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임정섭
ǻ
경향BP
   
14300
2012�� 10��



■ 책 소개
썼다 지웠다, 키보드 앞에서 수십 번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글쓰기 해법! 

이책의 목적은 글쓰기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나아가 글쓰기로 삶을 바꾸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이 책과 ‘온라인 글쓰기 훈련소’가 제시하는 길을 따라열심히, 성실하게 쓰면 된다. 

이 책은 세 가지측면에서 획기적이다. 첫째, 국내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쌍방향 연습 교재다. 책을 읽으면서 온라인을 통해 보충 훈련을 하도록 했다. 둘째,의도적으로 예문을 많이 실었다. 수백 권의 책에서 추출한 명문장의 성찬이다. 예문을 베껴 쓰고, 나아가 외우면 학습 효과가 높다. 셋째,초보자라 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글쓰기의 기초부터 최고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게 했다. 

■ 저자 임정섭
전 경향신문,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현재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의 대표이자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의 운영자(황금지우개)다. 문학을 노래하는 ‘북밴’ 대표, 경희 사이버대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SERI Pro 강사, EBS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위원회 ‘국민제안상’, ‘기획서작성법’으로 2009년 ‘노동부 원격훈련프로그램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을의 생존법』『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글쓰기훈련소』가 있다. 

■차례
프롤로그_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추천사_글쓰기훈련소는 OOO다!

[1장] 필사(筆寫), 어떻게 할 것인가
1. 독자를사로잡는 글쓰기
2. 문장이 글쓰기를 이끈다
3. 글의 마법으로 이뤄진 세계
4.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 
5. 삶을바꾸는 글쓰기
6. 글쓰기는 모험이다
7. 마법사의 글 필사하기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글쓰기란 꽃씨를 심는 일 | 글은 순간을 잊게 하는 힘

[2장] 글쓰기 습관, 어떻게 만들 것인가
1.열손가락이 춤추게 하라
2. 내 안의 문장을 찾아라
3. 생각 호수로의 잠수
4.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라 
5. 꿈의시작, 원고지 1천 매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재능에대해 회의할 필요 없다 | 연애편지 많이 쓰세요 | 남들이 재미있어 하니 계속 쓰게 돼

[3장] 글쓰기 시작, 어떻게 할 것인가
1. 글쓰기의시작은 관찰이다
2. 자세히 보면 비밀이 보인다
3. 그림을 활자로 변환하라
4. 느낌보다 사실을 먼저 표현하라
5.고흐처럼 생생하게 써라
6. 매혹의 묘사 5선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긴장감 있게 짜인 글이 좋은 글 | 뜻을 세우고 글의 얼개를 짠 뒤거침없이

[4장] POINT 라이팅,어떻게 쓸 것인가
1. 포인트만 알면 글쓰기 끝!
2. P_포인트를 잡아라
3. I_인트로와 배경쓰기
4. O_내용 쓰기 
5. N+T_뉴스와 소감 쓰기
6. 포인트(POINT)로 ‘30분 만에 서평쓰기’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반복하다 보면 문리를터득해 | 누구나 엉덩이로 글을 쓴다

[5장] 수사법, 어떻게 쓸 것인가
1.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하는 “은유”
2. 비슷한두 사물을 연결하는 “직유”
3.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의인”
4. 반대되는 내용으로 강렬한 “대조”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글은 망할수록 더 좋아진다 |막히면 시를 읽어라

[6장] 매혹적인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1. 첫 문장 쓰기- 꽃이냐 칼이냐
2. 개 꼬리로 머리 흔들기
3. 피칭-문장하나로 끝내기
4. 사고의 확장-숫자 3의 마법 
5. 스토리텔링-설득의 귀재
6. 결말 쓰기-화룡점정매듭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퇴고가 중요하다 | 아버지 때문에 글을 안 쓸 수 없어

[7장] 글쓰기 기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자기소개서-첫 문장이 중요하다
2. 비즈니스 라이팅-핵심을 찔러라
3. 일기-구조를 알고 쓰면 간단하다
4. 칼럼-전하려는메시지를 먼저 쓰라
5. 연설문-스티브 잡스 원고의 비밀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 연 1억 원 글쟁이에 도전하세요

[8장] 창의적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1. 퀴즈 풀기, 문제를 풀며 상상하라
2.비교하기, 비교하며 상상하라
3. 이어 쓰기, 스토리가 저절로 펼쳐진다
4. 더하기, 글쓰기와 수학의 만남
5. 바꿔 쓰기,낱말을 바꾸면 신선해진다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꿈속에서도, 숨 쉴 때마다 글, 글 | 쓸 수 있다고 믿으면 이뤄진다

에필로그_글쓰기 마법 학교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1장] 필사(筆寫), 어떻게 할 것인가

글쓰기는 모험이다

글쓰기는 모험이다. 누구나 글을 쓴다. 우리말 단어나 문장을 쓰지 못하는 이는 없다. 반면에 영어는 그렇지 않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부끄럽지 않지만, 국어로 된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왠지 특이한 일이 된다. 그러나 글을 쓰긴 하지만 늘 부족하고, 무엇보다 첫 시작 한 줄을 쓸 때마다 막막한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모험이다.


많은 이들이 피아노나 기타, 골프와 테니스, 라틴댄스나 살사댄스 같은 취미를 배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배움을 통해 남이 갖지 못하는 특기를 가지는 보람이 있을 터이다. 이를 위해서는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모험인 것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고 나면 보통 글쓰기를 넘어서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당신은 이 길에 들어섬으로써 글쓰기 모험이 얼마나 흥미로운 세계인지 경험할 것이다. 실로 이 모험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그 길에는 수많은 글쓰기 마법사들이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 낸 찬란한 문장이 있다. 글쓰기의 길은 바로 이 문장 속으로 나 있다. 마법사들이 이미 지나간 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은 묵묵히 또 다른 마법사들의 글을 따라 걸었다. 작가 신경숙이 대표적이다.


신경숙 작가는 필사를 통해 고수가 되었다. 필사와 관련해 그녀가 주목받는 이유는 남보다 더 오래, 치열하게 그 고행의 시간을 견뎠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에 잘 나와 있다. 책에 따르면 그녀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을 필사로 보냈다. 그 시작은 서정인의 『강』이었다.


필사, 베껴 쓰기를 해 본 이는 알겠지만 지루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랑하면 미칠 수 있고, 미치면 일을 낼 수 있다. 필사를 하다 보면 아름다운 문장과 만난다. 그 문장과 사랑에 빠지면 필사는 즐거운 일이 된다.


필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언어의 표현법과 문장의 구조, 글의 서술 방식을 익히기 위해서다. 누구나 한 번쯤 책을 읽다가 좋은 글에 반한다. 대개 그러고 만다. 반면에 깨어 있는 자는 밑줄을 긋고 마음에 품고 그것을 글로 옮긴다. 그것에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해져 단 하나의 문장으로 태어난다. 따라서 그 문장을 익히는 일이 글쓰기의 첫걸음이지 않겠는가.


때론 우회로가 빠르다. 글쓰기는 다른 모든 예술처럼 혼자 배우기 어렵다. 만약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면 그냥 따라 하는 쪽이 속 편하다. 자. 이제 마법사의 글을 필사하며 글쓰기 모험을 본격적으로 떠나보자.



[2장] 글쓰기 습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꿈의 시작, 원고지 1천 매

어릴 적 다니던 학교에 가본 적 있는가. 당시엔 높게 보였던 학교가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배움의 길처럼 꿈의 길 역시 이와 같다. 한 분야에 미친 듯이 정진하다 보면 그토록 우러러보았던 ‘롤 모델’들이 작아 보인다. 당신의 키가 점점 커지면 당신이 꿈꾸던 이들의 모습은 거꾸로 점점 작아진다. 그리하여 어느 날 당신은 마침내 그들을 추월하고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대가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마법사의 길이 그렇다. 당신이 동경하는 작가나 저술가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배우고, 글쓰기에 매진하고, 그 글이 원고지 1천 장을 넘어서면 훌쩍 성장한다. 이어 1만 매를 넘으면 꿈에 다가가고 3만 매를 넘으면 웬만한 고수를 추월할 것이다. 그 상황은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하기 어렵다. 마치 눈에 안대를 차고 달리는 느낌까지 들 것이다. 그러나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그렇게 글쓰기 고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력은 일단 글을 써본 경험에서 나온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글을 잘 쓰는 법으로 “소설이든 아니든 1천 매짜리 원고를 책 쓰는 심정으로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책을 써본 이는 원고지 1천 매가 의미하는 바를 안다. 보통 단행본 한 권은 원고지 800매에서 1,000매 사이다. 대략 250~300페이지 분량이다. 글쓰기의 지름길은 모름지기 다작이다. 표정훈의 말은 일단 많이 써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고지 1,000매를 채우는 일은 높은 산을 하나 오르는 것과 같다. 계획이 서야 한다.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장시간 투자해야 한다. ‘목표, 의지, 투자’는 험준한 고봉등산을 위한 3가지 요소일 뿐 아니라 글 잘 쓰는 3가지 조건이기도 하다.


글쟁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면 매일, 1년간 손을 자판에서 떼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마치 그 모습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과 같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면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는 것이다. 회사 일을 잠시 잊은 채,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단절한 채, 책과 글의 숲 속으로 순간이동 해야 한다.


그 길이 어디 쉽겠는가. 모든 모험에는 마녀가 있다. 글쓰기 여정에도 예외가 아니다. 늘 게으름의 덫과 졸음의 그물, 그리고 바쁜 일상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종종 등, 어깨에 통증이 오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누구도 함께하지 않는 고독은 회의를 부르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고립은 절망을 부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꿈이 있는 당신은 ‘빵 굽는 타자기’에 앉아 타자를 치던 폴 오스터와 다르지 않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 당신의 영혼은 어느새 마법의 망토를 입고 하늘로 비상한다.



[3장] 글쓰기 시작, 어떻게 할 것인가

자세히 보면 비밀이 보인다

글쓰기는 스케치와 같다. 스케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잘 관찰해야 한다. 그냥 멍 때리듯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풍경과 특정 행위를 위해 주목하는 풍경은 다르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관찰을 창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관찰을 거듭하면서 소설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대표작인 『개미』는 무려 12년에 걸친 관찰의 결과다. 그는 집안에 개미 수천 마리를 기르며 그들의 습성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관찰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유효하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을 통해 관찰의 중요성을 다음처럼 짚었다.


두 사람이 산책을 나간다. 한 사람은 스케치를 잘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그런 데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지각하는 경치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은 길과 나무를 본다. 그는 나무가 녹색임을 지각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는 태양이 빛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반면 스케치를 하는 사람은 무엇을 볼까? 그의 눈은 아름다움의 원인을 찾고, 예쁜 것의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꿰뚫어 보는 데 익숙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햇빛이 소나기처럼 잘게 나뉘어 머리 위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잎들 사이로 흩어지고, 마침내 공기가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차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가지들이 잎들의 베일을 헤치고 나온 모습을 볼 것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색 이끼와 하얀색과 파란색, 자주색과 빨간색으로 얼룩덜룩한 환상적인 지의류가 부드럽게 하나로 섞여 아름다운 옷 한 벌을 이루는 모습을 볼 것이다.


이어 동굴처럼 속이 빈 줄기와 뱀처럼 똬리를 틀고 가파른 둑을 움켜쥐고 있는 뒤틀린 뿌리들이 나타난다. 잔디가 덮인 비탈에는 수많은 색깔의 꽃들이 상감 세공처럼 새겨져 있다.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스케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돌아왔을 때 할 말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이러저러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왔을 뿐이다.


언론 현장에서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특종을 터뜨리는 민완 기자가 있는가 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 낙종을 하는 ‘미완’ 기자가 있다. 사안에 대한 관찰이나 접근 방식,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보다 더 근원적인 통찰은 ‘보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관찰을 잘하면 숨어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4장] POINT 라이팅, 어떻게 쓸 것인가

P_포인트를 잡아라

아련한 꽃의 속삭임까지 듣는 감성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사진 분석의 한 개념으로 ‘푼크툼(punctum)’을 도입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라틴어로 ‘점’을 뜻하는 이 말은 사진이나 회화 혹은 영화 같은 작품을 감상할 때 순간적으로 꽂히는 강렬한 요소를 의미한다. 그 요소가 타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으나 자신에게는 가슴을 찌르고 오랫동안 응어리지는 것이다.

- 장문경, 『사랑이 음악에게 말했다』


이 푼크툼이 때론 글쓰기의 포인트와 같다. 한 개인에게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우연의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어느 해 4월 어느 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길을 걷고 있었다. 온종일 비가 내린 거리를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번져왔다.


어디서 오는 향기일까?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골목 끝에 라일락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그는 그 꽃 옆으로 걸어갔다. 아마 보통 사람 같으면 ‘향기 참 좋다’라며 지나칠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꽃이 지나가는 나에게 향기를 흘려보낸 것은 내게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은 왜 꽃이 자신을 부르는지 알기 위해 서성거렸다. 그러다 꽃의 말을 들었다.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그는 굴곡진 삶 속에 빛바랜 자신을 돌아보았다. 동시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고, 나중에 책 제목이 됐다. 감성은 마법을 일으킨다. 작은 사물 하나, 작은 사건 하나에 대한 감수성은 글쓰기에서 무척 중요하다.


“라일락은 연보라색이라 비에 젖으면 금방 지워질 듯한 여린 빛이다. 그런데도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있다. 세월의 빗발에 젖으며 나는 내 빛깔과 향기를 얼마나 많이 잃어버렸던가.”

- 도종환,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5장] 수사법, 어떻게 쓸 것인가

비슷한 두 사물을 연결하는 “직유”

직유는 특정의 대상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흥미롭게 서술하기 위해,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다른 대상에 비유하는 수사법이다.


그의 서재는 매일 자라나는 서재

김진애의 서재는 소박한 온실을 닮았다. 책과 책 사이를 간질이며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과 빼곡하게 책장을 메운 손때 묻은 책들, 그리고 곳곳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화초들의 모습은 마치 어느 시골 마을의 조용한 농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서재는 조금 색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을 가리지 않는데 창을 등지고 서재를 꾸렸다. 창문을 막아서 서재를 만든 사람은 아마 그녀 말고는 찾기 힘들게다. 그렇게 빛을 등에 업은 책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보였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 한정원, 『지식인의 서재』


서재를 온실에 비유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여염집처럼 평범하다. 아마도 책장에 책과 함께 놓은 화초가 온실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 듯하다. 특이한 점은 대담하게 창문을 가로 막아 설치했다는 사실. 이 글에서 돋보이는 점은 창을 막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책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한 대목이다. 자연의 빛보다 값진 책의 빛이다.


인생은 스키와 비슷하다

인생은 스키와 비슷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보다 차라리 넘어져버리는 게 낫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틸수록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없다.

인생에 대한 비유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보통 스키의 자리는 자전거가 차지하곤 했다. 삶은 자전거와 같아서 계속 폐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인생은 또한 공중그네와 같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잡고 있던 줄을 놓아야 한다. 모험은 기득권의 포기에서 나온다. 인생은 또한 비행기와 같다. 이왕 출발한 김에 단숨에 일정한 궤도에 진입해야 목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6장] 매혹적인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피칭-문장 하나로 끝내기

피칭은 던진다는 뜻이다. 공 하나로 타자를 잡는 강력한 투구법이다. 글쓰기에서 피칭은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다. 단숨에 상대의 가슴을 찔러 무너뜨린다.


피칭(Pitching): 용건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 전하는 행위


이 피칭은 ‘엘리베이터 피치’라고도 부른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 내릴 때까지의 30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짧은 시간 안에 특정 아이디어를 소개할 때 필수적이다. 의사를 명료하게 표현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기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강력한 테크닉이 된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감독에게 자신의 시나리오를 설명할 때 많이 쓴다. 예를 들어 영화 <인셉션>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알아보자. 다음은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에 소개된 영화의 줄거리다.


미래 사회에서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은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또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 그는 머릿속의 정보를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켜야 하는 일을 맡게 된다. 이른바 영화 제목처럼 ‘인셉션’이다.


이 내용을 짧은 시간에 설명하여 필이 꽂히도록 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다음처럼 설명하면 어떤가.


인셉션은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을 꿈으로 대체한 블록버스터다. #1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쉽다. <매트릭스>를 본 이들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이 피칭은 핵심(포인트)을 파악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1은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심거나 훔치는 영화’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다음처럼 말하는 기법도 피칭이다.


내 미래의 남편이 될 앨리그잰더 플렁켓 그린은 185센티미터 넘는 키에 믹 재거와 폴 매카트니를 반씩 섞어놓은 것 같은 외모다.

- 메리 퀀트, 『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이는 ‘믹 재거처럼 이목구비가 크되, 폴 매카트니처럼 준수하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납득할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다. 이 피칭의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이 기술은 핵심을 잡아 문장으로 만드는 ‘포인트라이팅’으로부터 출발한다.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연구팀이 여성들에게 각각 붉은색과 녹색 셔츠를 입은 남성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점수를 주게 했다. 그 결과 붉은색 셔츠의 남성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단락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첫 문장을 다음처럼 시작하면 훨씬 가독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은 붉은색 셔츠를 입은 남성을 매력적으로 느낀다.



[7장] 글쓰기 기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비즈니스 라이팅-핵심을 찔러라<
/P>비즈니스 라이팅은 한마디로 돈과 성공에 관련된 글쓰기다. 잘 쓰면 상품 매출이 오르고, 승진을 하며,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독자를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아래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주)다이슨의 히트작 ‘날개 없는 선풍기’의 설명글이다.


제목: 관념 벗어나지 못한 100년 이상의 선풍기 역사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습니다. 날개를 이용한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그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이슨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선풍기는 꼭 날개를 써야 할까? 선풍기 날개 때문에 바람이 끊기고 청소하기도 번거롭고, 게다가 아이들은 항상 손가락을 넣고 싶어 해서 늘 위험하잖아.” 100년 넘게 이어온 선풍기의 틀이 깨지는 데는 4년이 걸렸습니다.


큰 문제없는 글이다. 그러나 맨 앞에서 시선을 붙잡아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제목과 첫 문장을 다음처럼 고치면 더 눈에 띈다.


제목: ‘100여 년 고정관념’을 날려버린 날개 없는 선풍기

“선풍기는 꼭 날개를 써야 할까? 선풍기 날개 때문에 바람이 끊기고 청소하기도 번거롭고, 게다가 아이들은 항상 손가락을 넣고 싶어 해서 늘 위험하잖아.”


100년 넘게 이어온 선풍기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4년이 걸렸습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습니다. 날개를 이용한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그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이슨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깼습니다.


글쓰기 강좌 수강생 중 매우 중요한 직책에 있던 직장인이 있었다. 그는 상사에게 보고할 때마다 긴장됐다. 상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꾸 짜증을 냈다. 직장에서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바쁘다. 따라서 요점을 말하거나 글을 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보고를 할 때는 반드시 핵심을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 그 역시 ‘요점을 말하라’는 말을 상사로부터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요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대체 그 요점이란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렵다. 아래 사례를 보자.


우리는 16일 오전 9시 15분쯤 롯데호텔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했다. 무기도입 협상 차 한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동 중 일부 자료를 가져오기 위해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방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우리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다. 한국 언론은 자국의 정보기관이 벌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한국 정보기관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 관한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자국의 대통령에게 보내는 보고 형식으로 쓴 글이다. 이런 식의 보고는 잘됐다고 보기 힘들다. 화급을 다투는 문제를 미괄식으로 썼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두괄식으로 바꿔야 한다.


누군가가 우리 측 자료를 훔치려 호텔 방에 침입했다. 한국 언론은 자국의 정보기관 소행 쪽으로 보도하고 있다. 무기구매를 위한 협상 당일(16일) 우리는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다. 이동 중 일부 자료를 가져오기 위해 호텔로 돌아간 결과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우리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다.



[8장] 창의적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비교하기, 비교하며 상상하라

몸과 마음의 서로 다른 점

사람의 몸은 하나지만, 몸짓과 마음의 빛깔은 하나가 아니다. 몸짓은 수만 가지가 넘고, 마음도 그 빛깔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살아 있으므로 늘 움직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흐르는 물과 바람처럼 변화무쌍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므로 순간순간 이루 다 포착해 낼 수 없을 정도다.


몸과 마음 중에서 특히 마음은 잘 읽어내기가 어렵다. 몸은 보고 만질 수 있으나 마음은 그렇게 하기 난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은 물론 남의 마음도 잘 모르겠다며 번민하고, 갈등하며 힘들어한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인가. 아니다. 빛에도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적외선, 자외선이 있듯이 마음에도 마음의 몸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빛깔이 있다.

- 김소연, 『마음사전』


이 글은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서술한 서문의 일부다. ‘마음’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마음이 얼마나 떨렸을까. 마음에 대해 서술하기 위해 몸을 동원했다. 몸과 비교함으로써 마음의 실체가 훤히 드러났다. 마치 어둠에 빛을 더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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