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게 세상을 묻다

   
김용희 외
ǻ
에이지21
   
13000
2013�� 01��



■ 책 소개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영화 같은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정치, 환경, 인권, 고용, 교육, 복지 등 우리 사회의 10대 난제를 선별한 후, 서른 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상황을그리고 있는 영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들여다본다. 가령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청년실업, 정리해고를 둘러싼 고용 불안, 이주노동자 등으로 문제를세분화해서 분석했으며, 복지 문제에 있어서는 의료 민영화, 부동산 재개발, 자살 문제 등으로 문제를세분화했다.

또한 영화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친숙한 매체를통해 정치를 보여주고, 정치에 말을 걸고 있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용기를 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겁이났던 사람들, 그 정치인이 그 정치인 같고, 그 뉴스가 그 뉴스 같기에 사회 문제와 마주보는 것을 꺼렸던 사람들, 말로는 소통을 외치지만 정작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 저자 
김용희 -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서울에서나고 자라 영화를 공부했다. 광고대행사를 거쳐 일반 회사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영화처럼 우리 사회도 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승연 - 한양대 교육학과 졸업. 연세대 정치학과 대학원 졸업. 정치를 전공하고 경험했다. 국민의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다양한 삶의 총체인 영화가 그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믿음에 조심스럽게 펜을 들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보팀장 역임.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 과정 전문반 수료.


■ 차례
추천사
프롤로그

PART1. 권력의 정당성 -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폭력이되는-
1. 스윙보트 | 2. 맨 오브 더 이어 | 3. 브이 포 벤데타

PART2. 먹고 산다는 것 - 신성한 절대명제가 보잘것없이 흔들릴 때 우리가느끼는 슬픔
4. 돈의 맛 | 5. 불량남녀 | 6. 월스트리트

PART3. 쿼바디스, 우리 사회? -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사회가 가야 할길
7.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8. 우동 | 9. 타인의 삶

PART4. 사람을 키운다는 것 -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작은기적
10. 파수꾼 | 11. 세 얼간이 | 12.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PART5. 우리를 둘러싼 환경 - 어느새 무서운 괴물로 변해돌아온다
13. 클라우드 | 14. 투모로우 | 15. 에린 브로코비치

PART6. 인간의 존엄성 - 지켜져야만 하는 너와 나, 사람의가치
16. 아이 엠 샘 | 17. 밀크 | 18. 반두비

PART7. 통일, 누구의 소원인가? - 당위로만 알아왔던 통일, 진정 우리에게 하나 됨의의미
19. 풍산개 | 20. 크로싱 | 21. 한반도

PART8. 누구나 행복한 이상한 나라 - 아픈 놈, 이상한 놈, 수상한 놈 - 그래도 행복해야만 하는우리 모두의 권리
22. 인 타임 | 23. 1번가의 기적 | 24. 수상한 고객들

PART9. 그대 이름은 여자, 여자, 여자 - 눈물겨운 그들의 삶에 심심한위로와 따뜻한 응원을!
25.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 26. 나의 결혼 원정기 | 27.다마모에

PART10. 우리도 일하고 싶다- 빼앗긴 노동의 현장에서 목 놓아 부르는 희망의 노래
28. 내 깡패 같은 애인 | 29. 더 컴퍼니맨 | 30.방가?방가!





영화에게 세상을 묻다


먹고 산다는 것 - 신성한 절대명제가 보잘것없이 흔들릴 때 우리가 느끼는 슬픔

불량남녀(2010)

감독: 신근호

출연: 임창정(방극현), 엄지원(김무령)

ㅂ ㅣ ㅈ. 이 빚 자를 거꾸로 하면 ㅈ ㅣ ㅂ. 집이 됩니다. 글자 그대로만 봐도 빚 없이 집 사는 건 불가항력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큰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한 선배를 만나 둘이 마주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세 자녀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사는 선배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부자 동네에 살고 있지만 실상은 하우스푸어의 전형이라 할 수 있지요. 아이가 셋인 선배는 큰딸의 대학 입학금을 시작으로 초등학생 막둥이까지 무사히(?) 교육을 끝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파트라도 처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 부모님까지 일곱 식구가 거쳐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배가 집을 줄이면 얼마나 줄일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 제 선배만큼이나 딱한 사람, 참 많을 겁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고요.


* * *


비록 영화의 주인공 방극현은 보증을 잘못 선 대가로 빚을 떠안게 된 채무자의 나쁜 예에 속하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무슨 이유로 돈을 빌렸는지는 중요하지 않겠죠. 그래서 무령의 상사는 그놈의 몹쓸 휴머니즘에 빠진 추심원들을 압박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실 극현의 입장도, 무령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오죽했으면 남의 돈 끌어 썼을까도 싶고, 남의 돈 갖다 쓴 주제에 외려 당당하게 욕까지 퍼붓는 꼴을 감당해야 하는 직업 종사자들은 또 뭔 죄인가 싶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분명 잘못을 저지른 사람일 텐데, 돈을 빌린 사람이 죄일까요, 돈을 꿔준 사람이 죄인일까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1%>, <가계부채가 대한민국 경제위기의 단초 될 것>, <대한민국 서민층 무너진다> 등 연일 언론보도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이러다 또 큰일 나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날 정도입니다.


작년 1분기 가계부채가 무려 900조 원, 여기에 사실상 가계대출인 자영업자의 부채 320조까지 합치면 이미 1,200조 원이 훨씬 넘는 부채가 발생했다고 하지요? 모든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분석한 대로 원인은 역시 부동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300조 원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어 막상 주택을 처분해도 그 가격이 담보대출액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출자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입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펼침으로써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고금리의 카드 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이지요. 심각한 문제는 최근 일반 생활 자금 목적의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무디스의 분석을 고려하면 서민층과 저소득층의 급전은 당장의 생활비에 충당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듯 악화일로로 치닫자 급기야 정부는 은행들이 저신용 대출자들의 이자 감면과 원금 분납을 돕는 사전채무조정, 즉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추진하겠다면서 가계부채로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게 빚 갚을 여력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출자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게 되어 다행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이자율 조정, 주택 거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 전반의 난맥이 풀리지 않는 이상 가계부채로 인한 국가 경제위기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폐렴 환자에게 항생제가 아닌 감기약 주는 꼴로 이 위기가 사그라질 리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매우 유사합니다. 당시 미국으로 인해 전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지요. 그해 우리나라에는 대선이 있었습니다. 국민들 주머니 채워주겠다고, 주가도 높이고 집값도 높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후보가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로부터 5년이 흘렀습니다. 주머니 좀 채워지셨습니까? 약속했던 대로 주가는 올라갔나요? 집값은 뛰었습니까?


우리는 미국의 사례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실로 무능한 정부를 가진 불쌍한 국민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영화에서 극현과 무령은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사태를 아름답게 수습했지만 현실은 좀 달라야겠죠? 국민을 봉으로 여기고 만신창이로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제대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아무리 국민들이 전화 한 통으로 사방에서 뭉치 돈다발이 튀어나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대출되는 TV 광고에 현혹되어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혼동한다 해도 사회가 먼저 빚을 권해서야 되겠습니까? 돈을 빌리러 가는 것은 슬픔을 빌리러 가는 것이라는데, 국민에게 슬픔을 권했던 진짜 죄인들을 일망타진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정치의 좋은 예입니다.



쿼바디스, 우리 사회? -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

우동(Udon, 2006)

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

출연: 유스케 산타마리아(마츠이 고스케), 고니시 마나미(미야가와 교코)


거리를 보면 어쩜 그렇게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많은지요. 치킨집을 필두로 김밥집, 도시락집, 고기집, 커피집, 빵집 등 거리의 대부분이 프랜차이즈로 그득 들어찼습니다. 50미터, 100미터마다 하나씩 보이는 프랜차이즈들을 보면서 내 혀가 저 음식점들에 지배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을 부풀려 하고 있을 즈음 본 영화가 바로 <우동>입니다.


우동이라고 하면 소바와 함께 일본의 대표 음식이지요. 그중에서도 일본 사누끼 지방은 우동으로 유명해서 사누끼 우동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고요. 저도 아직 사누끼 지방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일본의 작은 도시 사누끼를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사누끼 지방과 사누끼 우동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영혼의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영혼의 음식으로 우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 *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우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겁니다. 영화 내내 계속 나오는 우동면의 탱탱한 식감, 사람들이 후루룩거리며 먹는 소리, 노란 달걀과 향긋한 파, 장시간 정성 들여 우린 육수.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주르르 흐르지요. 메뉴는 또 얼마나 개성 넘치는지 모릅니다. 뜨거뜨거 소, 식힌 뜨거 대. 어떤 집은 아예 메뉴라는 개념 자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젓가락과 그릇을 가지고 가야 하는 집도 있고 파를 원하는 사람은 가게 뒤 텃밭에서 직접 뽑아 와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가게 수만큼이나 다양한 우동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점이 느껴지죠?


사실 이 영화의 주제는 꿈을 이뤄가는 일에 대한 것입니다.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이 우동을 매개로 펼쳐가는 드라마가 잔잔하게 펼쳐지죠. 하지만 전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다양성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직 동네 빵집이 많았던 시절에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와 같은 브랜드 빵집이 들어온다고 하면 왠지 설레었습니다. 동네 빵집과 다른 분위기와 깔끔함이 좋아 보였거든요. 그런 빵집을 편하게 애용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근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저에게는 빵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골목길처럼 좁아져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그 빵집에 천편일률적인 그 맛. 점점 그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졌습니다.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동네 빵집을 경영했던 가게 주인들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니 일개인이 미각을 잃어버리는 일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할 겁니다. 대한제과협회 자료에 따르면 개인 빵집은 2007년 8,034개에서 2011년 5,184개로 줄어든 반면, 대기업 빵집은 3,489개에서 5,290개로 승승장구하며 이미 개인 빵집의 수를 추월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가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개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걸요.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기도 하고 각 지자체에서는 SSM 규제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강제 휴무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실효성 없이 이익 당사자 간 갈등만 키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뭘 못하게 막는 규제 일변도의 부정적 접근보다는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긍정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케팅력이 부족한 그들을 위해서 나라나 기관이 대신해서 홍보를 해주거나 스폰서십 프로그램으로 후원하는 것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최고의 파티쉐를 꿈꾸는 사람, 커피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바리스타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지요. 지금은 테이블 4개의 작은 식당이지만 언젠가는 꼭 분점을 낼 거라는 오너 셰프도 있습니다. 우동이 영화 속 사람들의 꿈을 지켜주었듯이 그런 우동의 역할을 새 정부가 좀 해주면 어떨까요? 개개인이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각종 제도로 그들의 꿈을 지원해준다면 영화 속 아버지로 출연했던 우동의 장인처럼 너도나도 개성 넘치는 장인들 세상이 올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통일, 누구의 소원인가? - 당위로만 알아왔던 통일, 진정 우리에게 하나 됨의 의미

한반도(2006)

감독: 강우석

출연: 조재현(최민재), 차인표(이상현), 안성기(대통령)


한국인의 한(恨)이 뭐냐고 외국인이 물어보면 정말 난감합니다.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겨우겨우 대답을 하고 나면 또 묻습니다. 그게 왜 생겼냐고. 그럼 또 얕은 역사 지식을 총동원해 침략과 약탈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설움과 아픔에 대해 어렵사리 설명합니다. 외국인은 제 어설픈 답변에 대충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공격 태세를 갖추죠. 이번 질문은 뭘까요? 열의 아홉은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 그 한을 못 풀었냐고, 너희 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여태 뭘 했냐고. 저는 어떤 답을 해줘야 했을까요?


* * *


한반도 주변에는 어디 한 군데도 만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한반도는 강대국이 세력 각축전을 벌이는 대리전쟁의 터가 되곤 했습니다. 그들의 패권 경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지금껏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는 2012년 역사의 대격랑 속에 다시 한 번 휩싸이게 되었죠. 김정일 사망 이후 새로운 실권자가 된 김정은 체제의 북한,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정권의 우리나라,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한 미국, 시진핑 시대의 막을 올린 중국, 두 번째 직선 대통령에 당선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극우 성향의 자민당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등 모두 2012년 한 해 동안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가히 한반도 중심의 동북아 지역이 세계의 정치, 외교, 안보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격변의 급물살에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 영화는 한일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은 영화와는 조금 다릅니다. 먼저 미국과 중국(G2)의 움직임을 가장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이른바 아시아 중시 전략이라고 하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으로 인해 중국, 일본, 러시아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 국력을 소진하는 사이 경제력을 키워 G2로 급부상했고, 이런 중국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로 회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우산 아래 있었던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첫 해외 순방지로 타이, 미얀마, 캄보디아를 택한 이유도 아시아에서 절대 위상을 자랑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해 보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에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요.


양국의 입장 차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북핵 폐기와 비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존의 대북 강경책을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또한 북한이 외교 채널 다변화로 입장을 선회하여 자국의 입김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강온 양면정책을 이용할 테죠.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를 주창하며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합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또 201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미, 필리핀의 연례 합동훈련에도 참가했었죠. 이러한 한미 간 군사동맹 강화가 중국에 반가울 리 없습니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 간의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심화하는 시점에 미국이 센카쿠가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은 여러모로 군사적 패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갈등이 고조되면 한반도 정세는 요동을 칠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의 관계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위기를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와 주변 국가가 일제히 권력 교체를 이룬 이 시점이야말로 국가 전략을 확실히 세울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릅니다. 세력 균형의 중심점은 한반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주변에 조성된 미중 간 군사적, 외교적 갈등과 러시아의 신(新) 동진정책, 일본의 우경화 가속화 등 고조되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혀야만 합니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그 운명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 역시 한반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남북의 평화 공존과 협력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이죠.


이제 키는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한반도는 샌드위치 신세가 아닌 스윙(swing) 국가(부동층 국가)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익을 좌우할 지도자의 여우 같은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도 일하고 싶다 - 빼앗긴 노동의 현장에서 목 놓아 부르는 희망의 노래

더 컴퍼니맨(The Company Men, 2010)

감독: 존 웰스

출연: 벤 애플렉(바비 워커), 크리스 쿠퍼(필 우드워드), 케빈 코스트너(잭 돌란)


월급쟁이 중에 고용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학교를 마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회사에서 그대로 정년까지 가는 얘기는 이제 전설 정도로 남겨둬야겠죠. 종신고용이라는 일본의 신화도 깨진 지 이미 오래니까요.


2011년 노동계에서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2012년에는 쌍용자동차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두 경우 모두 대량해고로 인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물론 경영이 악화되었을 때 불가피한 인원 조정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수백 명, 수천 명을 거리로 내모는 일은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입니다. 더구나 쌍용자동차 사태의 경우 무리한 매각 절차나 회계 조작 등 드러난 의문점에 대한 분명한 확인 절차나 관련자 문책 없이 힘없는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것은 결국 너 죽고 나 살자식 제로섬 게임이나 다름없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가 서로 양보하여 타결이 되기는 했습니다.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인 관심이 이들 문제해결에 일말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관심은 지금은 아니라 해도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노동자들의 공감대가 크게 작용하여 만들어진 것일 테지요.


그러나 쌍용자동차 사태의 경우 23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안갯속 형국입니다. 태평양 건너 조선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네요. 대량 정리해고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영화 <더 컴퍼니맨>입니다.


* * *


회사 인사담당자가 봤다면 사원들 교육 영화로 좋은 샘플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자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과 정리해고 문제에 더 큰 공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실업자 75만 명의 고용 불안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기업은 흥망성쇠를 거듭합니다. 잘될 때도 있고 망할 수도 있죠. 사업이 잘되면 직원들도 보너스를 받고 혜택을 받는 것처럼 망했을 때도 고통 분담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고 없는 인력 감축이나 무차별적 정리해고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끼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월급쟁이 생활이란 것이 겨우 한 달 살이에 불과하다 보니 당장의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원을 조정하는 문제는 기계 하나를 처분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다면 갑작스런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정기, 즉 적절한 교육과 기회를 주면서 재취업의 기회를 갖는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인 장기 침체 위기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퇴직 프로그램을 개별 기업의 역할로만 그치게 할 수는 없겠지요. 사회와 국가가 함께 총력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용 유연성이 좋은 덴마크 모델이 참 부럽습니다. 덴마크의 고용 유연성은 황금 사각형으로 불리는 1)유연한 노동시장, 2)실업자에 대한 실업보험제도, 3)실업자의 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적 직업훈련을 시행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서 기인합니다. 이 같은 세 가지 요소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의해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해고된다 해도 교육 및 실업수당이 나오므로 노동자들은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활동 인구의 30% 정도가 해마다 직장을 옮기는 상황이니 이직이나 퇴직, 해고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겠죠.


이런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가 2천 5백만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소망일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소망은 그저 소망에 그칠 공산이 클 것 같습니다. 남유럽 재정 위기에도 끄떡없었던 무풍지대 북유럽도 결국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들리니 말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상공세를 당할 장사는 없었나 봅니다.


이 영화 포스터에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네요. 아슬아슬한 줄 위에 간신히 서 있는 사람들과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줄 아래의 여러 사람들. 저 하늘 위의 전선줄이 8차선 대로로 바뀌는 날은 과연 다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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