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연습

   
황상민
ǻ
생각연구소
   
13000
2012�� 03��



■ 책 소개
심리적 독립과 자유를 겁내는 어른아이를 위한 홀로서기 설명서
스물에 몸의 어른이 되었다면, 서른에는 마음의 어른이되어야 한다
 

정말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대로 모르는 ‘나’에 대한 이야기.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친절하기보다는 냉철하게,어루만지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청취자들의 실제 사연을 분석해 촌철살인 처방전을 제시해 화제를 몰고 온 황크라테스, 황상민 교수의 ‘NO’ 상담코너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방송 내용 중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모아 라디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심리 이론과 사례 분석을추가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 저자황상민 
공식적으로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비공식적으로는 민간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박사, 한국인의심리를 가장 정확히 꿰뚫는 심리학계의 셜록 홈즈,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인정한 세계 심리학계의 아이돌, 표정상담기법을 도입한 국내 유일의심리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관심은 심리학을 넘어 사회, 문화, 경제, 일상의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교과서 10번 반복해서 읽고외우기’로 서울대학교에 입학, 고시 패스해서 번듯한 공무원이 되기를 원했던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나는 왜 남들과 다를까’를 탐구하고 싶은열망에 심리학과를 선택했다. 이후 ‘유학은 부자들이나 가는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는 주변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학교 사이언스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현재 한국 사회의 정체성과 마케팅 소비 심리 및트렌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법인 위즈덤센터(wisdomcenter.co.kr)와 함께 한국인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심리를탐구하고 있다. 저서로 『짝, 사랑』『부모 심리, 아이 심리』『한국인의 심리코드』『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대한민국 사람이 진짜원하는 대통령』『사이버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공저) 등이있다.

■차례
프롤로그 - 마음의 어른이 되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1장 뼛속부터 다시 태어나기 
거절 못 하는 불행한 천사의 속마음 | 투명인간에게 필요한 건 인생의 향기다 | 지금, 당신의 친구는 안녕하십니까 | “제발 만지지는 말아주세요” | 통념은 인생을배반한다

2장 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 설수 있다 
비루한 관계, 그것이야말로 젊음의 증거 | 관계를 넓히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 | 외로움, 전화할 사람이 한 명도없다는 것 | 남의 실패가 곧 내 성공이라는 함정 | 자기학대의 위험한 복수극 | 마마보이와 주변걸의 흔들리는 사랑 | 외계인으로 살아도행복하면 그만이다 | 정체성은 인생의 엔진이다 

3장 안타깝지만, 상처는 핑계다 
열등감의 늪 | 화목은 불타는 나무다 | 트라우마가운명이 되는 순간 | 프로이트가 남겨준 미신 | 두려워하니까 두렵다 | “엄마처럼 살기 싫었어요” | 나를 쓰러뜨리는 합리적인 핑계 | 그럼에도상처 때문에 울고 있는 당신 

4장 내심장이 말하는 대로 살아보기 
말라버린 연애세포가 너무해 | 이끌림, 본능에 마음을 맡겨보기 | 내 운명의 짝은 어디에있을까 | 괴물이 된 피오나 공주 | 두려워서 먼저 망쳐버리는 사랑 | 슬퍼도 쿨하게, 아파도 시크하게 | 똑똑한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끌릴까 | 3만 원짜리 인생 상담에 목매는 사람들 | “내 안에 속물이 살고 있어요” | 누구와 결혼하면 행복할까 | 결혼 후에야 알게 되는것들 

5장 너는 왜 나와 그토록 다른가
나는 네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다 | 행복의 가격 | 심리학, 나를 찾는 도구 |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동물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독립을 권함 | 세상의 모든 변화는 아픔을 동반한다 | 칭찬이 그리운 온달 장군 | 아이는 논리대로 되지 않는다

6장 삶의 질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공격을 솔직함으로 착각하는 여자 | 단점만 보이는 슬픈 눈 | 인간에 대한 예의 | 부하직원을 아들로 삼으려는 남자 |누구도 나를 지배할 수는 없다 | 잘되면 제 탓, 안되면 부모 탓 | 재미있는 만화는 몰래 봐도 죄책감이 없다 | 누나의 프레임에 갇힌 지루한청춘 | 누군가 독립시켜주길 바라는 당신에게 | 나만의 에지를 가져라 

에필로그 -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면 




독립연습


뼛속부터 다시 태어나기

거절 못 하는 불행한 천사의 속마음

"저는 둘째아들로 엄격하고 반듯하신 부모님 밑에서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으며 자랐습니다." 첫마디에 반듯함이 뚝뚝 묻어나는 이 남자,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으며 자랐다고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제 문제는 뭐든 거절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줬습니다.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죠. 회사에 다니는 지금도 남들이 일을 맡기면 혼자 야근을 해서라도 해줍니다."


슬며시 그 기분이 궁금해진다. 남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앉아 남의 일을 대신 해줄 때의 기분 말이다.


"억울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화도 나고요. 그래서 다음엔 절대로 해주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누군가 부탁을 하면 또 거절하지 못하고 친절한 얼굴로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젠 정말 그런 제가 지긋지긋합니다."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남자는 무엇보다 남들에게 착한 사람, 반듯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다. 따라서 싫은 내색을 못하기 때문에 남들은 그 남자의 속마음을 모른다. 자신의 부탁을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저 저 남자는 착한 사람이다라거나 필요할 때마다 부탁을 해도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남이 해달라는 것을 척척 잘 해줘야 착한 삶일까? 착하게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게 아니다. 대인관계가 도를 닦는 일도 아닌데 그건 지나친 생각이다. 제몫의 일을 해내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그게 바로 착하게 사는 거다. 흥미롭게도 우리 사회는 착하게 사는 것을 남의 뜻에 순종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들이 남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다.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의 틀에 맞춰 살아온 이 남자 역시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행동에 나는 없다. 착한 남자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사실 노라고 말하는 것은 거절이 아니다. 노라고 말했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착하지 않은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남자에게 지금 당장 노를 외치라고 하는 것은 더 큰 시련을 안겨주는 셈이다. 그에게는 활짝 웃으며 "해드리겠지만 제게도 도움이 될까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쉬우면서도 현명한 변화다. 그것은 노라고 말하는 것만큼 그의 인생에 새로운 맛과 향기를 집어넣는 중요한 행동이다. 남자는 미소 짓고 샐샐거리며 얼굴에는 표정을 마음에는 색과 향기를 첨가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늘 밋밋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상대방은 그를 물로 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향기를 되찾는 순간, 투명 인간이던 그의 존재감이 윤곽을 드러내며 살아날 것이다.



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 설 수 있다

남의 실패가 곧 내 성공이라는 함정

절대로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한 여자가 마음속 응어리를 들춰냈다. 그녀는 유난히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서른한 살 된 직장맘입니다. 아이 때문에 휴직을 했다가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요. 아, 제 옆자리에 있는 선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선배는 말도 안 되게 불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선배가 우수 직원으로 뽑혔어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


내가 인정하든 말든 승승장구하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너는 너, 나는 나다. 어차피 함께 갈 수 없는 게 인생인데 놓아버리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차마 놓지를 못한다. 그 가시를 속에 들여놓고 스스로 제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놓지 않으면 질투의 수렁으로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선배는 우수 직원이 될 만하다고, 선배가 나보다 잘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건 순전히 여자의 문제지 선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자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선배를 깎아내린다고 내가 올라가는 게 절대 아니다.


남의 성공은 내 실패나 성공과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남이 성공하면 내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남의 성공이 나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남이 승진한다고 내가 승진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승진한다고 남이 승진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남의 승진과 내 승진은 각각 독립적인 별개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믿는 것만큼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남이 나보다 낫다는 걸 인정하느니 차라리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나는 억울하다고 핑계를 대고 하소연하는 길을 택한다. 상담을 요청한 여자도 마찬가지다. 여자는 지금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여자가 선배를 인정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로서려면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속이는 거짓을 걷어내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그래도 여자는 괴로움을 견뎌내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여자는 세상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싸울 힘도 의지도 없다. 그저 혼자서 불평을 늘어놓고 화를 낼 뿐이다. 세상과 맞서 싸워 불합리함을 걷어낼 의지가 없다면 홀로 화를 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을 경우 소극적으로라도 분노를 표출하는 게 인간이다. 그것만이 억울한 마음을 위로받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를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온통 불합리와 불공평으로 가득찬 세상은 단지 그 여자만 느끼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사람이 그걸 느끼고 있다. 2,500년 전의 공자도 그러했다. 천하의 공자도 더러운 세상, 나를 몰라주는 세상을 원망하며 몇 십 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 천하를 헤매고 다녔다.



안타깝지만, 상처는 핑계다

열등감의 늪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직장에 다닌다고 했다. "이혼한 부모님 때문에 고민입니다." 여자의 첫마디에 강한 울림이 담겨 있다.


"제 남자친구는 굉장히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지금도 가족애가 끈끈하지요. 저는 아직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남자친구를 정말로 사랑하는데, 이제 와서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화목이라는 것, 참 모호하다. 화목은 불쏘시개로 쓸 수 있는 나무와 같다. 여자가 그렇게도 바라는 화목한 가정은 나무에 활활 불이 타는 가정이다. 제아무리 화목해 보이는 집안도 막상 들여다보면 별것 아닌 일로 지지고 볶게 마련이다.


"화목한 가정이요? 아, 그거 불타는 나무에 불과해요." 이렇게 말해버리면 그만인데 여자는 그러지 못한다. 그 이유는 화목한 가정이라는 허상이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엄친아라는 것은 이상적인 열망일 뿐이다.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도 털어놓아야 한다. 여자의 마음에 갈등이 있는 한 여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부모님이 이혼했고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는 게 여자를 위해 더 낫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건 당연하다. 어떤 경우에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걸 왜 감추려 하는가. 감추려 하면 할수록 말이 꼬이고 인생도 꼬인다. 이제라도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게 좋다. 그래야 여자의 연애가 당당해지고 인생이 바로 선다.


부모의 이혼이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긴다거나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은 바르게 자라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의 통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멀쩡한 집안의 아이들이 망가진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럴 경우 누구도 멀쩡한 집안의 아이들이라 망가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혼 가정이란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구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부모가 이혼했다고 해서 주눅들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부모가 이혼한 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삶이다. 부모의 삶을 내 삶으로 끌고 와 짊어질 필요가 어디 있는가. 자, 부모의 이혼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지금 중요한 건 여자의 삶이다. 그녀가 잘 자랐고 현재 잘살고 있다면 된 거다.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 자기 인생을 바로 세우면 된다. 그러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모든 문제가 정말로 트라우마 때문일까? 이것이야말로 프로이트가 만들어놓은 미신이다. 미신은 믿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믿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트라우마가 현재의 나를 괴롭힌다고 믿는 순간 나는 과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상처를 통해 아픈 마음을 치료하려던 프로이트의 노력이 정확히 반대로 작용하고 마는 것이다. 이제 그만 프로이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프로이트의 위대함은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걸 가르쳐준 것으로 충분하다.



내 심장이 말하는 대로 살아보기

내 운명의 짝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것조차 잘 모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것 역시 알지 못한다.


자신을 모르고 자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짝을 고른다. 어떤 사람에게 내 마음이 끌리는지 모르니 당연히 당황스럽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헷갈릴 때 사람들은 그 선택 기준을 조건으로 바꿔 따져본다.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쉬운 조건을 들이대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왜 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가 나와 비슷한 사람인 까닭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 지지고 볶으며 살든 깨지든 하는 것이 인생이다.


내 만족은 상대방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니다. 만족은 내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만족시킬 것인가? 그 해답은 내 안에 있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내 욕망을 채워야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운명적인 짝을 만나지 못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정보 회사의 주선으로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제 마음에 들었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없었어요. 또 한 사람은 계속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그 사이에 결혼정보 회사와 상관없이 만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데이트를 하다 보니 약간 관심은 있었지만 경제력이나 배경이 성에 차지 않더군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조건만 보다가 진짜 짝을 놓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엄마의 주장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조건만 따지는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까요? 제가 너무 속물인 것 같아서 괴롭습니다."


여자는 자기 안에 도사리고 있는 속물근성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 사실은 자기 마음과 엄마의 조건 사이에서 헤매는 거다. 여자는 자기가 어떤 결혼을 해야 행복할지 자신이 없다.


안타깝게도 여자는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다.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하지 못한 것, 여자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여자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한다. 어떤 남자도 여자에게 연락이 오면 예의상 한두 번은 더 만난다. 그러는 사이에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다시 만나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보일 수도 있다. 남자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여자가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얻으려면 자신이 왜 그 남자에게 끌렸는지, 또 다른 남자에게는 왜 끌리지 않았는지 그 차이를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면 자신이 원하는 결혼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러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속물근성을 따라가야 할지, 본능적인 끌림을 따라가야 할지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너는 왜 나와 그토록 다른가

나는 네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냐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오히려 부부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하는 게 진실에 가깝다. 잘못된 통념에 갇혀 허우적거릴수록 문제는 깊어진다. 부부는 분명 각자 다른 두 사람이다. 그러므로 일심동체라는 통념을 내걸고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자기 자신조차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지 않은가. 나를 바꿀 수 없듯 상대방도 바꿀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나에게 맞춰 바꾸려 하지 말고 나와 다른 점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해줘야 한다. 사랑은 온전히 독립한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할 때 아름답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는 맞벌이 직장인이 마음을 점령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문제는 식사 준비에 있어요. 저는 퇴근하고 돌아오자마자 세수도 제대로 못 하고 식사 준비를 합니다. 그때 남편은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소파에 누워 있지요. 저는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너무 화가 나요. 저 혼자 동동거리며 식사 준비를 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밥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면 남편은 화를 냅니다. 서로 할 일이 정해져 있는데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거죠. 자신은 아내에게 밥도 편히 못 얻어먹는 남자라며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그러면서 자기는 절대로 식사 준비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할 일을 명확히 나누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서로 돕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요?"


퇴근하고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는 게 힘들고 피곤한 건 당연하다. 자신은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일을 하는데 남편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열불이 터진다. 여자가 아무리 속이 터져 문드러질 지경이 될지라도 남자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여자가 변하는 게 낫다.


아내는 왜 꼭 저녁밥을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밥하기 싫은 날엔 빵이든 치킨이든 사들고 들어가면 된다. 왜 밥을 하지 않느냐고 남편이 뭐라고 하면 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고 엄살을 떨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사과를 사들고 들어가는 거다.


"어제 밥을 못 해줘서 미안해. 대신 이 사과로 내 사과를 받아줘. 사과를 받아준다는 의미로 사과 깎아줄 거지?"


뭘 해달라고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사과를 깎아달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한, 평생 사과를 깎으려 들지 않는 게 남자다.


아내는 남편이 자기 마음을 미리 알아채고 맞춰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건 남편에게 바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때 화를 내거나 혼자서 속을 썩을 필요는 없다.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조목조목 이해시켜야 한다. 로봇은 정해진 매뉴얼은 충실히 따르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삶의 질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잘되면 제 탓, 안되면 부모 탓

여자는 지금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그녀는 미술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부모님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고 한다. 미술은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직업이다. 여자는 더 늦기 전에 중단한 미술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여자의 생각이 옳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을 구현하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며 공무원 시험을 강요한다. 이건 아버지가 생각한 거다. 설령 그럴지라도 자식이 부모의 뒤통수를 치는 건 잘못이다. 그건 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여자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해도 부모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다. 나는 살짝 꼬집은 것 같은데 상대방이 심하게 통증을 느꼈다면 고통스러운 게 맞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뭔가 이상한데? 이건 꼭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여자의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서서 조용히 묻는다. "정말로 미술공부를 하고 싶은가요?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가요?"


여자는 미술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하고 싶어 할 뿐 미술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여자의 문제다.


무릇 모든 부모는 자식이 미덥지 못하다. 문제는 자식의 태도다. 부모가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의 말에 순종해야 하는 건 아니다. 확신이 있다면 밀고 나가는 게 자식의 방법이다. 강하게 밀어붙여 잘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부모는 마음을 열게 마련이다. 자식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을 보면서도 반대하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부모가 못 하게 한다고 징징대는 것은, 부모가 못 하게 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서 못 하는 거다. 사실은 스스로 잘할 자신이 없으면서 애꿎은 부모를 핑계 삼는 셈이다.


이쯤에서 여자는 자신에게 정말로 미술적 재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내게 있는 무언가를 쓰지 않고 내버려두었을 때 아무런 삶의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면, 바로 그 무언가가 내 재능이다. 내 재능에는 모든 열정과 마음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다. 따라서 여자가 정말로 미술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지 그것을 아는 게 우선이다.


만약 미술을 하고 싶은 열정이 강하다면 부모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고 해놓고 몰래 영화미술을 하면 된다. 다만 정말로 열심히 해서 공모전에 입상하는 것처럼 확실한 결과를 내야 한다. 부모는 여자가 확실한 성과를 올리는 순간 딸의 재능을 인정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길이 부모의 뜻과 다르다고 대들기 전에 자신의 약한 마음, 부모를 핑계 삼아 숨으려 드는 마음에 먼저 노를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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