테피스크의 주인공은 생선 중에서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대구다.
말린 대구를 닷새 정도 양잿물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 소금기와 함께 단백질이 50퍼센트 이상 빠져나가면서 대구가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형태로 바뀐다. 이 대구를 맑은 물에 담가 양잿물을 씻어 낸 후 며칠간 발효, 숙성시킨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양잿물의 독성이 모두 사라진다. 한국의 삭힌 홍어가 그렇듯이, 발효를 거친 대구도 만만치 않은 냄새와 독특한 맛을 품게 된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발효된 대구를 화이트소스와 함께 낮은 불에서 20분 이상 쪄 내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요리가 루테피스크다. 때론 베이컨, 감자 등을 곁들여 오븐에 굽는 경우도 있다. 남부 노르웨이 사람들은 주로 찌는 방법을, 북부 사람들은 굽는 방법을 애용한다.
이 음식은 9세기 바이킹 시대 때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킹들은 말린 대구를 먹으면 힘이 강해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말린 대구를 운반하던 바이킹 배가 침몰해 상당 기간 바닷물에 잠겼다가 인양되는 과정에서 바닷물에서 숙성된 대구를 발견했고, 이 대구를 찌거나 구워서 먹기 시작한 게 루테피스크 기원이 됐다는 설이 있다.
이방인이 접근하기엔 고약한 냄새와 강한 맛을 품고 있어 쉽지 않지만, 루테피스크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겨울 요리로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 로포텐과 올레순 지역은 루테피스크 전문 요리점이 즐비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1~2월은 대구 맛이 가장 좋은 시기로 손꼽힌다. 바이킹의 스태미나 음식 루테피스크를 맛보기 힘들다면, 홍어 요리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보자. 홍어 역시 겨울이 제철로 통하며 루테피스크 못지않은 한국대표 스태미나 음식이다.
홍어에 들어 있는 콘드로이틴황산 성분은 사람이 순간적인 힘을 내는 데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크 장미란도 경기에 나서기 전 홍어를 먹었다고 한다. 순간적인 힘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데 홍어가 보탬이 됐던 셈이다.
사랑과 낭만의 음료
마가리타 - 어느 바텐더의 사랑
멕시코 북서부 티후아나 지역의 로사리토는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한 해변 마을이다. 로사리토 해변에는 열 개가 넘는 나이트클럽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밤이면 밤마다 클럽들이 쏟아 내는 흥겨운 음악 탓에 작은 마을 전체가 들썩거린다. 도시 규모는 보잘것없지만 열기만큼은 라스베이거스 못지않다.
1938년은 로사리토에 매운 특별한 해로 여겨진다. 이 해변에 자리 잡은 한 나이트클럽은 유독 다른 클럽보다 많은 손님들로 매일 밤 북새통을 이뤘다. 이 클럽을 찾은 남성 고객들의 시선은 대부분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열정 넘치는 노래와 하늘거리는 녹색 드레스 사이로 쭉 뻗은 환상적인 각선미, 그 몸매에서 뿜어 나오는 정렬적인 춤! 매일 밤 남성들은 이 클럽의 쇼걸 리타 데 라 로사를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클럽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손님들뿐 아니라 이 클럽엔 리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일 밤 그녀를 응시하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이 클럽의 바텐더였던 카를로스 에fp라였다. 같은 클럽에서 일하는 직장동료였지만,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리타는 그에게 멀고도 먼 흠모의 대상일 뿐이었다.
카를로스는 그 애절한 사랑을 술을 통해 승화시켰다. 어느 날 그는 리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칵테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리타에게 받은 영감을 섬세하게 표현해 술 한 잔에 그녀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
리타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술은 호세 쿠에르보 테킬라였다. 따라서 카를로스는 호세 쿠에르보를 기본으로 칵테일을 만들기로 했다. 호세 쿠에르보 한 샷에 녹색의 라임 주스를 섞었다. 라임 주스는 리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녹색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된 것이다.
카를로스는 이어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리큐어인 트리플섹을 첨가했다. 이 오묘한 조화 속에 풍덩 빠진 얼음은 리타의 반짝이는 눈빛이다. 마지막으로 술잔 가장자리에 흰 소금을 둘렀다. 이것은 그의 눈에 비친 리타가 다름 아닌 천사였음을 상징한다. 술잔 주위에 둥글게 둘러진 하얀 소금은 천사인 리타의 머리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천ㄴ사 고리를 의미한다.
카를로스는 이 천사의 술에 리타의 이름을 따 마가리타란 이름을 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칵테일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2013년 마가리타는 헤밍웨이의 술로 유명한 모히토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칵테일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등 서양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열품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한국의 술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도 마가리타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시고 취하는 폭탄주 문화가 즐기고 교감하는 칵테일 문화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칵테일의 베이스로 각광 받는 테킬라, 보드카, 진 등 이른바 화이트 스피릿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2013년 화이트 스피릿의 국내 판매는 종류별로 30~70퍼센트 가량의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위스키와 일본 사케는 판매가 줄어들었다. 특별한 날, 배우자나 연인을 위해 달콤한 칵테일 한 잔에 마음을 담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자연이 준 선물
망고스틴 - 과일의 여왕
필리핀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는 세계 3대 해변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하다. 바다 색은 그야말로 에메랄드 빛이다. 보라카이의 명소 중 한 곳인 디몰은 이국적 풍경이 한껏 묻어나는 야외 몰이다. 세계 각지의 음식과 열대 과일, 이색 물품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망고스틴이다. 유독 이 과일에 눈길을 빼앗긴 건 평소 과일을 통 먹질 않아 속을 썩이던 아들이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일이 다름 아닌 망고스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망고스틴을 먹으려면 1킬로그램에 대략 1만 2,000원 안팎을 써야 한다. 며칠 냉장고에 넣어 두고 넉넉히 먹으려면 수만 원을 써야 한다. 그런데 보라카이에서 망고스틴은 우리 돈으로 1킬로그램에 고작 3,000원에 불과했다.
3킬로그램을 샀는데 한국 돈으로 1만 원도 안 됐다. 그날로 3킬로그램의 망고스틴을 다 해치웠다. 일등 공신은 아들이었다. 유독 망고스틴만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한다. "어떤 과일은 너무 달기만 하고, 어떤 과일은 시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망고스틴은 단맛에 신맛까지 있어서 좋아요."
단맛과 신맛의 절묘한 조합, 이를 통해 입안 가득 퍼지는 상쾌함, 청량감이 일품이다. 동그랗게 생긴 딱딱한 적갈색 껍질을 쪼개 내면 그 안에 최대 여덟 조각의 과육이 들어 있다. 눈처럼 흰 과육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신맛을 품고 있다.
망고스틴의 오묘한 맛에 반한 사람 중 하나가 19세기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이다. 그녀는 "망고스틴이 생각날 때마다 항상 맛볼 수 없는 것이야말로 한없는 유감"이라고 투덜댔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동남아 등에서 망고스틴을 상하지 않게 잘 가져오는 사람에게 무조건 기사 작위를 주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여왕이 사랑한 과일이라 해서 망고스틴엔 과일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망고스틴의 원산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웃한 필리핀, 태국 등으로 퍼졌고 지금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망고스틴이 많이 난다. 비록 이름에 망고가 들어가지만 망고스틴은 망고와 전혀 관계없는 과일이다. 아주 먼 과거, 태국을 여행하던 외국인이 이 과일을 보고 현지 상인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망구트라고 답했는데 이를 망고스틴으로 알아들어 서양에 망고스틴이란 이름이 퍼졌다는 일화 정도가 있을 뿐이다.
동남아 사람들은 예부터 소화기나 염증성 질환 등에 망고스틴을 민간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망고스틴 껍질에 살균, 항염증 등 약효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원산지인 말레이시아에선 현기증, 감정기복 치료에 망고스틴을 사용했고 필리핀에선 설사, 이질 치료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효능은 현대의학에서도 검증된 바다. 망고스틴엔 항산화성분과 칼륨이 꽤 많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와 심혈관, 퇴행성 질환을 방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칼륨은 이뇨작용을 통해 나트륨을 배출하는 기능을 하므로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안정에 도움을 준다. 면역력을 높여 주는 비타민C 역시 많이 함유돼 감기 예방은 물론 각종 염증 질환에 좋다.
이처럼 몸에 좋은 과일이라 해서 아무거나 집어 담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손으로 겉껍질을 눌렀을 때 쑥 들어가는 느낌이 있는 게 좋다. 겉껍질이 쑥 들어가는 것은 과피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적정한 탄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확한 지 얼마 안 돼 싱싱하다는 증거다. 반면 껍질이 마르고 딱딱해 웬만한 힘을 주어도 끄떡없는 게 있다. 이는 수확한 지 오래된 놈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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